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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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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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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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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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들의 전쟁 (24)

DUMMY

지시가 내릴 때마다 지휘관들이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함성과 함께 아마란 백작이 지휘하는 부대들이 해자에 놓인 다리를 따라 질서 정연하게 진군했다. 그와 함께 불과 돌덩어리들이 이티아 성의 서쪽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예비대는 준비되었습니다.”


하먼스 남작이 보고했다. 모든 것이 오차 없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하먼스,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이티아 꼭대기에 콘웨이의 깃발을 올릴 것이다. 수군에게는 제대로 전달했겠지.”


“거스리 자작님께서 전력으로 막고 계십니다. 절대로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지 않고 버티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로데릭의 동향은 어떠하더냐?”


“그렇지 않아도 엊그제 로데릭에서 사람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보고는 들었다. 무역로를 열어달라고 했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우리 앞으로 쾌속선들이 몇 대 지나가기는 했다고 합니다.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그냥 두었다고 하는데,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보고하라 전하셨습니다.”


이제 유일한 변수는 로데릭이었는데, 이렇게 전투가 시작되면 로데릭이 끼어들어 훼방을 놓아도 늦었다. 성벽 위를 차지하면 마커키스 강으로 들어오는 보충 병력은 그야말로 갈 곳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드디어 성벽 위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망루에 올라 보니, 아마란 백작과 그의 기사들이 분투하기는 하지만 열세가 뚜렷했다. 하지만 솔로몬의 군대가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좌익에 전력을 숨겨놓고 공격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전투 결과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바르번 자작이 ‘후퇴는 없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아마란 백작의 부대는 한쪽으로 몰리면서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두면 전멸 당할 것이다.

바르번 백작은 그쪽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드디어 신호를 했다. 좌익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바 자작이 오천의 부대를 이끌고 성벽을 올라갔다. 숫자는 많지만 그야말로 오합지졸의 모임이었다. 아이바 자작은 뒤쪽에서 부하들이 뒷걸음질 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야말로 고군분투가 시작되었다.


“에퀘 페로다! 에퀘 페로가 여기 있다!”


아이바 자작의 군사들 사이에서 비명 같은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들은 주력을 감추고 있다가 일시에 달려든 것이다. 이제 유리한 우익에서 일부가 좌익으로 이동한다. 숫자로는 월등한 좌익의 아이바 자작에게 치명상을 입히려는 것이다.

불과 이천오백 정도의 병력으로 대단한 분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열배가 넘는 병력이 여기에 대기하고 있었다. 아직도 오백 정도의 병력이 남아 있을 것이다. 저들은 최후까지 그 병력을 아끼고 있을 것이다. 바르번 자작이 노리는 것은 그들이다. 그들을 꺾어야만 이티아를 얻을 수 있었다.

전투가 한참 진행되고, 드디어 양쪽에서 마혼 군이 승기를 잡았다. 소수의 병력으로 다수의 병력을 성벽으로 밀어내는 기백이 대단했다. 마혼의 최고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이티아 수비병들과, 최고의 기사라고 할 수 있는 솔로몬이 합쳐진 결과였다.


‘적이라고 해도 정말 존경스럽군.’


예순이 다된 나이에 저렇게 고군분투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철의 기사라는 별명이 실감났다. 그렇게 생각에 잠기는 사이 성벽 위에서는 드디어 콘웨이의 군사들이 밀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들이 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적들도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었다. 바르번 자작은 하먼스 남작에게 명령을 내렸다.


“중군 전위는 전속으로 돌진하여 좌군을 치는 마혼군의 배후로 돌아라. 딴 것은 필요 없다. 에퀘 페로, 솔로몬의 목을 쳐라. 목표는 단 하나 에퀘 페로다!”


“명령을 받듭니다.”


삼천의 병력이 단 한명의 기사를 목표로 돌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사 백 명과 충분히 훈련되고 휴식을 취한 병사 삼천이 성벽 위로 몰려갔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그들이 솔로몬에게 가기 전에 숨어있던 병사들이 기습을 했다. 성 위에 교묘하게 배치되어 있던 구조물 사이에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공격했다.

잠시 하먼스 남작의 부대가 어지러워졌지만, 좌우익의 상황과는 다르다. 이곳이 바르번 자작의 주전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티아 예비대의 분투는 놀라웠다. 그리고 그 사이에 죽은 줄 알았던 나이젤이 있었다.


“뭐야, 저 괴물 놈이 살아 있었단 말이야?”


그 모습을 보고 바르번 자작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나이젤은 멀쩡한 듯 검을 휘둘러 콘웨이의 기사들을 날려버렸다. 그가 있는 곳에 거대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예상보다 투입 시기를 앞당겨야 했다.


“중군 전속으로 공격하라!”


바르번 자작의 친위대 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이천 명의 중군이 전투에 합세했다. 이제 성 위에는 만 명이나 되는 콘웨이 군과 이천이 조금 넘는 마혼 군이 뒤엉켜 전투가 벌어졌다. 이제 자신의 친위대까지 끼어들면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이다.

나이젤의 분투가 눈부셨지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바르번 자작의 중군 추가 병력이 도착한 순간부터 전세는 뒤집어졌다.


