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용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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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습격단
작품등록일 :
2020.09.01 17:44
최근연재일 :
2020.10.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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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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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잠입작전(1)

DUMMY

*********


파앗!!


기지 모퉁이에 설치된 서치라이트의 불이 번쩍 들어왔다. 대낮이긴 했지만, 자욱하게 일어나는 물안개로 감시 장비가 가동된 것이다.


서치라이트의 불빛이 천천히 지나치자 수풀 사이에서 유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감시망을 피해 군사기지 근방까지 접근해온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3중으로 이루어진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좌우로 주변을 확인하던 유진은 손을 흔들며 누군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바스락..


두 명의 그림자가 유진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아이다와 에디의 모습이었다.


얼굴의 빗물을 털어내던 에디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으... 정말 지독한 날씨네? 축축해 죽을 거 같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여기 올 생각을 말았어야지. 뒤처지면 버려두고 갈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진은 진창이 된 진흙탕으로 휘익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는 포복으로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은폐물이 없는 길목을 지나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으... 으으!!”


에디는 선뜻 유진의 뒤를 따르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거의 진창에 목욕하는 꼴과 다름없었다. 꺼끌꺼끌한 모래 알갱이가 온몸으로 쓸려 들어오는 상상에 에디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어깨를 슬그머니 잡으며 아이다는 엷은 미소를 떠올렸다.


“설마 몸이 지저분해지는 걸 걱정하고 있는 거야? 왠지 용감한 전사답지 않은데? ”

“....그거 알아요? 가끔은 유진 형보다 누나가 더 싫어질 때가 있어.”


외딴 정글 한복판에 숨겨진 시설이라 상대적으로 감시체계가 허술했지만, 기본적으로는 군사기지였다. 주변은 3중 철조망으로 단단하게 보호하고 있었고, 탐지가 어려운 지뢰가 사방으로 매설되어 있었다.


일행은 비교적 감시가 허술한 서쪽 외곽 지역을 통해 잠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거의 수직으로 깎여지는 모래 언덕이었다. 푹푹 들어가는 진흙탕을 붙잡고 거의 20미터를 기어 올라가야 했다.


파악.


모래언덕의 끝자락에 유진의 철제 팔이 턱 올려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언덕 위로 올라서려던 순간 유진은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멈춰 세웠다.


“잠깐. 부비트랩이다.”


유진의 코앞에 실처럼 가르다란 인계철선이 늘어서 있었다. 뒤따르던 일행은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유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가늘게 이어진 인계철선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자 몇 발자국 앞에 파묻힌 폭발물이 눈에 들어왔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모래가 유실되며 폭발물의 표면이 살짝 노출되어 있었다.


마치 과일 통조림처럼 생긴 원통형 금속 몸통에 상단 부분에는 곧게 뻗은 융털이 눈에 들어왔다.


“...지독한 놈들. 도약 지뢰로군.”


폭발물을 발견한 유진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도약지뢰는 순간적으로 사람의 가슴 위치 까지 튀어 올라 360도 방향으로 파편을 뿌리며 폭발하는 치명적인 살상 무기였다. 게다가 이 모델은 주변의 진동까지 감지하는 신형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발견한 도약지뢰를 섣불리 해체하려 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부비트랩은 대부분 2중 트릭( 해체를 시도하려는 순간 다른 곳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구조)으로 설치된 함정일 가능성이 컸다.


확률은 반반이지만 굳이 여기서 도박 수를 던질 이유는 없었다.


유진은 뒤따라오는 일행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해체는 포기한다. 조심해서 올라오도록 해.”


일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함정을 발견했다면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이다.


유진은 인계철선 위로 자신의 팔을 펼쳐 보였다.


“여기야. 내 팔을 타고 넘어가.”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인계철선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유진의 감각적인 눈썰미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도약지뢰에 처참히 나뒹굴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은 유진의 어깨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철선을 넘어섰다.


가까스로 기지의 외벽까지 접근한 유진이 철조망을 살며시 붙잡았다. 철조망은 철그렁거리는 쇳소리를 내며 흔들거렸지만, 시끄러운 빗소리에 묻혀 소리는 크게 울리지 않았다.


