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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T.(Yame English 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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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8.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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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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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DUMMY

정 선생님이 윤 선생님에게 치는 장난은 평소에 우리가 respect(존경)하는 정 선생님의 모습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정 선생님이 아이들과 농담하는 모습도 많이 보아왔고, 우리에게 던지는 유머러스하고 센스있는 조크도 많이 보아왔지만, 윤 선생님에게 치는 장난의 뉘앙스는 그것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어딘가 모르게 과장되고 확실히 짓궂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의 정 선생님은 결코 못돼먹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장난들이 윤 선생님을 괴롭힐 목적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은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respect하는 정 선생님께서 왜 그러시는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그저 연애에 익숙하지 못해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초딩질을 하는 것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멀쩡한 정 선생님이 그저 불쌍한 연애고자일 뿐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내리는 데는 제법 오랜 시간과 하연이와의 토론을 통해 나름의 입증이 필요했다.


믿을 수 없지만 우리가 respect하는 정 선생님이 그냥 연애고자였던 것이었다.


어쩌면 모태쏠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런 결론에 이르자 정 선생님이 존경했던 만큼 안쓰럽게 느껴졌다.


심각한 나이 차이만 아니라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연애를 좀 해 주면서 여자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르쳐 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윤 선생 이거 먹어봐.”


정 선생님이 개불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윤 선생님의 앞 접시에 놓아주었다.


“난 이런 거 징그러워서 못 먹어요.”


평소에도 상당히 비위가 약해보이는 윤 선생님의 답이었다.


“징그럽긴. 뭐가 징그럽다고 그래?”


“솔직히 물에 불어 뚱뚱해진 지렁이 같단 말이에요.”


윤 선생님이 먹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인지 목소리를 한껏 낮춰서 말했다.


“다른 거 닮진 않았고?”


정 선생님의 농담에 윤 선생님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다 큰 어른이 그렇게 편식이 심해서 어떻게 해? 애기도 아니고.”


정 선생님은 아예 젓가락으로 개불을 다시 집어 윤 선생님의 입 앞에 들이밀었다.


억지로라도 먹일 기세였다.


“제가 먹을게요.”


집요한 정 선생님의 행동에 윤 선생님이 체념하듯 말하고는 비교적 작은 조각의 개불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기에는 윤 선생님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개불을 차마 씹지 못하고 대충 물고 있다가 억지로 삼킨 것 같았는데, 정 선생님은 아기처럼 기뻐하며 말했다.


“맛있지? 맛있지?”


그런 정 선생님을 보며 나는 내 동생이었으면 ‘아이고, 초딩아!’라고 한마디 해주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서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정 선생님의 마음이 윤 선생님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유독 윤 선생님이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둘 다 그 나이 먹도록 뭘 했는지, 참 한심한 연애고자들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저렇게 순수한 어른들이 있나 싶은 생각에 애들 같아 귀엽기도 했다.


횟집에서 나오자 최 실장님이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우리는 어차피 불금이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회식을 몇 차례나 했는데도 노래방을 가본 적은 없었다.


아마도 매번 정 선생님과 윤 선생님이 안 가려고 하니 흥이 깨진 탓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마침 횟집이 있는 건물에 노래방도 있었다.


“윤 선생님도 같이 가실 거죠?”


최 실장님이 윤 선생님에게 말했다.


“저는 노래를 잘 못해서요.”


“윤 선생 안 가면 나도 안 가.”


별안간 정 선생님이 어깃장을 놓으며 최 실장님과 장 기사님에게 윤 선생님을 설득해 보라고 눈치를 보내는 듯 했다.


“에이, 윤 선생님 없이 무슨 재미로 가요? 그럼 우리 다 여기서 해산해야죠.”


“그러지 말고 윤 선생님 같이 갑시다.”


“······알았어요.”


최 실장님과 장 기사님이 윤 선생님에게 강권하자 마음 약한 그녀도 더는 거부할 수 없는 듯 마지못해 동의했다.


다 같이 노래방으로 올라가니 마침 가장 큰 방이 비어 있어서 우리는 그 방을 달라고 했다.


