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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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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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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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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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마물 사냥(2)

DUMMY

벨롭의 흔적을 가장 먼저 발견한 제이미가 앞장섰다. 나머지 일행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뒤따랐다.


다들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도 밟지 않게 조심했다. 당연했다. 이들의 목적은 벨롭의 가죽.


무릇 가죽의 가치는 흠집이 얼마나 없는 지로 결정되는 법이었다. 최대한 상처 없이 잡으려면 기습은 필수. 벨롭을 발견하기 전에 먼저 들켜선 곤란했다.


비록 벨롭은 처음 잡아보지만, 반도 마물 사냥에는 익숙했기에 자연스럽게 다른 전사들처럼 행동했다.


‘제법인데? 마물 사냥이 처음이라 긴장할 법도 한데······.’


반을 지켜본 전사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누구나 처음 마물을 사냥할 땐 긴장하기 마련, 하지만 반에게서는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능숙한 사냥꾼으로 오해할 만큼 반은 차분하게 행동했다.


“앞에 한 마리. 다른 녀석이 있을지 모르니까, 조금 기다리자.”


가장 선두에 있던 제이미가 낮은 목소리로 동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5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벨롭 한 마리가 한가롭게 햇살을 쫴고 있었다.


본래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벨롭의 습성상, 멀지 않은 곳에 다른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 녀석들까지 끌어들이면 곤란했기에 일행은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반은 벨롭을 관찰하고 있었다.


‘크기는 대략 2~3미터 정도인가. 발톱이 날카롭네. 지금의 나라면 이길 수 있을까?’


벨롭을 처음 보는 반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들었다. 분명 자신보다 강할 거라고 생각되면서도, 반은 저 녀석을 상대해보고 싶었다. 늘 형제들의 견제와 다툼 속에서 살아온 반에게 지난 4년간의 생활은 너무 평온했던 것이다.


그런 반의 심정을 커비가 모를 리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난 4년 동안 반을 가장 가까이서 봐온 게 커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될 말인가? 커비는 아직도 자이언트 맘바를 쓰러뜨린 대가로 처참히 망가졌던 반의 몸이 눈에 선했다.


“벨롭은 자이언트 맘바 만큼이나 강하니까, 함부로 나서지 마.”


반에게 경고하는 커비의 단호한 목소리.


하지만, 반 역시 말썽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그에겐 계획이 있었으니까.


반이 그동안 지켜본 벨리아의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토록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느 세력에도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마을.


‘이들을 내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싶은데······.’


이자벨라의 유언을 지키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시도조차 안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못난 꼴을 보여선 안 됐다. 세상에 어떤 전사가 못난 주인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 할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전사들에게 최대한 호감을 얻는 일.


‘뭐, 자세한 방법이야 차차 생각해볼 일이고. 지금은 일단 사냥에 집중하자.’


능숙한 사냥꾼들도 아차, 하면 당하고 마는 게 마물 사냥이었다. 한가로이 한눈팔 여유 따윈 없었다. 반은 하던 고민을 접어 두고 전사들의 행동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전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다려본 결과, 그들이 목표로 하는 벨롭이 혼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두의 제이미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내가 시선을 끌게. 나머지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포위망을 구성해줘.”


끄덕- 이들에겐 익숙한 일인 듯, 대답도 없이 전사들이 흩어졌다. 제이미의 주문대로 포위망을 구성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커비도 따라오라는 듯 반을 툭 치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자리 잡기까지 잠시 기다린 후, 제이미는 벨롭을 향해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타닷-


제이미가 딱히 몸을 숨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한가롭게 누워서 따뜻한 바위에 등을 비비던 벨롭도 곧 그녀를 발견했다.


“크헝!”


몸을 벌떡 일으키며 포효하는 벨롭! 자신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한 침입자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벨롭은 제이미를 향해 달려들었다.


