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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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고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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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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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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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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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 0

DUMMY

86.


이러한 선동은 비단 쥬신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사달, 고리, 우크미, 가우리, 십제 등 대도시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마법사에 대한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양반들은 다른 백정들과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있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철저히 무시하는 양반들도 있었다. 그로 인한 양반들 간에서도 갈등을 빚기 시작하였다.


마법사들의 입장을 듣고 비난해도 늦지 않다고 중립을 지키는 이들도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양측은 협의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었기에 이들을 중재에 나서는 것은 힘든 일이 되었다.


“어떡하지?”


이서연은 시위대와 함께 있으며 난색하고 있었다. 그녀는 애초에 시위대와 어울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왕검을 만나 시조의 행방을 묻고 싶었고, 그저 시위대와 가는 길이 같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위대는 마법사들과 왕검이 거주하고 있는 거대한 절벽의 주위를 둘러싸고는 당장이라도 들이닥칠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서연 마음대로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다른 수를 생각해 내야만 되었다.


‘우선 몸을 피하자’


백성들을 하찮은 벌레로 생각하는 마법사들이 기어오르는 사람들을 그냥 지켜만 볼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짓밟으리라.


그러니 시간이 조금 지체가 되더라도 시위대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도록 하자.


이서연은 시위대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와 자신이 묵고 있던 주막으로 향하였다.


“이 어리석은 놈들이 어느 안전이라고 행패를 부리는 것인가!”


이서연이 빠져나가자마자 절벽에서 한 마법사가 나타나더니, 시위대를 향하여 경멸 섞인 고함을 질렀다.


이서연은 최대한 몸을 뒤로 빼고는 마법사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았다.


“···”


마법사가 나타나지 않을 때에는 고함을 지르던 시위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법사 앞에서는 찍소리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아온 마법사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자신들을 속이고 살아왔든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손쉽게 죽여버릴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그깟 헛소문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지금 당장 이곳에 모인 모든 놈을 죽이고 싶지만, 내 넓은 아량으로 이번만큼은 봐주도록 하겠다. 그러니 당장 돌아가라!”


시위대는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뿌리 깊게 자라온 마법사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극복되지 못하였다. 마법사가 봐주고 넘어가 줄 때 그냥 돌아갈까? 한 사람이라도 뒤로 돌아 도망치듯 가기라도 한다면 이 시위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분위기로 향하였다.


“그렇다면···그렇다면 헛소문이 거짓이라는 것을 즈···증명해 주십시오!”


그때 한 젊은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고, 사람들이 용기를 내며 따라 외치기 시작하였다.


“증명해 주십시오!”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시위대를 보며 마법사는 답답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이 우매한 것들아!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한단 말인가! 너희가 먼저 우리에게 증거를 내보여야 증명을 해주지!”


“···”


마법사의 말에 다시 한번 시위대는 말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이번에 퍼진 소문에 마법사들이 해명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자신들은 평소에 마법사에 대한 불만으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로 치부하고 분노했던 것이었으니까


“증명할 수 있소!”


그때 두 명의 젊은이가 마법사의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한 사람은 이서연이 보았던 주도자였고, 다른 사람은 20대인 젊은 남성이었다.


“이분은 과거에 마법사이셨던 분이오!”


“마법사?”


주도자는 그렇게 말하며 젊은 남성을 가리키자, 시위대는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나 가마리는 마법사이신 아버지 간나위와 어머니 밤소경 사이에서 태어나 마법사의 신분으로 자랐지만 마법사로써 재능을 이어받지 못하여 성인이 되고 쫓겨났소! 내 장담컨대 마법사는 절대로 혈통이 아닌 오로지 재능을 가진 자들만이 될 수가 있소!”


가마리의 말에 시위대의 눈빛이 매서워지기 시작하였다.


“마법사 중에는 간나위와 밤소경이라는 자는 없다. 이놈! 어디서 거짓을 고하는가!”


마법사는 가마리에게 분개하였다. 당장에라도 영을 사용하여 가마리의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욕구가 들었으나,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우리는 소문을 증명해냈소. 그러니 이제는 마법사님께서 해명을 해주시오!”


“옳소! 옳소!”


“해명해라!”


