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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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캡맨
작품등록일 :
2020.09.05 23:51
최근연재일 :
2021.05.2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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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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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진퇴양난

DUMMY

설염은 탁자에 앉아서 고민했다. 머지않아 연회가 열린다. 서나라 시조인 서중공이 서나라를 할당받았을 때를 기념하는 연회이다. 어찌 보자면 개국기념일인 것이다. 연회를 하는 것도 일종의 제사이기에, 이것은 책임이자 의무라고 할 수 있었다.


암살은 양날의 검이다. 높은 확률로 성공은 할 수 있겠지만, 대의명분도 없이 했다가는 나중에 암살당하고 만다. 실제로 암살은 민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궁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범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출처가 너무도 명백하기에. 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


그러면 왜 설염은 자객을 키우고 있고, 이것을 백의에게 밝히지 않았는가.


간단하다. 대의명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공이 하고 있는 실수 중, 하나는 군에 지나치게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군에 힘을 주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쟁은 최후의 외교술이다. 말로 통하지 않으니 팬다. 이것이 전쟁이다. 또한 전쟁은 굉장히 많은 물산을 소비한다. 이겨도 큰 소득이 없다. 명성이야 얻을 수 있다고는 하나, 그 명성도 악명이면 큰 의미가 없다.


얻은 것이 없으니 이겨도 포상이 없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장에서 목숨을 건 값이 이름이라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 군대는 상명하복의 현장이지만, 그걸 돌아가게 하는 동력을 모르면 정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쉽게도 주공은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설염은 분열이 일어날 기회를 엿보았다. 빠르면 1년 안으로 기회가 생길 것이다. 1년 안에 대사를 치러야 하는데, 어중이떠중이에게 칼을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성공률은 기본이고 뒤처리가 깔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설염이 문찬을 고용한 것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무림 쪽 사람이니, 성공은 당연히 할 것이고 자객을 했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알리지도 않을 것이다. 알아보자면 다른 자객도 얻을 수 있었지만, 위험요소가 많다.


설염이 탁자를 반복적으로 치자, 설염의 아내인 서세가 왔다.


“아직도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잠이 안 오네.”


잠이 오지 않다고 말한 설염이 서세를 가만히 보았다. 서세가 설염의 오른 어깨를 매만졌다. 매만지면서 손끝을 계속 머무르게 했다. 설염은 왼손으로 서세의 손을 잡았다. 서세는 몸이 좋았다. 설염은 서세의 손을 잡는 것뿐만 아니라, 왼손을 손목으로, 팔뚝으로, 어깨까지 올렸다. 어깨까지 올린 손을 떼고 그 자리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빨았다. 그에게 남아있는 불안감을 서세의 몸에 넣고 싶다라는 생각이 설염에게 있었다.


설염은 두려웠다. 두려움이 있다는 것도 두려웠고 그것을 어쩔 수 없을 수 없다는 것도 두려웠다. 앞에 있는 서세는 그 불안함을, 두려움을 받아주었다. 아직까지는 서세가 설염의 유일한 여자였다.


설염은 서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릎을 꿇고서 서 있는 서세의 육체를 손끝으로 둘렀다. 골반부터 엉덩이까지 파도가 모래알에 들어가듯이, 설염의 손가락은 서세의 살결을 곳곳 살폈다. 설염은 서세의 살 냄새를 맡았다. 방금 씻었는지, 생활에서 묻어나오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서세는 설염이 약할 때 옆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말없이 얼굴을 배에다가 묻는 그에게 한마디 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이건 서세의 어머니가 알려준 효과적인 기술이었다. 이럴 때 남자에게 뭔가를 캐물으면 안 된다. 서세는 그러한 규칙들을 몇 가지 알고 있었고. 괜찮다는 말의 위무가 첫 번째임을 알았다.


서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설염은 배꼽 주변을 핥았다. 서세는 약간 고개를 치켜세운 뒤에, 양손으로 그의 뒷덜미에 얹었다. 그녀는 가만히 있고자 했고, 설염도 그것이 좋았다. 그는 그녀의 옷을 섬세하게 벗겼다.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닌, 그의 원초적 본능이었다.


서세는 설염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설염은 가만히 있는 서세가 약간 아쉽기도 했다. 소스라침이나 흐느낌 같은 것들이 있긴 했지만 약했다. 차를 주로 마시다가 갑자기 물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미각처럼. 설염은 더 큰 자극을 원했다.


