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정보 상점: 정보 파는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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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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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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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죽음과 죽음

DUMMY

10화. 죽음과 죽음


“하아······.”


화색 벽으로 이루어져 딱딱한 느낌을 주는 취조실 내부에

총 3명의 사람이 있었다.


취조를 하고 있는 조 형사.

심문을 당하는 정조관.

그리고 취조실 거울을 통해 그것을 지켜보는 박 형사까지.


박 형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아무리 정조관이 일개 조직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동구파의 일원이었다. 그런 그를 고작 2년차 밖에 되지 않은 말단 형사에게 취조를 맡긴 것은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형사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사건의 본질 때문이었다.


끼익-

여러 생각들이 박 형사의 머릿속을 맴돌 때 누군가 외부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형님 오셨습니까?”


여전히 거지꼴을 한 사람이 자신의 떡 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들어왔다.

불과 며칠 전, 이 사건을 박 형사에게 던져준 김 과장이었다.

그는 박 형사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취조실을 쳐다봤다.


“뭐가 그리 잘 안 되냐?”


단순한 폭력사건에 불과한 사건 수사가 너무나 오랜 시간을 잡아먹은 탓일까? 김 과장은 박 형사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예, 이상한 점이 있어서 말이죠.”

“어떤 점이 말이냐?”

“······.”


형님의 질문에 박 형사의 머릿속에 가득 찬 의문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정조관이 이런 짓을 저지른 동기.

명확한 알리바이가 있음에도 자백을 안 하는 이유.

피해자의 몸에 있는 자잘한 상처들.


박 형사가 생각했을 때 이상한 점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님에게 모든 걸 물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의 책임자는 자신이었고, 형님에게 이 모든 걸 물어봐봤자 걱정만 깊어질 뿐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진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러 의문들을 추리고 추려 단 한 가지만 형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눈앞의 정조관을 가리켰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기 앞에 있는 정조관이······ 너무나도 협조적이에요.”


김 과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조적이라니? 그게 이상한 부분인가?”

“이상하죠. 보통 저 깡패 새끼들은 ‘짭새한테 해줄 말 따윈 없다.’든지, ‘변호사나 선임해 줘라’든지 전체적으로 취조에 비협조적으로 나서는데······ 저기 앞에 있는 저 새끼는 너무나도 협조적으로 대하고 있어요. 마치 자신은 결백하다는 듯이 말이죠.”


박 형사는 푸른색 파일을 김 과장에게 건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마치 사건에 있던 사람과는 다른 인물인 것처럼 그의 태도는 너무나 이중적이에요. 혹여나 마약에 따른 부작용인지 의심을 해봤지만······. 현장과 그의 소지품 중에 약물과 관련된 건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감시청에서도 마약 반응은 존재하지 않다고 말했고요.”


파일 안에는 여러 반응 테스트 결과와 붉은색 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음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하는 짓도 그렇고, 약물에 따른 부작용도 아니다. 그런데 폭력을 저지르고도 기억을 못 한다고? 그럼 혹시 이중인격 같은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있죠. 하지만······”


이중인격.

간혹 상반되는 인격끼리 서로 부딪히는 경우 이중적인 태도를 더불어 그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했다.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건-”


박 형사는 순간 꺼내려던 말을 도로 집어넣었다.


이중인격이란 가능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놓고 따져보면 가장 높았다.


하지만 박 형사는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조관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


차마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느낌 때문이다.

그 느낌을 김 과장에게도 알려주고 싶었지만, 괜히 증거도 없는 자기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선입견을 씌우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조 형사는 지금 뭐 하는 건가?”


문득, 김 과장은 취조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광경을 가지고 의문을 품었다. 취조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조 형사와 정조관은 매우 친근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지금 마인드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답니다.”

“마인드 프로그래밍?”

“예,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렇게 친근하게 다가가 상대방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하나씩 빼가는 방식이라더군요.”