가마리의 옆에 있던 주도자의 말에 시위대는 따라서 마법사를 압박해냈다. 그들은 점차 가까워졌고, 마법사는 시위대의 압박감에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말했지않나! 마법사 중에는 간나위와 밤소경이라는 자는 없다고! 이 우매한 것들!”


“여러분! 지금 이 말을 믿으시오?”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에 불과하오!”


“그래! 믿을 수 없다!”


이미 불신에 찬 시위대는 마법사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들의 분노는 점차 타오르고 있었고, 결국 시위대 중에 한 사람이 미리 준비해둔 짱돌을 마법사에게 던지고야 말았다.


퍽!


사방에서 다가오는 시위대의 모습에 마법사는 자신에게 짱돌이 날아오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맞게 되었다.


마법사는 자신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벌레 같은 것들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마법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었다. 주먹을 쥐고 있던 두 손을 피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시위대의 딱딱했던 땅바닥이 사막의 모래로 바뀌어 시위대를 잡아먹기 시작하였다.


“히익”


모래 속으로 점차 들어가자 시위대의 일부는 놀라며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모래는 그들을 더욱 빠르게 잡아먹었다. 이윽고 모래 속에 완전히 파묻히게 되자 모래는 자연스럽게 본래의 딱딱한 땅바닥으로 변하였다.


그대로 생매장당한 사람들을 보자 뒤에서 다가오던 시위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피를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겠나!”


마법사의 분노에 시위대가 다시 위축될 때 즈음에 주도자가 외친다.


“이것 보시오! 증명해낼 수가 없으니 결국엔 힘을 써서 죽이지 않소! 죽이는 것이야말로 소문이 진실이라는 뜻이오!”


마치 멈추지 말라는 듯이. 그럼에도 시위대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주도자는 다시 한번 외쳤다.


“사흘 전에 마법사가 죽은 것 기억나지 않소!? 마법사도 결국엔 사람이란 말이오! 우리가 저들을 죽일 수가 있단 말이오!”


“나 하나 죽더라도 미래의 자식들에게 이와 같은 대물림은 하지 말아야지 않겠소? 지금이야말로 저들에게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소!”


주도자와 가마리의 선동으로 전과 같은 기세를 되찾은 시위대는 다시 마법사에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익!”


마법사는 지금 모여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일 수가 있다. 하지만 윗선의 명령은 시위대를 최대한 죽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마법사는 시위대와 자신과의 사이에 거대한 사구를 만들어내고는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 마법사가 물러났다!”


“우리가 처음으로 마법사를 물리게 만들었어!”


“여러분! 이 기세로 계속 마법사들을 압박합시다!”


마법사가 무슨 의도로 행동에 나섰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시위대는 그저 마법사가 물러났다는 이유로 사기가 올랐고 그들의 시위는 더욱 격해졌다.


“이래서는 왕검성에 못 가겠어···”


뒤에서 지켜만 보던 이서연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고개를 저었다.




=====




“상황이 복잡해졌구나”


“그러하옵니다”


여마리는 왕좌에 앉은 채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마법사의 죽음이며, 시조를 대한민국으로 돌려보내 외지인들의 계략을 막는 것이며, 이제는 검나라의 백정들까지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에는 외지인들이 끼어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나조노을은 여마리에게 고개를 조아린 채로 말을 하였다.


“나 역시 그럴 것 같다”


평화롭게 그지없었던 검나라. 각 도시마다 전쟁을 벌이기는 하지만 마법사들이 중재에 나서면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수천 년의 평화 속에서 있던 검나라는 2년 전 시조가 나타나면서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하였다.


괴수의 등장. 외지인의 등장. 마법사와 양반들 사이가 조금씩 틀어졌고, 우크미를 필두로 반역의 기세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마법사의 죽음과 백정들의 분노.


하나하나가 별개의 사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조사해보면 모든 일에 외지인의 개입이 있었다. 이번 시위 역시 외지인들이 끼어있겠지···


“외지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것 같으냐”


외지인들의 목적은 영에 있었다. 영이라는 새로운 에너지 자원을 갈취해 가려고 하고 있다.


