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비듀얼리티 앤드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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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엘라나스
작품등록일 :
2014.06.15 17:40
최근연재일 :
2015.07.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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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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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9. 모순의 왕과 게임의 주인Ⅱ

DUMMY

“거 참 스케일이 크기도 하지.”

자기가 되찾고도 어이가 없는 두제는 픽 웃으며 걸음을 멈췄다. 아무리 기초적인 틀에 불과하다지만 틀림없이 처음에 그가 신물로서 만들어낸 것은 세계. 기존의 세계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별개의 세계를 만들어냈으니, 완성된 최고의 RPG게임은 아니더라도 최고의 RPG메이커를 만들어낸 수준. 심지어 거기에 베르크의 수작이 이래저래 더해진 지금에 이르러서는 진짜로 하나의 세계로서 ‘완성’되어 있다.

NPC의 영혼에 대한 문제나 게임 자체가 갖는 한계 등 여러모로 한계가 명확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실로 최강의 신물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애초에 같은 신물인 빙마성포조차도 아이템이라는 이름으로 그 틀 속에 가둬졌다는 점에서 그 강대함이야 이루 말할 필요가 있을까?

비록 그것이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의 강함이라도 이정도 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두제가 ‘게임 속’이라는 전제가 붙는다지만 모든 분야에서 반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인디비듀얼리티 앤드 퀘스트 역시 마찬가지니까.

‘어떤 식으로 편승을 했다는 건지 몰랐는데 이런 식이었나.’

자신의 세계에서만은 절대적이다. 진리를 조율하며, 법칙을 지배하니… 그것은 신의 영역. 반신인 두제의 몸으로 제한적이나마 신역에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지금까지는 스스로 자신이 만든 신물 자체를 잊어버리고 있었기에 붕 뜬 상태였지만…

이 신물을 다루는 두제는, 게임 속에서 ‘신’이 된다.

이는 두제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물의 힘에 기여를 한 베르크 역시 마찬가지다. 본 주인인 두제가 게임과 현실을 가리지 않는, 자신의 능력과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을 소망해 기존의 신물을 포기하고 새로운 신물을 얻는 순간 그는 두제를 대신해 소유권을 획득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본래 부족하던 힘을 채웠다. 그랬기에 베르크는 고작 반신 두 명에 잡것 몇몇의 힘으로 부활한 몸인 주제에 신역에 달한 절대적인 힘을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편승. 지금쯤이면 베르크도 느끼고 있을 것이었다. 그가 쥐고 있던 절대적인 힘이 줄어들고 있음을. 물론 두제가 신물을 되찾았다곤 해도 명색이 최강의 신이었던 베르크가 한 번 쥐었던 힘을 속수무책으로 전부 뺏기지는 않겠지만… 상대의 힘은 줄었고 자신의 힘은 늘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두제는 ‘오오.’하며 아홉 개의 꼬리를 얻은 자신을 선망어린 눈길로 보는 여우들을 한 번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다녀올게.”

“네?”

정말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두제의 말에 선화가 당황하며 답했다. 두제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것쯤은 그의 꼬리만 봐도 알 수 있는 노릇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바로 간다니. 보통 새로운 힘을 얻었으면 좀 적응도 하고, 활용도 해보면서 익숙해지는 게 수순 아니던가.

그러나 두제에게는 그럴 필요도, 시간도 없었다. 그는 이미 한 번 빙상설우의 원본이라는 신의 힘을 다뤄본 적이 있는데다 그가 쥔 것은 누구에게 받은 것도 아닌 자신의 신물로 인해 더해진 힘이었으니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할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두제는 베르크에게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는 예전에 최강의 신이었던 몸. 그는 죽어있는 상태였음에도 그의 예상대로 세계가 흘러갔고, 그의 계획대로 부활할 정도로 무서운 존재. 두제가 신물을 되찾은 사실을 알고 새로운 계획을 세울 시간까지는 몰라도 그가 무언가 새로운 조치를 취할 시간까지는 주고 싶지 않았다.

“끝을 봐야지.”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여우들을 한 번씩 더 마음을 담아 쓰다듬어준 두제의 몸이 마침내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사라진다.


“왔느냐.”

베르크는 두제가 나타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난 두제에게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두제는 그와의 격차가 이제는 현격히 좁아졌음을… 아니, 솔직히 말해 힘으로 따지면 그가 우위에 있음을 느꼈다.

‘승리를 자신할 수 있냐면 그건 또 아니지만.’

