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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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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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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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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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코넬리아 (4)

DUMMY

로젠하임의 비극이 일어난 후 석 달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충격은 많이 사라지고, 이제 사람들은 왕이 사라진 아르카디아의 운명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앨런 역시 이후에 발생할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거트루트 요새 탈환전이 마무리 되고 넓어진 영지에 대한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원래 예정된 정벌군의 귀환은 몇 년 후였는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행정관, 현재 방어 시설이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앨런의 관심은 새턴과 경계에 배치된 성들의 신축과 개축에 쏠렸다. 이곳의 총책임자는 발터였다.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콘웨이 공작과 주변의 움직임에 대처하려면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예전까지는 콘웨이 공작만 견제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세력이 뒤엉켜 버렸다. 제국의 세력 분포를 보면 왕의 지분이 가장 컸는데, 이제는 구심점을 잃은 그들이 이합집산하기 시작했다.

로데릭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영지 중 몇몇과는 벌써부터 긴장 상태가 시작되었다. 문제가 된 것은 영지민들의 상태가 비교되면서였다.

불과 이 년 만에 로데릭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이미 미켈란 지역에서부터 시작된 농업혁명은 로데릭의 생산성을 높였고, 새턴과의 영지 경계가 확정된 이후 많은 영지민들이 보르누즈 지역으로 몰려 들었다.

낮은 세금과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다른 영지들이 흉작을 겪을 때도 로데릭은 예외였다. 쟁기와 멍에를 개량하여 땅을 깊게 팔 수 있도록 하였고, 비료와 해충 방제를 위한 약재의 공급도 이루어졌다.

군대는 훈련과 함께 수로를 연결하고 제방을 축조하는 등 가뭄과 홍수에 대한 대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였다. 삼만 명이 넘는 앨런의 군대의 역할은 단순히 전투 준비만이 아니었다.

미켈란 방벽 근처에 대규모로 조성된 농지에서 자체적으로 식량을 조달하고, 사회 기반 시설의 구축과 보수에 투입되었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훈련과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보며, ‘잠시도 쉴 틈이 없다’는 불평이 나오곤 했지만 그만큼 생존 능력은 극대화 되었다.


묘하게도 기사들이 꼬리를 물 듯 로데릭 영지로 들어왔다. 이들은 로데릭이 방침은 분명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앨런 밑에서 봉사하고 싶어 했는데, 그 이유가 여러 가지였다.

특이하게도, 로데릭 영지에서 제공하는 혜택 때문에 들어온 이들도 많았다. 이들은 안정적인 장교 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가족들의 미래까지 고려하여 들어온 것이다. 기사라면 귀족 계급에 편입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처지는 천차만별이었다. 작위가 있는 집안에서 조차 셋째, 넷째는 다른 길을 찾아봐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로데릭은 매력적은 곳이었다. 비록 봉토를 지급받지 못한다고 해도 고위 기사가 아닌 이상 부족하지 않은 급료를 받았다. 그리고 장교로서 대접도 나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탁월한 실력이 아닌 이상 층층이 쌓인 배경의 벽을 넘을 수 없었지만, 이곳은 기회가 널려 있었다.

그렇게 많은 기사들까지 몰려오면서 앨런의 군대는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이미 중갑기병 부대가 만들어지고, 이들은 경기병 부대와 함께 유기적인 협조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기 시작했다.


군대와 영지민들 사이에는 관리들이 돌아다녔다. 이미 자리 잡은 학당에서는 지속적으로 관리들을 배출하였고, 그들은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관리의 배출도 중요했지만, 그들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했다. 관리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심할수록 행정은 원활하게 돌아갔고, 관리들의 자긍심도 높아졌다. 그들이 의욕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로데릭은 다른 어떤 영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늘어나는 농지에 비해 여전히 사람은 부족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떠돌이들을 모두 받아들여, 그들로 부족한 곳을 채우게 되었는데 까다롭게 보이는 제한 조건에도 제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이웃 영지에서 오는 탈주자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보통 영지민들은 영주에게 내는 세금과 그 아래 봉신들에게 내는 세금이 달랐다. 그러다 보니 영지민들은 영주와 봉신 양쪽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는고 농업 생산성은 형편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이웃한 로데릭은 천국처럼 보였다.

그곳에서는 영주에게 세금만 내며, 농업 기술과 기구, 비료 등이 충분히 제공되었다. 영지민들의 권리는 안정적으로 보장되었고, 둘째, 셋째도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이번에 라튼에서 또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이제 영지가 아니라 영지민 분쟁이 시작되었다. 처음 미켈란에서 떠돌이들을 받아들인다고 했을 때 속으로 좋아하던 영주들이, 미켈란과 로데릭의 병합이라는 형태로 거대 세력이 등장하여 영지민들을 빨아들이자 이제는 로데릭의 정책이 가장 큰 근심으로 돌변했다.

그 중에서 마리노스의 직할 삼령 중 마튼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직할 삼령은 로젠하임의 외곽을 지키는 세 개의 변경백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이 셋 중 라튼은 서쪽에 위치하여 로데릭의 경계와 맞닿아 있었다.

