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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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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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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DUMMY

먼 하늘에 떠있는데도 불구하고 눈앞에 있는 것처럼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올려다 보며 촌장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피부색에 머리에는 얼굴이 네 개나 있고, 꽃을 형상화한 듯 굉장히 화려한 귀족 여인의 복장을 입은 그것을 보며, 촌장님은 그것을 마녀라고 생각했다.


"과연, 저것이 열매로군."

"눈썰미가 좋군."


향긋한 차의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소리도 기척도 없이 혼돈이 손에 찻잔을 든 채 걸어왔다.


"그래도 빨리 깼어? 그분의 옆에 오래 있어서 그런가?"

"...하아...당신이었군요...뭐에 당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 거지."


촌장님도 몇 번 혼돈을 마주쳤으나 몇 번이고 그의 생김새를 표현해보라고 하면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정면에서 마주보고 있는데도 그의 얼굴을 똑바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뇌가 혼돈의 모습을 거부하는 것처럼.


"인식저해 마법이라도 걸어둔 것입니까? 얼굴에 그런 마법을 상시 발동하려면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야겠군요."

"혼돈의 이름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군.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우리들의 감정과 혼에 그 이유가 없듯이 말이야."


인광이 혼돈을 말할 때 항상 특유의 불쾌감을 말했으나 촌장님이나 다른 아이들은 그 불쾌감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굉장히 위험한 인물인 것은 맞지만 인광이 말하는 불쾌감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는 느낌인 듯 해 혼돈과 마주한 적 없는 이들로서는 이해가 불가능한 감각이었다.


'이제야 알 것 같군. 속이 뒤집어지는 듯, 뇌가 어질어질한 기분. 고정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변하는 무언가를 보는 기분이야.'


혼돈이 자신의 앞에 앉아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자 더더욱 불쾌감이 고조되었다.

게다가 몸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무기력하니 불안함마저 커져갔다.


"도대체 목적이 무엇입니까?"

"주인의 완전한 성장...! 누구보다 완벽하게 불완전하고 추하게 아름다운 광기의 재림!"

"마지막은 세계의 멸망이겠군요."

"마지막은 없다. 세계의 그 어디에도 마지막은 존재하지 않아. 멸망 이후에도 세계는 계속된다. 광기는 그곳에 새로운 씨앗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시겠지...! 광기에 찬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을! 여기서 질문 하나 하지."


온몸을 조여오는 강렬한 기운에 촌장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발버둥치지만, 몸은 거의 움직여지지 않았다.

품에 숨겨두었던 무기들도 모두 사라져있는 것을 봐선 절대로 쉽게 도망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 세계의 유일한 광기는 그분 하나 뿐인가? 그분을 제외한 그 어디에도 광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

"표정으로 대답을 해주는군. 그래, 아니지. 광기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분조차도 식겁할 정도의 일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있을 거야. 그분보다 미쳐있는 이도 있을 테지. 그렇다면 어째서! 왜 그분이 광기인가!"

"...그 회장인가 뭔가 때문인가?"


말하자면 인광은 선택받은 아이같은 것이었다. 수많은 만들어진 선택받은 아이들 중 살아남은 유일한 아이.

촌장님도 인광에게 회장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기에 추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인데, 혼돈은 대체 어떻게 아는 것일까. 대체 어떻게, 회장의 존재를 알고, 그 회장을 미친 마법사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래, 역시 똑똑하군 만능맨. 광기께서도 자네의 덕을 정말 많이 보셨을 거야. 자네의 모든 준비 덕에 지금까지 성장하셨겠지.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 진심이야."

"그것 참 고맙군요."

"그래, 그에 대한 보답으로 지금 여기, 광신자 창설 이래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열매가 있는 곳에 안내해줬지. 고맙지?"

"...예, 고맙습니다."

"그럼~난 알맞은 사람에게 알맞은 보상을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다시 한 번 천장을 올려다 보자 투명한 유리 천장 너머의 열매와 눈이 마주쳐 촌장님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둠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듯한, 분노한 대영웅의 등장을 목격했을 때처럼 끔찍한 기분이었다.


"아름답지 않아? 한 여자의 사랑과 집착, 포기가 다 저 안에 담겨 있어. 대륙에 큰 전염병을 유발했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 꽃을 피우고, 열매가 되어 지금 저곳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파이님을 말하는 것이군요."