여태껏 강압적인 취조만 해왔던 김 과장과 박 형사는 그저 눈 앞에 펼쳐지는 방법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허, 그런 게 정말 가능하나? 심지어 상대는 악명 높은 동구파 조직원 중 하난데 말이야.”

“우리가 알고 있던 진짜 동구파 조직원이라면 제가 사전에 이미 반대했겠죠. 하지만 상태가 저러기도 하고······. 워낙 미스터리한 사건이어서 지금 이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

“쩝, 그런가.”


김 과장은 착잡하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나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겁니까?”

“그냥 뭐, 내가 준 사건이기도 하고 잘 돼가고 있나 궁금해서 들어온 거지.”

“혹시 걱정하시는 건가요?”


김 과장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며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무슨!”


하지만 그의 격한 반응은 오히려 그가 박 형사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 걱정할 시간에 좀 씻기나 하시죠.”

“뭐······ 뭐, 임마!”


박 형사는 괜스레 훈훈해지려는 분위기를 발로 뻥 차며 김 과장의 행색을 놀려댔다.


“머리도 떡 지고, 얼굴은 수염으로 덥수룩하고······. 어우! 옷도 좀 갈아입어요! 무슨 사람 옷에서 걸레 썩는 냄새가 나!”

“사건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깐 그런 거지. 시간이.”

“요즘 종종 드는 생각인데 형님은 사건을 핑계로 그냥 안 씻는 것 같아요.”

“어······ 어허! 무슨 그런 말을. 그거 공권력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같은 한솥밥 먹는 사이끼리 좀 무시하면 안 됩니까?”


오랜만에 취조실 안에서 북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조관의 폭력사건으로 골머리를 싸던 박 형사도, 최근 여러 가지 일로 바빴던 김 과장도 마치 아무런 근심이 없듯 껄껄 웃어댔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을 방해하는 것인지, 그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야! 저 새끼 왜 이래?”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김 과장은 정조관을 가리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으······ 으아아아아!”


방금 전까지 상태가 괜찮았던 정조관은 어디가 아프다는 듯이 허리를 숙인 채 고통을 호소했다. 박 형사는 내부와 연결된 마이크를 키며 조 형사에게 물었다.


“조 형사!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모······ 모르겠습니다. 분명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저런······.”


갑자기 저런다고? 불과 몇 초전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박 형사는 머릿속으로 여러 의문을 던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 속에서 박 형사는 무언가 안 좋은 낌새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취조실에서 나와. 지금 구급 대원들을 부를 테니까.”

“정조관을 이대로 두고 그냥 나오라고요?


조 형사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정조관과 취조실 거울을 번갈아 보며 쳐다봤다. 마치 상사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과 아픈 사람을 두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비도덕적인 상황에 망설이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박 형사는 망설임의 시간 따위 주진 않았다.


“당장 나와! 우린 정조관을 취조하는 거지, 그를 구하려는 게 아니야!”


시간이 흐름을 따라가듯 다가오는 불길한 기분에 박 형사는 마이크가 울리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호통에 상황 파악을 한 것인지 조 형사는 서둘러 책상 위에 놓인 취재 파일들을 챙기며 밖을 향해 나가려 했다.


허나, 그때-


크르르르르!


취조실 내부에서 낯선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조 형사는 순간 멈칫하며 정조관을 향해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촤아악!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붉은 핏물이 허공을 흩뿌렸다.


“조 형사!!!!!”


붉게 충혈된 안광.

목 주변에 자란 갈색 털.

그리고 손가락 사이사이에 날카롭게 난 날붙이까지.


그제 서야 박 형사는 눈치챌 수 있었다.

여태껏 느껴졌던 이질감과 불길한 기분이 무엇인지.

정조관이 어떤 사람인지.


다만, 그 진실을 깨닫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만 것이다.


팡! 팡! 팡!


박 형사는 자신의 속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공포탄 세 발을 모두 쐈다.


그리고 실탄이 날아갈 차례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 정조관을 향해 조준했다.


팡!

