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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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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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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DUMMY

"어디냐...!"


한 번 내뱉은 말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반복되는 메아리가 되어 귀를 때린다.


"저기야!"

"아니야 여기야."

"없을지도 몰라."

"죽은 건가?"

"그럴리가 없어."

"그만! 그만!"


반복되는 메아리는 반복될 때마다 다른 말을 백작의 귀에 속삭였다.

때로는 속삭이듯이 작게, 때로는 소리치듯이 크게, 때로는 협박하듯이 거칠게! 때로는 울먹이듯이 조심스럽게.


"하아! 하아!"


쌓아온 힘은 갈 곳을 잃은 채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난동을 피우고, 거친 숨은 더 거친 심작 박동에 그 소리가 묻혀 버린다.

뼈가 부서지는가 하면 뼈가 도로 붙고, 살이 터지는가 하면 새 살이 돋아나고.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끊임없이,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몸의 모든 액체를 끌어다가 눈물로 흘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으아아아!!"


가장 많이 약물에 중독된 콩트 백작은 간신히 유지되는 정신으로 막무가내로 검을 휘둘렀다.

바닥에 핀 꽃을 가르자 꺄르르 웃음 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휘두르자 바람이 화가난 듯 더 강한 바람이 되어 그를 날려보냈다.


"이봐 왜 그러는 거야? 진정해."


라고 늑대가 말한다.

그 비아냥거리는 것 같은 말투는 마치 백작을 놀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웃음이 섞여 있었다.


"우리 이럴 필요 없잖아? 솔직한 말로 우리 잘만 하면 그 마왕과 협상해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니까?"

"다, 닥쳐...닥쳐라...!

"더드 때문에 그러는 거야?"


쿵.


무언가가 콩트 백작의 뒤로 다가와 그 등에 머리를 부딪혀온다.

화들짝 놀란 백작이 몸을 휙 돌리며 그 수려한 칼 솜씨로 등뒤의 적을 단 번에 두동강을 내어버리니.

그것은 몸은 돼지요, 얼굴은 더드인, 무언가였다.


"아버...지..."


심장이 떨어져내리는 것처럼, 한껏 힘차게 뛰며 뜨거워지던 그 심장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 상식을 벗어난 광경에 콩트 백작이 턱턱 막히는 숨을 억지로 몰아쉬며 멈춰버린 뇌에 힘겹게 산소를 공급한다. 그리고 뒤늦게 충격을 입밖으로 터트린다.


"하아! 하아! 으아!! 내게 거짓을 보이지 마라! 이깟! 이깟 환각에 내가 속을 것 같으냐!"

"아니야아니야. 마왕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어. 네가 스스로 보기 싫은 광경을 떠올렸을 뿐이지. 그거야! 지금부터 코끼리를 떠올리지마!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으하하, 코끼리지."

"내가, 떠올린 것이라고?"

"그래! 그러니까 네 귀여운 막내 아들은 똥 지린내가 나는 돼지 새끼였나? 죽어서도 아버지나 찾는 겁쟁이였나? 죽어 마땅한 인간이었나?!"

"아아악!"


손에서 검을 놓치고서는 허겁지겁 무작정 어디론가 도망가는 콩트 백작.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말을 따르지 않는 다리에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은 채로, 제대로 길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로 달려간 그는.


퍽!


어딘가에 부딪혔다. 기겁을 하며 땅바닥을 기며 황급하게 도망가려던 콩트 백작의 앞에 펼쳐진 것은, 광활한 대지에 펼쳐진 은방울꽃. 그 향긋한 향기에 콩트 백작은 배를 움켜잡았다.


"우욱! 우우욱!"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썩은내가 진동한다. 온갖 전장을 다녔던 그조차도 순간 역함을 느낄 정도로 코를 찌르는 썩은 냄새.


'언제부터 은방울 꽃의 향기가 이랬던 거지? 그럴리가 없다...은방울 꽃은 마치 아가씨처럼...'


그 생각을 막아세우듯이 슬금슬금 꽃의 사이사이에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발목이 다 잠길 정도로 차오르는 핏물에 콩트는 당황하여 자신이 도망쳐 나왔던 방향으로 몸을 틀어 다시 도망가려 했고, 이윽고 자신이 무엇과 부딪혔는지 깨닫게 된다.


