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상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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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캡맨
작품등록일 :
2020.09.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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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6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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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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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주작등장

DUMMY

정운은 방온을 불렀다.

“어인 일로 부르셨습니까? 요즘은 일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요사이 일이 있어서 당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은 미안하네. 하지만 당신에게 흥미가 떨어졌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네.”


“흐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오랜만에 바둑을 두고 싶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니, 뭔가 내기를 거심이 어떻겠습니까?”

“허? 그래? 나는 봐주는 법이 없는데. 괜찮겠나?”


“네. 물론이죠. 소첩이 진다면 소첩의 소원 하나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어? 그렇게 나오겠단 말인가?”


“허언은 하지 않는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그런데 내가 질 경우는 상정하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서방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하나 말씀하시면 될 것입니다.”

“흠. 알겠네. 그럼 한 번 두도록 하지.”


+


바둑알이 바둑판을 반 정도 채우기 시작하자, 방온이 입을 열었다.

“요사이 배가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군도는 지리상 통일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는 걸, 부인께서도 아시지 않소?”


“그렇지요. 그래서 아버님이 군도를 통일하고자 하셨지만, 일종의 연합이었을 뿐. 육지에 있는 것처럼 체계적인 걸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식량이 없을 때는 주로 다른 나라로 가서 노략질을 하지.”


“그건 군도에 있는 사람들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육지 사람들도 타국에 흉년이 들면 침범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군도에서 침략하는 것과 같은 육지에서 침략하는 것이 같을까? 부인께서도 군도에서 서로 싸우는 것과 육지에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같다고 말할 수 있소?”


“그건 아니지만.”

“나도 엄밀히 따지자면 침략에는 군도나 육지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엄밀하게 따지는 걸 좋아하지가 않소. 그럴 필요도 없다고 느끼지.”


“그렇다면 우리끼리 잘 살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까?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도 은근히 불만을 표시하는 자들이 있지 않나요? 대놓고 말하면 해룡의 밥이 되니까 가만히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불만이 많아도 강행할 수밖에 없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 것이오.”


“나중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부인. 부인은 아이를 낳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네?”


방온은 약간 놀라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아이에 대한 언급을 먼저 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아이가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굳이 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오. 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침략자라는 오명을 씌우기 싫소. 장인께서 군도를 통합한 것은 훌륭한 일이오. 그렇지만 나는 육지와의 상생을 꾀하고 싶소. 그렇다면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해주가 되지 않겠소? 부인께서는 이 점을 이해해주길 바라오.”


+


바둑은 정운의 불계승으로 결론이 났다.


“자, 내가 이기고 말았구려. 부인도 실력이 많이 좋아졌소. 이제는 굳이 점을 깔지 않아도 형국이 재밌게 돌아가는 것 같소만. 이제 말하시오. 소원이 뭐요?”


“부디 몸을 챙기시옵소서. 그리고 소첩보다 일찍 죽지 마옵소서.”

“내 약속하지. 그러지 않겠네.”


“그렇게 말씀만 하시지 말고. 뭔가 증표를 보여주시는 걸 원합니다.”

“증표라 함은?”


“부부관계는 아이로 알 수 있다고 하옵니다. 아이가 증표로 삼을만 하지 않습니까?”

“하하, 몸을 챙기면서 아이를 만들기란 좀 어긋나는 일이 아니오?”


“소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겠지.”


+


해룡은 군도를 배회하면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본래 용이라는 것은 고고한 생물로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뽐내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것이 스스로 격이 낮다고 생각하다는 풍조가 있다. 하지만 뽐내길 좋아하는 천성도 있어서 대화하면서 오만함이 엿보였다.


그걸 정운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해룡은 오늘도 자신의 성질을 다스리기 위해서 정신집중을 하기 위한 산책처럼 수영을 하고 있었다.


“흐응. 아무래도 주인께서는 지나치게 교격하신 것이 흠이야. 괴수한테 바랄 부분이 아닌 것까지 그렇게 반응하다니. 그렇지 않나? 혼돈?”


해룡 등 뒤에 타고 있는 혼돈이 해룡의 말에 동조했다.

“그래. 그래도 우리의 편의도 봐주시는 편이니. 뭐라고 불만을 제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말이야.”


