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식 정보 상점: 정보 파는 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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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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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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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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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포기와 복수

DUMMY

13화. 포기와 복수


약 30분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정보를 사는 고객으로, 처음 발을 들인 박 형사는 여태껏 있었던 일들을 상세하게 전달했다.


자신이 맡게 된 폭력사건, 괴물로 변한 정조관에게 다친 조 형사.

그리고 결국 과다출혈을 원인으로 순직했다는 사실까지.


박 형사는 암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 형사가 죽었지만, 난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네.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정조관을 죽였으니깐. ······그래,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네.”


그의 주먹은 굳게 쥐어진 채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목소리 또한 조금씩 요동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난 그것이 안일한 생각이란 걸 알았네.”

“왜죠?”

“······ 정조관. 그 새끼가 도주하는 모습이 오늘 아침 CCTV에 찍혔거든.”


자신의 품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든 박 형사는 정조관이 짐승의 모습을 한 채 도망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죽은 줄 알고 시체 보관실에 놔두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살아났는지······. 그래서 자네를 찾았네. 정보를 팔고 있는 자네라면 정조관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박 형사의 우울한 눈매는 어느새 날카롭게 변해 아카를 바라봤다.


“가능하다면 정조관의 정체까지 알고 싶네.”

“음, 그렇군요.”


아카는 어느 정도의 상황을 파악한 후, 책상 서랍에서 붉은색 노트를 꺼내 들었다.


“확실히 저는 정조관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습니다.”


탁!


아카는 노트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그의 두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검은빛이 감도는 그의 눈동자는 의뭉스럽게 박 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당신이 정조관이 어디로 갔는지 알았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떡할지를 묻는 겁니다. 그곳이 동구파의 아지트일 수도 있고, 범죄자들만 가득한 소굴일 수도 있죠.”

“그렇다면 차라리 잘 됐지. 그놈들을 죄다 감방에 처넣을 수 있으니깐.”


굉장히 모범적이면서도 단순한 박 형사의 대답에 아카는 입에 헛바람을 넣었다.


“박 형사님 나이가 혹시 어떻게 되시죠?”

“올해 딱 마흔이다만. 그건 왜?”

“아니,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시는 것 같아서 말이죠.”

“뭐!?”


박 형사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고 말았다.

자기보다 한참이나 젊어 보이는 아카한테 세상 물정 모른다는 소리를 듣다니.


“이걸 보시죠.”


아카는 박 형사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노트의 중간 부분을 펼쳐 보여줬다. 솔직히 아카 입장에서 박 형사가 하려는 행위는 그저 자살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뭔데?”

아카가 건네 노트 페이지에는 반듯하면서도 작은 글씨로 무언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박 형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내용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리고 그 노트의 중반부를 읽어나갈 때쯤 그의 표정은 서서히 경악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동구파는 매우 악명 높은 범죄조직 중 하나입니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말이죠. 때문에 정치, 경제, 기술 등등 여러 방면으로 손길이 뻗어 있습니다.”


그 노트 안에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의원들의 정보 데이터와 그에 따른 동구파와의 접선 기록이 적혀 있었다. 적게는 1년에 한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동구파와 접선을 가진 의원들.


“윗선들이 과연 동구파를 치게 놔둘 것 같습니까?”

“······.”


아카의 질문에 박 형사는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김주찬과 한정수 의원의 사건 수색을 함에 있어서도 모든 것이 어영부영 넘어갔었다. 윗선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두 의원의 사건 진상을 밝히는 것 따위 별로 중요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15년을 형사 생활하며 박 형사에게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록 옳지 않은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는 윗선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쾅!

순간적으로 박차고 일어난 탓에 박 형사가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쓰러졌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격양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렇다면······! 이대로 그냥 포기하라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과거처럼 윗선의 명령에 따를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조 형사의 죽음이 그의 가슴 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박 형사님. 걱정하지 마시지요. 제가 이번 사건에 진상을 밝혀낼 테니까요.』


아직까지도 조 형사가 정조관을 수사하기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귀에 맴돌았다. 20대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 그는 매사가 당찼고, 믿음직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는 허무하게도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쾅!