"...자란...?"


콩트 백작의 자랑스러운 첫째 아들. 이미 공작의 자식과 혼인이 약속된 미래의 제국을 떠받들 기둥.

말라비틀어져가는 나무가 되어 앙상한 가지를 뻗어, 그 끝에는, 백작에게도 익숙한 관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삐죽 튀어나와 있는 손에, 콩트 백작이 건네주고 간 가문의 인장이 없었더라면 알아보기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비로?"


콩트 백작의 믿음직스러운 둘째 아들. 강인한 의지와 뛰어난 무의 재능으로 이미 여러 전장에서 활약하여 많은 공을 세우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제국을 지킬 기사.

나무가 되어버린 자란의 뿌리에 온몸이 얽혀, 비료가 되어서 나무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었다.

뿌리 사이로 보이는 의복에 가문의 문장이 없었더라면 바싹 마른 미라가 둘째 아들이란 것은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건, 마왕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야."

"...헉!"


찰박!


갑자기 등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콩트 백작은 창백한 얼굴로 핏물을 구르며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늑대를 바라본다.


"네가 떠올렸을 뿐이지."

"아, 아니야...그럴리가 없어...! 영웅이, 영웅이 내게 했던 말 때문에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 것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이런 광경은 직접 본 것이 아니고서야 떠올릴 수가 없지."

"아니...그럴 리가 없다. 이방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분명히,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야. 영웅과 마왕이, 작정하고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이야...!"

"예를 들면 어떤?"

"예를 들면...그러니까...너희, 마왕이...!"

"이방인들도 결국 이 세계에서는 이 세계의 법칙을 따라야 해. 법칙을 벗어난 일은, 못하지."


창백해진 얼굴로, 끓어오르는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이미 비어있는 속을 몇 번이고 개워낸다.

투명한 액체만 입에서 겨우겨우 흘러나오는데도 계속, 더러운 것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처럼 계속.


"아, 안 돼..."


조금씩, 조금씩. 덧칠되어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체리 그라운드. 그 남자가 찾아와 이상한 약물을 건네준다. 받으려 하지 않았지만 아가씨의 제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만...안 돼...!"


병영을 찾아온 아들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약물을 권했다. 아들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것을 쉽게 받아들일리가 없다. 오히려 아버지인 자신을 나무라며 약물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했다.


"...아..."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배신했다. 그날 저녁의 식사에, 아들들은 약물이 섞인 음식을 먹었다. 병사들처럼.


"끅! 끄악! 아아아! 아, 아버지! 어째서!"

"아, 아버지...! 제발 눈을 뜨십시오!"

"...미천한 놈들, 겨우 이것도 이겨내지 못한단 말이냐."


그날 비로는 자신을 베려 했고, 자란은 그런 비로를 마지막까지 온몸으로 짓누르며 말렸다.

제발 정신을 차리라며 정신이 끊어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외치던 첫째의 목소리가, 백작의 머리속에서 메아리 친다.


"자란...비로...!"


계속 차오르는 핏물 속을 기어 나무가 되어버린 두 아들에게로 다가가 무의미하게 손을 휘적거리며 그들을 꺼내려는 것처럼 이미 죽은 몸을 감싼 줄기를 잡아 뜯고, 뿌리를 끊어낸다.


촤아악!


기어이 모든 줄기와 뿌리를 끊어내자, 두 아들은 순식간에 액채가 되어 바닥을 흩어졌다.

백작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향기를 내는 그 액체는, 지금 백작의 목뒤에서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아...아아..."


말을 잊어버린 채 백작은 핏물 위에 무릎꿇고 앉아 몸을 웅크린다.

그곳에 퍼져버린 아들들을 어떻게든 끌어모으려는 것처럼 손을 뻗어 긁어내려 하지만, 손가락의 사이사이로 흩어져간다.

하염없이 퍼져나가는 아들을 끌어모으던 백작은 돌연 몸을 일으키며 귀기서린 눈으로 늑대를 바라보았다.


"모두...마왕 때문이다. 마왕 그놈만 없었더라면...! 마왕만 없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지."

"내 아들을 납치해가지만 않았더라도..."

"마왕은 더드를 돌려줄 의향이 있었어. 그것을 거부한 것은 콩트 백작, 당신이야."