그래서 꿇은 무릎을 펴서 고개를 올리면서 서세의 젖으로 향했다. 검지와 중지로 꼭지를 찾고 맹렬히 꼭지를 빨았다. 그리고 살살 치아로 물었다.


서세의 신음소리가 달이 떠오르듯이 천천히 올라갔다. 꼭지를 물면서 쉬는 손이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듯이 설염은 서세의 질 입구를 쓰다듬었다. 미세한 습기가 손가락에 전해져왔다. 손가락에 묻은 습기를 설염은 맛봤다. 그리고 손바닥에 침을 뱉은 후에, 다시 질로 향했다. 맛을 보고 간을 했으니, 그는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이다.


아이를 한 번 가졌음에도 서세의 몸은 그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설염이 핥은 배는 튼살 자국이 있었지만, 그것조차 매력이라고 느낄 만큼의 품위는 서세는 유지하고 있었다.


서세는 어느새 요 위에 누워있었다. 새끼손가락 길이도 되지 않은 거리에 설염이 그녀를 마주 보고 말했다.


“아~”


설염의 입 모양을 따라한 서세의 입으로 설염의 혀가 들어갔다. 둘의 혀가 서로 얽히고 둘의 다리도 얽혔다. 다리가 1번 얽히면 혀가 15번 얽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혀는 10번 정도 얽혔던 것으로 설염은 기억했다.


‘그래도 조금씩이나 오르는 것을 보아하니, 하면 되기는 하네.’

설염은 다시 그녀 입에다 혀를 넣었다. 애무하듯이 설염의 혀를 빠는 서세. 서세는 눈을 감으면서 설염에게 먹혔다. 서세가 뱉는 숨이 설염의 혀를 타고 들어가 그의 온몸에 퍼지고 있다. 술이 피를 타고 몸에 퍼지듯이.


설염은 서세에게 말했다.

“사람 하나 찾으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요? 백의라고. 전에 절 찾아온 사람 말입니다.”

“보름 안에 찾을 수 있겠죠?”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세는 그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설염을 부른 이유를 말했다.

“전갈이 왔습니다. 순일에게서 온 겁니다.”


설염은 눈이 커졌다.

“그가 뭐라고 합니까?”

“말은 길게 썼긴 했으나. 이대로는 못 참겠다는 것입니다.”


“순일에게 동조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습니까?”

“8할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연회가 끝난 후에 한다고 치른다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빨리 되는 것 같군.”

“예상보다 군역이 고된 모양입니다.”


설염은 전의 전투에서 겪었던 고충을 생각했다. 질 낮은 식사. 질 낮은 수면. 보상이 없는 전투. 과연 현인들이 최후의 외교술이 전쟁이라고 한 지 이해가 갔다. 얻는 것도 없이, 고생을 하는 군인들이라 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봇물 같은 것이다.


자신도 이렇게 짜증이 나는데, 일반 병사는 어땠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귀족들은 제대로 된 무구라도 갖추어서 생존률을 높였지만 사병들은 병에 걸리면 오히려 짐 덩어리가 된다. 어느 정도의 금품은 주어지지만 그 정도로는 큰 이득이 있지는 않다.


“이러면 자객을 들인 것이 걸림돌이 되어버렸군. 그자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그것이 좀 고민입니다.”


“그냥 내보내는 것이 최선이지 않나?”

“그것도 생각해봤습니다만. 비밀을 안 사람을 그냥 내보낸다면 차후에 일이 귀찮은 일이 생길 우려가 있어서.”


문찬은 설염의 저택으로 들어와 방 안의 의자에 앉았다. 문찬의 앞에는 서비가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자네도 귀가 있다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네.”


문찬은 귀가 있었지만, 소문을 듣는 것에는 느렸다. 그는 무공을 익히기에만 전념했기에 가담항설에 귀를 기울일 시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 그런 사회적 소통능력의 결핍은 그가 왜 그렇게 자라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제 곧 연회가 있네.”

“아, 이제 제가 나설 차례가 된 것인가요?”

“아닐세. 곧 서나라에 정변에 일어날 걸세. 그래서 암살은 오히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뿐. 우리 쪽에 득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네.”


문찬은 가만히 있다가 서비에게 물었다.

“그러면 저는 이제 어떡하죠?”


