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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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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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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무기

DUMMY

후웅! 후웅!


나를 위해 새로 지은 단련실에서, 방을 한가득 채우는 꽃향기를 맡으며 검을 휘두른다.

부풀어오르는 근육, 부드럽게 움직이는 몸, 재빠르게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 머리.


"후우!"


열매의 정원이라고 했던가, 그곳에서 만난, 그저 자신을 집사라고만 표현한 남자에게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나서부터 몸이 가볍다.

그 덕에, 나는 그 가증스러운 마왕을 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할 수 있었다.


"꽃의 기사님. 상태는 어떠십니까?"

"...최고다."


체리 그라운드. 집사가 내게 붙여둔 꽃. 그는 언제나 내게 필요한 말과, 필요한 지혜를 빌려주는, 이렇게까지 유능한 인재가 어디에 있었나 싶을 정도의 인재다.

마왕의 병사들의 습격으로 겁에 질려있던 병사들의 사기를 일으키고, 기사들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적극적인 병력 모집에, 아주 큰 성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어쩐 일인가."

"현재 병력 현황에 대해 보고해야할 것 같아 왔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조금 굳은 얼굴에 딱딱한 말투.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건가. 하지만 당장 병력 상황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일은 없을 텐데?

봉급이 문제인가? 자유를 추구하는 이방인을 잡아두려 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이 제국을 위해 일하는 이들일텐데.'


이방인이라고 해서 아무나 모은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심사하고 선별했다.

그저 보상에 눈이 먼 이들이 아닌, 명예와 명분을 중요시 하고, 소속감이 특히 강한 이들로.

이미 마왕을 악으로, 자신들을 선으로 단정지은 이들이 대다수다. 쉽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저희 나름으로는 정보를 통제했다 생각했지만, 역시나 이방인. 그들이 바깥의 일을 알게 되는 걸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더군요."

"무슨 말이지?"

"저희가 전쟁을 선포한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인광국에서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알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말도 안 되는 괴물들의 서커스라고하며,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다지?

전해지는 이야기만 들어도 어울리지 않게도 굉장히 즐거운 나날일 것이다.


'나의 아들을 거름 삼아 일어나는 축제니까...!'


더드, 못난 놈이긴 해도 나의 핏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는 내 아들을 지금 그 놈이 붙잡고 있다.

더러운 마왕 놈...그 추악한 가면을 벗겨 내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해주마...


"날이 갈수록 축제에 광기가 더해져가고 점점 더 크고, 점점 더 화려해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이방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단 말인가? 그자들이 겨우 축제 따위의 흥미에 이끌릴 인물들은 아니었는데."

"그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금 '정말 광기는 악인가?' 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입니다."

"......"


체리를 통해 마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아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금처럼 어쩐지 놀아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끔은 그냥 되는대로 부딪힌 것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모든 것을 계획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마왕의 이름을 헛으로 단 것은 아닐 터...축제에도 무언가 이유가 있었음이군.


"명령하신다면 제가 따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이제 출정의 날이 멀지 않았다. 당장 내 몸의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지, 자잘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 그리고 사실. 희망의 영웅이 기사님을 찾아왔습니다. 이번 전쟁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흥, 희망의 영웅이라면 광기의 마왕과 연관이 있다는 자 아닌가. 돌려보내게."

"제가 돌려보낸다고 해도, 그 자가 곧 기사님을 찾을 겁니다. 차라리 지금 직접 만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희망의 영웅...광기의 마왕과 함께 최근 가장 떠오르는 인물.

호프본에서 천사들의 강림을 받았던 그야말로 선택받은 용사였지.

최근에도 난리치는 마왕들과의 싸움으로 대륙을 쏘다니고 다닌다고 들었다.


'대영웅도 영웅도, 그저 내 앞길을 막기만 하는군. 둘 다 한 때는 나의 우상이었거늘.'


"알겠네, 내가 직접 가서 만나지."


쯔걱, 쩌어억, 퉁.


