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최근연재일 :
2021.04.02 06:0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168,983
추천수 :
3,840
글자수 :
934,612

작성
20.12.31 06:00
조회
746
추천
21
글자
11쪽

거트루트 요새 탈환전 (10)

DUMMY

햄턴은 아예 요새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참호를 파고 석궁수들을 배치시켰다. 내려오기만 하면 벌집을 만들 생각이었다.


“또 내려옵니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이번에 자비는 없다. 준비해라!”


그런데 내려오는 병사들은 줄에 묶인 채였다. 그리고 맨 앞에서 오는 병사는 새턴의 깃발을 들고 있었는데, 너무 무서웠는지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었다.


“역시 비겁한 놈들이다. 잠시 중지하라!”


병사들이 가서 그들을 모두 한 곳으로 모았다. 예상했던 것처럼 새턴의 군사들이었다. 그 뒤를 새턴의 기사들이 따랐고, 그들 뒤에 숨어서 로데릭 출신 병사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미리 지시를 받은 병사들이 일반병과 기사들을 분리했다. 구석에서 빈센츠가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이보시오, 햄턴님. 내가...”


사실은 ‘내가 잘못 생각했소이다.’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햄턴은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저 역적 놈의 주둥이를 틀어막아라!”


병사들이 달려들어 빈센츠를 단단히 묶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이미 칼론이 허튼 짓 하다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들었을 것이다. 네 놈은 옐리츠로 갈 때까지 조심해야 할 것이다. 백작님이 죽지 않을 만큼만 하라 하셨으니 그대로 따를 것이다. 뭣들 하느냐, 이 역적 놈들을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두들겨 패고, 저기 갇혀 있는 것과 함께 옐리츠로 호송해라.”


빈센츠가 간과한 것이 있다. 이들이 보통 군대로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대공전쟁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겼고, 여섯 장로를 토벌하면서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았다.

그 악마 같은 것들을 생으로 땅에 묻어버리기도 했고, 야만의 대지에서는 흉포한 오크와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는 아무리 불쌍한 모습으로 동정을 구해도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기사들과 조장들이 운신을 못하도록 얻어맞은 뒤 끌려가고 이제는 로데릭 출신 영지병들과 새턴의 병력이 남았다.


“남은 포로들은 모두 성을 쌓는데 강제 동원되고, 공사가 완료되면 모두 추방한다. 일체 이의는 받지 않으며 바로 시작한다.”


햄턴의 말이 끝나자 로데릭 출신 영지병 중 하나가 무릎걸음으로 와서 햄턴의 다리를 잡았다.


“대장님, 제발 한 번만 살려줍쇼. 강제 노역은 할 테니 추방만은 말아 주세요. 지금 고향에 노모가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햄턴이 애절하게 호소하는 그를 가만히 두고 보자, 다시 세 명이 똑같이 걸어 나왔다.


“처자식이 있습니다. 제발 자비를.”


“저희는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입니다. 바로 고향에 갈 수 있게 해주시면 평생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햄턴은 그들을 그냥 두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자신의 발을 잡고 있는 병사를 걷어찼다. 그가 땅바닥에 처박히자, 햄턴이 검을 빼서 다가가더니 바로 목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는 나머지 세 명도 차례로 목을 날려 버렸다. 넷의 목을 날리는 동안 햄턴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검을 검집에 넣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저 목을 요새 앞에 매달아 놓아라. 또 딴소리 할 놈은 여기로 와라. 내가 요새에 매달아 줄 테니.”


그 후로 아무도 햄턴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새턴의 병사들도 겁을 먹고 시키는 대로 성을 쌓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로데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거트루트 요새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거트루트 요새 탈환전에서 발생한 새턴의 포로들은 마정석 광산과 성을 쌓는데 투입되었다.


문제는 반역을 주동한 빈센츠를 비롯한 로데릭 출신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옐리츠로 잡혀와서 앨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 자가 빈센츠인가?”


“그렇습니다.”


빈센츠가 얼굴을 들어보니 아직도 순한 얼굴의 청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어, 죽지 않을 정도만 하라고 했더니 정말 그랬네.”


정말 빈센츠의 얼굴은 사방으로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고 푸른색으로 덮여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이를 갈았는데요. 정식 재판을 받게 하라고 신신당부해서 저 정도일 겁니다.”


