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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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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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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뿌리는 땅으로

DUMMY

[그 또한 죽어서 비료가 되리라. 세상이라는 넓은 정원에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을 위한, 양질의 비료가 되리라.]

[새로운 뿌리 '죽음을 거부하는 자' 가 탄생했습니다! 끔찍한 원혼이 쌓여 모든 것의 죽음을 바라는 저 자에게 구원을!]


"왜 자꾸 구원을 달래..."


어쩌면 이 텍스트도 회장이 직접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세상을 구원할 용사로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계단을 쌓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당장 인광이 뭔가를 할 수는 없었다. 당장은 괴물이 되어버린 백작과 싸우는 것,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마왕...인류의 적...너를, 죽인다..."

"쯧, 이래서 평소 행실이 중요한가봐. 평소에 이쁜 짓만 했으면 이렇게 억울할 일도 없는데."


백작이 뿌리가 되어버리면서 약물에 중독되어 있던 병사들과 유저들 모두가 쓰러져 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땅에 녹아들어 백작에게 흡수된다.

막으려고 한다면 막을 수도 있었지만 인광은 일부러 막지 않았다. 살아 있어봐야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만 해줄 인물들이기도 하고, 괜히 막으려 했다가는 백작이 폭주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이번엔 혼자 싸우면 죽겠네...얘들아!"


인광의 발밑으로 펼쳐지는 짙은 그림자의 안에서 솟아나는 그의 여러 몬스터들과 동료들.

바로 방금전만 해도 군대와 홀로 맞서는 것은 인광이었는데 이번에 군대와 홀로 맞서는 것은 백작이었다.


"돌진!!!"


아직 준비중인 백작을 향해 달려드는 인광의 군대. 이것을 이기려는 생각보단, 중지를 써서 회복이 필요한 인광을 위한 시간 벌이에 가까웠다.


"되도록, 굳이 내가 안 나서도 대영웅이고 뿌리고 뭐고 다 이길 수 있는 군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


모바일 게임의 자동사냥을 하는 기분으로 인광은 멀찍이 떨어져 백작과 몬스터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내 검은, 꽃을 지키기 위해 날을 세웠으니."


푸우우우!!


백작의 몸에 황태후의 모습으로 돋아난 혹의 입 부위에 작은 구멍이 생겨나더니 짙은 가스를 뿜어내었다.

백작과 다른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던 그 가스는 전장을 가득 채웠지만 이미 인광이나 찍찍에게 그와 비슷한 짓을 여러번 당한 이들에게는 쉽게 통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내 꽃에게 그 검 끝을 들이밀지 못 할 것이다...!"


푸른 빛을 내며 반짝이는 검을 크게 휘두르는 백작. 그 검이 지나가는 길에 모여든 가스는 짙은 농도로 그 자리에 남아 멍청하게 그냥 지나가려던 몬스터의 몸을 잘라내었다.


"자란...내 자랑스러운 아들아...미안하다..."

"끼아아아악!!!"


백작이 휘두르는 느린 검을 피해가는 몬스터들을 향해서, 백작의 뒷목에 자라난 자란의 얼굴이 귀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질렀다.

살아생전 훌륭한 귀족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던 자란의 비명 소리에 땅에서 커다란 꽃이 피어난다.


"깜짝 놀랐네!"


자란의 비명 소리에 귀를 막으며 주춤했던 몬스터 중 하나가 그 꽃을 짓밟자 돌연 땅이 일어나며 머리가 없는 기사가 솟아올랐다.

몬스터가 짓밟았던 거대한 꽃이, 마치 그 기사의 머리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을 짓밟았던 몬스터를 향하고, 그 순간 기사의 손에서 자라난 목검이 휘둘러져 순식간에 몬스터를 배어냈다.


"그때...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비로...!"

"끄아아악!!!"


이번엔 비로의 얼굴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자 백작의 몸에서 두꺼운 나무 줄기가 뻗어나와 상처입은 몬스터의 상처를 비집고 들어간다.


"아악! 이, 이게 뭐야!!"

"몸이...몸이 무거워...!!!"


상처를 통해 들어간 줄기가 더 굵은 줄기가 되어 상처로부터 자라나 그들의 몸을 감싸고 짓누르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게된 그들은 백작의 검에 의해 머리가 잘려나간다.

머리가 잘려나간 그들은, 잘린 단면에서 꽃이 피어나 새로운 기사가 되어 조금전까지 함께 싸우던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든다.

뛰어난 칼 솜씨로 적을 배어내고, 적을 홀리는 가스를 흘리고, 땅에서 기사를 소환하고 죽인 자를 자신의 기사로 만드는 괴물.


"상당히 빡센 보스네."

