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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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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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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9.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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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구나!

DUMMY

가상 현실 게임.


이 단어에서 나는 굉장한 울림을 느낀다.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이고 머리에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한참 중2병에 시달리고 있던 그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했고 처음으로 그것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도 모르게 환호하고 말았다.


물론 vr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그렇고 말고 vr을 알았을 때 환호하지는 않았다. 신기하다 대단하다 정도의 느낌을 담담하게 느낄 정도였지.


vr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에 있는 것은 그것을 한참 뛰어넘는 무언가 굉장한 것이 있다.


그래, 어쩌면 vr을 따위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과학 기술력의 집합체다.


"...와아, 여기 진짜 게임 회사 맞아?"


눈이 닿는 부분까지는 이음매 하나 보이지 않는 높고 새하얀 벽에 어울리는 거대한 철창문과, 그 문의 뒤로 보이는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회사 건물들.


버스를 타고 두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지나갔던 새하얀 벽들이 모두 지금 내가 향하는 게임 회사를 감싸고 있던 벽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분명히 아파트 공사라고 생각했는데 믿을 수가 없다.


슈퍼 리얼. 지금 내가 마주한 압도적인 존재감과, 그냥 판타지 같은 어처구니 없음을 보여주는 회사의 이름.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름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 누군가가 내게 이 회사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헛소리 말고 발 닦고 잠이나 자라며 비웃었을 것이다.


이해해줬으면 하는게 이 회사가 이때까지 만든 게임들의 특징은 변태적일 정도로 디테일에 집착하는 설정 변태들이 부족한 기술력으로 꾸역꾸역 만들어내 특이하긴 한데 조잡한 것이 특징일 정도였다.


그러니까 지금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도 씹어먹을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 아니라 그냥 인디게임 회사 정도였다.


게임 내의 설정과 설정이 겹치고 경이로울 정도의 버그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비웃음의 대상은 될지언정 경이로움의 대상은 결코 아니었다.


회사의 오너가 바뀌었다는 소식이 들린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이뤄낼 수 있는 건지. 이런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건지, 세상 일에 관심이 없어 도통 모르겠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솔직히 게임은 재미있게 했지만 객관적으로 봐서 절대로 크게 될 양반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주구장창 놀라고 믿을 수 없다는 소리를 하는 거다. 진짜 말도 안 되니까. 무슨 만화도 아니고 어디서 은둔 고수라도 만난 건가?


"실화냐."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목적으로 나와 같은 정류장에 내려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높고 튼튼해 보이는 철창문 앞에 서 있었다.


회사라기 보다는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국경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여권이 없으면 들여보내지 않는다거나 그러진 않겠지?


"저, 저기, 여기가 슈퍼 리얼 맞죠?"


처음 보지만 어쩐지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는 남자가 무리들 중 가장 앞에선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회사의 이름이 슈퍼 리얼이 맞긴 했기에, 나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역시."

"잘못 내린 줄 알았네."

"들어가야 하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던 건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 없는 확신을 하자 다른 사람들이 슬그머니 철창문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 늦게 나도 문의 앞으로 걸어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한 발걸음으로 망설이며 천천히 걸어갔다. 왠지 와서는 안 될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배타 베스터 분들이십니까?"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머뭇머뭇 걸어가고 있으려니 경비실로 보이는 곳의 문을 열고 충격적인 비주얼의 경비가 걸어나왔다.


프로젝트 : 뉴월드, 라는 이름의 게임은 정통적인 판타지를 기반으로한 rpg 게임으로 여지껏 없던 정신나간 자유도를 강점으로 내세운 다소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정통파 게임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이 회사는 게임 외적으로 컨셉질을 하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다. 내 기억속에 경비원은 나이가 조금 있는 제복을 입은 아저씨인데 저건 도대체 뭐지?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 제정신인가?


새로 취임한 회장이 극한의 컨셉러라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설마 직원들에게까지 이런 짓을 시킬 줄이야.


"왜들 그러십니까? 갑옷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 아니요...고생하시네요."


뭐, 확실히 게임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큰 이슈가 되긴 되겠다. 회장도 잘은 모르겠지만 이슈 덩어리인 사람인 모양이고 말이다.


"네, 그럼. 이쪽으로 오셔서 영지 출입증을...아, 아니 신분증을 제시해주시면 확인 후 입장하시겠습니다!"


흐음, 즐기고 있는 듯하니 신경쓰지 말자.


"네, 확인했습니다. 들어가서 잠시 기다리시면 마중이 나올 겁니다. 그럼, 즐겁게 즐겨주시기바랍니다."


엄연히 돈받고 테스터로 뽑혀 온 사람에게 즐겁게 즐겨달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지 않을까. 여긴 놀이공원이 아니다만.


신분증을 제출 한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놀이공원에 온 기분이다.