"헤파이 온엘베...내가 모시고자 하는 그분의 모든 처음.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녀에 대한 감상은 나도 다소 복잡해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그래, 아주 잘 봤어."

"...저것이,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건 그저 열매일 뿐이야. 움직이지 않고, 움직인다 해도, 그저 가지에서 떨어져 내려 터져버릴 뿐이야."


그 결과 이 월드 게이트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열매가 숨겨져 있는 황성을 중심으로 세상이 다시 한 번 새롭게 쓰여질 것이다.

촌장님도 그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열매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광신자에서는 열매를 이용할 방법을 가지고 있으리란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자네도 알 수 있을 거야. 아직은 저 열매를 그분에게 선물할 수는 없어. 저것을 선물하는 순간이 모든 것의 끝이자 시작이 될테니까...! 그때가 너무나도 기대돼!"

"이해가 안 되는군요. 당신이 인광님에게 제대로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분에게 죽어버릴 텐데 그 이후의 세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어차피 새롭게 만들어질 세상에 옛것은 무의미. 나의 최후는 이미 예정되어있다. 그것을 내 주인께서 친히 해주겠다 생각하면, 이 가슴의 떨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두근거려."


과연 자신은 그럴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을 해보지만, 촌장님은 인광이 자신에게 살기를 드러내며 죽이려 들면 기꺼이 모든 힘을 다 해 도망치고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사람을 죽이려 드는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근처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자주 고장난 생각을 떠올리는 사람이어도 주변의 인물들에게 신뢰 받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바라는 것이 사랑은 아닌 모양이군요."

"나는 혼돈,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지. 아! 물론 사랑이 진행 되는 과정에서 혼돈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수는 있지. 한 명의 사랑이 큰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 건 좋아하는 편이야."

"...그 사랑이 부러워 우리 아이들에게 손을 된 겁니까?"


딴에는, 혼돈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캐내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고, 나름의 분노를 담은 한 마디이기도 했다.

이제 더이상 인광 일행은 인광 혼자만 아끼는 관계가 아니었다. 그 안의 모두가 나름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촌장님은, 파이와 아이엔을 그렇게 만들고, 인광을 화나게 만들었던 혼돈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사랑이 부러워? 너는 그분이 온힘을 다 해 쫓아올 때의 그 짜릿한 조차 모르면서 겨우 그런 것을 내가 부러워해서 일을 저질렀다고 하는 거야? 그것 참, 만능맨 치고는 너무 생각이 짧은 걸?"

"그럼 나를 잡아온 이유는 뭡니까."

"재미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재미로 돌아가는 거야. 모든 일에 의미가 있을 필요는 없는 거야!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거짓말을 하는군.'


만약 그런 인물이었다면 진즉에 다른 큰일을 더 많이 내었을 것이다.

눈앞의 혼돈은 반드시 계획을 하고 움직인다. 파이와 아이엔의 일이 인광의 성장을 위한 것이었듯, 촌장님의 납치도 또한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촌장님 본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분이 너를 돌려받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오는 중이야. 아이들과 함께 그 서슬퍼런 눈을 빛내며 이곳으로 오고 있어!"

"그럼, 아직 인광님은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도망가겠군요."

"맞아. 우선은 저 열매부터 다른 곳으로 치워야겠지. 그래도 흔적 하나 정도는 남겨둘까 해. 이미 그 정도의 능력은 가지신 분이니, 우리와 싸우고자 한다면 그 정도의 위치에 올려드리는 것도 나, 집사된 자로서의 도리겠지."

"누가 누구의 집사입니까."

"아직은 아니지만, 내가 그분의 집사이지. 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정원이 딸린 저택의 주인과, 그 저택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나. 주인과 집사. 적절한 관계이고 정확한 관계잖아!"


인광의 이야기에 잔뜩 흥분해 희열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쳐대는 혼돈에 촌장님은 겁이 났다.

초월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미쳐있으니, 공포 이외의 감정은 느끼기 힘들었다.


"주제를 틀지. 솔직하게 말하겠어. 이번 제국의 일은 특별히 내가 관여하지 않았어."

"제가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안 믿으면 어쩔 건데? 광신자라는 거대한 조직의 부분부분을 모두 내가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두가 내 의견에 찬성하고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 대체 누구의 짓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당신이 행한 일이 아니라면 대체 왜 이곳에 당신이 있는 겁니까?"