타캉!!


정찰팀에서 챙겨온 소형 절단기로 철조망을 빠르게 끊어 내렸다.


“레이디 퍼스트.”

“어머, 친절도 하셔라. 은근히 뒤끝이 있네요. 선배.”

"그럴 리가 있나?"


아이다는 유진이 벌려놓은 철조망 틈 사이로 먼저 기어들어 갔다. 뒤이어 에디가 철조망으로 접근하려 하자 유진은 조용히 그를 막아섰다.


“에디. 넌 안 돼.”

“왜요?! 여기까지 와서 어린애 취급인가?"


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들어. 여기가 우리 최종 탈출로야. 우리가 포로를 데리고 나올 때까지 여길 반드시 지켜내야 해. 퇴로 확보는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임무'라고. 알겠니?”

“중요한 임무.. 뭐, 그렇다면야.. 엣헴. 걱정 붙들어 매시죠!”


유진은 잠시 에디의 머리를 헝크리고는 철조망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어이~ 아저씨. 이쪽으로...”


기지 내부로 진입하던 유진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다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처마 밑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래. 전망은 어때?”

“뭐, 아직까지는 조용하군요.”


그들은 건물의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란히 서 있었다. 기지 내부의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해 보였다. 대나무를 뼈대로 식물의 줄기와 잎을 엮어 만든 원주민 움막들이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었다.


사로잡은 반군 병사를 미리 심문하지 않았다면 기지 수색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레이더 통신 기지 같은 주요 군사 건물은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져 약도를 참조하기는 편리해 보였다.


유진은 GPS 시계를 힐끔 들여다보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군. 악천후라는 변수가 있긴 한데.. 그래도 곧 첩보부 병력이 들이닥칠 거야.”

“들키지 않고 방공시설까지 진입하는 건 무리예요. 한 놈씩 해치우면서 나가죠.”

"좋은 생각이야."


그녀는 자신의 전술 벨트에 걸려있던 권총을 빼 들어 유진에게 내밀었다.


전용 소음기가 장착된 HK45CT(축소전술형) 권총이었다. 기존 HK사의 USP 모델에서 그립감과 명중률을 향상시킨 축소형 모델로 높은 신뢰성과 명중률을 바탕으로 최정예 특수부대가 애용하는 총기 중 하나였다.


“온 동네 소란피우면서 침투할 생각인가요? 그런 요란스러운 구식 무기는 그만 버려요.”


유진의 등에 걸려있는 더블 베럴 산탄총을 보며 꺼낸 이야기였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 못 들어 봤나?”


유진은 의외로 아이다의 권총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녀의 말처럼 무성 무기(Silent Weapon) 하나 없이 기지 안을 몰래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녀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유진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아이다가 눈짓을 보내자 유진은 두 손을 모아 잡으며 허리를 스윽. 굽혀주었다.


파앗!


아이다는 그의 손바닥을 지지대로 삼으며 가볍게 지붕 위로 올라섰다. 유진은 그녀가 사라진 지붕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조심해. 위험하면 언제든 물러서라고.”

“선배나 실수하지 마시죠.”


지붕 위에 올라선 그녀는 빠르게 자세를 낮췄다. 나무판자와 짚더미로 구성된 원주민 움막은 지붕이 평평해 이동하기가 한층 수월했다.


타타탓!!


가볍게 몸을 날리던 그녀는 4~5미터가 넘는 움막 사이를 단숨에 뛰어넘었다. 지붕을 내딛는 발끝에서는 어떠한 소음과 진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야생 고양이처럼 날렵하고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카락!!


유진은 아이다에게 건네받은 권총의 탄창을 빼 들었다.


"....10발 뿐인가?”