컁. 제이미의 검과 벨롭의 발톱이 부딪히자, 마치 쇠붙이끼리 부딪히는 듯한 둔탁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벨롭을 상처입힌다는 건, 곧 가죽을 상하게 하는 일. 제이미는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 수비에만 전념했다.


사방에서 거칠게 덥치는 벨롭의 발톱을 정신없이 막아내는 제이미.


마수란 본능적으로 싸움을 즐기는 생명체. 자신의 거처에 침입해놓고 수비에만 전념하는 제이미에게 이상함을 느낀 것일까, 벨롭이 뒤로 뛰며 거리를 벌렸다.


“이미 늦었다. 이 새끼야.”


씨익. 벨롭의 행동을 비웃으며 제이미가 검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미 사방에서 전사들이 벨롭을 둘러싸고 있었다.


“크르르르!”


벨롭이 낮게 울었다. 제이미와 싸우는 사이 어느새, 자신을 포위한 적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듯, 위협적인 울음.


하지만 이미 포위된 순간 결과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사들은 천천히 몰아붙이며 마물의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 일격에 목을 꿰뚫어 가장 질 좋은 가죽을 얻기 위함!


전사들의 의도대로 벨롭의 힘이 서서히 빠지는 게 보였다. 마침내 틈을 보던 커비가 벨롭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가 마무리할게!!”


벨롭의 목을 노려 내리긋는 커비의 검이 오러를 머금어 푸르게 빛났다. 단단한 벨롭의 가죽을 단숨에 베는 강력한 일격! 군더더기 없는 솜씨였다.


쿵.


마침내 쓰러지는 벨롭을 보며 전사들은 무기를 거뒀다. 이제 사냥감의 가죽을 벗기기만 하면 끝이었다. 한 전사가 벌써 해체용으로 챙겨온 짧은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가 막 벨롭의 사체로 다가서려던 순간, 그는 들었다. 아니, 일행 모두가 들었다.


“크헝.”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 다른 울음소리.


“아이씨, 좀 더 기다려볼 걸 그랬네. 무리에서 떨어진 놈이 아니었잖아.”


제이미가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머지 일행도 얼른 검을 다시 뽑았다. 베테랑 답게 당황하는 전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 순간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수풀을 해치고 벨롭의 무리가 나타났다.


하나, 둘, 셋······, 일곱.


방금 쓰러뜨린 벨롭이 친구가 없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새로 나타난 벨롭은 모두 일곱. 반면 이쪽은 반까지 합한다고 해도 여섯. 숫자에서 밀렸다.


커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투는 비록 침착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심각함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반. 공격하지 말고 최대한 피해라.”


더 이상 한가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방금은 협공으로 쉽게 해치웠지만, 일대일이라면 말이 달랐으니까.


전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가죽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어떻게든 해치워!”


“당연한 소리하지 마. 이 자식아!!”


제이미가 능숙하게 말을 받으며 한 마리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전사들 역시 재빨리 그녀를 따라 이 난장판에 끼어들었다. 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신력을 사용하면 얼마 버티지 못한다.’


아직 2성의 경지라, 신력 해방을 오래 펼칠 순 없었다. 가뜩이나 숫자에서 밀리는데, 신력을 사용해 힘까지 빠져버린다면 난전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최대한 마나를 사용하며 다른 전사들이 상황을 정리할 때까지 버티는 게 최선!


더 이상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벨롭 한 마리가 반에게도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크헝!”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에 대한 분노인지, 잔뜩 화가 나 반에게 달려드는 녀석.


녀석은 왼발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으로 반을 내리찍었다.

캉- 벨롭의 발톱을 비스듬히 비껴내며 반은 몸을 굴렸다. 4성의 마나로 벨롭과 정면승부를 했다가는 검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날 터. 공격을 흘려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비록 반이 지금은 4성이라고 해도, 전생에서 체득한 경험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떻게 이 녀석을 상대해야 할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크르르르!”