"그분이 계신 곳에 내가 있으니까. 다만, 이번에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웠더니 정원사 놈들이 일을 벌여놓았더군. 바다 건너 대륙에 잠깐 갔다 온건데, 참 너무하지 않아?"

"바다 건너...그곳에는 무슨 의도로 간 것입니까."

"세상 곳곳에 광기의 손길이 닿게 하기 위해! 구석구석 그 어디에도 광기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하기 위해! 참 근면성실하지 않아?"


바다라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공간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는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이야기였다.

그런 곳에 갔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째서 이렇게 쉽게 자신에게 그러한 사실을 밝히는가.

촌장님의 머리가 의문으로 가득 찼으나, 그 의문을 풀 방법도, 시간도 없었다.


쿵! 쾅!


바닥이 울리는 큰 폭발음과 흐릿하게 들려오는 비명 소리. 분명히 인광이 찾아왔음이었다.

그러나, 평소라면 안정되었을 촌장님의 가슴은 여전히 다급하게 뛰고 있었다.

눈앞의 혼돈이라는 남자에게 과연 인광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전의 싸움에서는 마치 승리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것도 혼돈 본인이 아닌 해피의 몸을 이용해서 인광과 싸운 것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후우, 정말 아쉬워. 조금만 더 내버려뒀으면 제국과 그분이 맞붙는 형태가 되었을 텐데, 뭣도 모르는 놈들이 끼어드는 바람에 일이 조금 복잡해졌어."

"지금도 이미 제국과 인광국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인광님께서는 황제를 못 미더워하시고, 황제는 우리를 당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잖습니까."

"아니야. 내가 중간에 가로챈 거지. 황제가 정말로 그분이나 대영웅을 불안하게 생각한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인간이야."

"그럼, 당신이 지금의 제국과 인광국의 사이를 풀어주겠다는 의미입니까?"

"난 그런 일은 하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그분의 성장 뿐. 그 과정에서, 원래 일어났어야 될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었을 뿐이지."

"대체 그게 무슨...!"

"대영웅과의 싸움에서 완전히 꽃피우길 기대했것만...별 수 없지."


쾅!


폭발음이 점점 커지고, 비명 소리가 갈수록 가까워져간다.

혼돈은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고 촌장님에게 다가가 그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을 들이민다.


"가기 전에 하나, 너에게 해야될 것이 있어."

"해야될 것?"

"그래, 우리의 주인을 위해서."

"...허허..."


혼돈의 말에, 촌장님은 공포를 지워버리고서 웃었다. 자기 자신조차 그 웃음의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마치 인광이 떠오를 정도로 광기에 절여진 웃음을 터트렸다.

혼돈은 아무것도 알지 못 했다. 인광이 어떤 인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광을 아는 촌장님은, 그래서 웃었다.

어디에 눈이 달려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촌장님은 혼돈을 똑바로 마주보며 마치 그가 안쓰럽다는 듯이 말한다.


"절대,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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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내가 영웅이 될 상이오? 21.05.05 22 1 12쪽
224 후작의 딸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21.05.04 38 1 12쪽
223 반항아 21.05.03 21 1 11쪽
» 정원에서 21.04.30 23 1 13쪽
221 함정 21.04.29 23 1 13쪽
220 부탁 21.04.28 22 1 12쪽
219 역린 21.04.27 22 1 14쪽
218 내 사람 21.04.26 52 1 12쪽
217 외전-영웅등장 21.04.25 50 1 7쪽
216 시간을 먹힌 이들 21.04.23 62 1 12쪽
215 고독 21.04.22 72 1 15쪽
214 둘째 날 아침 21.04.21 33 1 12쪽
213 여행 첫날 21.04.20 32 1 12쪽
212 여행 첫날 21.04.19 41 1 13쪽
211 외전-카페 21.04.18 53 1 6쪽
210 외전-월클 21.04.18 40 1 5쪽
209 여행 첫날 21.04.16 24 1 12쪽
208 함께 떠나다 21.04.15 46 1 11쪽
207 뿌리는 땅으로 21.04.14 64 1 13쪽
206 인지부조화 21.04.13 25 1 12쪽
205 전쟁 21.04.12 42 1 13쪽
204 비장의 무기 21.04.09 54 1 12쪽
203 괴물들의 축제 21.04.08 25 1 14쪽
202 선전포고 21.04.07 5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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