싸운다면 백중세 정도일까. 생각보다 많은 힘을 유지하고 있는 베르크의 기량은 두제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으니, 아무리 힘의 격차가 있다 한들 쉬운 승리는 없다. 그저 이전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위안을 얻을 뿐.

“솔직히 놀랐구나. 설마하니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할 줄이야. 은야라고 했던가… 그 아이, 힘의 크기는 몰라도 그 경지는 그 옛날의 나와도 비교 할 수 없어. 하긴 그러니까 내 일을 방해했겠지만.”

“우리가 이렇게 한가롭게 대화나 나눌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인지 전의를 전혀 보이지 않는 베르크를 향해 두제는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베르크는 그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 우리는 평화롭게 대화를 나눌 사이인데. 아이야. 내가 했던 제안은 생각해보았느냐?”

“……?”

두제는 의아한 표정으로 베르크를 쳐다보았다. 설마하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 제안을 언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일이 틀어졌다는 사실을 모를까? 아니다. 이미 두제가 모습을 드러낸 이상 만에 하나라도 그는 두제의 손에 다시 원래의 신물이 쥐어졌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없다. 설마하니 진짜로 내가 이 세계를 탐해 너를 수하로 들이려 했겠느냐.”

“아니었다고?”

“그럴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부산물일 뿐. 애초에 힘만을 탐했다면 강제로 탈취하면 쉬웠을 것을 굳이 그런 제안까지 해야 했을 이유는 없지.”

그럴듯한 말이었다. 애초에 선려가 끼어드는 순간까지 베르크가 두제를 죽일 기회는 지금 두제가 생각해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베르크는 구태여 그를 살려두고 제안했다. 자신과 함께하자고.

“왜? 어째서?”

아무리 두제가 그 어린 나이에 선계가 점찍은 인재이자 반신이 되는 순간 한정적이나마 신의 힘을 다루는 신물을 탄생시킬 정도의 거대한 그릇이었다 하더라도 베르크에 비하면 한낱 개미 수준에 불과하다. 신의 힘을 다루는 영역에서 힘의 격차는 곧 통찰력의 격차. 두제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베르크의 속을 꿰뚫어볼 수 없었다.

“이유를 묻는다면 사실 딱히 없다. 나는 그저 너를 내가 만들 세상에 놓고 싶었을 따름이니.”

“당신이 만들 세계…….”

두제는 베르크의 말에 은야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제안은 표면 그대로 봐야 한다고, 다른 의도 없이 원래부터 두제를 그냥 수하로 들이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었던 말. 그리고 그의 방법이 대책 없고 과격할 뿐 악하지는 않다고 했던 말을.

“꽤나 탐탁찮아 보이는구나.”

두제의 마음속을 마치 꿰뚫듯 베르크가 말했다. 신에 해당하는 힘을 얻었다 하더라도 베르크의 통찰력을 벗어날 수는 없기에 너무도 쉽게 읽힌다.

“일단 들어보기라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리고 두제는 그의 다음 말을 들으면서 은야가 그녀의 경지를 생각했을 때 절대 빼먹었을 리 없던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렸다. 그렇다. 그녀는 하지 않았다.

베르크의 제안을 거절하지 말라는 말을.

그것이 뜻하는 바는…

“그녀 역시 네게 판단을 맡긴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두제에게 직접 그 제안을 판단하라는 뜻. 두제는 베르크의 말과 같은 생각을 떠올리며 그녀가 왜 그랬을지 생각했다. 애초에 베르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그를 데려다 여우족마저 살려주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빼먹다니.

“착각하고 있구나.”

그런 그에게 베르크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슨 뜻이지?”

“그녀의 의지까지는 내가 알아보지 못하겠으나 그녀에게 의뢰한 마신의 생각은 잘 알고 있지.”

‘진짜 괴물 같으니. 어떻게 전부 알고 있는 거야?’

선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은야의 존재도 제대로 몰랐던 베르크가 지금은 속사정까지 낱낱이 알고 있으니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두제가 잠정적으로 싸워야할 적의 끝 모를 능력에 황당해함을 일부러 모르는척하며 베르크는 말을 이었다.

“마신이 바라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결말뿐. 선한 신이라 불리면서도 그가 마신인 이유는 그가 그 결말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든 용인하기 때문이지.”

악에 물드는 것도, 마성에 젖는 것도, 하다못해 베르크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도. 마신은 전부 용인한다. 그것이 행복한 결말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선도 악도 의미가 없다는 것은 그런 뜻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행복한 결말’만을 의뢰받은 은야는 딱 필요한 만큼만 행했다.