“X발! 그놈의 윗선이 대체 뭐라고!”


그는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포기하세요.”


한껏 격양된 박 형사를 가만히 응시하던 아카는 무심하게 말했다.


“뭐? 포기하라고?”

“당신은 그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고작 윗선의 개에 불과한 당신이 악명 높은 집단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 닥쳐.”

“설마 경찰에서 추가병력을 보내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아마 안 될 겁니다. 금방 다른 사건을 터뜨려 모든 것을 무마시킬 테니.”

“닥치라고!”


박 형사는 결국 분을 이기지 못한 채 아카의 멱살을 꽉 움켜쥐었다.


“넌 알고 있겠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정보 상인이니깐.”


그의 말투는 어느새 분노를 넘어 절박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떠한 일이어도 좋다. 대가로 얼마를 바쳐도 돼. 그러니 방법을······”


어떤 대가도 상관없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카의 무표정 속에서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렇다면 사고자 하는 방법을 바꾸시는 건 어떻습니까?”


아카는 책상 서랍 속에서 한 장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사고자 하는 정보를 바꾸라고?”

“정조관이 어디 갔는지,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런 건 알아봤자 상황을 바꿀 수 없죠. 그러니-”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 따라 그림자가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음험한 분위기 속에서 박 형사는 침을 꼴깍 삼켰다. 반대로 아카의 표정은 차가우면서도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다.


“정조관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사시지요.”


***


‘생각보다 운이 좋았군.’


아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이렇게나 딱딱 들어맞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경찰들의 눈을 피해 정보를 파는 것이 걱정이었던 아카의 입장에서 박 형사와의 접촉은 매우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박 형사와 친분이 있는 김 과장.

그가 바로 아카가 누누이 말한 윗선의 존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윗선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만은 아니다.

나쁜 꿍꿍이를 벌이는 이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이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니깐.


다만, 좋든 나쁘든 그들이 가진 개개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볼 수 있었다.


만약 이번 일로 박 형사에게 빚을 져놓는다면 언젠가 위선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보험이라 생각하면 좋겠지.’


경찰과의 조력 이외에도 동구파의 남은 잔당을 제거하는 것은 아카의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였다.


동구파의 보스였던 동구, 다시 말해 안트라스는 크게 삼 남매를 자식으로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장녀인 킨 플라우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피를 물려받은 탓인지, 인간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을 자행하고 있었다.

실험체들은 그들의 조직원 또는 민간인들.

그들에게 괴물인 안트라스의 혈액과 세포를 인간에게 주입시켜 새로운 생체 병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그리고-


‘안트라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

그런 존재라면 더더욱 처치해야만 했다.

잠재적 위험 인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로써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덜컥-


한편, 박 형사는 쓰러진 의자를 일으켜 세운 후 자리에 앉았다.


“정조관을······ 죽인다고?”


그는 중얼거리며 한쪽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아마 그의 내면 속에서 매우 큰 갈등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정조관은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범죄자이며 그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지금 박 형사가 원하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아카의 말로 그의 머릿속은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까?’


윗선의 개입을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너무나도 관대했다.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지 않고 가해자의 인권만을 생각한다. 혹여나 동구파와 접촉된 윗선의 개입이 존재한다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리 만무했다.


반면 아카의 정보를 산 후, 정조관을 죽인다면 확실한 처벌을 줄 수 있었다.

조 형사가 당한 죽음과 똑같은 죽음을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결국 자신도 살인마가 된다.

취조실 당시에는 급작스러운 상황에 충동적으로 총을 쏜 것이지만, 미리 살인 계획을 하고 사람을 죽인다는 것 자체가 그로서는 매우 큰 죄책감이 와닿았다.