“주식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을 못 먹게 되는 것이 아쉽군.”


해룡이 그렇게 말하자, 혼돈도 동의를 뜻하는 침묵을 고수했다. 이물에게 있어서 식인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면 사람도 사람이 아닌 것들 잡아먹지 않는가. 해룡도 동포인 해룡을 먹을 수는 있지만, 되도록 먹지 않는 쪽을 생각했고, 이는 혼돈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해룡. 이 밤에 어째서 이렇게 멀리 떠나는 것이지?”

“멀리 떠난다니? 무슨 말인가? 혼돈? 나는 자네의 말이 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만.”


“해서도에 좀 거리가 있지 않은가? 무슨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하하, 그게 무슨. 나 같은 해룡에게는 이 정도의 거리는 아무것도 아닐세. 육지랑 바다는 같지가 않단 말이야.”


“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그건 무슨 의미로 말한 거지?”

“엉? 딱히 별 의도는 없었네만. 혼돈, 자네 생각보다 소견이 좁은 것이 아닌가?”


“하하, 오래 살아도 생각이 짧으니까 말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닌가? 용도 생각보다 별 것 없었군.”


혼돈과 해룡의 심기를 서로 건들기 시작했다. 해룡은 자신이 첫 번째로 주인의 이물이 되었다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혼돈이 자신보다 등급이 한 단계 낮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혼돈은 해룡과 엇비슷했지만, 지금 싸운다면 해룡이 이길 것이다. 혼돈이 해룡과 10번을 싸운다면 좋게 봐도 3번 정도 밖에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해룡과 혼돈의 갈등이 점점 심해지자 이런 말이 오고 갔다.

“자네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나보다도 주인을 오래 모셨는가?”


혼돈이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이렇게 나오는 것인가? 주인께서 우리의 우열을 강함으로만 두었나? 다 쓰임에 의해서 우리를 구분하지 않았나. 우리끼리는 동등한 관계. 그걸 정녕 모르겠나.”


“허! 정녕 모른다고? 이물 주제에 그렇게 정론을 늘어놓지 말게. 자네도 모르지 않을 터. 세상은 강함이다. 쓰임에 의해서 구분한다고. 만약 주인에게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오게 되어 절대적인 무력이 필요하게 된다면 내가 나은가? 자네가 나은가?”


혼돈은 찔렸다. 그래서 정론을 늘어놓은 것도 맞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자 혼돈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한 번 해볼 텐가?”


해룡과 혼돈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점점 팽팽해지고 해룡의 몸에 닿은 수면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쯤 하지.”


달빛에 닿지 않은 어두운 수면으로부터 무엇인가가 천천히 걸어왔다. 찰방찰방하면서 걷는 걸음걸이에 물방울이 튀었는데, 물방울마다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자네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주인께서 좋아하시겠나? 안 그런가? 해룡! 혼돈!”


해룡과 혼돈은 입을 다물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물은 주인의 3번째 이물로 막내라고 할 수 있으나, 해룡과 혼돈을 합쳐도 이길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이물. 주작 朱雀이었다. 그렇지만 주작의 모습은 인간형이었다.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은 인간과 많이 엮이는 이물이거나 혹은 인간에게 많은 숭배를 받는 이물인 경우에 가능했다.


주작은 인간의 형태로 물 위를 걸으면서 해룡과 혼돈에게 나타났는데, 전신에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해룡과 혼돈은 쩔쩔매고 있었다.


“그렇게 몸이 근질거리면 나와 한 판 하지 않겠나? 내가 목숨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겠네.”


주작은 그들을 깔아뭉게는 발언을 했음에도 해룡과 혼돈은 아무 말 없었다. 그것이 그들의 실력 차이다.


해룡은 운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해룡이 혼돈의 오해를 풀지 않았던 점은, 오해를 빌미로 확실한 상하관계를 바로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룡이 강력한 이물이 있긴 했지만, 4대신 중의 하나인 주작을 이길 수는 없었다.


주작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들의 주인은 괜찮은 사람이다.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 중에서 몇 없는 영웅적 기질이 보이는 사람이지. 게다가 우리를 휘어잡는 그 힘. 그 힘에 대해서는 우리는 거부할 수가 없다. 그것은 너희들도 동의하는 바라고 상각한다. 그렇지?”