“저희이옵니다”


외지인들은 영을 채취하는데, 있어서 가장 걸림돌로 마법사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사들만 없으면 원 없이 영을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절벽 밑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백정들을 죽여선 안 되옵니다”


마법사들의 적은 외지인들이다. 마법사들은 외지인들을 이곳에서 죽일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배관을 꼽고 영을 채취해가는 연구소를 박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소를 박살내야지만 외지인들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나조노을은 연구소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검나라 백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죽이는 것보다는 해명.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지”


백정들이 분노하게 된 원인. 자신들을 기만하고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마법사들에 대한 분노. 모든 것이 사실인 것을 어찌할까


“그렇다고 손 놓고 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답답함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나조노을이 고개를 들어 여마리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원래라면 비왕의 말처럼 해야겠지’


외지인들을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선. 하지만 여마리는 모든 것들이 짜증이 났다.


“그냥 모조리 쓸어버려”


“네?”


“우리 말을 거역하는 놈들은 외지인이고 백정이고 모조리 쓸어버리라고”




=====




“황 박사 어디가?”


거대한 배관이 지하부터 대한민국까지 뚫어져 있는 연구소. 마법사들을 배신하기로 작정한 아리솔은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리솔에게 있어서 그들의 지식은 신의 선물이라고 봐야 될 정도로 가히 불가사의한 것들이었다. 그는 금방 외지인들에게 매료되었고, 외지인들의 지식을 탐을 내었다.


그렇게 한동안 지식에 탐을 내던 아리솔은 항상 그의 옆에 있어 주었던 황 박사가 멀리 나갈 채비를 꾸리는 모습을 보았다.


“잠시 올라가려고 합니다”


“아아, 너희들 고향으로? 대한민국이라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거기에 급한 일이 생겼나 봐? 황 박사 유능하잖아”


“하하,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그곳에도 실험체가 있는데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럼 맞네, 뭐”


“그것도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저도 가족은 있는 법이지요”


“가는 김에 가족이라도 만나고 올려고?”


“네, 그렇습니다”


아리솔과 짧은 대화를 마친 황 박사는 다시 올라갈 준비를 하였다. 아리솔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한민국에 가면 지금 이곳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아리솔은 소파에 누워있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황 박사, 나도 데리고 가줘”


“네? 아리솔님도요?”


“그래”


아리솔은 황 박사를 향하여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여주었다.


“뭐, 상관없기는 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여기야 주원인가, 혜민인가 하는 버러지들이 알아서 잘해주겠지”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준비하시는 대로 출발하도록 하죠”


작가의말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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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 - 0 21.01.06 47 0 14쪽
95 94 - 0 21.01.05 43 0 12쪽
94 93 - 0 21.01.05 45 0 12쪽
93 92 - 0 21.01.04 53 0 12쪽
92 91 - 0 21.01.01 58 0 13쪽
91 90 - 0 20.12.31 54 0 12쪽
90 89 - 0 20.12.30 44 0 12쪽
89 88 - 0 20.12.29 46 0 14쪽
88 87 - 0 20.12.28 64 0 13쪽
» 86 - 0 20.12.25 47 0 12쪽
86 85 - 0 20.12.24 58 0 12쪽
85 84 - 0 20.12.23 63 0 13쪽
84 83 - 지옥굴 20.12.22 50 0 13쪽
83 82 - 지옥굴 20.12.21 49 0 13쪽
82 81 - 시조의 과거 20.12.18 48 0 13쪽
81 80 - 시조의 과거 20.12.17 70 0 12쪽
80 79 - 시조의 과거 20.12.16 52 0 13쪽
79 78 - 오랜 원한 20.12.15 76 0 13쪽
78 77 - 오랜 원한 20.12.14 97 0 11쪽
77 76 - 오랜 원한 20.12.11 58 0 12쪽
76 75 - 오랜 원한 20.12.10 75 0 12쪽
75 74 - 오랜 원한 20.12.09 57 0 13쪽
74 73 - 오랜 원한 20.12.08 51 0 12쪽
73 72 - 오랜 원한 20.12.07 75 0 12쪽
72 71 - 오랜 원한 20.12.04 57 0 15쪽
71 70 - 오랜 원한 20.12.03 56 0 13쪽
70 69 - 오랜 원한 20.12.02 49 0 13쪽
69 68 - 오랜 원한 20.12.01 8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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