두제가 베르크에게 제안 받을 때는 그가 그것만으로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회수해서 여우족을 부활시켰으며, 그가 베르크와 대등한 위치에서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을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때의 두제는 선택을 강요받았으며, 그 결과로 영원히 여우족을 되찾지 못하는 불행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관없다. 두제는 여우족을 되찾았고, 차분히 베르크의 제안을 새겨보며 ‘선택’할 권리를 얻었으니까. 그는 어떤 결말을 보더라도 이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해서 행복하게 결말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방식은 분명 대책도 없고, 과격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기에 나에게 동참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세계가 터무니없이 피조물들을 괴롭히는 형상이기에.”

“…무슨 뜻이지?”

결국 두제는 베르크의 제안을 들어보기로 했다. 베르크는 그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아이야. 너는 이 세상이 진정으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느냐?”

솔직히 말해서 두제는 세상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었으므로 대답하지 않았다. 베르크는 그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와 같이 젊은 아이들은 흔히 잊어버린다. 아니, 잊어야만 하지. 이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 강대한 신들조차 손쓸 도리 없이 너희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법칙을. 그리고 이내 잊어버렸으나 몸 깊숙이 새겨진 두려움을 자긍심이라는 형태로 해소하고 착각하며 더욱 깊숙이 묻어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항거할 방법이 없기에 잊어버리고 무시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피할 도리가 없기에 그 불행을 자신들이 빛나는 이유라 외치며 애써 자위한다. 생각해낸다면 두려움에 휘감기기에 진실을 무심코 왜곡하고 착각하며 파묻는다.

“언젠가 너희들의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을. 언젠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확정적으로 이별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수명이 있기에 삶이 소중하다 자위하고,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빛난다고 자위한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자신만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지 않는다. 간접적이건 직접적이건 많은 죽음을 바라봄에도.

그것은 모든 이들이 순리라고 말하는 것.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는 것을.”

그 어떤 진리보다도 절대적인 진리에 거역하며, 베르크는 반역자가 되었다.


작가의말

흠냥. 식별번호는 왜 자꾸 없다고 지랄인지 원..


오늘도 좀 늦었네요. 쩌비..


뭐, 은야야 더 많은 것을 내다봤지만 이제 완결나는 마당에 작중에서 언급할 필요 없어서 제꼈고..


해피엔딩도 두제의 해피엔딩만 바라는 모양새긴 한데 두제의 성향상 두제쪽이 해피엔딩을 맞으면 지구 전체가 나름 해피엔딩이라서요. 얘가 빡돌면 미치는 스타일이잖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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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29. 모순의 왕과 게임의 주인Ⅲ +8 15.07.14 566 13 13쪽
» 29. 모순의 왕과 게임의 주인Ⅱ +8 15.07.11 511 20 12쪽
171 29. 모순의 왕과 게임의 주인Ⅰ +8 15.07.09 569 19 12쪽
170 28. 해피엔딩 메이커Ⅴ +10 15.07.07 562 19 13쪽
169 28. 해피엔딩 메이커Ⅳ +10 15.07.04 539 24 12쪽
168 28. 해피엔딩 메이커Ⅲ +6 15.07.02 616 22 12쪽
167 28. 해피엔딩 메이커Ⅱ +9 15.06.30 658 21 12쪽
166 28. 해피엔딩 메이커Ⅰ +9 15.06.27 580 20 13쪽
165 27. 악신강림Ⅳ +11 15.06.25 602 20 13쪽
164 27. 악신강림Ⅲ +11 15.06.23 520 22 12쪽
163 27. 악신강림Ⅱ +11 15.06.20 614 21 12쪽
162 27. 악신강림Ⅰ +16 15.06.18 620 26 11쪽
161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Ⅵ +22 15.06.16 616 23 12쪽
160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Ⅴ +16 15.06.13 639 25 12쪽
159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Ⅳ +10 15.06.11 630 20 11쪽
158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Ⅲ +17 15.06.09 644 24 12쪽
157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Ⅱ +14 15.06.04 660 25 11쪽
156 26. 심연보다 더 깊은 곳Ⅰ +12 15.06.02 652 26 12쪽
155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Ⅹ +16 15.05.30 607 27 11쪽
154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Ⅸ +17 15.05.28 614 25 12쪽
153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Ⅷ +13 15.05.26 607 25 13쪽
152 25. 최종무곡(最終舞曲)Ⅶ +12 15.05.23 748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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