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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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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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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DUMMY

"김인광? 유저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몇 번이고 훑어보던 소녀. 그녀도 전의 아이들처럼 대영웅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정말 자신을 인광이라고 생각하며 어쩌나 조금의 불안함을 느꼈다.


"아니잖아!"


가볍게 던졌던 거짓말을 들킨 것에 안도의 한숨을 흘리며, 대영우은 미소와 함께 소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잘 안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지. 알아봐줘서 고맙네."

"대영웅께서도 농담이란 걸 할 줄 아시는군요."

"...대영웅?"


이번에 그들을 찾아온 소녀는 적어도 대영웅이란 존재 자체는 아는 것인지 조금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마음이 지치는 하루를 보냈던 대영웅은 그런 소녀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적당히 촌장님의 말에 대답해주었다.


"제국 기사의 필수 교양이죠. 적당히 재치 있는 말은 주인을 즐겁게 하니까요."

"하하! 들은 것 중 제일 재미있는 말이군요! 확실히 제국 기사들이 웃기게 돌아가긴 하더이다!"

"......"

"...저도 농담입니다."


서로 죽일듯이 노려보는 두 노인은 뒤로 하고 소녀는 어디론가 조용히 연락을 넣는다.


[뭐야? 나 지금 바빠.]


"지금 애들 마을에 대영웅이란 놈이 왔어요...!"


[뭐라는 거야...대영웅이 뉘집 개 이름이냐? 그걸로 구라치는 놈들도 많아. 그리고, 마을에 누가 들어온 거면 네가 처리해야지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게임하기 싫어?]


"아, 아니요..."


확실히, 눈앞의 노인은 처음부터 자신의 정체를 숨겼었고, 그 노인을 대영웅이라고 말한 노인과도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 그저 툭 던진 말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그래도 기사면 나름 능력은 있을 테니 동료들을 불러 모은다.


"애들은 어떻게 했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네. 도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던 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무력화시켜서 한 집에 넣어두었네."

"아 미친...오늘 할당량도 다 못 채웠는데..."


19세 미만의 나이에도 월드 게이트를 플레이하겠다는 그 일념 하나만으로 은근슬쩍 들어온 소녀와 아이들.

소녀는 그래도 나이가 조금 있어 성인처럼 보이는 아바타를 쓸 수 있었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이상하게도 어린 아이같은 아바타 말고는 쓸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누가봐도 이상한 유저를 그냥 지나칠리가 없으니, 그들의 게임 플레이는 당연히 오래 가지 않아 신고 당해 제제 당한다.


"시발...내가 어떻게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어떻게든 게임을 하기 위해 돈까지 쥐어주며 게임을 사고, 캐릭터를 만들고 지금까지 키워왔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숨겨준다는 명목으로 작업장에 끌려다니기도 했고, 이제는 발을 빼기에도 너무 늦어 버렸었다.

함부로 팀을 나가면 현실에서 보복하겠다는 말하며, 이미 많이 키워버린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할당량이라...이방인들에게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아이들을 이용한 앵벌이라니, 정말 악질이군요."

"마왕의 책사가 그렇게 말하깁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그런데 그렇다고 그걸 훌륭한 행위라고 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아이엔 양이 불같이 화를 낼 겁니다."

"닥쳐! 어쨌든, 저것들만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하나 둘 모여드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누군가는 빚을 져서 그 빚을 갚기 위해 작업장에 투입된 사람이었고, 누군가는 약점을 잡혀 빠져나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 누구하나,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수가 많았다.


"별 것도 아닌 일에 호출하고 지랄이야..."

"시간이 남아도는 줄 아나..."


짜증이 가득한 말들이 줄줄 쉴 새 없이 쏟아져나왔지만 소녀는 듣는 척도 하지 않으며 두 노인을 가리켰다.


"죽여!"


조금이라도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 해보았다면 알았을 텐데, 그 누구도 대영웅의 존재를 알지 못하니, 그저 짜증을 내며 달려들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말 할 것도 없이 모두 전멸. 대영웅은 커녕 촌장님에게 조차 이길 수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처참할 정도로 죽어나가는 이들을 보며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던 소녀는 다시 한 번 황급히, 작업장의 보스에게 연락을 넣는다.


"이, 이봐요! 진짠가봐요! 레벨 제일 높은 아저씨들도 다 갈렸어!"


[아이씨...기다려, 지금 간다.]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말 그대로 세상을 모르는 이들이었군요."

"과거에, 아직 영웅으로서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 했던 때에,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요. 그때마다 어찌나 난감했던지."

"그냥 앵벌이인 줄 알았더니 그래도 다들 한가닥 하는군요. 흐음...게다가 모두 비슷한 종류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고...저희들이 모르는 무슨 단체라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들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특별히 충성심도 없는 것을 보면 그리 큰 조직은 아닐테죠."


슬금슬금 몸을 숨기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두 노인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를 고민한다.

그냥 다 조져버리면 되는 걸까? 이런 인간들 특성상 당한만큼 돌려주려 할 것이 뻔 했다. 괜히 귀찮은 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이미 좋게좋게 끝내기는 그른 이 상황, 그들에게 있어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흠...그렇다면,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자들의 직장을 찾아가는 건 어떻습니까?"

"호오, 아주 돈줄을 잡고 협박을 하자는 말이군요. 헌데 괜히 그런 일을 했다가 인광군에게 피해가 가는 것 아닙니까? 저들이 이방인들의 세계에서 인광군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괜찮을 겁니다. 인광님 말로는, 이방인들의 세계에서는 본인이 당신, 정견의 대영웅과 비슷한 위치라고 하였으니까요."

