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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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작품등록일 :
2014.06.13 23:49
최근연재일 :
2014.09.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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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7.2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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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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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노후던전 - 28

DUMMY

날이 밝았다.


“어서 와요.”

“네 성녀님. 좋은 아침입니다.”

성녀와 얼마 전까지 성기사단장이었던 헤론이 서로 마주 앉았다.

평소 일정대로라면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처음 일정인 던전에 들리는 일정이 있었지만, 어제 사장과의 트러블이 있고 난 후라 던전에 들리지 않고 헤론만 호출하여 회의 아닌 회의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 거 같은데, 어쩌죠?”

“글쎄요. 사장님과 같이 갈려면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을듯합니다. 화가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해 보였습니다.”

“비록 우리가 과격하긴 했지만, 후회는 없어요. 사장님은 그런 충격 요법이 아닌 한은 절대 고쳐질 성격이 아니에요. 또한, 시간은 우리 편이에요. 만약 이대로 며칠이 흘러간다 해도 사람들의 시선은 사장님에게 향할 거에요. 우리는 사장님이 맘을 잡기를 기다릴 뿐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나 언론의 시선은 너무 느려요. 빠른 방안이 필요해요.”

“딱.. 딱히 방법이..”

둘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성녀님이 가서 빌면 안 될까요?”

“사과는 지난번에 받아줬어요. 그리고 같이 던전 가자고 떼를 쓰면 받아줄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다른 방안이 필요해요.”

다시 둘은 고민했다.


“흐흐흐.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조용하던 방안에서 갑자기 성녀는 음침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 음침함에 헤론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분명히 성녀님이신데..


“어.. 어떤 방법이요?”

“미안하지만 박알바가 희생돼야겠어요.”

“박알바가요? 설마?”

박알바가 이 일에 관련된 것이라곤 사장에 대해서 성녀님에게 약간의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점을 밝히시면?


“그러면 박알바의 시선이 좋지 않을 텐데요?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저희를 멀리 할 게 분명해요.”

“그건 문제가 안돼요. 어차피 박알바는 알바일 뿐이니까요. 만약 우리를 멀리하게 되면, 박알바에게는 이곳에서 사장님밖에 기댈 곳이 없게 돼요. 하지만 사장님은 박알바가 꼭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성녀님은 전투만 잘하시는 게 아니었구나’

헤론은 성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여기는 바티칸 시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전대의 성녀님이나 다른 성기사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의 책임자는 단 한 분! 바로 눈앞의 성녀님뿐이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갑의 위치인 건 분명하잖아요? 그럼 을 병인 저와 박알바는 서로 멀리하면 서로 피해를 볼뿐이에요. 서로 필요할 땐 서로를 위해 쓰이면 좋은 거죠.”

“그.. 그래도..”

강직한 성품인 헤론은 마음이 동하지가 않았다.


“그럼 헤론님은 이대로 몇 일 몇 주가 그대로 지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오늘 당장에라도 사장님과 다시 던전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물론 한 명의 희생이 있긴 할거에요. 저도 이러긴 싫지만, 사장님과 함께하라는 신탁을 저는 하루라도 어길 생각은 없어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이 어떤 것이든 실행할 거에요.”

“알겠습니다.”

헤론은 신탁이라는 단어를 꺼내 든 성녀를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동의하는 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성녀님은 자신에겐 슈퍼 갑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헤론님이 수고해주셔야겠어요.”

“네? 제가요?”

“헤론님이 사장님께 박알바가 저한테 조언했다고 말씀드려주세요.”

“아니 성녀님!!”

헤론은 성녀가 야속했다. 아니 어제 성녀님한테 맞은 것도 억울한데, 오늘은 또 박알바의 증오심이 자신을 향하게 하려고 하시다니!


“그럼 제가 말할까요? 성녀인 제가 가서 사장님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박알바가 조언했다고 알릴까요? 제가 박알바에게 들었는데 제가 박알바를 배신하면 안 되죠. 박알바에게 원한이 있는 헤론이 일러바치면 딱 그림이 나올 거 같은데요? 호호호.”

성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자신 말고는 더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 가뜩이나 정신이 없었는데 성녀의 웃음소리에 헤론은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도중에도 확실한 한가지는, 지금 이 상황에선 긍정하는 수밖에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아..알겠습니다.”

