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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4.06.15 17:40
최근연재일 :
2015.07.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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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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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Ⅴ

DUMMY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듯, 이데아를 끌어 무한히 다룰 수 있던 이능이 점점 두제를 거부하는 것처럼 줄어든다. 손에 쥐어지는 이데아가 모래처럼 흩어지고, 손실 없이 완벽하게 변환되던 이능들이 효율 나쁜 발전소처럼 소실된다.

‘…아니, 이쪽에서 거부하는 건가.’

거의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 두제는 거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이해를 마친다. 이능이 두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었다. 반대다. 바로 ‘그 자신’이다. 그는 스스로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기 자신의 권능을 밀어내고 있었다.

신성. 신의 자리가 갖는 그 성격은 이데아를 이해하고, 지배함으로서 세상에서 완전히 자립하는데 성공한 존재인 반신조차 온전하게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다. 두제는 자신이 속절없이 약해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전혀 손쓰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깎여나가는 힘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한하던 힘은 마침내 이전처럼 한계가 생겼다.

완벽하던 기술은 마침내 구멍이 숭숭 뚫려 누구라도 빈틈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절대적이던 위압감은 마침내 흩어지고 여려지며 적응되어 무의미해졌다.

그저 필요하지 않았기에 언데드 외에는 아무것도 불러내지 않은 ‘아군을 부르는 행위’가 그대로 봉인되었다.

그저 무적이었기에 사용하지 않았던 ‘아이템’이 그대로 봉인되었다.

그저 숨 쉬듯이 자연스러웠기에 터무니없이 발전했음에도 신경도 쓰지 않았던 역량이 침체된다.

더 이상 그의 힘은… 반신의 완벽함을 자랑하지 못했다.


마치 깊은 해구의 심연에서 춤을 추는 듯한 답답함이 두제를 감싼다. 불과 날아오던 화살이 적진을 벗어나지도 못한 찰나의 순간동안 이루어진 변화. 호흡을 들이쉬는 순간순간마다 ‘순순히 죽어라.’라는 소망이 끝없이 밀려오며 그를 약화시킨다.

여태까지 든든하게 두제를 도와주었으며, 자신들을 위해 움직이도록 많든 ‘대다수 유저들’의 염원은 이제 그를 찌르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크읏…!”

콰르르르릉!

그러나 아직은 유저들과 격이 다를 정도로 강하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반신이 된 두제의 힘이란 그야말로 저 끝없는 하늘과 같아서 아무리 빈틈이 생기고 약해지는 중이라 하더라도 유저들로서는 막막할 정도로 강대한 것. 두제의 몸에서 뿌려진 뇌전의 오라가 그를 덮으며 날아들던 공격들을 일거에 태워버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콰드득! 쾅! 퍽!

“언데드들이 약해졌어!”

“사제님들 신성력 뿌려주세요!”

“약해졌어도 아직 그리 만만하지는 않아요! 다들 조심!”

두제 자신이야 어느 정도 약해진다 하더라도 상대가 원체 고만고만하다보니 쉽게 들통이 나지 않으나 그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다르다. 두제의 언데드들은 원체 시체가 저질이다 보니(두제의 수준에서) 그 위력의 대부분을 소환자의 실력으로 메꾸고 있는 상태였기에 두제가 약해지자 그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져버린 것이다.

처음 소환되었을 때의 압도적인 위력을 잃은 언데드들의 수준은 급격히 떨어진다. 순식간에 본래의 반도 되지 않는 수준까지 약해지니 유저들은 아예 통하지도 않던 공격이 그나마 조금씩이나마 통하는 것을 보며 환호한다. 약해졌어도 거의 레이드를 해야 하는 수준이었지만 처음의 괴악한 힘에 비하면 그게 어디인가.

게다가 두제가 계속 약해지고 있듯 언데드 역시 꾸준히 약해지고 있다. 그러니 유저들의 사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올라가고, 두제는 무한대로 중첩되고 있는 ‘소망’의 진격에 수렁에 빠지듯이 점점 약해지는 자신의 상태를 보며 이를 갈았다.

‘망할… 이대로는 안 돼. 흐름을 봐선 죽을 때까지 계속 약해질 거야.’