"허어...인격적인 부분은 아닐테고...인광 군도 꽤 하는군요."

"아이엔 양의 말로는 생각보다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 길로 대영웅은 곧장 사람들이 걸어왔던 방향으로,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사람을 불러버린 소녀는 아무런 미련 없이 훌쩍 떠나는 두 노인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나름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라간다.


'아이 씨...왜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저도 모르게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마른 침을 삼킬 정도로 소녀는 겁이 났다.

만약 일이 잘못 틀어지기라도 했다가는 현실에서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할당량을 오래 채우지 못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작업장의 존재를 알리려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이들을 몇이나 보아왔으니, 그 공포는 점점 커져갔다.


'안 돼...막아야 해!'


적어도 막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 능력 밖의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라도 들어야 한다.

그들의 뒤를 따라가던 소녀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어 암살자 스킬을 사용하여 대영웅을 향해 기습을 저지른다.

나름은, 모두가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 했던 대영웅부터 처리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대영웅.


턱.


소녀의 기습 공격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가로막혔다. 그때서야, 대영웅의 강함을 직감한다.

그리고 왜 이런 인물이 이런 촌구석에 있는지, 그것도 왜 하필이면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인지. 울컥 억울함이 차올랐다.


"왜...왜 나만..."

"허튼 소리 말게. 자네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 세계에 있는 것 아닌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들어왔다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터. 왜 나만? 자네의 업보지."

"씨이! 나이 어린 게 죄야?!"

"어린 게 죄가 아니라 법을 어긴 것이 죄일세. 어떻게든 남탓을 하려 하지 말게. 순전히 자네의 잘못이니. 또 보아하니, 자네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는 폭군이었던 모양이더군. 피해자인 척 하지 마라, 악당."


유저들 중 인광 말고는 마주한 적이 없는 분노의 감정을 내비치는 대영웅의, 심장을 조여오는 무게감에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뭐야? 너 뭐해?"

"오늘은 새로운 인연을 많이 만드는 날이군요."


방금 막 작업장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방금 전의 남자들과는 급이 달라 보이는 장비들로 무장한 채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이나 표정으로 '나 나쁜 놈이요~'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건들건들 걸어오던 그들은 두 npc가 귀중한 시간을 방해한 것에 어지간히 화가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그는 대영웅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광기의 마왕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알고 있었다.

똑바로 어른스러운 대응도 가능했으니, 분명히 나름의 평화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별 씨발...야, 죽여."


하필이면, 하필이면 대영웅이 뒤로 돌아있던 탓에, 그는 잘못된 명령을 내려버렸다.

그리고 이것은 기어이, 대영웅의 심기를 건드려버렸다.

콩트 백작의 일로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심기에 괜히 촌장님과 투닥거려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다.

거기에 오늘 하루에만 몇 번의 싸움을 했는지, 뒤틀린 심성의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또다른 아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조종하는 어른. 충분히 역겨운 상황이었다.


스르릉.


광신자와의 싸움에서, 기어이 저 무한한 우주의 어둠과 닮은 새까만 검을 뽑아 들고 설렁설렁 다가오는 남자들을 돌아본다.


"...어?"


단 한 번. 단 한 번 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눈앞의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그들의 앞에 있는 노인이 대영웅이란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영원한 상처가 남았다는 건조한 텍스트 뿐.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월등한 강함을 선보였던 이들이 단 한 번의 휘두름에 잘려나가는 것을 보며, 소녀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편히 부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말아라."

"미친! 진짜 대영웅이잖아...!"

"그래도 레벨이 있다고 꽤 버티는 군요. 저 혼자였으면 고생 꽤나 했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영웅의 압도적인 능력에 대한 너프와 해제 불가능한 영구 지속 디버프에 대한 이야기가 게시판을 달구기도 했지만, 그건 대영웅이 알 수가 없는 일.

고통에 몸을 뒤틀며 천천히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촌장님은 조금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흠...덕분입니다, 아가씨."

"어?!"

"저희들에게도 골칫덩어리였는데, 참 용감한 결정을 하셨군요."

"무, 뭐, 야! 안 닥쳐?!!!"

"아, 아니...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 도와달라고 하신 것은 아가씨...앗."


섬뜩하게 눈을 부라리며 죽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자신을 기습한 소녀가 촌장님의 너무 짓궂은 장난에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란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허허허, 재미있군요."

"어르신, 장난이 심하십니다."

"이, 뭐, 무슨 짓이야!!! 날, 날 죽이려고! 야!!"

"허허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엔 양에게 연락을 넣었으니, 아마 지금쯤, 인광님이 움직이고 계시겠죠. 허허, 아직 아이엔 양이 이곳에 계셔서 다행입니다! 허허허!"

"무슨 소리야...대체 무슨 소리냐고!!! 이 씨발! 진짜 뒤질 수도 있다고 개새끼야!!!!"

"그~게시판? 이라고 하는 것에 글을 남기십시오. 저의 왕이신 광기의 마왕에게."


급하게 로그아웃하는 소녀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두 노인은 조용히 바라보다 다시 작업장으로 향한다.


"얼른 끝내고 잠이나 자도록 하지요."

"영웅의 일을 돕다니, 영광스러운 일이군요."


마왕과 대영웅의 여행 첫날은 그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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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전략적 후퇴 21.06.10 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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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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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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