“드디어 괴물이 지쳤다!”


사실 나이젤은 지금 나와서는 안되는 처지였다.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거의 기절 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런 것을 따질 수가 없었다. 솔로몬도 말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그래서 최후의 수로 준비한 예비대를 나이젤이 맡게 된 것이다.

나이젤의 검은 이제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그 주변에 만들어진 원은 많이 작아졌다. 그 사이를 다른 병사들이 채워주며 버티고 있지만, 바르번 자작의 부대가 도착하면 금방 무너질 것은 뻔해 보였다.

바르번 자작이 이끄는 부대의 선두는 이미 해자를 넘고 있었고, 힘을 낸 콘웨이 군은 이티아 수비군을 밀어붙였다. 순식간에 좌익과 중앙의 부대가 밀려 한 덩어리가 되었고, 솔로몬은 그제야 나이젤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도 이마에 깊은 자상을 입어 피가 눈을 적시는 중이었다. 투구는 효용을 다해 버린지 오래 전이었다. 갑옷 중에서 성한 부분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가슴과 등판 부분이 멀쩡했는데, 사지는 온통 찢기고 찌그러졌고 박살나서 떨어져 나간 부분이 남아 있는 부분보다 많았다.


“어이, 나이젤. 벌써 지친 거냐? 힘들면 내 뒤로 오지?”


“자작님이나 제 뒤에 계세요.”


솔로몬은 태연해 보였지만 사실은 이미 온몸에서 피를 흘려 서 있기도 어려웠다. 그 모습을 보고 아마란 백작이 손짓을 해서 부하들의 압박을 잠시 멈추게 하였다. 제국의 영웅이 가는 길이었다.


“나는 아마란의 백작 크리톤이라 하오. 명성 높은 에퀘 페로, 솔로몬 자작께 인사드리오.”


“아마란 백작님을 이렇게 맞이함을 용서하시오. 이티아 자작 솔로몬이오.”


아마란 백작은 크게 심호흡하였다. 이 순간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 솔로몬을 넘어트리면 바로 이티아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망루까지 길이 열린다.


“이제 영웅께 마지막을 제가 선사해드리려고 합니다. 남기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하하! 아마란 백작님, 마지막은 아니올시다. 설마 여기서 끝이겠소이까? 제가 준비한 수는 따로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요!”


천하의 에퀘 페로가 최후를 맞이하니 허풍을 떠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란 백작은 그 말에 어이가 없어 실소를 흘렸다.


“에퀘 페로께서 가실 때가 되니 실성한 듯 싶소. 그게 마지막 말이라면...”


아마란 백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래쪽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렸다. 돌아보니 멀리 수천의 기마와 병사들이 벌판을 가로질러 성 쪽으로 달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냐!”


“하하, 이델이 제때를 맞추었구나. 얘들아 다시 시작하자!”


솔로몬의 말에 이티아 수비군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아마란 백작은 적들의 지원군이 성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들을 모두 섬멸해야 했다. 두 부대는 성벽 위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편, 성으로 진입하려던 바르번 자작은 갑작스러운 함성에 뒤를 돌아보았다. 지척까지 적군들이 밀려왔는데, 대부분 온몸을 칠흑 같이 검은 옻칠을 한 자들이었다.


‘타르곤의 군사들이다. 이 자들은 이미 렉싱턴 너머로 철수했다고 했는데?’


그보다는 네더호프의 군사들이 이들을 토벌하기로 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곳에 몰려든 것이다. 바르번 자작은 이들이 이 순간만 노리고 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타르곤의 병사들은 실제보다 훨씬 많아 보였고, 바르번 자작은 올라가서 솔로몬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것을 연기해야 했다.


“전군 뒤로 돌아라! 적들이 성으로 가지 않도록 막아라!”


바르번 자작은 급히 기사 하나를 불러 지시했다.


“적의 원군 생각하지 말고 솔로몬을 죽이라고 전하라. 이곳은 우리가 막겠다!”


다시 성 아래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공격하는 타르곤의 부대는 이전과 다르다. 전에는 전력을 감추기 위해 벌인 상황이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타르곤의 부대는 갑작스런 방향 전환에 혼란한 바르번 자작의 부대의 정면에 그대로 충돌했다.


“잔머리 굴릴 필요 없다. 힘 대 힘으로 붙자!”


이델은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타르곤 백작과 카를로스 백작, 타란 자작은 지금 필사적으로 네더호프의 토벌대를 막고 있었다. 이틀 정도만 그들의 발걸음을 지연시키고 바로 후퇴할 것이다. 그러면 네더호프의 본대와 만나지 않고 이곳에 지원부대가 오는 일을 최대한 지연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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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Festina lente (1) 21.03.17 529 8 11쪽
174 공작들의 전쟁 (25) 21.03.16 518 8 10쪽
» 공작들의 전쟁 (24) 21.03.15 467 10 10쪽
172 공작들의 전쟁 (23) 21.03.12 523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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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공작들의 전쟁 (21) 21.03.10 481 9 10쪽
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6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4 7 11쪽
167 공작들의 전쟁 (18) 21.03.05 57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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