"아니, 그럴리가 없다. 내가,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다..."

"꽃 그놈들 뭐하는 놈들인가 싶었는데, 진짜 무서운 놈들이네."


차박, 차박.


"체리 그라운드. 그놈은 광신자의 일원이야. 꽃이라고 불리는 놈들이지. 광신자 놈들 중에서도 특히 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들이야."

"체리 그라운드...그는, 군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방인들의 선발 작업과, 병사들의 사기 증진, 전투력 향상. 전투에 필요한 보급품도, 필요한 만큼 끌어왔지..."

"쯧쯧, 의미없는 호의란 것이 없다는 걸 알았어야지."


차박, 차박.


"아가씨를 의심하란 말이냐. 말이 되는 소릴! 제국의 꽃...청초하고, 우아한 그녀를 그 누가 의심한단 말인가. 그녀가 어찌 광신자 따위와 엮인단 말인가!"

"맞아요!"


차박차박, 핏물을 밟으며 백작을 향해 다가온 젊은 황태후가, 꿇어 앉은 백작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몸을 붙잡는다.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마주보며 백작은...덧칠되어 있던 기억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콘테는 잘못되지 않았어요, 콘테는 저의 기사...제국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기로 약속한 훌륭한 기사님인 걸요!"

"아가...씨..."


그녀의 가녀린 팔이 백작의 두꺼운 팔을 붙잡는다. 그의 팔을 꼭 붙잡은 그녀의 손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콘테, 저는 당신을 믿어요. 당신은 언제나 저를 지켜주었으니까요. 저를 떠나갈 때는 정말 많이 슬펐지만, 그것도 분명 무언가 뜻이 있었으리란 것을 알고 있어요!"

"아...아아아!!"


그녀가 그를 살며시 끌어안자 맞닿는 살갛이 천천히 들러붙어 조금씩, 조금씩 백작에게 흡수된다.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떨어져주십시오! 제발!!!"

"콘테...울지 말아요...내 사랑..."


다급하게, 더 급하게, 눈물을 한가득 머금은 꽉 막힌 목으로, 이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 백작을 그녀는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이제는 우리, 떨어지지 말아요...이제 저를 버리고 가지 말아주세요..."

"아아아! 아아아아!!!!"


발작을 일으키며 그녀를 떨쳐내려고 발버둥치지만, 그가 무슨 짓을 해도 그녀는 계속해서 그의 몸으로 흡수되어 갔다.

기어코, 젊은 황태후가 모두 흡수 되어 사라지고 홀로 남게된 백작은 넋을 잃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가죽에 선명하게 남은 그녀의 흔적을 쓰다듬으며 백작은 실성한 듯 실소를 흘렸다.


"참 아쉬운 일이야. 되도록, 잘 풀리기를 바랬는데 말이지.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이미 늦었다..."

"그래요, 맞아요. 이미 늦었죠...하아...이제는 진짜, 제국이랑 적이 되어버렸네."

"...모두, 지키고자 했다...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자 했다..."


백작이 걸치고 있던 갑옷이 터져서 떨어져 나가며 흡수되어 흔적만 남았던 황태후가 마치 혹처럼 도드라져 꼭 백작에게 안긴 것처럼 부풀어올랐다.

뒤이어 백작의 목 뒤에서 뻗어나온 줄기가 백작을 화분 삼아 크려는 것처럼 그의 몸에 뿌리를 내리고 그의 목 뒤에 비료가 되어버린 자란과 비로의 얼굴을 줄기처럼 뻗어낸다.

온전히 괴물이 되어버린 백작이,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든다.


"...내 몸이 되어버린 그들을 위해...그들이 앞으로도 계속 살기 위해...그들의 억울한 원한을 풀기 위해...! 내 억울함을 위해! 네놈은!!! 반드시 죽어라...! 마왕!!!"

"나만 나쁜놈이지 아주."


인광이 만들어내었던 영역이 무너져내리며 다시 넓은 평원이 나타난다.


"공개적으로 싸우자. 그래야 내가 욕을 덜 먹지."

"마왕...죽어라...마왕...!!!"


꽃밭이 된 평원 위에서, 꽃의 향기에 현혹되었던 백작과, 꽃에게 농락당한 마왕이 마주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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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248 고민 21.06.03 7 1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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