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혈가문 사생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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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아이
작품등록일 :
2020.09.02 11:30
최근연재일 :
2020.10.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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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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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정보국의 습격

DUMMY

“내일 날이 밝으면 출발하죠.”


커비를 비롯한 전사들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반의 옆으로는 짐을 가득 실은 마차 세 대가 서 있었다. 메디나까지 온 보람이 있게도, 암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받은 대금은 12000골드!


평소보다 두둑하게 받은 덕분에 일행은 물건을 싣고갈 마차를 한 대 더 사야 할 정도였다. 마을에 필요한 물건들도 잔뜩 사고도 돈이 남은 덕분에 무기나 방어구도 하나씩 구매한 전사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고작 무기 하나로 저토록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어쩔 수 없는 전사들이구나 싶었다.


‘역시 돈이 최고야. 뭐 나도 벨리안의 흉갑을 얻었으니······.’


게다가. 자신은 벨리안의 흉갑을 손에 넣지 않았던가. 7성 기사의 검격도 막아줄 수 있는 이 흉갑은 분명 자신의 몸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터. 반의 기분도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남아 있긴 했다. 암시장에서 마주쳤던 제국 정보국. 자신을 클로비스라고 소개한 남자가 반을 노리고 있었으니, 습격에 대비해야 했다.


‘그 남자의 목적은 처음부터 나를 습격해서 흉갑을 가져가는 것일 테니, 대비해야겠군.’


제국의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된 정보국이니만큼, 그들의 실력은 최소 6성 이상일 터. 하지만, 반에게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기뻐하고 있는 전사들에게 고개를 돌리는 반.


자신과 함께 있는 이들이 누구던가. 냉혹한 아키바 사막에서 마수들을 사냥하며 살아가는 전사들이 바로 이들이었다. 그들의 실력은 적어도 6성! 특히 커비와 제이미는 7성이었으니, 반은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정보국 요원들은 1개 조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는 정보국의 특성상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야 두 개조 이상이 협력하는 일은 드물었다. 벨리안의 흉갑을 회수하는 임무 역시 무력 충돌이 필요한 일이 아니니만큼 두 개조 이상이 달려들었을 리는 없다는 것이 반의 추측.


‘클로비스는 나를 상인으로 알고 있으니, 정보국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한 개조에 보통 네 명 남짓인 정보국의 인원 편성을 생각하면 숫자는 이쪽이 더 많았다. 반 역시 한 명 정도는 상대할 자신이 있었으니 전력은 이쪽이 우위.


하지만, 반은 마음에 걸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일. 커비를 비롯한 전사들을 끌어들이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두워져 있는 반의 얼굴을 알아채지 못할 커비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지난 4년간 반을 가장 가까이서 보며 가족처럼 대해준 것이 커비였기 때문이다. 커비가 반에게 다가와 물었다.


“왜 그러냐, 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냐?”


“그게······.”


잠시 뜸을 들이는 반. 하지만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일에 갑작스럽게 이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차라리 미리 말하는 것이 나았다.


“커비 삼촌. 드릴 이야기가 있어요.”


반은 암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반의 목소리가 충분히 컸기 때문에 다른 전사들 역시 반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반은 이야기를 하며, 이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흉갑을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은 욕심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반의 이야기가 끝났다. 이제 선택은 전사들의 몫이었다. 차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커비가 반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흉갑이 너한테 필요한 것 아니냐?”


“네. 하지만 모두를 위험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반의 말에 서로를 돌아보는 전사들. 눈빛만으로도 의견이 정리된 것인지 커비가 반을 쳐다보며 껄껄- 웃었다.


“난 또 뭐라고. 반. 너는 이미 우리 벨리아의 가족이다.”


가족······. 스트라페에서는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에 만감이 교차하는 반.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반의 벙찐 표정을 바라보며 제이미도 거들었다.


“그래. 이 녀석아. 벨리안의 전사들이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거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네 말을 들어보니까, 목숨을 걸만한 일도 아닌 거 같은데, 뭘 그렇게 심각해?”


다른 두 전사들 역시 같은 마음인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라페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반응. 반은 익숙하지 않은 전사들에 반응에 어색했지만, 한가지는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사실.


“감사합니다.”


다른 더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커비는 오히려 반의 그런 인사가 어색한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됐다.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니 이만 들어가자.”