“어떤 명분이든 사람의 목숨을 짓밟는 것은 개쓰레기일 뿐.”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늘 권총을 들어 올리던 오른손을 한 번 쥐었다 폈다.


“X발······.”


마침내 결단을 내린 박 형사는 계약서를 낚아챘다.


“자네가 왜 옛날에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군.”


박 형사는 붉은 인주가 묻은 엄지손가락을 계약서에 찍으며 회상했다.


『남의 목숨보다 늘 자신 주변의 목숨이 더 소중한 법이니깐요.』


아마 아카의 말은 자신의 미래를 미리 예측한 예언이었을지 모른다. 지금 이 상황이 오게 될 것을 미리 알려준 안배와도 같은 말. 만약 그 진위를 조금이라도 일찍 파악했다면, 조 형사가 죽는 미래 따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계약은 체결됐습니다.”

“······나중에 이 일을 후회할지도 모르겠군.”


아카는 계약서를 슥 한번 훑더니 자신의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보를 알려주게. 따로 준비해야 할 것도 있을 테니.”

“준비할 필요 없습니다.”

“뭐? 그게 무슨······.”

“애초에 당신 혼자서 지금의 정조관을 잡는 것은 무리니깐요.”


쾅!


“너 이 자식 설마 사기···!”

“혼자서는 힘듭니다.”


박 형사는 버럭 화를 내려다 순간 멈칫했다. 혼자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는 뜻인데, 동구파를 쓰러트리도록 도와줄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형님이라면 도와주실 수 있겠지만.’


생각이 길어질 때쯤이었다. 마치 박 형사의 생각을 읽든 아카는 말했다.


“평범한 인간들만으로 동구파를 괴멸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때문에 제가 박 형사님을 도울 것입니다.”

“뭐? 네가?”


박 형사 역시 예상치 못한 답변에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내가 뭘 믿고 너랑 같이 다녀야 하지?”

“계약하지 않으셨습니까? 세 번째 조항에 따라 전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

“혹여나 제 힘을 걱정하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지요.”


아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점 바닥 부근에 푸른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박 형사는 느꼈다.


이전 정조관을 보면서 느낀 이질적인 느낌을.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격이 다른 느낌을.


정조관이 단순히 불쾌한 정도였다면 아카의 경우는 끔찍함을 넘어 위험할 정도였다.


“자··· 잠깐!”


박 형사는 서둘러 그를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푸른빛은 점점 거세지더니 시야를 파랗게 물들였다.


오직 선명한 빛만이 존재한 눈앞에서 아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포기가 아닌 복수를 선택한 결과를 보여드리죠.”


***


“아저씨가 안 돌아온 지 벌써 3일이나 지났네······.”


한편 미국에 간 아카를 기다린 것은 박 형사만이 아니었다.

불과 10살에 불과한 꼬맹이. 이산.

그는 박 형사처럼 아카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박 형사와 달리 어떠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기다린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순하게, 마치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아카를 기다려 온 것뿐이었다.


“이··· 이게 뭐야······?”


산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카식 정보 상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보 상점을 본 산이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얼음?”


아카식 정보 상점은 마치 빙산이 생각날 정도인 큰 얼음 결정체로 변해 있었다.


작가의말

저는 개인적으로  떡밥 회수가 완벽한 글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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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화. 정신을 빼앗기지 마라 20.11.20 40 1 12쪽
48 48화. 진실을 마주하며 20.11.19 4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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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쟁탈전 20.11.16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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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회상(1) 20.10.30 46 2 12쪽
34 34화. 살인의 이유 20.10.29 47 2 10쪽
33 33화. 대면 20.10.28 56 2 12쪽
32 32화. 흑화 +2 20.10.27 53 2 14쪽
31 31화. 또 다른 선택 20.10.26 65 2 12쪽
30 30화. 마지막 20.10.11 56 2 12쪽
29 29화. 다섯 번째 20.10.08 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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