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법칙 48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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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ale87
작품등록일 :
2020.09.01 15:26
최근연재일 :
2020.11.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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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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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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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조 우주와의 조우

DUMMY

“1+1=?”


또 시작이다! 6~7살 정도의 다 헤어진 삼베옷을 입은 남자아이이다. 꼬마는 두 개의 검은 구슬이 달린 머리끈을 흔들며 김호에게 최면을 건다.


“크응.”


김호는 팔짱을 끼는 잠버릇 탓에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휴! 휴!


꼬마의 입김이 그의 귀를 타고 머리 정수리로 올라간다.


“빨리 풀어라! 가만 안 둔다. 하나. 둘....”


김호가 숫자 셋을 세기도 전에 몸의 마비가 풀린다. 그사이 꼬마는 도망가고 없다.


“하! 어디 꼬마가 꼰대 방식이냐?”


창문 앞에는 백골까지 출몰하여 바람에 흔들리듯 이리로 저리로 흐느적거리고 있다.


“할로윈 파티냐?”


의복이 아예 없는 것으로 보아 몇 백 년은 족히 되었으리라. 백골의 팔이 접혀 천장까지 닿는 것을 보니 점점 인간성을 잃고 힘을 축적하고 있는 듯하다.


“이모는 일어났나? 이모....”


거실은 더 가관이다. 대여섯 명이 노래까지 부르며 자는 영숙의 위에서 방방 뛰고 있다.


쿵. 쿵.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그러나 영숙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모르게 자고 있다.


‘왔더헥....’


김호는 영숙을 흔들어 깨웠다.


“이모! 이모! 일어나!”


“으응....함.... 왜?”


영숙은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일어나!”


김호의 단호한 목소리에 영숙은 눈을 비비며 서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왜 짜증이야?”


“한국에서 알아주는 엑소시스트라며? 위에서 뛰고 있는데도 몰라? 나는 꼬마 가위까지.... “


김호는 괜히 영숙에게 화풀이하였다.


“너무 졸려서 그렇지. 이눔의 시끼! 유학 갔다 오더니.... 너 잘났다! 킥킥... 아이고! 우리 김호, 오, 아기 동자 총각 보살 될 뻔했네.”


그녀는 고소하다는 듯이 킥킥댄다. 그녀는 머리부터 묶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내가 무슨 엑소시스트? 아니라고! 사람들이 지들 마음대로 생각하는 거지!”


영숙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 너 말대로 나는 다른 사람들 전생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보잖아.”


“제발... 전생 최면 함부로 하지 좀 마! 위험하다고 몇 번을 말해!”


김호가 벌컥 화를 냈다.


“알았시요. 알았시요! 김 여사님 오기 전에 씻고, 서류부터 작성해야지!”


영숙은 욕실로 향했다. 김호는 거실의 통유리 창문을 활짝 열고 한강을 바라본다.


가구라고는 소파와 커피 테이블밖에 없는 이 넓은 아파트는 법률 법인 대표가 새로 분양받은 집이고 주인은 이사 오기 전 점검하는 차원에서 영숙에게 의뢰를 맡겼다.


한강을 바라보는 이 고급 신축 아파트는 불행하게도 저승길이 집의 중간에 나 있는 집이다.


‘길이 끝이 없네....’


원래 한강은 삼도천 중에서 가장 등급이 낮은 저승길로 한민족의 고통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어! 더러워!’


그래서 ‘영안’(Third Eye)이 제대로 열린 사람이 보면 한강은 그야말로 흑해와 같고 더럽기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오늘도 엄청나네....’


한강을 지나가는 영혼들도 가장 허름한 차림새이다. 거기에 덧붙여, 저승사자들이 한강을 지나는 영혼을 통솔하기 쉽게 삼도천의 울타리를 말린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들고 울타리 곳곳에 쇠로 만든 종을 달았다.


‘또 들어오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자들은 늘 생긴다. 이 아파트처럼 저승길이 아파트 중앙을 통과하는 집이라면 살지 않는 것이 좋다.


삐리리- 삐리리-


도어 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도어 스크린에는 두 여자가 보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영숙이 달려 나가 문을 열어준다.


안경 낀 김 여사가 김호를 보며 반갑게 인사한다.


“아, 방학이라고 잠깐 들어온 조카. 반가워요!”


“안녕하세요!”


“호! 너는 들어가! 소파에 앉으세요!”


영숙이 그들을 거실 소파로 안내하고 김 여사의 친구는 사 온 커피를 내민다.


“여기, 커피 드세요.”


거실에서 꽤 심각한 얘기가 오고 가는 듯하다.


“박 선생님! 어때요?”