후우, 다 좋은데, 이 뒷목에 쑤셔박은 관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FA는, 관을 뽑아낼 때마다 기분이 오묘하여 영 불쾌하다.

꽂아놓고 있으면 훈련의 성과도 뛰어나고 이상할 정도로 상기되어 마치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은데 말이다.

뒷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FA를 닦아내며 옷을 갈아입고, 체리에게 뒷정리를 부탁한다.


"정리를 부탁하네."

"네. 그건 그렇고 역시 꽃의 기사. FA를 이렇게까지 수월하게 받아들이실 줄이야. 새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괜한 아부말게. 어차피 이 늙은 몸으로 이번 전쟁을 버텨내기 위한 임시적인 수단일 뿐."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드님들에게도 소개를 했으나, 많이 힘들어하셔, 결국 버티지 못하셨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런, 두 놈 다 이것을 버티지 못 했단 말인가? 이상한 일이로군."


듣기론 아가씨께서도 잘 사용하고 있다 들었는데...아직 두 놈이 젊어서 그런가?


"그래도 기사님께서 버텨주시니 아래의 기사와 병사들에게도 뿌리를 뻗을 수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래, 나로 인해 내 아래의 부하들도 강해진다 했었지."

"예. 아, 잡담이 길었군요. 희망의 영웅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래."


뒷목에 아직까지 관이 꽂혀 있는 것만 같은 이질감을 느끼며 사무실로 향한다.

이상할 정도로 길고 긴 복도와, 차오르는 숨...좁아지는 시야와 끓어오르는 감정!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지만 힘이 들어간다!!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무엇인가!

이 빌어먹을 영웅 놈...! 영웅이란 칭호를 단 모든 놈이 내 앞길을 막는구나! 죽어라! 모두 죽어라! 죽어서! 찌꺼기가 되어서! 이 세계의 거름이 되어라!


"...이런...!"


후우, 무슨 병이라도 생긴 것일까. 전쟁을 앞두고 있는데도 점점 예민해지고 쉽게 분노하게 되니, 앞으로의 전투에 지장이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체리가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으니 믿으면 되겠거니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신을 놓아서도 안 되겠지.

게다가, 어쨌거나 영웅은 제국에 큰 이득을 가져다준 인물이다. 그를 보기 위해 제국을 찾는 이들도 늘어나며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어디 그뿐일까. 천사의 강림이라는 사건 때문인지 종교계에서 너도나도 섭외를 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그래...근본은 기사라고, 나이가 들어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많아져도,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리 편치는 않군.'


내가 예민해진 이유는 그것이겠지. 하여튼 나이는 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나 아가씨나 최근 들어 젊음을 되찾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주름이 펴진다거나 새하얗게 세버렸던 머리에 검은 머리가 난다던가, 먹기 힘들던 딱딱한 음식이 씹기 편해졌다던가.

이것도 다 체리가 건네준 FA 덕분이라 생각하면 그 놀라운 성능에 여러번 놀라게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제국 내에 유통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 날 찾았다고. 희망의 영웅."


강인하고 우직함이 비쳐보이는 눈빛과 몸에서 흘러나오는 영웅의 기운.

그 강렬한 눈빛에 속을 꿰뚫리는 것만 같은, 마치 대영웅의 앞에 있었던 때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희망의 영웅에게 인사한다.


'...광기나 희망이나, 세상이 어찌 되려고 하나 같이 이방인이 그리도 큰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안녕하세요, 백작님. 이제야 겨우 만나게 됐네요."

"음? 누가 들으면 내가 그리 보기 힘든 인물인지 알겠소. 무려 희망의 영웅이 만나겠다는데 누가 자리를 피하겠소."

"그 체리라는 분이 저를 붙잡고 오늘까지 안 들여보내 주셨거든요."

"그 자가 그리했다면 무언가 의미가 있음이겠지. 굉장히 실력있는 유능한 자요."