"아저씨, 이제 저희도 슬슬."

"아니야. 이번엔 나서지마. 생쥐 애들이랑만 해도 될 거야."


백작과의 싸움은 제국에게 인광국을 칠 명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명 동료들과 함께라면 인광은 얼마 가지 않아 백작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오래 합을 맞춰왔기에, 조금의 어려움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리 준비중인 계획이 있던 인광에게 그것은 다소 곤란한 일이었다.


'언제쯤 오려나...'


슬금슬금 몸을 풀던 인광이 주위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길게 숨을 내쉬고 평소처럼 순식간에 적의 코앞까지 쏘아져 공격을 꽂아넣는다.

이때까지의 몬스터들의 공격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공격력에 백작도 주춤했지만 뿌리로 각성한 그에게 치명상이 될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


"네놈만...네놈만 없으면!"

"하아...그래요! 내가 나쁜놈이지! 하하하! 내가 제~일 나쁜놈이다~!!"


투명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하게 휘두르며 백작이 순식간에 인광을 몰아넣는다!

인간일 적보다 몸집이 훨씬 커져 아무리 정교하게 검을 휘둘러도 틈이 생길 수 밖에 없었지만 그 틈을 비집으며 백작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인광뿐일 것이다.


"죽어라...! 죽어라!!!"

"나한테만 신경 써도 되냐?!"


거친 숨을 내쉬며 빠르게 숨을 들이마시고 유사 사자후를 내뱉는 인광, 백작이 아주 잠깐 움찔한 사이에 등뒤에서 닌자의 치명적인 일격이 터져나와 비로를 잘라낸다.


"크윽! 죄송합니다! 이 한 방 말고는 쓸모도 없는 저인데!"

"쉿! 반성은 잠들기 전에!"

"...비로?!!"


허공을 날아 바닥에 떨어져 푸스스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려 가는 둘째 아들의 머리를 보며 백작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다.


푸슈슈슉!


백작의 동작이 더 빨라지고 비로가 잘려나간 단면에서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발사되어 비처럼 인광 일행을 향해 쏟아져내린다.

일행들이 설마 그 정도 공격에 당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하며 인광은 계속 백작에게 집중했다.


'앞으로 조금.'


"복수...복수...보, 보복, 복수우우!!!!"

"쯧, 슬슬 무너져가네."


보나마나 일반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뿌리. 그 거대한 힘을 버틸 정도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갑자기 너무 큰 뿌리의 힘을 가지게 되었던 해피가 결국 불행을 힘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하고 거대한 불행의 나무가 되어, 혼돈에게 조종당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촤르르르!


폭주하는 백작의 몸에서 사슬을 뽑아낸 인광, 그 손에는 일전에 그 깊고 깊은 심해의 바닥에서 주워온 다크니스 샤프니스가 들려 있었다.

순식간에 백작의 몸을 파고드는 사슬이 백작의 몸에 수없이 흡수된 영혼을 붙잡아 밖으로 끌어낸다.


서걱!


"끄허...어어어...힘...이..."


멀리서 바라보던 자연이의 도움까지 얹어져 빠르게 뽑혀나온 영혼은 사슬에 담긴 채 잘려나가 마치 커다란 관이라도 꽂힌 것처럼 백작의 몸에서 새하얀 영혼들이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죽을 수 없다...떠나지 말거라...나는 꽃의 기사이니."

"생쥐들!"


주위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향해 뿌리를 뻗어낸 백작의 앞을 막듯이 어둠속에서 생쥐들이 튀쳐나와 그 뿌리에 희생당한다.

백작이 쏘아낸 뿌리에 꽂혀 버린 이들은 순식간에, 미라가 되며 그 영혼이 빨려나가 백작의 몸으로 흡수되어간다.

질 좋은 생쥐들의 영혼이 대량으로 흡수되자 백작의 몸에서 힘이 터져나오며 황태후 모양의 혹이 영혼의 힘을 압축시켜 그 넘쳐나는 힘을 쏘아내려 한다.

그러나, 인광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나랑 싸울 때는 전부 조심해야지!"


일그러진 애정의 반지. 생쥐들의 죽음 이후까지 간섭할 수 있게 해주는 그 반지가 인광의 손가락에서 반짝인다.


퍼퍼펑!


힘을 끌어모으던 황태후 모양의 혹이 새하얀 응축된 영혼과, 새빨간 피를 흩뿌리며 터져갔다.

감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진액을 흘러내리는 가죽이 되어버린 어깨를 바라본다.

지키고자 했던 꽃이 허무하게 터져버린 꽃의 기사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그것을 알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반사적인 반응에 가까운 것이었다. 분노의 감정을 터트렸다기 보다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저도 모르게 백작은 피를 토해내며 뼈가 드러난 어깨를 움켜쥐었다.