유저들의 소망이 두제의 사망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상 약화는 한도 없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두제는 자각하고 있었다. 유저들은 그런 두제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예 관심도 없이 그저 불사의 힘을 믿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라고 확신하는 전법.

솔직히 전법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었던 전법이나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시시각각 약해지는 두제를 상대로 무조건 시간을 끄는 장기전은 반드시 유효한 최상의 계책이 된 것이다.

거기에 최악인 점은 두제가 건재할 때까지만 해도 몸을 사리며 물러서 있던 이들이 전황을 보고 눈을 빛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이 전장에서 몸을 사리는 유저들은 두제 기준에서야 개미나 다름없이 약한 존재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진짜배기의 강자들이다.

10억이라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강자들이나, 아예 10억을 받을 조건에서 제외된 사성게임단의 길드 마스터 주작과 수백에 달하는 길드원 등 어설픈 유저들처럼 ‘돈’이라는 미끼에 휘둘리지 않는 이들은 그저 조용히 다른 유저들이 두제의 힘을 깎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놈들이 본격적으로 덤벼들면 힘들어져. 지금처럼 싸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거고.’

신성의 영향만 아니었어도 비웃었을 이들이지만 약해지는 지금으로서는 부담스럽다. 당장이야 문제가 없다지만 약해지는 기세를 봐서는 유저들이 진짜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그리 멀지 않다. 그때가 되면 승냥이처럼 움직이기 시작하는 저들의 힘은 감당하기 어렵겠지.

끄득- 콰르르르릉!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후퇴해서 후일을 바라보는 것.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그마저도 그리 쉽지 않다. 두제더러 죽으라고 강요하는 저 소망은 단순히 능력치에만 작용하지 않는다. 정신적인 부분이나 두제의 개인적인 능력마저도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시련을 진행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사고가속조차 사용하기 어려워 몇 번이고 뇌전의 오라를 흩뿌리며 공격을 막아내며 고민하고, 평소에는 숨 쉬듯 발동되던 스킬의 활용도 어려워져 가장 간단히 발동할 수 있는 오라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 다한 수준. 그리고 그것은 생각보다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도망치는 것조차도 어렵다는 점. 공간이동은 모든 기술 중에서도 상위에 꼽히는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완전한 상태의 두제야 뭐 그냥 솜털을 드는 것처럼 간단하게 사용하겠지만 지금의 두제로서는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끝없이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큰 공격을 날려서 시간을 벌고… 후퇴한 다음 대책을 강구해야겠군.’

어쩌면 이 신성에는 대책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두제로서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었다. 무한하던 힘이 제약당하긴 했어도 두제는 두제. 그가 작정하고 공격을 준비한다면 소모는 크더라도 그 위력은 틀림없이 두제가 공간이동을 준비할 동안 저들의 포화를 막아낼 정도는 되리라.

콰르르르르릉!

오라를 뇌전의 형태로 퍼부어 다시금 다가오던 유저들과 날아오는 공격들을 요격한 두제는 마법을 준비한다. 저주처럼 다가오는 ‘소망’의 영향으로 아이템의 도움마저 받지 못하는 두제지만 본신의 마나만으로도 약간의 준비만 있다면 고작 유저들 따위는 간단히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을 발동할 수 있다.

뇌전의 오라가 만들어낸 짧은 시간을 절묘하게 노려 만들어낸 마법이 그대로 손을 뻗은 두제로부터 준비를 끝마친다.

“꿰뚫어라, 섬광!”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앗------!

두제의 머리 위로 빛이 별빛을 가루로 만든 것처럼 아름답게 빛나며 몰려든다. 발동하는 것은 11단계의 광휘마법, 별빛의 쇄파. 본래 두제가 알기만 했지 사용해본 적은 없는 이 강대한 마법은 그 수려한 이름대로 아름다운 별빛처럼 빛이 송이송이 뭉치고 또 뭉쳐서 거대한 구체를 만들어낸다.

한 조각 한 조각이 따로 나뉜 빛의 군집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예술품이다. 만일 예술을 아는 이들 앞에다 이 마법을 내놓고 사진을 찍기 전에 없애버린다면 사생결단이 일어날 정도로. 그러나 예술에는 영 관심이 없는 두제는 그 예술적 가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시동어를 외친다.

“별빛의-- 쇄파-------!”