번번이 자신의 공격을 비껴내는 반을 보며 약이 올랐는지. 벨롭이 한층 더 맹렬히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샥- 마침내 벨롭의 발톱이 반의 팔뚝을 스쳤다. 다행히 깊진 않은지 피가 많이 배어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다른 전사들이 상황을 정리하기 전에 더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었기에 반은 결단해야 했다.


‘수비에만 치중해도 결국 상처가 누적될 터.’


벨롭은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자, 기가 살았는지 반에게 돌진해왔다.


캉!


반이 다시 한번 검을 들어 벨롭의 공격을 받아냈다. 주욱- 뒤로 밀리는 반의 몸. 팔의 상처가 벌어질 수 있기에 완전히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맹렬한 공격을 계속하는 벨롭!


‘이 녀석은 나를 얕보고 있다.’


반을 상대하는 벨롭으로서는 다른 전사들보다 약한 반을 손쉬운 먹잇감 정도로 생각할 터. 하지만 반은 그것이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했다. 방심하고 있는 적은 그만큼 빈틈이 많아지기 마련이니까.


반이 가만히 멈춰 서자, 벨롭은 드디어 숨통을 끊을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었다.


‘지금!’


벨롭이 공격을 위해 앞발을 들 때 생기는 빈틈! 다른 부위보다 약한 벨롭의 뱃가죽이 드러났다. 반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줬다.


‘벤다!’


오직 벤다는 일념으로 반이 검을 꽉 잡자, 검이 검게 물들었다. 반이 마침내 신력을 해방한 것이다. 징- 검은 기운이 반의 검을 뒤덮자 검이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낀 벨롭이 뒷걸음질 치려고 하는 찰나.


쉭- 오히려 반이 달려들었다. 바람과 같은 움직임. 계속 피하기만 하던 반이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것인지 벨롭의 움직임에서 당황이 느껴졌다.


하지만. 벨롭에게 다음 움직임은 필요 없었다. 검게 물든 반의 검이 이미 벨롭의 뱃가죽을 베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쿵. 큰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벨롭. 쓰러진 벨롭 주위로 금세 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지끈. 그와 동시에 반은 두통을 느껴야 했다. 한참이나 마나를 쓴 데다가 마지막엔 신력까지 사용했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신력을 사용하는 건 아직 버겁군.’


하지만 쉬고 있을 순 없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었으니까. 반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보고 있는 전사들이었다.


커비는 웃고 있었으나, 다른 전사들은 경악한 표정이었다. 눈앞에서 12살짜리 어린애가 벨롭을 쓰러뜨리는 걸 직접 봤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커비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대견함이 더 큰 듯, 터져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보셨으면 좀 도와주시지.”


전사들의 경악한 표정과 대비되는 담담한 표정으로 반이 말했다. 그런 담담함에 전사들은 한층 더 놀랐다. 제이미는 두 눈을 꿈뻑이며 생각했다.


‘내가 뭘 본거지?······.’


그런 전사들을 뒤로하고 묵묵히 벨롭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하는 반. 그 모습에 다른 전사들도 쭈뻣대며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금세 벗겨진 가죽이 8장! 상처가 많이 난 가죽도 몇 장 섞여 있었지만, 하루 수확으로는 충분했다. 가죽을 나누어지고 벨리아로 돌아가는 일행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가벼운 발걸음과 달리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반이 보여준 활약에 대해 곱씹고 있었던 것이다. 반의 활약을 직접 보고 나자 전사들은 사냥을 출발하기 전에 품었던 의심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전사들은 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실력을 넘어서는 활약을 보이고도 태연한 이 어린아이에게 같은 전사로써 매료된 것이다.


이렇게 조용한 가운데, 일행은 벨리아로 돌아가기 위해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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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4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3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0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6 7 12쪽
»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7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1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19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3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0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3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6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6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4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4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6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3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73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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