김 여사는 성격이 급하다.


“제 생각에는 집이 좀 탁하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래요....”


영숙은 사람들이 알아듣는 선까지 얘기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 선이 일반인과 구별되는 적정선이다. 때로는 말 자체도 어려운 법이다.



그들이 떠난 후, 어느덧 거실은 다른 손님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오늘도 그들은 무엇이 그리 신이 나는지 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쿵쿵 탁 쿵쿵 탁....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까르르 까르르....


“와아! 저것들이 우리 있다고 더 설치네. 죽어도 노는 재미는 못 버리고 저 지랄이지 쯧쯧....”


영숙이 설거지를 하며 혀를 찼다. 김호는 거실의 통유리 창을 통해 한강의 야경을 보고 있다.


스스스스....


쨍—- 쨍쨍—-


삼도천과 연결된 대나무 다리인 건죽도에는 낮보다 더 많은 영혼이 건너고 있다.


수백 개의 메마르고 텅 빈 눈. 서로 밀고 밀리며 맨발들이 부딪치는 소리. 저승사자들의 단말마 같은 고함.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울타리와 종소리.


그들이 지나간 한강은 오물이 쏟아진 것처럼 더러워진다. 검고 또 검은 악취가 여기까지 풍기는 것 같다. 피난길이 따로 없다.


“호! 마이크! 이리 와!”


소파에 앉은 영숙이 소파를 두드린다.


“왜 호떡이라고 부르지?”


김호는 소파 아래 바닥에 앉아 소파에 기댄다.


“야, 사춘기냐?”


“무슨... 돼지!”


서로 보며 씩 웃는다.


“쟤들 반상회 하려나 봐! 내일 비 오겠다....”


벌써 이탈자가 이 집에만 20명이 넘는다. 베란다에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공중을 응시한 채 서서 흐느적거린다.


“정말, 오늘만큼은, 편하게! 자고 싶다...”


김호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린다.


“네 뜻대로 될 듯싶으냐? 꿈 깨라! 하암~”


영숙이 하품을 하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이모! 자! 나도 잘게!”


“하암! 잘 자!”


김호는 방에 들어와 창문을 열어젖힌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 공원에는 수많은 회색 가로등이 서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불빛에 스르르 그의 눈이 감긴다. 밤공기가 폐부를 찌르는 듯 서늘하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고요하다. 고요하다. 공기의 층들이 안개처럼 하얗게 쌓이는 것이 보인다.


사각사각...


영숙의 코를 고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그녀의 발소리는 아닌가 보다.


수많은 가로등 불빛들이 한강의 야경과는 완전히 다른 장관을 이룬다. 수많은 회색 가로등 속에 골든 라이트가 나지막하게 떠다닌다.


‘원. 투. 쓰리. 세 개의 골든 라이트.’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김호는 손을 뻗어 골든 라이트에 손바닥을 대는 시늉을 한다. 골든 라이트는 그의 손바닥으로 가려질 만큼 작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다. 공기 속의 공명이 전혀 없다. 다른 언어다. 공기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언어다. 일종의 텔레파시이다.


“착각인가...? 후우우- 후우우-”


김호는 입김을 불어본다. 입김은 그의 귓가에 메아리처럼 들린다.


골든 라이트가 더 강렬하게 빛을 뿜어내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보아라! 여기는 액소시스트의 영역이다. 저승길에 있으면 안 된다. 너와 영숙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


아무리 봐도 골든 라이트는 가로등의 실버 라이트와는 본질적으로 이질적이다. 또 이 세계와도 이질적이다.


“명심해라! 넌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김호는 회의적인 표정으로 골든 라이트를 보았다.


“문을 열어라. 보일 것이다!”


골든 라이트가 점점 가까이 그에게 다가오자, 그는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다. 김호의 눈이 거대해진 골든 라이트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간다.


쑤우욱....


김호의 눈앞에 광활한 우주가 펼쳐져 있다.


‘와아!’



한 점의 불빛도 보이지 않는 암흑. 크고 작은 암석들이 둥둥 떠다니는 광대한 우주와 대비되는 고대 로마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건축물.


그곳에는 수많은 골든 라이트들이 눈꽃처럼 하늘에서 쏟아졌다 다시 올라갔다 하며 그네를 타듯이 넘실댄다.


‘유성 같다!’


그곳의 중앙에는 거대한 골든 라이트가 서 있다.


‘학교...!’


2만 개에 가까운 골든 라이트들이 무리를 이루며 텔레파시로 서로 속삭인다. 스승과 제자들이 계속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물결처럼 넘실거린다.


‘공간 이동이닷!!!’