먼 길을 떠나려면 푹 쉬어야 하는 법. 게다가 전투까지 예정되어 있다면, 충분한 휴식은 필수!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전사들은 서둘러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아이고, 나으리 고생은요, 제국 정보국 요원분들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요.”


마침내 반 일행이 떠나는 아침이 밝았다. 그동안 각종 심부름에, 난데없는 셀시아의 차 시중까지. 이리저리 시달렸던 조디로서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빨리 가라 좀.’


헤헤- 웃는 얼굴과는 달리, 반이 어서 꺼졌으면 하는 것이 조디의 솔직한 마음! 그런 조디의 마음을 모를 리 없는 반은 이별 선물로 조디에게 유용한 정보를 하나 알려주기로 결심했다.


“조디.”


“예. 나으리. 말씀하십쇼.”


아무 말 않고 빨리 가기나 했으면, 하는 조디의 귓가로 청천벽력 같은 말이 들려왔다.


“당분간 딸 아이랑 어디 안전한 데 숨어있어. 우리가 떠나고 나면, 정보국 녀석들이 너한테 올 수도 있으니까.”


“예?”


도대체 무슨 말이냐는 듯 커다랗게 떠지는 조디의 눈! 너희가 정보국 요원이면서, 정보국 요원들이 내 여관을 왜······? 생각하던 조디의 머릿속을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놈들이 가짜 정보국!?’


그제야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암시장에서 자신을 정보국 요원이라고 소개하는 클로비스를 보았을 때, 조디는 당연히 반의 정체를 의심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 여관으로 돌아와서 은근슬쩍 이유를 묻자, 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응? 협력 같은 거지. 어쨌거나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왔잖아?”


협력은 개뿔. 그때 그 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고 조디는 생각했다. 역시 제국 정보국의 작전은 뛰어나다고 감탄하던 과거의 자신이 한심할 따름이었다.


탁탁.


실의에 빠져 있는 조디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반!


“너무 상심하진 마. 네가 먼저 우리 차에 독을 탔던 걸 잊지 말라고.”


“크윽······.”


제국 정보국의 고문에 대한 소문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걸 상상하는 조디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반은 애초에 조디가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던 걸 생각하면 불쌍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일을 잘해주었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잘 숨으라는 조언을 남긴 반이 뒤돌아섰다.


“저기······! 존함만이라도!”


조디가 떠나려는 반에게 다급히 외쳤다. 만에 하나 정보국에 잡히기라도 하면 뭐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름도 모른 채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어찌나 다급했는지 의도를 숨길 생각도 못 하고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조디의 목소리에 헛웃음을 삼키는 반.


‘그런 질문에는 코흘리개도 안 넘어가겠다. 임마.’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반은 걸음을 멈춰 세우고 조디를 돌아봤다. 그리고 가슴에서 철로 된 판때기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우린. 은빛 늑대 용병단이다.”




-



멍하니 서 있는 조디를 남겨두고 메디나를 떠난 지 벌써 이틀이 지났다. 시끌벅적했던 도시를 벗어나자 처음 메디나로 향할 때 보았던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새들이 지저귀고 강물이 졸졸 흐르는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반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평화롭다는 말은 곧 사람이 없다는 말. 그것은 습격당하기에 좋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목격자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제국 정보국의 습성을 생각해본다면. 조만간 녀석들의 행동이 시작될 터!


“커비 삼촌. 슬슬 긴장해야 될 것 같아요.”


“이 녀석아. 벨리아의 전사들이 언제 전투를 앞두고 한눈파는 거 봤냐.”


사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커비 뿐 아니라 제이미를 비롯한 전사들은 모두 평온한 듯 보이지만, 다가올 전투를 위해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도 전사들은 주변의 기척을 읽으며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자세! 과연 사막의 포악한 마물들을 상대하며 살아온 강인한 전사들다웠다.


하지만 며칠째 준비하고 있는 반 일행의 앞에 정보국의 요원들은 도무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사막의 경계에 닿는 상황이 되도록 감감무소식!


‘사실 클로비스가 정말 나에게 양보한 게 아닐까?’


급기야는 정보국에서 정말 벨리안의 흉갑이 꼭 필요해 보이는 반을 위해 양보를 한 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하는 반.