한순간에 고민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으며, 날아간 총알은 정확히 정조관의 두개골을 뚫어냈다.


“크어어어어!”


이제는 사람보다 짐승에 가까운 정조관은 괴성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으며, 계속되는 탄환에 상처를 입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조 형사!”


하지만 박 형사에 안중에 정조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 형사! 정신 차려 봐! 정신 차리라고 이 새끼야!”


취조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실 정도로 조 형사의 등 뒤에는 검붉은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페인트 통을 엎어놓은 것처럼, 피는 흐르고 또 흘렀다.


쓰러진 조 형사를 안으며 박 형사는 끊임없이 오열했다.


***


[으하하하하하!]


안트라스는 무거운 목소리로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었다.

지난 전장을 도망간 이래로 인간의 형상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본 모습을 비춘 것이.


[두려워해라! 절망해라! 그리고 후회해라!]


그리고 그 세월의 지남 탓인지 그에 따른 광기는 더욱 미친 듯이 끌어 올랐다.


크어어어어!


그는 짐승과도 같은 울음소리로 아카를 향해 돌진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송곳과도 같은 날카로운 검이 서슬 푸른 죽음의 기운을 가득 담은 채 떨고 있었다.


[죽어라! 아카. 그리고 증오해라! 널 이곳에 보낸 추잡한 권력자들을 말이다.]


죽음의 기운은 검 중심부에서 강하게 응축되었으며 이내 굉음을 울리며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주변에 있던 사물들은 마치 종이가 찢어지듯이 갈갈이 조각났으며, 폭발의 여파를 받은 건물의 바닥은 구조가 훤히 보일 정도로 으스러졌다.


콰콰콰콰콰!


단 일격.

그 일격은 그가 왜 전장의 파괴자라는 수식언을 달게 되었는지 알려주었다.


쿠쿠쿠쿠쿠!


굉음과 더불어 주변에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아카가 고위급 권력자라고 해도 이 폭발 속에서 살아남긴 어려울 것.


안트라스는 그런 생각과 더불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세월이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힘 하나는 대단하군.”


자욱한 먼지 탓에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카의 목소리에서는 여유가 느껴졌다. 마치 그 정도 공격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네 녀석 감히······!]


안트라스는 다시 한번 검을 들어 목소리를 향해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콰!


하지만,


“지금부터 대가를 가져가겠다.”


아카는 태연하게 자신의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대가라고!? 그게 무슨 소리냐!]


계속되는 폭발 속에서 살아남는 그의 모습에 아카의 목소리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묻어났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이곳에 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그리고 그중 하나가 노인의 산 정보의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폭발 탓에 굉음이 아직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카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마치 죽음을 앞둔 망자를 데려가려는 사신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안트라스의 숨통을 조여왔다.


[그것이 뭐가 어쨌다는 것이지! 그 노인에게 따져야 하는 것을. 왜 나에게 말하는 것이냐고!]

“계약서에 이런 조항이 있어서 말이지.”


어느새 자욱한 먼지가 걷히고 아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카의 손에는 한 손에는 종이.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고대 유물처럼 보이는 깃펜 하나가 들려 있었다.


“조항. 제4번 만약 이 일에 인간 외의 존재가 개입되었다면,”

[헉!]


어느새 불과 1m 남짓까지 다가온 아카는 싸늘한 눈빛으로 송곳 같은 검에 한 손을 올렸다. 그리고 검은 작은 진동과 함께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와그작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것에 대한 처분은 정보상이 결정한다.”


삭-


아카의 말을 끝으로 안트라스의 얼굴은 목과 분리되어 힘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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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정신을 빼앗기지 마라 20.11.20 40 1 12쪽
48 48화. 진실을 마주하며 20.11.19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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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광기 +1 20.11.10 4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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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대면 20.10.28 56 2 12쪽
32 32화. 흑화 +2 20.10.27 53 2 14쪽
31 31화. 또 다른 선택 20.10.26 65 2 12쪽
30 30화. 마지막 20.10.11 5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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