"감히!"

"내가 할 말이다."


검은색의 굵은 가시가 하늘에서 뚝떨어져 내려 겨우 남아 있던 자란의 머리와 백작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까지 꿰뚫어 바닥에 고정시킨다.

일그러지고 갈라져 인간의 얼굴을 버려버린 백작의 눈에 아홉개의 커다란 손톱을 등 뒤에 띄운 채 다가오는 쥐 수인, 손톱의 모습이 비쳤다.


"감히 주인님께 이빨을 드러낸 주제에 무엇이 그리 서러워서 억울한 척을 하는 것이지? 이건,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비...겁한, 한 때...영웅이었던 자...가...비겁...하다...!!!"

"지금은 마왕이잖아! 줄창 마왕이라고 불렀으면 자기 불리하니까 바로 영웅 시절 들먹이는 것 좀 봐?"

"네놈을...네놈을 죽일 것이다...반드시! 네놈을 죽여버릴 것이다! 죽어서! 영혼이 되어 네놈을 저주하고! 물어뜯고! 네놈의 그 추악한 영혼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아아, 진짜, 날 왜 이렇게 미워..."


스르릉.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는 소리. 그저 그뿐인 소리였지만 고통에 앓는 소리와 고함 소리로 가득했던 전장에 고요함을 가지고 왔다.


뚜벅뚜벅.


살아있는 자라면 그 걸음 걸이가 제발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기를 바랄 것이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귀를 틀어막고 그 발소리를 지워버리려 소리를 지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함소리는 발소리를 지워내지 못하고, 고막을 찢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강렬하게 뚜벅, 뚜벅. 조금씩 다가왔다.


"어찌하여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건가, 콘테 이 친구야..."


그 슬픔에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우주의 어둠을 담은 것만 같은 검을 손에 들고 최강이 그 자리에 강림했으니까.


"이렇게까지...떨어졌단 말인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검을 가르쳐 달라고 당당한 표정으로 요구하던 어린 아이, 그 검으로 자신과 함께 전장을 다니며 함께 그 속을 해쳐나왔던 전우.

황태후의 이야기를 꺼내면 얼굴을 붉히던 젊은 기사, 어쩌다 어긋난 것인지 황족에게 등지고 소운디에이 공작의 밑으로 들어간 서먹서먹한 오랜 친구이자, 새로운 적에게. 대영웅은 망설이면서도 천천히 다가간다.


"위험하다 일렀지 않은가...도대체 누가 자네를 이곳으로 보낸건가. 도대체 누가 자네를 이리 만들었어..."

"...최강..."

"황태후께서 자네를 그리 걱정하고 있는데, 그녀의 기사인 자네는 왜 지금 이곳에 있느냔 말일세...!"

"......"


건드리면 바로 울어버릴 것처럼 슬퍼하는 정견의 대영웅이 검을 치켜들며 자신의 슬픔을 조심스럽게 입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그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단 두 사람. 백작과 인광은 대영웅의 말에 동시에 비슷한 결과에 도달했다.


'그 아줌마가 아직 살아있다고? 꽃 때문에 백작한테 흡수된 거 아니었어? 씨이...황태후도 꽃이었던 거야...?'

'내가 떠올린 것이라 했지...그래...아가씨께서, 내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내가 헛것을 본 것이었어...다행이다...정말, 정말 다행이야...'


내심 안심하며 고개를 들어 먼 산을 바라보던 백작의 눈에, 최강의 손에, 오래된 전우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받아들인 그의 눈에 체리 그라운드의 모습이, 아니, 황태후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녀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이, 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려도 그에 대해 대답을 하듯 뭐라고 말을 하는 듯 했다.

그녀는 뭐라고 작게 말하고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 백작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 뜻은 알 수 있었다.


'배신자.'


간신히 안심했던 마음이, 심연으로 떨어지며 망설임 가득 섞인 대영웅의 검이 떨어지는 한없이 영원히 느껴지는 잠깐에, 백작의 영혼은 깨져버린다.


"...아...! 아아!! 아...아..."

"말 마저 잃은 건가...편히 가게..."


툭.


꽃의 기사, 광기의 마왕과의 전쟁에서 패해, 정견의 대영웅에게 명예롭게 최후를 맞이하다. 후세에는, 그렇게 알려질 것이다.

그의 영혼은 해어나올 수 없는 심연에 빠져 끝없을 고통에 시달리지만, 꽃의 기사로서 그의 명예는 영원히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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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전략적 후퇴 21.06.10 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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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248 고민 21.06.03 7 1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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