지금 있는 곳이 조금만 가면 마왕의 나라를 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곳이니, 체리가 외부인을 경계하는 당연한 일이다.

그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니, 역시 그래봐야 이방인인가.


"...최근, 백작의 군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 소문 확인차 왔습니다."

"어떤 소문 말인가."

"종종 훈련에 따라가지 못하는 병사들이 사라진다거나,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능력치가 상승하는 식사나, 제국 내에서 유통되지 않는 아이템들."

"...뭔가 잘못된 소문을 듣고 온 것 같군."

"...그리고, 백작님의 두 아드님의 실종에...백작님이 관계가 있으시다는 소문까지."


쾅!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두 아들은 스스로 돕겠다 해도 내가 간섭치 말라하면 내쫓았거늘!"

"하지만 실제로 두 분은 실종되었습니다. 그것도 이곳에서 발견된 이후에 말이죠."

"헛소리!"


그럴리가 없다! 설마, 설마 마왕이 그 두 아이들까지 납치한 것인가? 더드로는 모자랐단 말인가?!

빌어먹을 놈! 찢어 죽여버릴! 내 그놈을 산채로 잡아 사지를 저며버릴 것이야!


'...그런데, 그걸 이 영웅놈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것도 왜 하필 지금 말하러 온 거지?'


뭐냐, 대체 무어냐. 희망의 영웅은 어째서 마왕의 나라를 습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렇게 찾아와 이런 소식을 전하는 것이지?


'믿을 수는 있는 정보일까?'


이 정보를 건내주는 그 저의를 알 수 없다. 영웅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래, 이 녀석도 그 빌어먹을 마왕처럼 이방인이니까...믿으려 한다면 다른 이방인 병사들처럼 간단한 계약을 맺어야 할 것이다.


"그대의 말을 신용할 수 없소. 그대는 한 때 마왕과 함께 했던 남자이지 않은가."

"으음, 그렇게 많이 함께하진 않았는데...저를 자주 버리고 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처럼 친근감을 담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이이지 않은가!"

"여러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이방인들이 사는 곳에서는 막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또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그래!"


구구구구구.


땅이 울리며 공기가 진동한다. 내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은방울 꽃의 향기가 향긋하게 퍼져나간다.


"당연히 그렇겠지! 너희 모두 한 패니까! 빌어먹을 마왕과 용사가 아니라! 저주받을 이방인들! 너희 잡놈들에게 내가 친히 벌을 내려주마!"

"뭔...진정하세요!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어 녀석을 향해 겨눈다! 빌어먹을 놈! 뭐가 영웅이냐!


"...이건...!"

"그래, 너희 이방인들과의 싸움을 대비하여 준비했다."


점점 방안을 가득 채워가는 짙은 향기는 점점 무게감을 가져가며 영웅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체리가 가져온 FA의 또다른 능력...이방인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향이다.

본인들의 세상이 따로 있고, 이곳에서는 만들어낸 몸을 이용하여 머무는 이방인에게서, 그 머무는 몸의 힘을 지워버리는 효과.

그 어떤 이방인들도 이 은은한 은방울 꽃의 향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백작님! 당신 목 뒤에서!"

"흥!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스릉!


검을 높이 치켜들어 영웅을 향해 몇 번이고 휘두른다. 이방인 주제에, 몇 번 정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지만, 그래봤자지!


푹!


내 검을 몇 번이나 피하고 심지어는 내게 반격까지 했지만, 지금 녀석의 움직임은 영웅의 것이 아니다. 이방인치고는 상당하지만, 나의 검을 피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끄윽...! 곤란...한데...!"

"다시는 이 세계를 더럽히지 못하게 해주마!"

"...형이, 잘 좀 설득해보라고 했는데..."


펑!


영웅은 스스로의 머리에 주먹을 휘둘러 머리를 터트려버리며, 그대로, 이방인이 그러하듯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역시...이방인에게 압도적으로 강하군. 이 힘만 있다면...그깟 마왕따위!


"어서...어서...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어서...전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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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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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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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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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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