물론 정보국의 요원들이 임무를 포기하면서 그럴 일은 없었지만, 이 정도로 잠잠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까지 해보는 반이었다.


그때.


“준비해라.”


한가한 생각을 하던 반의 귀에 나지막한 커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커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반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것과 상반되는 노골적인 투기가 반 일행을 노리고 있었다.


“작전대로 가죠.”


반이 말한 작전에 따라 투기를 느끼고도 전사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상대방에서 이쪽의 전력을 파악하고자 투기를 뿜어대는 것이니만큼, 반응해서 괜한 정보를 줄 필요가 없었다. 어쨌거나 정보국에서는 반 일행을 상인들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윽.


이윽고 정보국의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 일행에게서 반응이 없자, 위험요소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작부터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지만, 반은 깜짝 놀란 것처럼 외쳤다.


“누,, 누구냐!?”


흠잡을 데 없는 반의 연기에 클로비스가 서서히 반에게 다가왔다. 다른 요원들 역시 포위망을 만들며 일행에게 다가왔다. 그 수는 넷. 반의 예상대로 따로 증원을 요청하진 않았는지 1개 조만 이끌고 온 클로비스!


“놀라지 말거라. 꼬마야. 우리 구면이잖니?”


복면을 내리며 말하는 클로비스의 모습에 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연기라곤 생각할 수 없는 나무랄 데 없는 표정!


‘어디 극단 배우로 들어가야 되나?’


한 점 의심조차 하지 않는 클로비스를 보며 반은 자신이 혹시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나, 하는 생각마저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반은 당혹스런 표정을 연기하고 있었다. 반의 표정을 본 클로비스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네가 챙겨간 흉갑은 내가 가져가야겠다. 너무 속상해 말거라 모두 제국을 위한 일이니.”


제국을 언급하며 날강도 같은 논리를 펼치는 클로비스! 그런 클로비스를 바라보며 반은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엿 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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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정보국의 습격 +2 20.10.16 383 9 12쪽
29 28화. 반과 프리네 +1 20.10.14 354 7 12쪽
28 27화. 벨리안의 흉갑(2) +1 20.10.13 396 8 13쪽
27 26화. 벨리안의 흉갑 +2 20.10.10 443 8 14쪽
26 25화. 새벽의 축제 여관 +1 20.10.08 450 4 14쪽
25 24화. 메디나로 가는 길 +2 20.10.07 492 7 13쪽
24 23화. 벨리아의 성인식 +1 20.10.06 536 7 12쪽
23 22화. 마물 사냥(2) +1 20.10.03 586 8 12쪽
22 21화. 마물 사냥 +2 20.10.02 614 8 12쪽
21 20화. 일족의 마을 +1 20.09.30 641 8 12쪽
20 19화. 세르갈의 신력 +1 20.09.29 664 6 12쪽
19 18화. 커비와 로지 +1 20.09.28 719 6 15쪽
18 17화. 생존 훈련의 시작과 끝 +2 20.09.27 759 7 12쪽
17 16화. 엘린과의 담판 +1 20.09.25 745 7 12쪽
16 15화. 근신(2) +1 20.09.24 753 8 12쪽
15 14화. 근신 +2 20.09.23 740 7 11쪽
14 13화. 교류전(6) 20.09.22 749 9 12쪽
13 12화. 교류전(5) 20.09.21 742 8 14쪽
12 11화. 교류전(4) 20.09.18 743 9 12쪽
11 10화. 교류전(3) 20.09.17 902 6 14쪽
10 9화. 교류전(2) 20.09.16 796 8 13쪽
9 8화. 교류전(1) +1 20.09.15 848 6 12쪽
8 7화. 순혈의 방 20.09.12 894 6 13쪽
7 6화. 다가오는 교류전 20.09.10 866 8 12쪽
6 5화. 스트라페의 헬키움(4) 20.09.09 924 8 12쪽
5 4화. 스트라페의 헬키움(3) 20.09.08 944 6 15쪽
4 3화. 스트라페의 헬키움(2) 20.09.04 1,086 8 13쪽
3 2화. 스트라페의 헬키움 +1 20.09.03 1,123 11 13쪽
2 1화. 스트라페의 사생아 +1 20.09.02 1,283 10 14쪽
1 프롤로그 +4 20.09.02 1,573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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