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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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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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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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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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들의 전쟁 (14)

DUMMY

“백작님, 이제 웬만큼 준비가 되었습니다.”


울프강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키엘체 백작은 흥분으로 손이 떨리는 것 같았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적들은 그야말로 번개처럼 들이닥쳐서 두 백작의 부대를 공격했다. 경비가 있었기에 잠시 버티기는 했지만, 그로부터 지금까지 속절없이 밀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트리비에와 키엘체는 제국의 변방을 지키는 방패였다. 비록 강군으로 유명한 로데릭이지만, 숫자에서 밀리지 않는 두 백작의 부대가 한 번에 무너질 리 없었다.

어중이떠중이 끌고 와서 머리수만 채운 부대가 아니라 그래도 나름 훈련이 되어 있는 병사들이었다. 기습에 놀라 당황했지만, 곧 대열을 갖추고 반격을 시작했다. 로데릭의 석궁이 무시무시했지만 그래도 흩어졌다 모인 덕분에 숫자가 늘어나니 어느 정도 버틸 만 했다.

그래도 이렇게 밀리다가는 결국 후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힘으로 밀어야 했다. 로데릭이라고 무궁한 체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로데릭도 일선 부대의 예기는 처음보다 많이 떨어져 보였다.


“백작님, 명령을!”


키엘체 백작이 왼쪽을 보니 트리비에 백작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것 같다.


“울프강, 트리비에 백작님께 여쭤라. 우리는 준비가 되었는데, 백작님은 어떠신지. 한 번에 밀어붙인다!”


“알겠습니다.”


울프강은 그대로 뛰어가 트리비에 백작에게 키엘체 백작의 말을 전했다.


“하하, 그렇지 않아도 우리도 그 말씀을 드리려 했다. 이곳에서 신호를 올리면 모두 그대로 밀어붙인다. 저쪽에 아마 적들의 지휘관이 있을 것이다. 그곳까지 곧장 돌진한다.”


트리비에 백작인 가리킨 곳은 야트막한 언덕이었는데, 그곳에는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고, 말을 탄 이들이 늘어서 있었다.


“알겠습니다.”


울프강이 도착하여 말을 전한 직후 트리비에 백작의 진영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키엘체의 병사들이여, 반격의 시간이다. 돌격하라!”


두 개의 달이 하늘에 지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낮 정도는 아니지만, 주변을 충분히 식별할 정도는 되었다.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서 거대한 거인처럼 보였다.


“아미르, 지금이냐!”


“르윈님, 잠시만.”


르윈은 답답한지 앞쪽만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거대한 세 개의 소용돌이가 굽이쳐 휘도는 것처럼 보였다. 적들은 힘을 비축하여 한 번에 밀어서 이곳까지 달려오려 하고 있었다. 지금 적들을 밀고 있는 것은 오천의 제 일대였다.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이대 오천이 그 뒤에 버티고 있었다.

아미르의 신호에 북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오천의 부대에는 수십 명의 북치는 병사들이 있어 그 신호를 받아서 북을 울렸다. 그 북들은 각각 마법석에 의해 전달되는데, 모두 치는 방법에서 독특하여 소리만 듣고도 부대원들은 지휘관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보통 오백 명 정도의 규모로 만들어진 부대에는 지휘관 주변에 서넛의 북치는 병사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치는 소리는 신호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박자여서 석궁이 발사되는데 적절한 간격을 부여해주었고, 그 사이로 파이크 병들이 방어해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미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방식은 효율성에서 엄청난 성과를 보였고, 곧 앨런의 부대에 널리 보급되었다.

다시 북소리가 변하였다. 일대는 서너 조각으로 쪼개져 버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적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미르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일대는 방어에 전념하면서 일부러 적들을 흘려보낸 것이다. 방패와 파이크로 고슴도치 같은 일대의 벽을 뚫고 공격하기 보다는, 앞에 있는 목표를 향해 두 백작의 부대가 쏟아져 갔다.

아미르의 오른 손이 내려졌다. 북소리는 거칠고 빠르게 울렸다. 언덕 위에 서있는 기마들이 빠르게 전장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그 숫자는 처음 백작들이 예상했던 규모가 아니었다. 언덕 뒤에는 이천에 달하는 경기병과 중갑기병의 혼성 부대가 계속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언덕 위로 올랐다가 좌우로 갈라져 두 백작 부대의 뒤쪽으로 크게 돌아갔다.

아미르가 지금 이 시간을 택한 것은 이 기마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적당한 높이의 언덕과 전장의 배치도 모두 고려하였다. 두 개의 달이 떠있기 때문에 전장은 서로에게 잘 보였다. 하지만 북소리에 의해 움직이는 로데릭과 같을 수는 없다.

일대는 방어를 하며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는 사이 적들은 순식간에 일대를 지나갔고, 부대는 천천히 뒤쪽으로 이동했다. 이제 일대는 두 백작 부대의 좌우 후미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 사이 두 백작의 부대는 버티고 있는 이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잠시 두 백작의 부대가 로데릭의 이대를 미는 듯 했지만, 이대는 이를 악물고 크게 밀리지 않기 위해 버텼다.

두 백작의 부대는 비록 일대의 사이를 통과하느라 전열이 많이 흐트러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력했다. 그런데 이대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열에서 육열 정도의 층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길게 늘어서서 넓은 곳은 방어할 수 있었는데, 그에 반해 두 백작의 부대는 수십 열을 이루며 부딪쳤다.

