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했는데 너무 강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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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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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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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최악의 상대

DUMMY

영소. 파견자 용어로는 소울 스팟(soul spot).


영력의 근원인 영핵과 직접 연결된 지표면의 장소로, 영핵의 깊고 진한 영력이 머무는 곳이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영력이 샘솟는 곳.


활성화된 영소에서 흘러 나오는 농밀한 영력은 온갖 현상을 만들어 낸다.


행성의 의지로 태어난 생물에게 무조건 이로운 현상들이다. 행성의 직접 의지가 담긴 손길을 받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행성의 생명체들에게는 축복의 장소.


그렇다면 파견자에게는? 모든 것을 돈으로만 보는 '회사'의 정규직 노예, 파견자에게 영소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박 상품이 숨겨진 장소다. 그것도 이미 상품성이 인정된.


행성의 원천으로부터 순수한 '영핵'을 그대로 추출해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각에서 추출되는 성편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소의 존재만으로 행성 개발의 사업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인공적으로 가공한 영핵과는 가치가 다르다. 순수도 자체가 전혀 달랐으니까. 인공 영핵이 80% 언저리의 순수도를 갖는다면, 영핵은 99.999%의 순도를 갖는다. 사이즈 또한 남다르다.


그야말로 로또인 셈이다. 이변이 없는 한 영소를 발견하는 것으로 사업의 공헌도는 1순위가 된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이 모든 건 '활성화'된 영소의 가치.


반면, 활성화되지 않은 영소는 아무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사실상 탐지가 어렵다.


그렇다고 행성의 모든 장소를 밭을 갈듯 모두 갈아엎을 수는 없다. '회사'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그것을 제안하는 순간 미친놈 취급 받을 것이다. 마치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로또 당첨금 수준의 금액을 투자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따라서, 비활성 영소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뿐더러, 이를 찾아내 활성화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곳 영소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천운에 천운이 겹쳐 탄생했다. 네 가지의 천운.


첫째로 지구가 압도적으로 영적 자원이 풍부한 행성이라는 점. 그로 인해 영소 후보지가 타 행성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가 많은 것도 그 덕분.


둘째로 특수개체가 둥지를 틀었던 곳이 바로 이 근방이었다는 점. 세력 다툼으로 상처 입은 특수개체가 적을 피해 도망치다 이 곳을 발견했다. 웅크려서 힘을 다시 모으기에 최적의 장소였기에 이 곳에 정착하여 둥지를 틀고 있었고, 그것이 또 다른 우연을 불러왔다.


차지혁이 특수개체와 전투를 벌인 장소가 이 곳이었다는 점이 그 세 번째 우연. 바로 그 특수개체를 잡고 최강혁이 유색의 성편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유색 성편과 함께 이 곳은 꽤나 좋은 지형으로 보고되었고, 후에 주기율 일행에게 추천해줄 수 있었다. 전투의 여파로 영소가 일부 깨어난 것 역시 세 번째 우연이 가져다 준 결과다.


마지막으로 주기율이라는 걸출한 과법사의 존재. 반각성 영소라 하더라도, 주기율이 무리에 끼여 있지 않았다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반각성 상태의 영소는 아무런 영적인 현상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식하기 어려운 무언가 분명 틀어져 있었다.


주기율은 당시 2성 끄트머리에 다다른 과법사의 관찰력으로 이곳의 비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무언과 주변과 조화되지 않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그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직감도 왔다. 그래서 주기율의 주장이 관철되어 이 곳에서부터 소세계 창조를 시작한 것.


센티널이 반각성 영소를 마치 껍질처럼 감싸게 되었던 것은 그 모든 우연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그런데 오늘 하나의 우연, 아니 이 정도면 필연이라 할만한 요소가 더해졌다.


베이나르의 마지막 일격이 정확히 영소의 중심을 가격한 것.


껍질이 깨어져 나갔다. 그로 인해 지금 이 순간.


영소가 완전 각성했다.




임시로는 주변에서 싸우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임시로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위장막을 덮고 숨어있던 임시로까지 영력의 파동이 훑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숨어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임시로가 소리쳤다.


"이 파동은... 분명 영소?!"


그는 운이 좋게도 영소의 각성을 한 차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묵직하고 자애로운 느낌의 파동. 그래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건 분명 영소였다.


"영소. 영소..."


임시로가 같은 단어를 몇 번이나 되뇐다.


그리고 짧은 상념 끝에.


"아... 이제야 알겠군..."


임시로의 머리 속에서 내내 맴돌던 위화감을 만들던 몇 가지 요소들.


