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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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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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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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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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 공략 (4)

DUMMY

“뭐야! 새턴이 무너져? 로데릭이 협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세 변경백들이라고?”


“그렇습니다.”


레밍턴 백작으로부터 새턴에 대한 소식을 들은 콘웨이 공작은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당연히 공작령이겠지만 그 다음을 꼽으라면 항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새턴이었다.


“미치겠군.”


“공작님 빨리 군대를 보내셔야 합니다.”


“이티아 성 공략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야. 군대를 모으기도 쉽지 않아.”


“네더호프가 있습니다. 네더호프 백작님께 마탑을 통해 긴급 명령을 내리십시오.”


“이봐, 레밍턴. 왜 이리 서두르는 것인가? 로데릭 놈들이 내려올까 봐 그래?”


“아닙니다. 로데릭도 큰 문제지만 아무래도 저들이 궁지에 몰리면 갈 곳이 뻔해서 그렇습니다.”


그제야 레밍턴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알았다.


“젠장, 마혼이군. 어서 네더호프에게 연락해. 즉시 새턴으로 가서 세 백작 놈들을 쫓아내라고.”


**


세 백작의 사절이 이티아 성에 도착한 것은 코르벳이 함락된 뒤 한 달 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이미 새턴의 이야기는 제국 전역에 퍼졌다. 마혼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라튼의 남작 찰스톤이 이티아의 영주이신 바이너 자작님께 인사드립니다.”


이델은 세 백작의 사신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사신인 찰스톤 남작이 세 백작의 친서를 건네주었다. 미사여구를 빼면, ‘마혼에 복속하기를 원하니 군대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잠시 기다리시면 마탑을 통해 공작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겠소.”


이델은 사람을 시켜 자유도시에 있는 마탑에서 칼튼힐로 지급으로 연락하도록 하였다. 이틀 후 연락이 왔다.


“공작님께서 군대를 모집하여 보내신다고 합니다. 이미 콘웨이 공작이 네더호프 백작에게 새턴으로 향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하니, 앞으로 한 달이 문제입니다.”


“네더호프 백작이오?”


중부지역의 강자인 네더호프 백작이 군대를 이끌고 온다면 큰일이다. 찰스톤 남작은 마혼 공작의 전언을 들고 급히 코르벳으로 떠났다.

이델은 성 밖까지 나가서 그런 찰스톤 남작을 배웅했다.


“켈튼, 정말 새턴을 우리가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그러면 전세는 완전히 역전됩니다. 이제 이티아만 홀로 외롭게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로데릭과 콘웨이, 살라노를 모두 견제할 수 있으며 군대를 사오만이나 주둔시킬 수 있는 거대한 영지를 갖게 됩니다. 그때는 로젠하임을 노릴 수 있습니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군. 네더호프가 출발하였다니, 이제 시간 싸움이군.”


새턴만 장악할 수 있다면 로데릭을 노리는 것도 가능했다.


‘타르곤 백작님, 새턴에서 로데릭으로 쳐들어 갑시다. 니그룸 디아볼리의 목을 벱시다.’


이델은 강 건너편을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타르곤 백작과 함께 앨런의 목을 벨 수 있기를 기도했다.



찰스톤 남작은 다시 몰래 강을 건너 엿새 만에 코르벳으로 돌아왔다.


“뭐야? 네더호프가 온다고?”


“마혼에서도 부대가 출발한다고 하는데, 앞으로 한 달 후가 될 거랍니다. 네더호프 백작의 부대와 거의 비슷할 것 같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준비를 잘 하고 있으라고 하십니다.”


“골치 아프군. 아직도 외곽의 성에는 몇천 명이나 되는 새턴 백작들의 잔당들이 남아있다고. 그놈들은 콘웨이 공작의 군대만 기다리는데, 네더호프까지 오면 정말 답답하게 되었군.”


“트리비에 백작님, 그래도 마혼 공작이 군대를 보내준다는 것이 어딥니까? 한 달 전만 해도 갈 곳 없이 떠돌다가 새턴 백작의 기습에 죽어 나갈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정말 잘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영지민들을 징집하고 콘웨이 공작의 공격을 막으면, 이제 이곳은 우리의 새로운 영지가 되는 겁니다.”


세 백작은 앞으로의 일을 숙의한 뒤 술자리를 가졌다. 그날 밤늦게까지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며 서로 권하다 보니 아침에는 제대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라튼 백작이 숙취로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침대에서 겨우 일어났을 때, 갑자기 침실문이 열리며 찰스톤 남작이 들어왔다.


“아니, 찰스톤. 이게 무슨 짓인가?”


아무리 급해도 영주의 침실이었다. 가신으로서는 불경스러운 행동이다. 그런데 찰스톤 남작은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코르벳으로부터 한나절 거리에 로데릭의 군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뭐라고!”


라튼 백작은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데릭과 전쟁을 벌였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졌지만, 불과 이 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이 오고가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데릭은 그냥 경계를 넘어 버린 것이다.


“아니, 이놈들은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들인가? 어찌 남의 영지를 이리도 쉽게 넘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얼마 전에 자신들이 한 짓은 까맣게 잊은 라튼 백작이었다. 오후가 되어서야 백작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트리비에 백작이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자신 없습니다. 지금 이곳, 코르벳의 성벽으로 로데릭을 막을 수는 없어요. 자칫하면 저들에게 몰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로데릭 군대의 소식을 들은 세 백작의 부대에서는 동요가 시작되었다. 처참하게 로데릭 군대에게 당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전쟁기계 같은 놈들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버리고 아래쪽으로 내려 갑시다. 그곳의 요새를 근거지 삼아 버티다 보면 마혼에서 구원병이 도착할 겁니다.”