서비가 아니라면 문찬이 눈치가 없는 것인지, 고단수인지 분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몇 번 대화를 해본 결과 문찬은 그냥 눈치가 없는 편이었고. 서비는 이래서 무공이나 배우는 것들은 하면서 혀를 속으로 찼다. 물론 무공을 배운다고 해서 눈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문찬이 눈치가 없는 것이다.


“자네는 어떡하고 싶나?”


서비는 먹여주고 재워줬으니, 그냥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리께서 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귀찮은 녀석이군.’


서비에게는 이런 경우가 제일 골치 아프다. 그렇지만 이것에 골치가 아프다면 서비가 아니다. 그는 돈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섭섭하지 않게. 넣었네. 기존 계약금에 곱절로 넣었어. 자네가 입이 무거운 친구임을 알지만, 노파심에 말하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일이 퍼지면 염라를 보게 될 걸세.”


문찬은 돈을 받고서 설염의 집을 나갔다.


‘이제 뭐하면서 지내나.’


문찬이 폐꽌수련을 연습할 금전은 있지만 그걸 운영할 인력을 구하기 힘들었다 특히나 폐관수련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을 해하려고 하면 막을 수 없는 것이 폐관수련이다. 그는 연습을 뺀 적은 없지만, 능률적으로 하기에는 힘든 처지다.


‘하, 혈기에 너무 치우쳤나?’


스승을 배신하고 사람을 죽인 것이 생각보다 제약이 많이 따랐다. 정파 쪽에서 무공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죽인 것은 백안시되었고, 폐부에 들어왔지만 그런 곳에서 신용을 가지기란 너무도 힘든 일이다.


문찬은 설염의 저택에서 빠져나가고 정운이 방온과 함께 저택으로 들어갔다. 정운은 문찬이 지나가는 걸 보고 눈을 흘겼다. 정운이 내공을 익힌 몸은 아니었지만, 비범해 보이는 사람이 보면 어느 정도 각이 보였다.


정운은 속으로 속삭였다.

‘혼돈, 저자를 쫓아가.’


정운의 몸에서 혼돈의 기운이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일종의 영체 모양으로 문찬의 그림자에 들어갔다. 문찬은 순간 한기가 느껴졌으나, 고개를 가로젓더니 제 갈 길을 갔다. 정운은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설염은 옷을 다듬으면서 오랜 벗이 왔다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식은땀이 척추를 따고 흘렀다. 손님이 이름이 뭐냐고 시종인에게 물었는데, 삼인성호라고 말하면 주인분이 알 것이라고 객실에서 기다리신다고 말했다.


설염은 서재를 열고 정운을 보았다.

“반갑네. 정운.”


정말로 정운을 반가워했다.




더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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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인재채용 21.05.11 21 0 11쪽
63 63화, 스승의 후회 21.05.05 14 0 11쪽
62 62화, 도발과 대응 21.04.28 20 0 11쪽
61 61화, 명불허전 21.04.27 21 0 11쪽
60 60화, 퇴마사 이종 21.04.22 26 0 11쪽
59 59화, 일격필살 21.04.20 18 0 11쪽
58 58화, 의자매들 21.04.13 16 0 11쪽
57 57화, 제전장소 21.04.08 35 0 11쪽
56 56화, 모이는 중 21.04.06 19 0 11쪽
55 55화, 나, 도지사 21.03.18 21 0 11쪽
54 54화. 첨벙첨벙 21.03.09 22 0 11쪽
53 53화, 냉수온수 21.03.03 20 0 11쪽
52 52화, 이목지신 21.03.02 23 0 11쪽
51 51화, 도검매매 21.01.12 28 0 11쪽
50 50화, 제전논의 21.01.05 24 0 11쪽
49 49화, 두 명의 전달자 20.12.31 19 0 11쪽
48 48화, 제전임박 20.12.30 19 0 11쪽
47 47화, 서열정리 20.12.29 23 0 11쪽
46 46화, 주작등장 20.12.24 22 0 11쪽
45 45화. 패도는 10년 20.12.17 17 0 11쪽
44 44화, 대면면접 20.12.16 18 0 11쪽
43 43화, 옥수수의 탄생 20.12.15 21 0 11쪽
42 42화, 입장차이 20.12.10 21 0 11쪽
41 41화, 둥지 속의 이물 20.12.08 19 0 11쪽
40 40화, 붉은 실 20.11.27 19 0 11쪽
39 39화, 대담과 면담 20.11.26 51 0 11쪽
38 38화, 해안의 대화 20.11.24 22 0 11쪽
37 37화, 귤화위지 20.11.17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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