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는 돌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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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정희(94)
작품등록일 :
2020.09.0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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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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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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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의 아이 (6)

DUMMY

허를 찔렀으나 하룬도 마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어깨를 뚫렸다.


“윽···!”


페네트는 간신히 검을 빼내 뒤로 물러났다. 상대쪽도 같이 어깨를 꿰뚫었다.


금속의 차가움이 어깨 언저리에 남아 검이 빠져나간 뒤에도 페네트를 괴롭혔다.


그러나 같은 고통을 맛보고 있는 하룬은 그 고통에도 아랑곳 않고 페네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


힘 겨루기에 이기지 못하고 페네트는 뒤로 밀려났다.


“안 아프냐?! 악질이로구만···!”

“그 말 너한테도 적용되거든?”


어깨를 감싼 페네트는 하룬의 어깨를 보고 눈을 번쩍 뜨며 경악했다.


“상처가···나았어···?”


아모리스트가 분명 자연치유 능력을 끌어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하룬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은 없었다.


컨퓨션 왕국에서도, 중앙 지역에서도 하룬에게 보이지 않았던······.


*


그건 하빈 왕국에서 신이 강림하고 얼마 안 있어 있던 일.


하룬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에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실패했구나. 페네트.”


컨퓨션 때부터 묘하게 불신감이 들었던 레일에게 지금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네가 메페로스군.”

“한눈에 알아보는구나?”

“······내게 무슨 볼일이지?”

“중앙 지역에서부터 널 눈여겨봤어, 하룬.”


검은 머리 소녀의 눈동자는 인간 때처럼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내 기사가 되렴.”


하룬은 등에 맨 자신의 검을 의식했다.


지금 당장 휘둘러 그녀를 벤다면 벨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던전 때부터 그 수많은 고난을 넘어온 이유가···.


동료들을 배신하고 그들에게 검을 휘두른 이유는···.


“페네트가 아닌 이유는?”

“그 아이는 안 돼.”

“······?”

“내 수호기사가 되면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친구를 살리고 싶지?”

“!···살릴 수 있나! 디솔져도 못한 건데!”

“디솔져는 마신이니까. 인간의 창조주는 어디까지나 나인 걸.”

“······.”


수상하기 짝이 없는 제안이었다.


하룬은 의심이 많은 사내다.


렇기에 액면 그대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 제안을 거부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녀석을 상대로.


“대체 왜 나냐.”

“너희들의 사랑이 좋으니까.”

“?”

“메이어는 눈을 감을 때 너를 증오했을까? 무천이 죽었을 때 가장 그리워한 건 누구일까? 그 이기적인 아모리스트가 마지막에 후회한 건?”

“·········!”


메페로스는 그 몸의 주인이 한번도 지어보이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진짜 ‘애정’이야! 남자와 여자만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야! 혈육으로만 이루어진 인연만이 유대가 아니야! 교집합이 없는 자들끼리 이루어진 연결만큼 극적인 만남이 또 어디 있을까?”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드라마에 감동하고 있었다.


아니, 재미있어했다.


내재된 욕구불만의 충족 도구로서 그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하룬은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메페로스의 목을 노려 검을 휘둘렀다.


강대한 폭풍도 뭉개버릴 강한 검압이 목은 물론이고 몸통채로 부서버릴려고 했으나 메페로스가 손가락을 튕가자마자 하룬의 동작이 그대로 정지했다.


우두두드드득———!


“······억?!”


보이지 않는 유리공간에 갇힌 것 같았다.


그 공간은 하룬의 몸 치수를 잰 것마냥 딱 들어만들어진 공간이다.


밟고 있는 대지.


쉬고 있는 공기.


눈동자에 맺힌 수분.


몸이 뿜어대는 열마저.


그 모든 것의 주도권, 움직임마저 유린당한다.


짝,


메페로스가 손뼉을 치자 하룬은 그대로 주저앉아 허락된 생명활동에 망연자실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진 고통에 그는 울부짖었으나 메페로스가 손짓을 부려 그 고통마저 사라지게 했다.


“대답은?”


하룬은 그 말에 노기를 띠었다.


애당초 그는 디솔져에게 반항하여 엑셉트 기사단을 나왔다.