주작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부할 수 없으면 그냥 복종하는 것이 옳다. 나도 굳이 자네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 같은 주인을 모신 이물들끼리 사이 좋을 필요는 없었지만, 애도 아니고 괜히 주인이 신경 쓸 거리는 만들지 않도록 하네.”


주작이 빈틈없는 정론으로 혼돈과 해룡에게 일갈을 가했다. 둘은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듣고 있었지만, 반감이 없지는 않았다. 그걸 눈치챈 주작이 말을 더 얹었다.


“그래, 보아하니 아직 불만이 가시지 않은 모양이네. 그렇다면 내가 조건을 달지. 내가 인간형인 상태로 둘 다 상대해보겠네. 만약 내가 진다면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르겠네. 어떤가?”


해룡과 혼돈은 눈이 반짝거렸다. 이물마다 나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락 인간형이 본모습을 드러내면 5배에서 10배는 강해졌다. 그렇지만 주작은 둘을 그냥 덤비라고 하는 것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라고 있었고, 이러한 자신감은 실제 실력에서 나왔다.


해룡이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방금 말씀하신 거 허언은 아니시겠죠?”

“하하, 내가 무슨 허언을 하겠나. 그럼 자네 혼자 도전하는 걸로 보면 되겠나? 혼돈은? 같이 도전할 셈인가?”


혼돈이 고민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해룡은 속삭였다.

‘이보게. 혼돈. 왜 가만히 있는가? 자네도 명성이 있는 이물이 아니었나? 이대로 가만히 꼬리를 말고 그냥 돌아갈 셈인가? 자네가 배포가 이정도 밖에는 안 되었나?’

‘자네야말로. 어찌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우리가 명성이 있고 능력이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주작에게 비견될 만한가?’


‘허허, 이거 세상물정을 모르는 친구일세. 인간형으로 붙는다는 말을 못 들었나? 우리에게 어느 정도 승기는 있네. 이런 경우에 진다고 해도 할 일을 다하고 한 것이고, 패배를 받아들이면 되네. 십전십승의 확률은 아니지만. 그래도 3할 정도의 승기는 있다고 보네. 어떤가?’


주작은 둘이 한참 상의하자 무료했는지 재촉했다.

“아직 멀었나?”




더 재밌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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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인재채용 21.05.11 21 0 11쪽
63 63화, 스승의 후회 21.05.05 14 0 11쪽
62 62화, 도발과 대응 21.04.28 20 0 11쪽
61 61화, 명불허전 21.04.27 21 0 11쪽
60 60화, 퇴마사 이종 21.04.22 26 0 11쪽
59 59화, 일격필살 21.04.20 18 0 11쪽
58 58화, 의자매들 21.04.13 16 0 11쪽
57 57화, 제전장소 21.04.08 35 0 11쪽
56 56화, 모이는 중 21.04.06 19 0 11쪽
55 55화, 나, 도지사 21.03.18 21 0 11쪽
54 54화. 첨벙첨벙 21.03.09 22 0 11쪽
53 53화, 냉수온수 21.03.03 20 0 11쪽
52 52화, 이목지신 21.03.02 23 0 11쪽
51 51화, 도검매매 21.01.12 28 0 11쪽
50 50화, 제전논의 21.01.05 24 0 11쪽
49 49화, 두 명의 전달자 20.12.31 19 0 11쪽
48 48화, 제전임박 20.12.30 19 0 11쪽
47 47화, 서열정리 20.12.29 23 0 11쪽
» 46화, 주작등장 20.12.24 23 0 11쪽
45 45화. 패도는 10년 20.12.17 17 0 11쪽
44 44화, 대면면접 20.12.16 18 0 11쪽
43 43화, 옥수수의 탄생 20.12.15 21 0 11쪽
42 42화, 입장차이 20.12.10 21 0 11쪽
41 41화, 둥지 속의 이물 20.12.08 19 0 11쪽
40 40화, 붉은 실 20.11.27 19 0 11쪽
39 39화, 대담과 면담 20.11.26 51 0 11쪽
38 38화, 해안의 대화 20.11.24 22 0 11쪽
37 37화, 귤화위지 20.11.17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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