스승은 머리가 되고 제자들은 꼬리가 되어 슈퍼 혜성으로 변신한다. 혜성은 이 은하계에서 저 은하계로 자유롭게, 빠르게, 유영한다. 태양계의 수천 배 크기의 은하계도 거리 때문인지 김호의 눈에는 한주먹만큼 작다.


색색의 물감이 검은 캔버스에 흩날리듯이 혜성은 이 은하계에서 저 은하계로 춤추듯이 넘나들며 칠흑 같은 우주를 환하게 밝힌다. 혜성의 활발한 날갯짓에도 우주는 그야말로 고요하다.


‘우와! 아름답다!!!’


김호는 그 스승이 본인이며 지구에 오기 직전의 전생임을 직관한다.


‘나다!’


속으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래. 너다.”


다시 골든 라이트가 말한다.


“잊지 마라!”



팟!


골든 라이트는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김호의 눈앞에 고요한 아파트 공원이 보인다. 가로등의 실버 라이트가 조금 전보다 환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쩌면 김호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김호는 5분처럼 느껴졌던 교신이 2시간 이상 걸렸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것이 그가 가진 우주와의 첫 교신이었다!


그러나, 그날 그가 교신한 우주 에너지가 누구인지 알게 된 것은 미국으로 돌아간 후 한참이 지나서였다.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다....’


건죽도의 종소리가 다시 세차게 울린다. 오늘도 건죽도를 건너는 영혼의 발걸음 소리가 시끄러운 종소리에 묻혀 버린다.


터벅터벅...


쨍—-쨍쨍——


김호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


‘영안’(Third Eye): 미간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눈. 영안을 뜨면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지상계, 저승계, 천상계에 따라 영안의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초능력자들에게 영안은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자기가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환생을 거듭할수록 더욱더 영안을 계발하려고 노력한다.


‘교신’: 교신의 형태는 언어일 수도 있고 숫자일 수도 있고 문자와 그림일 수도 있다. 이 에피소드의 김호처럼 차원 이동할 수도 있다.


작가의말

가독성을 위해 1편(7500자)를 2편으로 나누어서 올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 데게로
    작성일
    20.09.20 00:42
    No. 1

    여러 번 정주행하고 보니, 구성이 참 탄탄하다고 해야 하나. 제가 말주변도 글주변도 없어서.. 버릴 게 없습니다.. 주말에 술 마시며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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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72조 수도사 20.11.14 15 0 13쪽
71 제71조 아소스는 누구야? 20.11.13 13 0 13쪽
70 제70조 너라면 용서할 수 있어? 20.11.11 15 0 14쪽
69 제69조 인생 뭐 별거 있어 20.11.09 14 0 13쪽
68 제68조 리얼 뱀파이어 킹 20.11.07 12 0 13쪽
67 제67조 무슨 일이야? 20.11.06 13 0 13쪽
66 제66조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봐 20.11.04 15 0 14쪽
65 제65조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20.11.02 14 0 13쪽
64 제64조 원래 치트키는 숨어 있는 거야 20.10.31 14 0 14쪽
63 제63조 민페 덩어리도 쓸모 있어 20.10.30 13 0 14쪽
62 제62조 악마 같은 그 녀석 20.10.28 14 0 13쪽
61 제61조 정령한테 물어봐 20.10.26 13 0 13쪽
60 제60조 집착은 독이야 20.10.24 14 0 12쪽
59 제59조 학교에 뱀파이어가 둘 20.10.23 20 0 12쪽
58 제58조 나도 죽으면 치유 차원으로 가고 싶어 20.10.21 17 0 13쪽
57 제57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 20.10.19 14 1 12쪽
56 제56조 뉴 뱀파이어 킹 20.10.17 19 1 12쪽
55 제55조 동상이몽이 뭔지 알아? 20.10.16 19 1 12쪽
54 제54조 네가 죽으면 세상도 아무 의미 없어 20.10.14 22 1 12쪽
53 제53조 전투에서 치트키를 조심해 20.10.13 20 1 13쪽
52 제52조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게 아니야 20.10.12 19 1 14쪽
51 제51조 뱀파이어 킹은 정말 무서워! 20.10.11 21 1 13쪽
50 제50조 꿈과 현실은 달라 +1 20.10.10 21 2 13쪽
49 제49조 뱀파이어 왕자와 일곱 마법사들 20.10.09 28 1 12쪽
48 제48조 정화의 숲은 뭐야? 20.10.08 22 1 13쪽
47 제47조 여행의 끝 새로운 시작 20.10.07 26 1 12쪽
46 제46조 저승계-기억 전달자 +1 20.10.06 29 1 13쪽
45 제45조 지상계 vs 저승계 20.10.05 3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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