유달리 소세계 내 영력이 풍부했던 이유.


"근방에 백견 발생 빈도가 낮은 이유도...!"


그리고...


"고위 능력자가 많은 이유까지도 말이야!"


이제야 [아사달]을 둘러싼 비밀을 알아냈다.


모든 것이 하나로 꿰어 맞추어 진다.




어느새 센티널로 이동한 헬리언이 베이나르를 들쳐 업고 퇴각하고 있었다. 신체변형술이 풀려 원래 크기로 돌아왔기에 업을 수 있었다.


모두가 격한 전투로 지쳐있던 틈. 그리고 천운과 같이 모두가 얼어 버린 순간을 노리고 무사히 베이나르를 빼올 수 있었다.


헬리언의 통신으로 퇴각 준비를 하고 있던 바츠와 백견 무리는 헬리언이 도착하자마자 그를 에워 산 채 바로 이동했다.


열세인 상황인 터라 신현호들은 차마 무리해서 추격할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베이나르는 괜찮은 겁니까?"


바츠가 걱정되는 눈빛으로 물었다. 물리적으로 상처 입은 거야 너무나 많이 보아 익숙하지만, 이렇게 정신차리지 못하는 상태가 된 베이나르는 오랜만에 보았기 때문이다.


"외상은 없다. 그렇다면 영혼에 타격을 입었을 확률이 큰데... 아마도 심력 소모도 컸겠지. 한 동안은 요양을 해야 할 듯 싶다. 정확한 건 검성께서 아실 듯 하고."


"..."


침묵을 지킨다.


영혼의 파트너인 베이나르의 부상은 그에게도 타격이 컸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정 안되면 마녀왕께 부탁하면 되니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검성과 견원지간 같은 마녀왕이다. 그녀에게 이런 부탁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베이나르를 보며 바츠의 눈이 분노로 타오른다. 하지만 이를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원 요청을 하겠습니다."


헬리언이 바츠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의 기분을 한껏 이해하고 있었다. 기사단이란 사선을 넘어 동고동락 하는 사이니까. 헬리언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어차피 검성께서 오셔야 한다. 소울 스팟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특이점이 아니니까."


헬리언이 본분을 잊지 않고 바츠에게 말했다.


"검성께 보고를."


바츠 역시 본래 임무를 잊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검성께서 오시면..."


헬리언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츠의 말을 받았다.


"그래. 복수의 시간이다."




퉷-!


박수호가 피 섞인 침을 뱉는다.


"오늘이 정말 종말의 날인가."


입 주위를 닦으며 말했다. 허나 혼잣말에 가까웠다. 모두가 치열하게 백견 무리와 전투 중이였다.


싸움이 시작된 지도 1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밤이 되어 어둑어둑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은 환한 느낌이 들었다. 사방이 새하얀 백견들로 바글바글했기 때문이다.


삼천? 사천? 아니... 셀 수 없었다. 백견은 끝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새벽의 천 여 개체의 백견 무리만 해도 상식을 뒤엎는 규모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의 몇 배는 넘는 숫자다.


저녁의 전투는 폭발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양이 고개를 넘어갈 때 쯤 발생한 거대한 폭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발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영벽이 일순 깨어져 버렸다. 조금 부서지거나 손상이 일어난 것이 아닌 완전 파괴.


그로 인해 박종필은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를 입었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소세계 최고의 크래프터이자 소세계주였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정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달랐다. 정신적 임계가 낮은 크래프터들은 기절한 채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폭발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평원에 장갑차도 들어갈 만한 크기의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크레이터를 형성하며 비산한 거대한 잔해들이 포탄처럼 날아와 장벽을 두드렸다. 충분히 버틸 수 있는 물리력이었지만 다른 방면으로 데미지를 주었다. 연이은 충격적인 광경이 소속민들의 불안감에 불을 피운 것이다. 소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


혼란 속에 백견 무리가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새벽의 무리와 비교도 되지 않을 엄청난 규모를 이끌고 말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치고 받았다. 아직 회복 중인 박수호까지 투입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지긋지긋한 개새끼들..."


박수호가 잠시 호흡을 골랐다.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크게 심호흡 한 그가 정면으로 내달렸다.


파팟-!!


검이 정면의 백견 한 개체를 반으로 가르며, 그의 몸은 흰색의 물결 속으로 다시 파고 들었다.


"왜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못해 안달인 거냐!!"


울분에 찬 외침과 함께.




영벽이 있던 경계는 의미가 없었다.


콰광! 쿠아아아앙!