라튼의 정책이 영지민들에게 가혹한 것은 아니었지만, 변경백의 특성 상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걷었다. 이전까지는 로데릭이나 라튼이나 큰 차이가 없었고, 둘 사이에는 작은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왕래도 많지 않았다. 그저 경계만 인접했을 뿐이지, 로데릭으로서는 새턴처럼 물자가 주로 이동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특별히 서로 아쉬울 것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앨런이 로데릭을 차지한 이후 영지민들의 이탈이 시작되더니, 이제는 그 수효가 많을 때는 하루에 백 명을 넘기도 하였다. 이러다가는 영지의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백작님, 제발 영지민들의 이동을 막아 주십시오. 지금 로데릭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벌써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넘쳐나는 영지민들로 골머리를 앓던 라튼이었다. 이제는 농사할 사람까지 걱정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같은 백작령이라고 하지만 전력에서는 너무 차이가 났다. 이미 새턴과의 전투를 통해 로데릭의 전력은 제국에 널리 알려졌다. 공작과 맞설 수 있는 백작령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 로데릭에게 협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라튼의 사신으로 온 레터맨 남작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정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은 재무총관을 맡고 있는 마르코였다.


“남작님도 아시는 것처럼, 영지가 생긴 이래로 오는 사람을 막은 적이 없습니다. 저희가 드릴 말씀은 영지 경계를 좀 더 철저히 하시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러다가는 영지에 영지민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입니다. 벌써 전체 영지민의 삼분의 일이 빠져나갔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라튼 경계에는 십자가가 길게 늘어서 있고, 탈출하다가 잡힌 영지민들을 그 위에 매달아 놓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일이 바쁜지라. 좀 더 쉬다 가세요.”


“재무총관님! 재무 총관님!”


마르코는 레터맨 남작의 비명을 뒤로 하고 방을 나섰다. 한숨이 나왔다. 막을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래, 라튼의 사신은 돌아갔나?”


앨런이 찾아온 마르코에게 라튼 사신의 이야기를 물었다.


“백작님, 너무 하십니다.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커티스님도 모른 체 하시고. 발터는 뭐가 그리 바쁜지 사방으로 돌아다니더군요. 헤르켈님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뛰어나가고, 딜런님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일이 많아 죽겠다고 갑자기 불평만 쏟아 내십니다. 다음에 라튼에서 사람이 오면 차례를 정해 주세요. 왜 저만 가야 합니까?”


“그게 말이야, 마르코. 재무총관이 그럴 듯 하잖아. 수고 해줘.”


“저보다는 현자인 커티스님이 더 낫지요. 다음 차례는 커티스님으로 해주십시오. 그렇게 알겠습니다.”


마르코는 대답도 듣지 않고 인사를 하더니 바로 나가 버렸다. 앨런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커티스가 한숨을 쉬었다.


“다음에는 내 차례네. 미치겠군.”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라튼을 막다보면 다른 곳에서 오는 이들의 거취도 이상해진다. 그래서 라튼에서 사신이 오면 앨런은 멀리 나가고 대신들이 돌아가며 응대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저들의 상황이 워낙 안 좋으니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저들이 우리와 같은 방식을 따를 리도 없고요.”


“현자님,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우리 영지로 들어오는 이주민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요.”


“예전과는 달리 각 영지에서 단속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턴에서 더 이상 이주민들의 이동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올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영지의 구성이 정리되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지금 문제는 콘웨이 공작입니다. 저들이 새턴과 합세하여 우리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폐주도 기회를 노릴 겁니다.”


“백작님, 현재의 전력이라면 충분히 방어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보르누즈와 거트루트의 보강 작업에 시간이 필요합니다.”


커티스는 이전까지의 수비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그동안 아르카디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주로 들판에서 벌여졌고, 공성전은 많지 않았다. 큰 성이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큰 성도 견고하지 못했다.

예전에 코벤트에서 새턴 백작이 항복하게 된 것도, 성의 규모만 거대했을 뿐 성벽도 높은 편이 아니고 방어 시설도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크들이라면 충분할 방어 시설이겠지만, 작정하고 공성전을 벌이는 인간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성의 견고함은 죽음의 대지 건너편의 미들랜드가 훨씬 대단했는데, 허약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배경에는 강력한 성채가 버티고 있었다.

커티스는 미들랜드 공략전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성곽의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고안한 방식은 높고 강력한 성벽에 견고하고 다양한 방어 구조물이 혼재된 것이었다. 보르누즈 성은 바깥으로 성벽을 한 겹 더 쌓고, 안쪽은 이십 피트 정도 높여서 강력한 이중 성벽으로 방어하도록 하였다.

또한 성문 쪽으로 별개의 성을 신축하여 방어군이 거주하도록 하였다. 보르누즈가 쉽게 함락된 배경에는 허술한 성문 관리와 함께 방어군의 거주지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있었다.

거트루트 역시 기존의 요새에 새로운 성곽을 덧대는 방식이었는데, 만 명의 병력도 충분히 버틸 만큼의 규모로 만들다보니 공사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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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새턴 공략 (1) +1 21.03.29 44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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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Festina lente (5) 21.03.23 484 8 12쪽
178 Festina lente (4) 21.03.22 48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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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Festina lente (2) 21.03.18 493 8 11쪽
175 Festina lente (1) 21.03.17 529 8 11쪽
174 공작들의 전쟁 (25) 21.03.16 518 8 10쪽
173 공작들의 전쟁 (24) 21.03.15 466 10 10쪽
172 공작들의 전쟁 (23) 21.03.12 523 8 11쪽
171 공작들의 전쟁 (22) 21.03.11 485 8 10쪽
170 공작들의 전쟁 (21) 21.03.10 481 9 10쪽
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6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4 7 11쪽
167 공작들의 전쟁 (18) 21.03.05 57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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