자기가 납득하지 못한 채로 이용당할 바에야 그는 죽음을 택하리라.


“내가———”

“정 싫다면 페네트에게 부탁하지, 뭐. 레일도 그걸 더 선호하고 있긴 해.”

“························.”


*


“너 때문이잖아!”

“그건 또 뭔···?!”


한 사람의 관점에는 이치에 맞으나 그걸 정면으로 받아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 없다.


“······된 거냐? 그 녀석의 권속이.”

“그렇게 말하면 열 받지. 이용하고 있다고 봐주겠어?”

“말이 좋아 수호기사지 그건 인간이 되지 않는 거랑 같은 거라고.”

“즉, 인간이 되지 않으면 그 녀석들에게 닿는단 거지···!”

“생각이 짧아서 좋겠네! 너 인생 행복하지!?”

“말 다했냐, 꼴통!”


콰앙!


검극의 울림이 공간을 진동시켰다.


모두들 은연중 둘의 대결에 이목을 집중할 정도로 강한 생의 외침이었다.


“헉······허억···!”


수호기사가 된 하룬을 상대로 페네트는 간신히 발을 묶는 정도는 되었다.


“······메페로스구나. 디솔져가 너를 수호기사로 할 이유는 없어.”

“······왜. 연인을 빼앗겨서 배알이 꼴려?”

“딱히 잘못된 만남을 열창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만······그렇다면 어째서.”


페네트는 수호기사가 된 경위도 궁금하지만 그렇다면 하룬이 여기에 있을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는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왜 네가 마족들을 데리고 다니고 있는 거냐?”

“············그건.”


빵모자에 가려진 하룬의 눈빛을 페네트는 읽을 수 없었다.


이미 하룬이 끌고 온 마족들은 도미노와 실버에 의해 정리된 참이었다.


레이나와 케디스는 하룬이 도망을 치지 못하게 진을 친 참이었다.


즉, 이 순간 페네트와 하룬의 움직임은 주위에 가장 경계되고 있던 참이었다.


“············!” “·········?!”


제 3자 입장에서 본 둘의 공방은 격이 없으면서도 그 깊이는 잴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준이 높다는 걸 인식할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이 순간, 둘의 행동은 그들을 지켜보던 이들의 이해를 넘어섰다.


페네트는 깜짝 놀라 몸을 웅크리며 검으로 감쌌고 하룬 역시 몸을 뒤로 날려 보이지 않는 일격에 대비했다.


하룬이 먼저 목을 베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일격을 본 페네트는 상대적으로 자신을 덮치는 공격의 타이밍을 읽기 용이했다.


“큭!”


단순하게 빠르고, 단순하게 묵직한, 기본기에 충실한 공격.


이건 모독이다.


이런 단순한 일격으로 이 정도의 필살을 만들어낸다면 모두가 그렇게 피땀 흘려 쌓아온 노력을 모독한 것과 다름 없다.


그것이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다면 그건 그것만으로도 필살에 필적하다.


“신의 아이라 해도 이 정도인가.”


차가운 푸른 눈매의 사내가 두 청년 사이에 서 있었다.


기사왕 데릭 골런은 어쩐 일인지 여왕의 수호업무를 내팽겨치고 그들에게 가세하러 온 것이다.


“스승님···!”


케디스가 직접 행차한 그의 스승에 놀란 눈치였다.


“가세하러 와 준 건 고마운데 이미 저놈만 잡으면 끝이거든?”


레이나가 볼멘 소리로 하며 나타났다.


이미 실버와 레이나 일행들이 근처 마족들을 다 정리한 참이었다.


영웅의 등장이 늦더라고는 해도 이미 너무 늦은 참이었다.


“······당신도 나랑 같은 걸 노리고 온 건가.”


목덜미를 쓰다듬은 하룬을 노려본 기사왕은 침묵했다.


“일어나라. 검을 들어.”

“·········.”


하룬은 자세를 취했다.


주위에 일어난 마족들의 소란을 무시한 채 두 검사는 자신이 열어놓은 활로를 향해 달려갔다.


데릭의 검은 하룬과 비슷하거나 약간 좀 작은 대검이었다.