헤론은 박알바 때문에 성녀님에게 뚜드려 맞았었기에, 박알바에게 원한이 조금 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러바칠 생각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까라면 까야지.



“그.. 그럼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래요. 가능한 오늘 내로 처리해주셨으면 해요. 전 헤론님을 믿어요.”



하지만 헤론은 3층 숙소로 돌아가서도 한참을 망설였다. 성녀에게 하겠다고까지 하긴 했는데, 강직한 성품상 바로 달려가서 이르기도 그랬다. 그리고 박알바와 사장님은 같이 지내기 때문에 박알바 면전에서 사장에게 대놓고 말하기도 그랬다.


그렇게 마음만 끙끙 앓으면서 아침이 지나갔다.




박알바는 오늘도 활기차게 집을 나섰다. 어제 제육구이는 맛있게 흡입하고 게다가 사장이 시켜놓은 피자와 치킨도 함께 먹어줬다. 군바리는 없어서 못 먹지 있다면 뭐든지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맛있으면서도 공짜라니!


피자와 치킨을 맛있게 먹는 동안에 사장 혼자 저녁을 먹은 배신은 풀리고, 오히려 사장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자신을 생각해서 한가지메뉴만 시키지 않고 두 가지 메뉴를 시켜주시는 센스라니.


비록 피자와 치킨이 약간 식긴 했다. 하지만 동네 치킨 피자가 아니라 브랜드 피자였기 때문에 맛은 뛰어났다. 군바리가 언제 이런 브랜드 피자와 치킨을 먹어보리.


아직 어떤 요리를 배울지 모르지만, 사장님에게 오늘부터는 저녁 먼저 드시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아침 점심 빈둥거리며 보내던 박알바는 오후 수업시간이 되자, 오늘은 어떤 요리를 배울까 기대하며 요리학원으로 향했다.




나는 어제 몬스터에게 죽은 일도 있고, 성녀와 같이 다니던 던전하고 포탈에 가지 않고 쉬는 중이었다. 물론 할 게 없어서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티비를 볼 수는 있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온갖 매체에서 분명히 나에 대한 말이며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터였다. 이럴 때는 맘 편히 게임이나 하는 게 나았다.


“아 씨발 졸 안 풀리네.”

게임을 하는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탓인지, 고스톱 패뿐만 아니라 게임 운도 안 따라줬다.



똑똑똑~

노크가 들렸다.


평소 게임 중에는 누가 건드리면 화를 내며 기다리게 했지만, 어차피 게임머니를 잃어도 저번에 모금한 성금으로 현질하면 되었기에 거칠 게 없었다.


게임 중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발로 컴퓨터를 꺼버렸다. 그리곤 문을 열었더니 헤론이 있었다.


“무슨 일로..”

난 간단한 영어밖에 안 되는데.. 왜 혼자 왔니? 라는 의문이 생겼다.


한참을 뜸들이던 헤론은 내가 계속 바라만 보고 있자. 결국은 말문을 열었다.


“박알바.. 성녀님.. 어제.. 소곤소곤.. so 사장님 die.”

물론 돼도 않는 한국어에 바디 랭귀지였지만 뜻은 분명히 알아들었다.


“씨발. 어쩐지 던전 모퉁이에서 바라보고 있더라니! 시발!!!!!!!!!!!!”

어제 성녀에게 화풀이하려던 찰나, 모퉁이에서 미친놈처럼 쳐 웃던 박알바의 얼굴이 떠올랐다. 헤론 말대로 그 놈이 원흉인 게 분명했다.


‘시발 내가 멍청했지’

그 놈이 거기 있을 놈이 아니었는데. 왜 모퉁이에 있었는지 더 파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친 게 실수였다. 헤론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헤론은 스스로 자가 발전 중인 나를 냅두고 현관으로 달려가 신발을 신고 부리나케 내뺐다.


나는 박알바가 있을 박알바의 방을 벌컥 열었다.


“이 새끼 어디 갔어!!!!!!!!!!!!!!!!!!”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헤론의 귀에 사장의 사자후가 들려왔다. 헤론은 박알바가 요리학원에 가는 걸 보고 고자질했기 때문에 박알바는 지금 부재중이었다.




이 시각 박알바는 요리학원에서 잡채를 배우고 있었다. 맛있는 잡채를 집에 들고 갈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났다.


“히힛.”

박알바의 입가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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