장전된 총의 탄약을 확인하는 것은 그의 버릇이었다. 유진은 권총에 탄창을 다시 밀어 넣으며 건물의 벽면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들은 오밀조밀한 움막을 엄폐물 삼아 조금씩 기지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첩보부 공중 타격대가 도착하기 전, 기지 중앙에 설치된 SU-SAM IV 지대공 방공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공중 타격대가 지대공 방공시설에 전멸하게 된다면 기지에 주둔한 수십 명의 반군을 모조리 상대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조엘의 구출은커녕 이곳에서의 탈출도 불 확실해질 수 있었다.


“멈춰요. 전방 10미터 적 발견. 이쪽으로 다가와요.”


아이다의 무전에 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건물의 코너에 몸을 밀착시켰다.


잠시 후 부산스러운 소리와 함께 3명의 반군 병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유진은 숨을 죽이며 HK45CT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천천히 가져갔다.


진창을 철퍽거리며 걸어들어오는 군홧발 소리가 점점 가깝게 느껴졌다. 유진은 짧게 심호흡을 내뱉으며 완벽한 기습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최소 두 명 이상.. 그냥 지나쳐 보낼 수는 없겠군.’


빠르게 판단한 유진은 곧바로 권총을 치켜들었다. 고개를 내밀자 바로 몇 걸음 앞에 두 명의 반군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퓨슉!! 퓨슉!!


유진이 격발한 HK45CT 소음기의 둔탁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병사들의 가슴과 얼굴에 연달아 피가 퍽 튀어 올랐다. 그들은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진흙탕 위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철퍽!!


유진은 조준한 권총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기며 다시 벽면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갔다.


'CQB-Close Quarter Battle' 근접 전투의 기본 전술은 자신의 총기를 최대한 짧게 유지시켜야 한다. 이동을하거나 코너를 확인할 때 치켜든 무기가 적에게 먼저 노출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음?!”


때마침 건물의 코너를 들어서는 또 다른 병사와 눈이 마주쳤다. 조준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유진이 상대편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 할 수 있었다.


퓨슉!


파악!!


하지만 성급하게 방아쇠를 당긴 탓인지, 총탄은 게릴라의 어깨를 스치며 빗나가 버렸다.


“크윽!! 이 괴뢰군 새끼가!”


공격을 받은 병사는 욕설을 퍼부으며 AK소총을 유진에게 번쩍 치켜들었다. 하지만 소총의 요란한 격발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지붕 위에서 날아든 저격탄이 곧장 반군 병사의 머리를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퍼억!!


반군 병사의 몸이 힘없이 진흙탕 위로 쓰러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조금 일찍 올렸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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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진정한 내부의 적 (2) +5 20.10.07 1,136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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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블랙(3) +1 20.10.03 1,170 19 11쪽
26 26화 블랙(2) +5 20.10.02 1,185 19 11쪽
25 25화 블랙(1) +5 20.10.01 1,273 20 11쪽
24 24화 명분 +2 20.09.30 1,275 17 11쪽
23 23화 바르코 마피아 +11 20.09.29 1,347 21 12쪽
22 22화 바퀴벌레와 현지인 +1 20.09.28 1,375 20 12쪽
21 21화 배틀 프레임 +6 20.09.27 1,323 22 12쪽
20 20화 암시장 +5 20.09.26 1,373 22 12쪽
19 19화 군사고문 루슬란 +9 20.09.25 1,364 21 14쪽
18 18화 함정 +7 20.09.24 1,378 20 15쪽
17 17화 R. S. 제단 +1 20.09.23 1,361 21 11쪽
16 16화 잠입작전(3) +3 20.09.20 1,368 22 11쪽
15 15화 잠입작전(2) +2 20.09.19 1,349 23 10쪽
» 14화 잠입작전(1) +1 20.09.18 1,400 22 11쪽
13 13화 내부의 적 +2 20.09.17 1,400 23 11쪽
12 12화 공중 타격대 +3 20.09.16 1,453 24 11쪽
11 11화 합류 +1 20.09.13 1,457 22 12쪽
10 10화 사냥. 적자생존의 법칙 +1 20.09.12 1,523 19 12쪽
9 9화 추격자 (2) +3 20.09.11 1,459 21 10쪽
8 8화 추격자 (1) +4 20.09.10 1,597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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