그리고 그 뒤의 이야기인데, 엄청 예쁜 누나가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에 정신 팔려서 허겁지겁 따라다니며 사람들에게 휩쓸려 다녔다 보니 혼란에 빠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별로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회장의 유년기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확실하다.


"그럼! 이제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혁신 중의 혁신! 세상에 다시 없을 위대한 업적을 보러가실까요?"


아직 우리말이 익숙하진 않은지 조금은 어색한 억양으로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힘껏 문을 열어젖힌 그녀의 너머로, 말 그대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것이 보였다.


차세대, 아니 신세대 게임 기기. 또 하나의 나로 전혀 색다른 세계를 살아가게 해주는, 그 이름도 '아바타'.


아는 사람은 아는 옛날의 명작 영화의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게임의 타겟인 성인층 중에 그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괜한 발악하지 말고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오오, 오오오!!!"


팔목과 발목에 차는 링이 각각 두 개. 그리고 귀에 감싸듯이 걸치는 옛 이어폰 같은 형식의 기기가 두 개. 총 여섯개의 기기를 합쳐 아바타라고 부른다.


소설책에서 자주 묘사되던 캡슐형이나 해드기어형이 아니라는 것은 내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로망을 배신한 것 같지만, 괜히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보다는 이게 나은 것 같다.


무엇보다! 캡슐형이나 해드기어형의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실전형으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아주아주!


물론, 실행을 하려면 스마트 폰에 상당한 용량을 차지하는 앱을 설치해야하는 것이 흠이지만, 뭐 어때! 게임만 잘 만들었다면 앱을 설치하기 위한 공기계를 살 의향이 차고 넘친다!


"배타 테스터분들께서는 오늘부터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배정된 시설에서 생활을 하시게 될 텐데,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을!"


어쩌고 저쩌고.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 그 뒤에 타고난 자본력인지 깜짝 놀랄 기술력으로 회장이란 직책을 달게된 간달프같은 할아버지가 나와서 뭐라뭐라 자신의 일대기를 나열했지만, 궁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게임이다. 그래, 게임은, 게임은 중대사항이다.


여지껏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뭔가 부족한 느낌, 자유를 표방한 게임에서조차 왠지 조금은 아쉬운 느낌을, 이제 해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화면 너머로만 보던 멋들어진 캐릭터가 내가 될 수 있다? 거울을 쳐다보면 어머나 세상에 삐까뻔쩍한 미남이?!


후후후, 이 회사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조금 걱정 되는 것은 너무 리얼함에 몰입해서 나같은 방구석 아싸는 아무것도 못하고 뒹굴거리다가 외로운 한 달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또, 배타 테스터라는 입장상 결국 게임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테스트 해야 하는 입장이니 아마 난 그리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난 누구보다 일찍! 아바타를 경험한다!"


크으으으~!


편의 시설에 굉장히 공을 들인 것 같다고? 밥이 맛있다고? 헬스장도 있고 각종 편의 및 취향을 맞춰주기 위한 시설이 있다고? 각자 개인 방이 주어진다고?


그래서, 그거 게임이랑 무슨 상관인데? 헬스장 몇 시간 이용하면 버프 주냐? 템은 줘?


하등 중요하지 않은 요소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보다 빠르게 게임에 입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겁이 나니 빠르게 행동하자.


이런 것도 또 제일 처음으로 게임 시작하는 사람한테 특별한 칭호 같은 거 줄지 누가 어떻게 알아? 안 그래? 그건 너무 판타지 소설인가?


두근두근,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 듯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아바타 기기를 착용하며 얼마인지 가늠도 안 되는, 몸을 사뿐히 감싸주는 침대에 몸을 맡긴다. 별로 넓지도 않은 방인데 이 방에만 천은 넘게 사용했을 것 같다.


12시가 되면 게임에 입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나니 시간이 도대체 왜 이리도 안 가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기기를 운송하던 트럭이 습격을 받았다던데 어쩌면 게임에 들어가고 나서는 기기를 강탈했던 사람들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무슨 판타지! 좋아한다!


배타 테스터들 중에 유명인도 섞여있던데, 어쩌면! 어쩌면 이 기회에 친해질지도!


물론! 내가 먼저 인사성 좋게 다가가거나 하진 않을 테니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말이야...!


그런데 막막, 소설처럼 게임에 갇히거나 게임에서 배운 게 현실에서도 된다거나 하면 어떡하지? 어허헝!


후우후우, 진정이 안 된다. 이러다가 뭐 제대로 해보기도 전에 기대감에 미쳐 심장마비같은 것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심호흡, 마음의 안정을 되찾자. 이너 피스.


"딱 대! 내가 간다!"


이 망할놈의 시츄에이션이 내 덕심을 자극하는구만! 불탄다 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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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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