이로 인해 두 백작 부대의 후미는 전투와는 무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검과 창, 도끼를 휘두르는 것은 전방의 몇 개 열이었고, 후방의 부대는 그들의 뒤를 그저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르윈의 기마 부대는 드디어 완전히 두 백작의 후방을 돌아갈 수 있었다. 기마병이 무서울 때는 그들이 전력으로 돌진하는 순간이었다.


“조금만 힘을 내라!”


키엘체 백작은 계속 부하들을 독려했다. 얇아 보이는 벽임에도 끈질기게 버텼다. 하지만 이렇게 밀어대면 곧 무너지는 곳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저 대열도 순식간에 와해될 것이다. 하지만, 키엘체 백작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로데릭의 부대는 한곳이 무너지면 옆에서 그곳을 메꾸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와르르 넘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미는 쪽은 일만오천 가까이 되는 대부대였고, 버티는 쪽은 오천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승부는 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일대의 존재를 간과했고, 언덕 뒤에 버티고 있던 기마대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두 백작의 부대는 무지의 대가를 그대로 돌려받았다. 이대가 버티는 바람에 두 백작의 부대는 잠시 걸음이 멈춰졌고, 그 사이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뒤쪽에서는 도대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고, 앞쪽에서는 뒤에서 미는 통에 강제로 적들의 창에 달려드는 셈이 되었다.

르윈의 기마대는 그대로 두 백작의 부대를 관통해 버렸다. 길게 좌우로 각각 반원을 그리면서 두 개로 갈라진 기마대는 적들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거칠게 밟아대는 전투마들의 뒤로 경기병들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일대가 잰 걸음으로 대열을 이루며 공격하고 있었다.

이제 두 백작의 부대는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고, 그들의 머리 위로 수천발이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으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두 백작의 부대는 이미 전열이 완전히 무너져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기마대는 다시 돌아와 두 백작의 부대를 헤집어 놓았고, 그것으로 전투의 결과는 완전히 결정되었다.

이제는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앨런의 석궁병들은 마치 표적을 두고 연습하듯 적들을 조준 사격하고 있었고, 산발적으로 달려드는 적들은 파이크 병들에 의해 제거되었다. 방패와 파이크 병에게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는 일대와 이대의 석궁병들은 침착하게 파비스 뒤에서 화살을 쏘아댔다.


“거의 마무리가 되는 군. 르윈이 너무 열심히 하는 것 아니야?”


“아무래도 신호를 줘야겠습니다. 이러다가 두 백작의 부대를 완전히 몰살시키겠습니다.”


아미르가 신호를 주자 일대의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이동한 쪽에 큰 공간이 생겼고, 두 백작의 부대는 그쪽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


“사오천 정도는 새턴으로 넘어갈 수 있겠네요. 하하, 현자님도 정말 너무 하십니다. 저것들을 넘겨주면 새턴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텐데요.”


“새턴도 우리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함께 벌을 받아야지.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지?”


“알겠습니다.”


아미르의 신호에 따라 다시 북소리가 변했다. 병사들은 ‘살고 싶으면 엎드려라. 항복하면 살려준다!’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 소리에 두 백작의 병사들은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잠시 후 전장에는 오직 로데릭의 병사들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한쪽이 뚫린 덕분에 두 백작은 겨우 탈출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친 덕분에 추격을 완전히 떨친 것 같았다. 밤새 이루어진 전투여서 부대를 제대로 수습할 정신이 없었다. 두 개의 달이 사라지고 해가 뜨기 전까지 주변은 어두워진 상태였는데, 한쪽에서 어슬렁거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키엘체 백작은 겨우 숨을 고르고 있다가 적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검을 다시 움켜쥐고 부하들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상대도 이쪽을 눈치 챘는지 고함을 지르며 달려왔다. 서로 상황을 아는 처지에 이것저것 따질 것이 아니다. 키엘체 백작 주변에는 그래도 오백 명 정도의 병력이 있었는데, 전방에는 이백여 명으로 추정되는 적들이 비탈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아까 이루어졌던 전투만큼이나 격렬한 다툼이 벌어졌다. 아니, 그 전보다 더 치열한 것이 지금은 피아 구분도 잘 안 되는 상태였다. 그리고 전술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살기 위해 달려든 것이다.


‘지겨운 로데릭 놈들...’


보르누즈 성 앞에서 탈출할 때 이미 말은 버린 후였다. 두 다리만으로 달리는데 몇 시간을 그렇게 도망치니 숨이 턱에 걸렸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매복을 하고 있다 달려드는 것은 봐서는 도대체 어디까지 손을 뻗고 있는지 두려울 지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적들이 상대적으로 소수라는 것이다. 보기에도 적들은 매복을 하다가 들킨 모양인데, 빨리 저들을 제거하고 새턴으로 넘어가야 한다. 키엘체 백작은 부하들을 독려하며 자신도 전투에 합류했다. 영주라고 뒤로 빠질 상황이 아니다.

그렇게 피아가 뒤섞인 전투가 한동안 이어졌다. 적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해가 뜰 무렵 드디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해가 뜨면서 상대의 모습이 보이자 키엘체 백작은 그만 자리에 주어앉아 버렸다.


“백작님...”


정신없이 싸운 상대는 자신의 부하들과 트리비에의 혼합병이었다. 다른 갈래로 오던 이들이 잠시 쉬고 있던 곳에 갑자기 수백의 부대가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적으로 오인한 것이다.

서로가 필사적이었기에 피해도 컸다. 방금 전에 자신이 베어버린 병사 역시 자신의 기사였는데, 어두운 숲 속에서 벌어진 전투였기에 생긴 비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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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6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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