까앙- 까앙! 투두두두두두!!


요새포와 기관포는 영벽이 있던 경계 너머를 줄기차게 때리고 있었다. 백견이 개떼처럼 평원을 가득 채우고 있어 대충 쏘아도 알아서 달려들어 맞는다.


쉴새 없이 쏘아지는 포들이 화망을 형성하며 영벽 대신 저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투부대도 놀고 있지 않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선에서 백견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포탄의 탄착 지점과 폭발 영역을 피해 장벽과 멀지 않은 곳에 전선을 형성하여 싸우고 있었다.


전투 초기. 평원을 뒤덮고도 남는 백견의 파도를 보자마자 모든 전투원들이 동원되었다. 심지어 아직 치료가 필요한 최강혁과 박수호도 나와 싸우고 있을 정도. 0성 능력자들도 반절 이상이 전선에 가세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건 총동원령.


그만큼 전선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투 인력만 천 명이 넘었으니까.


하지만 특수개체까지 포함된 상대와의 전력 비대칭으로 전선에는 구멍이 많았다. 사상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다.


"정신 차려!! 칼 똑바로 쥐란 말이야!!!"


"막아! 저 새끼 막아!!"


"영태야, 영태!! 정신 차려!!!"


처절했다. 이곳은 지옥이었다.


전선의 구멍을 메우려 차지혁을 비롯한 최정예 스트라이커들이 동분서주 뛰어 다니며 날뛰고 있었다.


처음엔 그나마 할만 했다. 백견 무리 뿐이었으니까.


특수개체 역시 차지혁 앞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다. 자급의 특수개체라 하더라도 차지혁에게는 칼질 스무 번 내외면 끝나는 수준의 적.


2000명 규모 소세계의 최강자 타이틀을 괜히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은빛 검기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게 정신 없이 백견 무리를 휩쓸던 중이었다.

기사가 차지혁을 덮친 것은.


스아악-


팔뚝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차지혁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체-엥!!


사각지대로 찔러오는 검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정확하게 반응하여 막아낼 수 있었다.


지이이잉!!


검은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그런데 진동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자치혁의 신체가 찰나간 경직되었다.


파동의 검. 차지혁이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뇌리에 경고음이 울렸다. 기묘한 검이다. 게다가 무시무시한 속도와 파워까지 실렸다.


'최소 나와 동급의 능력자다!'


문답무용. 그들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그대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상대는 무지막지하게 강했다.


특수개체의 전투력과 비교도 되지 않고, 파워드 슈트를 풀가동 중인 그와 비등할 정도였다.


공방을 주고 받는 그들 주변은 검기의 파편으로 난장판이 되었다.


둘의 검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스파크가 주변에 비산했다. 화려한 전투였다. 하지만 실제 전투를 수행하는 차지혁은 정말이지 살얼음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토록 강한 상대를 보니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이 놈이 대장이다. 내가 이기면 전투는 끝이다!'


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차지혁은 몰랐다.


최악의 존재는 아직 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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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기다림의 끝에 (1) 20.10.26 46 2 13쪽
31 31. 화신 20.10.25 41 1 12쪽
30 30. 성능 죽인다 20.10.24 48 1 13쪽
29 29. 뇌신습래 +1 20.10.22 56 2 12쪽
28 28. 재회 +2 20.10.20 49 1 13쪽
27 27. 통신 20.10.18 73 1 11쪽
26 26. 후반전 20.10.17 66 2 12쪽
25 25. 라떼월드 공방 20.10.16 64 2 12쪽
» 24. 최악의 상대 20.10.13 67 2 13쪽
23 23. 빛 20.10.11 60 3 11쪽
22 22. 최악의 순간 +2 20.10.10 65 4 13쪽
21 21. 푸른 눈 +2 20.10.09 73 4 12쪽
20 20. 마곤 +1 20.10.07 75 4 12쪽
19 19. 드러난 정체 20.10.04 103 4 13쪽
18 18. 공방전 (3) +1 20.10.02 72 3 13쪽
17 17. 공방전 (2) 20.10.01 87 4 16쪽
16 16. 공방전 (1) 20.09.29 85 4 13쪽
15 15. 습격 20.09.27 112 3 13쪽
14 14. 개전 20.09.25 114 4 15쪽
13 13. 용오름 20.09.23 120 3 16쪽
12 12. 검은 성편 20.09.20 109 3 14쪽
11 11. 전운 20.09.18 138 3 14쪽
10 10. 묘한 방문자 20.09.16 111 3 15쪽
9 9. 불안감 20.09.15 152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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