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몽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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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광
작품등록일 :
2020.09.07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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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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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헌터-11

DUMMY

#1


‘무엇에 쫓기는 거지.’


위이이잉!


생각하는 순간 장면이 빠르게 변한다. 사내의 뒤로 한없이 후퇴하더니 얼마되지 않아 공간을 잠식하며 밀려오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인다.


크르르르르... 캬아아아...


“저건...”


한없이 어둠에 침잔된 검은 그림자들의 파도다. 딱히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부정형의 그것들은 공간을 집어삼키는 중이다.


“흡...!!”


그것들과 가까워지자 농밀하다 못해 끈적한 살의가 정신을 침투해 들어왔고 성현은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고도를 높였다. 물론 꿈속에서는 거리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거리를 둠으로써 방어기제의 발동을 하는 것이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것들은 대지 전체를 잠식한 상황... 제민 아저씨의 꿈 속 전부가 저것들로 뒤덮여있다.


“악몽이 아니구나.”


성현은 자신이 드림다이브를 통해 제민의 꿈에 들어왔다는 것을 상기했다. 지금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들은 모두 제민의 것이다. 말 그대로 악몽...그 어떤 것이든 모두 뇌가 기억의 찌꺼기들을 모아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라지만 이건 악몽 따위가 아니다.

공간이 뒤흔들린다. 마치 성현이 하늘에 떠 있는 게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검은 수채화 물감이 흩뿌려진 것처럼 대지와 하늘로부터 시작된 어둠이 그물처럼 모든 곳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 있으니 아직은 안전하지만 곧 그가 있는 곳도 그물에 잡아먹힐 것.


“위험해.”


성현은 지금 도망치고 있는 사내에게 변고가 생긴 것을 깨닫고 그곳을 향해 시점을 이동시켰다.


“사, 살려줘!!”


사내는 검은 그물의 형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짐승에게 붙잡혀 있었다. 짐승의 주둥이로 추정되는 곳으로부터 흘러내린 침이 사내의 몸을 적신다.


“제발...”


울부짖는 사내... 성현은 그 사내가 낯이 익다는 걸 깨달았다. 흙과 피로 범벅이 되어 미친 듯이 뛰고 있어서 몰랐는데 확실히 그는 제민 아저씨였다. 피범벅된 가슴의 상처를 부여잡고 눈물을 질질 흘리는 꽤나 젊었을 적의 모습 말이다.


“캬르르르...”


쩍 벌려진 입속에는 수백 개의 이빨이 자리해 있다.

짐승은 그를 잡아먹을 듯 그를 향해 주둥이를 가져갔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지만 성현은 딱히 제민을 돕거나 하려는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은 분석해야할 때니까. 그가 고통 받는 게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곳에 들어온 이유를 잊지 않았다.


“만환력을 어떻게 얻는다는 거지?”


만환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고 들어왔는데 어디를 봐도 그에 대한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였다.


꽈득!


“으아악!!!”


발버둥치는 제민의 팔이 짐승의 이빨에 찢겨 빨려 들어갔다.


꽈득! 꽉!


“아아악!!!”


짐승이 제민의 팔을 씹을 때마다 피가 줄줄 흘러 비명을 내지르는 제민의 얼굴에 쏟아진다. 고어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볼꼴 못 볼꼴 다 본 성현이 크게 놀랄 일은 없다. 그러나 쏟아지는 피를 맞는 제민이 비명을 지를 때마다 전신에 마치 노이즈가 낀 것처럼 깜빡이는 것을 보자 저것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제민이 고통에 비명을 지를 때마다 그의 몸으로부터 흘러나간 연기 같은 것이 짐승의 아가리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짐승의 피에 절은 입이 다시금 제민을 향해 내려온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노릇...


“가능할까.”


자신의 꿈이라면 저런 짐승 따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건 자신의 꿈이 아닌 제민의 꿈이다. 그의 힘이 타인의 꿈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했다.


성현은 허공으로 손을 가져가 짐승이 있는 부분을 꾹 쥐었다. 필요한 건 짐승을 가둘 우리... 그 시야 속 움켜쥔 손에 뭔가 잡히자 쥔 그대로 잡아 뜯는다.