방이 넓으니 다들 편하게 널찍널찍 떨어져 앉았다.


하연이랑 나는 괜히 한번 누워도 보았다.


모두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종업원이 인원수에 맞춰 음료수를 서비스해주었다.


윤 선생님은 음료수를 한 개 가져다가 따서 목을 축였고, 정 선생님은 어느새 노래방 책자를 테이블로 가져와 나눠주고 있었다.


그보다 앞서 최 실장님이 들어오자마자 마이크를 잡고 이미 외우고 있는 번호인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번호를 눌러 기계를 작동시켰다.


‘이승환’의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불렀는데, 옛날 노래인지 나는 잘 모르는 노래였지만 평소 친구들에게 노래를 꽤 잘 부른다는 평을 듣는 내가 듣기에도 제법 잘 불렀다.


가창력이나 기교보다는 가진 소리가 좋은 것 같았는데, 최 실장님은 본인의 음색에 어떤 노래가 어울리는지 분명히 아는 것 같았다.


“와! 최 실장님 노래 잘하시네!”


장 기사님이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경은이랑 하연이 노래도 들어보자! 요즘 애들은 어떤 노래 부르는지 궁금하다.”


최 실장님의 노래가 끝나자 정 선생님이 그의 손에 있던 마이크를 빼앗아 나와 하연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나와 하연이는 왠지 처음부터 솔로로 부르는 건 어색해서 신입생환영회 때 같이 불렀던 ‘오 마이 걸’의 ‘살짝 설랬어’를 같이 불렀다.


“요즘 애들은 노래 참 잘해. 다들 학원이라도 다니나봐.”


우리 노래가 끝나자 정 선생님이 박수를 치면서 최 실장님에게 말했다.


“윤 선생도 노래 한 곡 해봐.”


“노래 못한다고 했잖아요. 아는 노래도 없고······.”


“무슨 상관이야? 노래방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들만 노래하라는 법 있어?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부르는 거지. 우리가 뭐 다 가순가? 이왕 노래방에 왔으니 잘하거나 못하거나 한곡씩은 부르는 거야.”


“맞아요, 한곡해요. 나도 노래 못하는데 할 거예요.”


정 선생님의 말에 장 기사님이 맞장구를 쳤다.


윤 선생님이 마지못해 노래방 책을 뒤적이며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최 실장님이 발라드 한 곡을 더 불렀는데, 그것도 ‘이승환’의 노래였다.


마침내 윤 선생님이 노래를 골랐는지 번호를 눌렀는데, 노래방 화면에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이 예약되었다.


정 선생님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고, 최 실장님의 노래가 끝나자 미리 다른 마이크를 넘겨받고 있었던 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예쁜 편인 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정 선생님은 제대로 감상이라도 하려는 듯 눈까지 지그시 감고 노래를 들었다.


중간 중간에 따라 흥얼거리며 듣다가 윤 선생님의 노래가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마치 냉정한 심사위원 같은 평가를 내렸다.


“윤 선생은 다 좋은데 호흡이 짧다. 발성은 좋은데 호흡이 달리니 소리가 작아서 더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하네.”


노래에 대한 평가를 들을 줄 몰랐던 윤 선생님은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슈스케인 줄? 이승철이세요? 그러는 선생님도 해보시죠.”


윤 선생님이 입을 삐죽거리며 정 선생님에게 마이크를 건네자 정 선생님이 마이크를 받아들며 말했다.


“정말 내 노래 듣고 싶어?”


윤 선생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500원만 내.”


정 선생님은 예의 장난 어린 표정으로 말하자 윤 선생님이 말없이 핸드백을 뒤지더니 정말로 500원을 꺼내 주었다.


“장 사장님 노래하고 나서 내가 할께.”


정 선생님은 마이크를 장 기사님에게 넘기면서 말하고는 노래방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장 기사님은 ‘윤수일’의 ‘아파트’를 불렀다.


“무슨 노래 듣고 싶어? 아무거나 말해봐.”