이들이 차지한 성 중에는 마커키스 강 유역에 규모가 꽤 큰 요새도 있었다. 그곳이라면 두세 달은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반나절이면 적들이 몰려옵니다. 빨리 갑시다.”


세 백작의 부대는 수레에 재물과 식량을 잔뜩 싣고 코르벳 성문을 나섰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이동하고 있을 때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역시 후작님의 말씀이 맞았군. 코르벳으로 가지 않고 여기 기다리면 온다고 하시더니. 저것들 저렇게 수레를 잔뜩 끌고 있으니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대족장님 지금 전사들이 모두 흥분하고 있습니다. 어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카마알 족의 대족장 발라다레스는 크게 숨을 쉬었다. 그 역시 흥분하고 있었다.


“초원의 전사들이여, 이제 복수할 때가 왔다. 저곳에 우리의 원수들이 있다. 하나도 살려두지 말라!”


무려 오천의 기마였다. 세 백작의 군사들이 보니 들판을 새카맣게 덮은 것 같았다.


“저게 뭐냐?”


비현실적인 풍경에 세 백작과 일행은 대응도 못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그들이 누군지 알아본 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약탈자들이다!”


“어? 그놈들이 여기는 왜?”


그러는 사이 초원의 부족들은 목전까지 도착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방어진을 펼쳐라! 수레 뒤로 피하라.”


그러나 벌써 기수들은 화살을 쏴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바로 난전이 펼쳐졌다. 아무리 세 백작의 군대가 변경을 지키는 정예였다고 해도 이런 평원에서 초원의 전사들과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산을 따라 성을 쌓았던 것인데, 지금은 상대가 유리하고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 백작의 군대가 유리하려면 적어도 초원의 전사들보다 세 배는 많아야 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양쪽의 숫자는 비슷해졌고, 잠시 후 세 백작의 군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세 백작은 필사적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는데, 그곳에는 숲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하엘리 족의 전사들이 있었다.


“카마알 족이 큰 은혜를 베푸는군요.”


“그렇군. 빚을 지게 되었어.”


하엘리 족의 대족장은 칼을 빼 들고 부족들에게 명령했다.


“살려두지 마라!”


전력으로 도망치던 백작들은 삼면에서 공격하는 부족들을 보고 혼비백산했다. 도대체 몇 기가 이곳에 왔는지 감도 잡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평원에서는 다른 이들도 아닌 약탈자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기를 쓰고 달렸지만, 화살을 여러 대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기사들은 약탈자들과 일대일로는 유리했지만, 이렇게 집단전이 시작되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는 별 수 없었다.


“끌고 와라!”

이미 키엘체 백작은 시체가 된 상황이었고, 트리비에 백작은 다리와 어깨에 화살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라튼 백작은 이들에 비해 비교적 멀쩡해 보였지만, 말에서 굴러 떨어지며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다. 하엘리 족들이 세 백작을 질질 끌고 와서 대족장 앞에 집어 던졌다.


“이놈들, 우리가 누군지 알고!”


대족장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뒤에 있는 사람과 작게 속삭이기만 했다. 그러더니,


“저놈들이 맞다고 한다. 죽여라.”


상대의 대답 따위는 듣지 않는다. 세 백작은 그렇게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죽고 말았다. 앨런이 이들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한 가지, 절대 약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후작님께서 기다리신다. 모두 가자.”


세 백작의 군대는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 운 좋은 몇몇만 겨우 도망쳤으나 그야말로 소수였다. 세 백작이 점령한 곳에 주둔하던 군대는 얼마 후에 이 소식을 들었는데, 로데릭 군대가 가까이 온다고 하자 모두 도망쳤다.

앨런은 검은 연기가 가득한 코르벳 외곽에 부대를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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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새턴 공략 (5) +2 21.04.02 677 7 14쪽
» 새턴 공략 (4) 21.04.01 400 6 10쪽
185 새턴 공략 (3) 21.03.31 432 6 12쪽
184 새턴 공략 (2) 21.03.30 422 6 9쪽
183 새턴 공략 (1) +1 21.03.29 447 9 12쪽
182 Festina lente (8) 21.03.26 498 8 8쪽
181 Festina lente (7) 21.03.25 482 8 11쪽
180 Festina lente (6) 21.03.24 459 8 12쪽
179 Festina lente (5) 21.03.23 484 8 12쪽
178 Festina lente (4) 21.03.22 489 10 11쪽
177 Festina lente (3) 21.03.19 512 9 11쪽
176 Festina lente (2) 21.03.18 493 8 11쪽
175 Festina lente (1) 21.03.17 529 8 11쪽
174 공작들의 전쟁 (25) 21.03.16 518 8 10쪽
173 공작들의 전쟁 (24) 21.03.15 467 10 10쪽
172 공작들의 전쟁 (23) 21.03.12 523 8 11쪽
171 공작들의 전쟁 (22) 21.03.11 485 8 10쪽
170 공작들의 전쟁 (21) 21.03.10 481 9 10쪽
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6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4 7 11쪽
167 공작들의 전쟁 (18) 21.03.05 571 10 11쪽
166 공작들의 전쟁 (17) 21.03.04 529 10 11쪽
165 공작들의 전쟁 (16) 21.03.03 506 9 11쪽
164 공작들의 전쟁 (15) 21.03.02 554 9 12쪽
163 공작들의 전쟁 (14) 21.02.27 565 8 11쪽
162 공작들의 전쟁 (13) 21.02.26 537 8 10쪽
161 공작들의 전쟁 (12) 21.02.25 54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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