‘트리거-공간찢기’


찌이이이익!!!


“꾸어어어어억!!!”


성현의 시야 속 뜯겨나간 공간에 몸의 절반이 휩쓸린 짐승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찢겨진 공간 속에 드러난 하얀 공간이 꾸물거리며 짐승의 몸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의도는 짐승 전체를 찢어내려고 했지만 공간 찢기 자체가 찢는 부분에 대한 랜덤성이 있기에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간이 찢어지거나 혹은 조금만 찢어지기만 대신 그만큼 빠르게 공격할 수 있다는 잇점이있다.


드드드드득...쿵!


형태를 이룰 몸의 절반이 사라졌다. 그러나 역시 꿈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저 짐승 자체가 생겨먹은 게 그런지 남은 것들이 꾸물꾸물 뭉치며 더욱 거대한 짐승이 되었다. 그 짐승이 성현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마치 나를 공격한 것이 너냐는 듯... 그러나 성현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재미있네.”


감히 이 공간 안에서 자신에게 덤비다니...사실 공간 찢기는 발동만 빠를 뿐이지 그가 가진 트리거 중 가장 약한 축에 속했다.


“그럼 제대로 해줄까?”


성현이 두 손을 내밀어 짐승이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트리거- 쥐어짜기’


우드드드득!!!


“크아아아아!!!”


쥐어짜기는 공간찢기처럼 랜덤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공간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트리거였다. 손안에 들어온 이상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이 꿈을 지배하는 성현의 의지였기 때문에...


꽈드드드드득!!!


마치 쥐어짜듯 그것을 압축시키자 손안에 쥐어진 그것은 더 이상 짐승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졌다. 그것을 양손으로 나눠 뜯어버린 후 손안에서 으깨버리자 짐승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셔졌다.


“하...이게 되네.”


반신반의했는데 그의 꿈속에서처럼 트리거가 작동했다.

동시에 그의 시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DP포인트 60을 흡수하셨습니다.]


“어라...”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성현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꿈속의 짐승을 죽였을 뿐인데 DP 포인트를 얻었다. 아무리 자신의 능력이 꿈과 관련되어 있다지만 꿈 속의 짐승을 죽이는 것만으로 힘을 얻는다니...


‘이건 너무 막장인데...’


자각몽 속에서 그는 신과 마찬가지다. 트리거의 사용에 제한 따위는 없다. 현실에서처럼 DP포인트나 스킬에 얽매일 필요 없이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성현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사, 살려주세요.”

“음?”


비칠비칠 기어온 제민이 눈물 가득한 얼굴로 성현의 바지자락을 붙잡았다.


‘내가 보이는 건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인식하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제정신이 아니다.


“흐윽...흑... 제 동료들이 모두...흑...죽었어요. 제발...살려주세요.”


또 꿈속의 제민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이 꿈의 영향인지 아니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성현은 지금 눈앞의 제민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치 과거의 기억만을 가진 사람처럼 말이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그그, A섹터 파티의 지원 요청신호 받고 파티장이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첫 공격에 진우랑 민정이가 쿨럭...죽고... 응전했지만 파티장이 죽어서 곧바로 흩어졌는데...흑...”


제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낯설지 않다. 그에게 트라우마와 같은 그래서 술이 아니면 절대 꺼내지 못했던 그 이야기... 그의 가슴에 난 상처도 기억났다. 함께 사우나를 하다가 상처에 대해 물었었는데 제민은 술에 만취하고 나서야 상처와 얽힌 당시의 일을 성현에게 이야기해줬다.


‘그렇군. 이건 트라우마 같은 건가.’


카를레스 증후군의 원인이 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대상이 헌터라는 것과 정신적인 장애 및 육체적 장애가 동반되어 온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 끝은 미쳐버린 채 은퇴를 하거나 죽어서 은퇴하는 방법 밖에 없는 치료불가 병이라는 것만 알려졌을 뿐이다.


“나...난 살리고 싶었는데...으...으아아!”


제민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소리지르자 다시금 음습한 기운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빨리 나가야 하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군.”