파아아아앗! 비비비비비비비비비빙-

한껏 뭉쳐있던 빛의 구체가 폭발하듯 자신을 구성하던 빛의 조각들을 사방팔방으로 뻗어낸다. 그 조각의 숫자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의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8~9단계 대규모 마법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품고 있다. 아무리 약화됐어도 반신으로 각성한 상태의 두제가 아니었다면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초대형 마법.

비록 쏘아지는 빛의 탄환들이 빛답게 광속으로 움직이지 않고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천천히 날아간다는 점은 흠이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느릿한 편이기에 시간을 끌기에 좋다. 두제는 마법이 시간을 끌어주는 틈을 타 이동하기 위해 공간이동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순간… 두제를 경악하게 만드는 외침이 들려온다.

“울어라-! 울부짖는 요새-------!”

키야아아아아아아아앗--------!

선화의 마지막 일격을 받아낸 최강의 방패. 공격이 막히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는 바람에 알고 있는 아이템을 들고 있었음에도 선화에게 시선이 너무 쏠렸기에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방패. 두제가 팔았던 바로 그 아이템.

울부짖는 요새가 다시 한 번 두제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소름끼치는 포효와 함께 두제가 만들어낸 별빛의 쇄파는 순식간에 소멸했고, 공간이동을 준비하기 위해 무방비 상태가 된 두제를 향해 유저들의 공격이 반갑다며 달려든다.

콰과과과곽- 퍼버버버버버버벙!

“지금이다! 제대로 무방비야!”

“죽여!”

절묘한 순간이었다. 한순간 무방비 상태가 된 두제를 보고 격하게 흥분한 유저들의 ‘소망’이 두제의 방어수단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두제의 생명력은 아무런 보정이 없는 상태로 유저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수준이었기에 쳐놓은 방어기술들이 부서지는 순간 쏟아지는 공격에 순식간에 생명력이 깎여나간다.

뿌드드드득-

멈추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줄어드는 생명력에 두제는 이를 갈아대면서 그가 팔았고 그의 공격을 거침없이 제거해준 울부짖는 요새의 소유자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는 거리라는 장벽이 있었으나 두제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약화되고 있고, 거침없이 난타당하며 생명력이 0을 향해 급격히 줄어드는 입장이라고 해도 그는 두제.

이정도 거리라면 입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지금처럼.

“에휴. 나, 참. 시간이 얼마나 소모된 거지? 진짜 귀찮은 놈이네. 적당히 사고내서 치료비로 묶어두면 설설 길거라고 생각했는데…….”

두제의 최후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긴장이 풀린 주작은 하늘에 대고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그것을 두제가 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채. 하기야 그는 두제에게 딱히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다지 큰 의미는 없지만.

그저 이제야 선화가 말하지 못하고 숨을 거둔 진실을 안 두제가, 마침내 마음과 말 모두가 새하얗게 스러져서 분노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뿐. 할 수 있는 거라곤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는 순간까지도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던 마지막 선마저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로 넘는 것밖에 없다.

반신으로 각성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비장의 기술을.

“그랜드… 크로…!”


[사망하셨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미처 두제가 그 이름을 다 말하기도 전에… 그의 생명력은 이미 유저들의 집중포화에 0이 되어 사망하고 말았으니까.


작가의말

흠냐. 화요일에 늦은 관계로 오늘은 조금 일찍..


음. 근데 이만큼 굴렸으면 두제는 많이 굴린 수준인가요? 별로 안 굴린 것 같은 기분인데..


아직 덜굴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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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27. 악신강림Ⅲ +11 15.06.23 520 22 12쪽
163 27. 악신강림Ⅱ +11 15.06.20 614 21 12쪽
162 27. 악신강림Ⅰ +16 15.06.18 620 26 11쪽
161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Ⅵ +22 15.06.16 616 23 12쪽
»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Ⅴ +16 15.06.13 640 25 12쪽
159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Ⅳ +10 15.06.11 630 20 11쪽
158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Ⅲ +17 15.06.09 644 24 12쪽
157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Ⅱ +14 15.06.04 660 25 11쪽
156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Ⅰ +12 15.06.02 652 26 12쪽
155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Ⅹ +16 15.05.30 607 27 11쪽
154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Ⅸ +17 15.05.28 614 25 12쪽
153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Ⅷ +13 15.05.26 607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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