그는 그걸 한손으로 휙휙 휘둘렀다.


하룬의 묵직한 일격을 쉬이 넘기며 조금씩 그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


힘으로 밀어붙이면 보다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고 기교로 달라붙으면 흉내도 낼 수 없는 방법으로 검을 다룬다.


속도로 따돌린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는 언제나 절묘한 위치선정으로 하룬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대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기사왕은 제대로 하룬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다.


서서히 목을 죌 필요도 없이 그의 실력이라면 지금 바로 그 숨통을 끊어도 될 터다.


“······훌륭해. 내 부하들 중에서도 자네들만한 수준은 아직 없어. 그 정도까지 ‘영’에 가까운 건 쉽지 않은 일이지.”


데릭은 감상을 입에 담았다.


“지금 어느 방향으로 공격해도 나도 모험을 걸어야하군. 그래. 그럼 곤란해. 이 내가 ‘모험’을 걸 정도라면 곤란하단 말이야······.”

“······.”

“여신의 수호기사가 불사라는 것은 성가시군. 역시 팔다리를 잘라버리면 될까?”

“미안하지만 그건 좀 곤란한데.”


페네트가 스윽 하고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데릭의 등장 때부터 피부가 따끔거리고 있다.


이 남자, 페네트도 계속 경계대상에 넣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가 팔다리 장애라면 정 떨어지거든.”

“저건 말을 해도 꼭······.”


검의 영역에서, 기사왕은 아마 ‘영(제로)’의 영역에 있다.


그게 죽이냐 마느냐 차원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전투의 영역이라면 그들에게 승산은 없다.


“·········.”


데릭 골런이 재미있어하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페네트와 하룬은 기사왕을 향해 달라붙었다.


둘은 오랜 호흡을 맞춰 서로의 힘을 장점을 살리며 단점을 숨기는 형식으로 기사왕을 육박해왔지만 기사왕은 억척스럽게 정면으로 그걸 뭉개버렸다.


하룬의 거인의 일격을 행할 때 생기는 빈틈을 페네트가 보통이라면 피해갈 수밖에 없는 장벽을 만들었으나 기사왕은 그 장벽째로 부수고 바로 하룬의 목을 베어버렸다.


“하룬!?”

“————————————————커헉.”


목이 완전히 몸밖으로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마치 세상이 그러한 일을 부정하듯 목은 재로 화하여 몸 위에 목이 다시 생겼다.


“···이래서는 팔다리를 베어서도 소용없겠어.”


하룬이 시야를 회복하고 행동하기 전에 데릭이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페네트가 그걸 튕겨냈다.


“당신 너무 강한 거 아니야?”

“너희들이 너희들의 목적을 위해서 밟아오던 자들도 같은 생각을 했겠지.”

“·········.”

“나는 너희들의 과오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하거라.”

“엿 먹어라.”

“·········.”

“그놈들한테 저지른 죄는 그놈들이 우리한테 풀어야할 것들이지 네가 재판관마냥 구는 게 아냐. 그런 걸 어설픈 정의감이라고 하는 거야.”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데릭.


“이세계인은 재미있군.”

“피차 일반이네요! 간다, 하룬!”

“오!”

“간다 가 아니야, 멍청아!”


도미노 클레이가 드롭킥으로 페네트의 등을 걷어찼다.


“케엑!?”

“갑자기 왜 저 하룬이란 이쑤시개잡이랑 손잡고 기사왕이랑 싸우는데? 너 혹시 바보냐? 피아구분 못해? 역시 승마 최고수인 내가 고삐를 쥐어야하나?”

“아, 아니······.”


기사왕이 내보인 살기를 도미노는 읽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그걸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당사자인 페네트와 하룬 정도뿐이겠지.


“또 이상한 흐름을 탄 거겠지, 저 바보.”


레이나 크리스의 말에 페네트는 평소 행실이 중요하구나 하고 깨달았다.


갑자기 득세한 마족들도 실버와 케디스가 대부분 정리했다.


“이제 끝난 건가? 이 녀석이 안개를 만든 진범이란 거지?”

“······.”


하룬과 일행이 대치한 상황에서 일행에 있던 데릭은 고개를 들었다.


“드디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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