주위로 검고 음습한 그림자들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다행이랄 건 그 짐승 같은 게 더 안나타난다는 건데 그럼에도 조바심을 내는 건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는 것이다. 아마 타인의 꿈에 영향을 미치는 힘도 만환력을 소모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


퍽!


“억!”


갑작스레 내지른 성현의 주먹에 제민이 억하고 쓰러진다.


“왜...왜...”

“아니, 정신 차리라는 의미도 좀 있고 기왕이면 잠에서 깨라는 건데...”


꿈속에서 충격을 받으면 잠에서 깨기도 하기에 작심하고 때렸는데 어지간히 지독한 악몽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물론 꿈의 주인 본인의 의지만 강하면 자력으로 깨어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걸 바라는 건 무리 같다.


“꿈에서 깨어나게 해야...아!”


순간 제민을 꿈에서 깨어나게 할 묘안이 떠올랐다. 잠에서도 깨면서 가장 빠르게 현실을 파악하게 만들 방법! 성현은 정신을 집중해 머릿속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새기기 시작했다. 자각몽 속에서 이미지를 만드는 건 일종의 정신적 케리커쳐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기억에서 가져오는 것이기에 만들고자 하는 대상의 특징으로 그 존재를 규정하게 한다. 그리고 잠시 후 성현의 앞에 보라색 꽃무늬 앞치마가 인상적인 키 작은 중년 여성이 하나가 나타났다.


“아주 그냥 똑같구만...”


자신의 실력에 빙그레 미소 짓는 성현은 곧장 3인칭 관찰자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자각몽에 창조한 캐릭터는 절대 그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기억되어 있는 성격 그대로 움직이려고 경향이 강하다. 물론 강한 의지를 통해 억지로 시키면 가능하기야 하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아주 강력한 개성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제민을 발견하고는 대뜸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이 양반이! 지금이 몇 신데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어!”

“누...누...구...”

“누구? 이 양반이 아직 잠이 덜 깼나! 얼른 안 일어나!”


인상을 확 찡그린 그녀가 뒤춤에서 긴 쇠국자를 뽑아들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근 2m에 달하는 쇠국자로 제민의 머리를 퍽퍽 두들긴다.


“악!악!”

“집구석에서 쉴 생각만 하지 말고 애랑 좀 놀아주면 안 돼?!”

“저기... 그게... 저는 당신을...”

“오냐! 기억이 안 난다는 거지? 어디 기억 날 때까지 맞자!”


퍼퍽! 퍽퍽!


그녀가 나타나 제민을 두들긴 순간부터 주변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숲은 어느새 어느집 거실로 변해 있었고 제민은 쇼파에 누워 마누라의 국자에 얻어터지는 중이다.


‘꿈의 주도권이 넘어가는구나.’


이런 건 그의 기억 속에 없다. 아주머니는 항상 친절하게 그를 맞아 주셨으니까. 그렇기에 이 모든 변화가 제민 아저씨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숲에서 갑자기 집안으로 바뀌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뭐 어차피 꿈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닌가.


“아, 여...여보...”

“아이구, 이제 기억이 나셨어?!”


국자를 쥔 손을 머리위로 치켜든 아주머니가 성난 황소 같다. 어째 아저씨의 덩치가 작아지는 걸 보면 평소 아주머니에게 잡혀 사는 게 꿈 속에서 반영된 것 같고... 전에는 자기가 소리 한 번 지르면 깜빡 죽는다고 거들먹거리더니 실상은 완전 반대다.

아무튼 결론은 악몽이 사라졌다. 아주머니 또한 악몽 중 하나 같지만 이전의 악몽이 정신을 좀먹는 것이라면 지금의 악몽은 정상적인 현상이니까.


“슬슬 나가볼까.”


더 이상 할 일이 없으니 꿈에서 벗어나려던 성현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제민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빛덩이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미세한 붉은 빛을 발산하는 그것은 마치 자신을 가지라는 듯 그를 유혹했다.


“뭐지?”


성현은 저도 모르게 그것에 손을 가져가 쥐었다. 그러자...


슈욱...


[ 만환력 13포인트를 흡수하였습니다.]


빛덩어리가 손을 통해 빨려 들어오는가 싶더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헐, 만환력이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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