“햄턴에게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원래 순하고 조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무서운 법입니다.”


빈센츠는 퉁퉁 불어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로 겨우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널브러져 있는 놈은 칼론이라고 하는데, 이번 일의 실질적인 주동자입니다. 실력에 비해 욕심이 많은 것은 여기 빈센츠와 비슷합니다.”


“알겠네. 병무총관. 빈센츠의 처리에 대해 말해보게.”


병무총관이라는 소리에 쳐다보니 르윈이다. 대공전쟁 중에 주인을 갈아탄 미카엘의 기사였는데, 안면이 있는 인물이었다.


“법대로라면, 목을 베어 성문 앞에 내걸어야 합니다. 역적을 용서해서 좋게 된 것은 역사 이래로 없는 일입니다. 주인을 배신하고 이익을 탐한 죄는 경중을 떠나 결코 용서해서는 안됩니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저자들은 오직 자신들의 탐욕 때문에 영지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자신을 받아준 새턴도 배신하였습니다. 저런 자들에게 엄벌을 내려야 나중에 큰 교훈이 될 겁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결같이 자신들의 참형을 주장했다. 억울했다. 결국 거트루트 요새가 로데릭으로 돌아오는데 자신들의 공이 결정적이었다.


“죄인을 바르게 앉혀라.”


병사들이 와서 하나씩 의자에 앉혔다. 빈센츠는 온몸이 부서져 나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죄인을 대표하여 빈센츠에게 변호의 기회를 주겠다. 역적을 즉시 죽이지 않고 여기까지 데려온 것은 너희처럼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라도 일말의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죄인 빈센츠는 말하라.”


“로데릭 백작님이십니까?”


“그렇다.”


“생각보다 젊으셔서 놀랐습니다. 그리고 잘 생겼습니다.”


“하하, 고맙군.”


빈센츠는 고개를 들어 앨런의 얼굴을 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공이 있음을 알아주시고, 그것으로 과를 상쇄하여 주시기를 청원드립니다.”


“공으로 과를 상쇄하라... 그래 너희도 과가 무엇인지 알 테니 공을 이야기해봐라.”


“거트루트 요새의 책임자로 반역한 점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그 후에 저희들의 행적과 효과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백작님께서는 로데릭 영지의 절반이나 되는 땅을 얻으셨습니다. 저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뻔뻔하다고 말씀하셔도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럼 이 모든 성과가 너희 덕분이라는 것이냐?”


“모두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앨런은 그의 말처럼 뻔뻔함에 기가 막혔다.


“저희가 새턴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영지의 오랜 숙원인 경계 획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없었을 것이고, 보르누즈 성을 비롯한 영지의 확장도 없었을 겁니다. 백작님께서도 그 점은 아니라고 하시지 못할 겁니다.”


“부인하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새턴 영지군에게 점령당한 거트루트 요새를 탈환한 것도 저희였습니다. 아래 주둔하던 햄턴은 화살 한 번 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저희는 계략으로 새턴 군을 모두 사로잡아 바쳤습니다.”


“하하, 정말 대단하구나. 또 있느냐?”


“마지막으로, 저희는 햄턴과 그 부하들을 살려서 보내주었습니다. 잡아서 새턴에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반역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결과가 모두 저희들로 인해 생긴 것이니 그만큼 참작하여 주십사 요청하는 것입니다.”


“또 할 말이 있느냐?”


“없습니다.”


앨런은 빈센츠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불쌍한 자였다. 마나의 길을 걸으면서 환희를 맛보고, 많은 부하들을 이끌면서 우쭐했을 것이다.


“빈센츠에게 묻겠다. 너는 새턴과 우리가 싸울 때 군사를 보탠 적이 있느냐, 아니면 정보를 제공해주었더냐?”


“저희는 요새에 갇혀 있어 그럴 수 없었습니다.”


“바로 아래에 우리의 군대가 있었다. 네 말대로 너는 우리 군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새턴과의 일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너희는 우리 배후를 공격할지 모르는 적이었다. 그러니 너희는 그것이 과이지 결코 공은 아니다. 너희가 원한 것은 우리가 망하는 것이지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산적들이 산 아랫마을에 가서, ‘너희가 이렇게 단결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약탈하였기 때문이니 고마운 줄 알아라.’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그래도 결과를 보십시오.”