노래를 끝낸 장 기사님이 정 선생님에게 마이크를 건네자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탄 소년단’의 ‘DNA’요!”


나와 하연이가 동시에 외쳤다.


“야, 그걸 내가 어떻게 부르냐?”


“선생님은 트롯 잘하잖아요. ‘무조건’ 불러 봐요.”


정 선생님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장 기사님이 요청했지만, 그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을 뿐이었다.


“발라드가 답이야. ‘잘가요, 내 소중한 사람.’ 신청!”


최 실장님이 말했다.


정 선생님은 윤 선생님을 바라보며 ‘너는 없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신나는 걸로 아무거나 해봐요. 얼마나 잘하는지 보게.”


윤 선생님은 아직도 조금 삐진 것 같았다.


정 선생님이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싸이’의 ‘연예인’을 골랐다.


전주가 흐르고 드디어 정 선생님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정 선생님은 전주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의 그대가 원한다면 어디든 무대야~~♫ (중략) ♫~~난 그대의 연예인. 난 그대의 연예인.”


정 선생님의 노래가 끝나자 노래방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이 환호성이 울렸다.


정 선생님이 노래를 잘하기도 했지만, 그의 노래에는 확실히 ‘흥’이 있었다.


“앵콜! 앵콜!”


나와 하연이가 앙코르를 신청하자 정 선생님은 외우고 있는 번호인 듯 거침없이 부를 곡의 번호를 눌렀다.


‘조장혁’의 ‘Love’라는 노래였는데 정말 누군가를 사랑하는 느낌이 전해져서 소름이 돋았다.


“너를 사랑해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금 이대로~~♫.”


노래를 끝낸 정 선생님이 윤 선생님을 보면서 말했다.


“어때? 나 노래 되게 잘 하지?”


“선생님은 그런 말만 안하면 참 멋있을 텐데······. 어차피 속으로 다들 그렇게 생각고 있을 텐데, 왜 굳이 꼭 그런 식으로 먼저 이야기해서 스스로를 깎아먹어요? 칭찬해주기 싫게.”


우리가 듣기에도 살짝 민망한 정 선생님의 자뻑 멘트에 윤 선생님이 돌직구를 날렸다.


정 선생님은 그런 윤 선생님의 핀잔이 익숙한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나 노래 진짜 잘하지 않냐?”


윤 선생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 자. 그만하고. 우리 젊은 선생님들 노래 계속 해 보세요. 젊은 분들 노래도 자꾸 들어봐야 우리도 시대에 뒤쳐지지 않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건지 최 실장님이 약간 격양된 어조로 우리에게 말하며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하연이와 내가 연달아 노래를 몇 곡 더 부르고 그렇게 어느덧 회식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나는 최 실장님과 윤 선생님이 노래를 꽤 잘하는 것에 놀랐지만, 무엇보다 정 선생님의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랐다.


음반을 낸 가수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정 선생님이 최 실장님에게 눈짓을 하자 최 실장님이 우리에게 택시를 타고 가라면서 차비를 억지로 쥐어주었다.


나는 멘사학원의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




영어에 관한 질문을 댓글에 작성해주시면 선별하여 소설에 채택하여 사용하려고 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작가의말

다들 노래방 십팔번 어떻게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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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돼지 엄마 20.09.24 58 1 11쪽
» 노래방 20.09.22 68 1 11쪽
9 Shadowing, 회식 20.09.17 66 1 11쪽
8 008 알바생 경은 20.09.15 69 1 12쪽
7 윤 선생이란 사람 20.09.10 72 2 12쪽
6 팀 메이트 수학 윤 선생 20.09.08 83 2 11쪽
5 Speaking과 Writing, 맞춤형 수업 20.09.03 90 2 11쪽
4 Phonics(파닉스) 20.09.01 114 2 11쪽
3 소문 속의 괴짜 명물 정 선생 20.08.27 122 2 12쪽
2 정체를 알 수 없는 멘사 학원 20.08.25 151 1 11쪽
1 김여사의 영어 조기 교육 +2 20.08.22 29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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