“반역은 과정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타난 것이고. 모든 결과는 너희의 흉악한 계책을 견디고 결국 이겨낸 우리 군사들의 공이다. 다만, 한 가지.”


앨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가 그나마 사람다운 짓을 한 것은 햄턴을 비롯한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다. 그래서 너희들이 즉결 처분을 받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판결한다. 빈센츠와 다섯 명의 기사, 여섯 명의 조장은 로데릭 군대의 장교임에도 반역을 저질러 영지를 위협에 빠트렸다. 그리고 새턴과 결탁하여 외부의 군대를 끌어들이고, 오랜 시간 동안 항복하지 않아 영지에 큰 피해를 주었다.

심지어 새턴까지 다시 반역하는 등 도저히 말로 담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 이들을 용서하게 되면, 앞으로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에게 변경거리를 만들어 주게 될 것이고 후세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즉시 끌어내어 목을 베고, 그 목들을 옐리츠 성문에 걸어 놓는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습니다.”


조장 중 하나가 의자에서 일어나 애원하다가 병사들에 의해 두들겨 맞았다. 잠시 후 장내에 있던 반역자들은 모두 끌려 나갔다.


“만약 저들이 죽을죄를 지었다고 눈물로 애원하며 백작님 발 앞에 엎드리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셨습니까?”


“사실은 결과가 좋았고, 저들이 햄턴을 죽이지 않았으니 강제 노역형 정도로 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마음을 바꾸셨습니까? 저들이 뻔뻔하게 공을 주장해서 그러셨습니까?”


“아닙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결정하였습니다. 현자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그래서 법대로 처리하였습니다. 그게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반역자의 처리까지 마무리되었다. 엄청나게 넓어진 경계로 인해 병력의 수요는 늘었지만, 이제는 경계를 통해 넘어오는 떠돌이들을 받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글자를 알게 되면서 농부들은 농사 관련 기술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농업 기술이 발전하여, 이제 생산력은 제국 제일이었다.

그러나 미들랜드에서 공작들이 돌아오면 로데릭에도 위기가 닥칠 것이다. 앨런과 커티스는 그날을 대비하여 대책을 수립하는데 오랜 공을 들였다.


작가의말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한해가 시작됩니다.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독자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3 21.04.09 639 0 -
공지 이 주일 간의 휴식기를 갖고자 합니다. +2 21.01.24 351 0 -
공지 일반연재를 시작합니다. +2 20.09.14 2,801 0 -
187 새턴 공략 (5) +2 21.04.02 677 7 14쪽
186 새턴 공략 (4) 21.04.01 399 6 10쪽
185 새턴 공략 (3) 21.03.31 432 6 12쪽
184 새턴 공략 (2) 21.03.30 422 6 9쪽
183 새턴 공략 (1) +1 21.03.29 447 9 12쪽
182 Festina lente (8) 21.03.26 498 8 8쪽
181 Festina lente (7) 21.03.25 482 8 11쪽
180 Festina lente (6) 21.03.24 459 8 12쪽
179 Festina lente (5) 21.03.23 484 8 12쪽
178 Festina lente (4) 21.03.22 489 10 11쪽
177 Festina lente (3) 21.03.19 512 9 11쪽
176 Festina lente (2) 21.03.18 493 8 11쪽
175 Festina lente (1) 21.03.17 529 8 11쪽
174 공작들의 전쟁 (25) 21.03.16 518 8 10쪽
173 공작들의 전쟁 (24) 21.03.15 466 10 10쪽
172 공작들의 전쟁 (23) 21.03.12 523 8 11쪽
171 공작들의 전쟁 (22) 21.03.11 485 8 10쪽
170 공작들의 전쟁 (21) 21.03.10 481 9 10쪽
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6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4 7 11쪽
167 공작들의 전쟁 (18) 21.03.05 571 10 11쪽
166 공작들의 전쟁 (17) 21.03.04 529 10 11쪽
165 공작들의 전쟁 (16) 21.03.03 506 9 11쪽
164 공작들의 전쟁 (15) 21.03.02 554 9 12쪽
163 공작들의 전쟁 (14) 21.02.27 564 8 11쪽
162 공작들의 전쟁 (13) 21.02.26 537 8 10쪽
161 공작들의 전쟁 (12) 21.02.25 544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