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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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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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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먹힌 이들

DUMMY

여행을 떠난지 이틀만에 불법 계정 판매자 및 작업장 유저들과 마주치고, 호텔 아저씨를 만나 고독을 처리한다.

이야기의 밀도로만 따진다면 내가 지금까지 겪은 그 어느 순간보다 이번 이틀이 가장 밀도 높은 이야기일 것이다.

딱히, 깊이가 있진 않은 것 같지만.


"...아아! 지루해! 이제또 슬슬 뭐 일어날 때 되지 않았어요? 패턴 상 그런데?"

"허허, 고독과 싸우고난 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평화로움이군요."

"심심하다면 그 호텔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곳은 여가 시설도 훌륭하지 않았나."

"그렇긴하죠...그런데 문어 괴물이 수영하는 바다에 파라솔 펴고 누워있고 싶지는 않아서."


호텔 아저씨의 부탁을 들어주고 난뒤, 우리 셋은 각각 개인실 열쇠를 받아 하루를 그곳에서 보냈다.

먹을 것도 달라는대로 주고 원하는 장소도 모두 있으니, 찾아오는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다만, 조용해지는 순간 피부를 찌르는 그 세계의 찌꺼기의 기운 탓에 나는 조금 불편했다.


"도시가 멀지 않았으니 그곳에서 쉴 수 있다면 쉬어가시지요."

"쉴 수 있다면 쉬어가자니요, 이제부터는 제국의 땅입니다. 제국의 안에서 무슨 큰일이 일어나기야 하겠습니까."


글쎄요...?

어쨌든, 촌장님의 말대로 그리 오래 걷지 않아서 우리들은 제국답게 꽤 번성한 도시에 도착했다.

제국에서는 외곽 지역이라 그런지 높은 성벽하며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눈에 띈다.


"거기 멈춰라! 들어오려거든 통행증을 제시해라!"


한참 모험을 할 때는 저런 말을 많이 들었었지.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던 통행증을 보여주면 즉각 체포될 위기에 처하게 되어 들을 수가 없는 말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거참, 어쩌다 이런 범죄자 취급을...처음부터 범죄자 취급이긴 했지. 잘만 흘러갔으면 그 취급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는데, 그건 아쉽게 되었다.


"잠깐...허, 헉! 대, 대영웅!"

"쉿, 지금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니 너무 아는 체 하지 말아주게. 조용히 지나가고 싶군."

"아, 그러면 나도 옷 갈아입을까요? 가면도 있는데."


얼굴을 가리고 정장 차림으로 걸어다니면 적어도 위험한 인간 쳐다보듯 보진 않겠지.


"고요하고 평화롭군요. 불과 2년 전이었더라면 이곳이 번잡하다 느꼈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우리 애들이 확실히 조금 시끌벅적하긴 하죠!"

"얼마 전엔 예비 몸을 얻은 하양씨가 술집에 난동을 피워서 시끌시끌 했었지요."

"촌장님 그때 잠옷 차림으로 뛰어다녔었잖아요."

"크흠! 그으, 파스티엔 님께서 하양씨를 죽이겠다고 뛰쳐나가시니, 급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축제 기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냥 유야무야 되었지만, 식겁했었지 정말...

우리들이 대로를 걸으며 우리들만 아는 이야기를 툭툭 던지니 알로 할아버지가 이야기에 끼어들진 않고 빤히 바라보기만 한다.

정신나간 우리들의 일상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러는 걸까?


"자네는, 생각보다 더 어르신에게 기대고 있군."

"엥? 그런가?"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는 말일세."


아니 뭐...제일 어른이기도 하고, 만능이라 내가 귀찮은 일을 맡기기에도 편하고 좋잖아.

다른 아이들은 지켜야할 대상이라는 느낌이라면, 기대고 있기 딱이라는 느낌이기도 하지.


"그러네! 하하하!"

"허허, 부끄럽군요."


적당히 여관을 잡고 머무를 생각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정말 별 의미랄 것이 없는 잡담이라, 기억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릴 것 같은 이야기들.

적당히 웃고 떠들기엔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척척척!


그리고 어김없이, 그런 평화로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괜찮아, 응, 익숙해.

멀리서부터 열을 맞춰 걸어오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 그 뒤로는 말을 타고 오는 귀족이 보인다.


"얼굴은 왜 가렸데?"


귀족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모두 투구를 써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뭔가, 안 좋은 집단과 마주한 것 같은데 갑옷의 가슴 부근에는 제국의 문장이 박혀 있어 또 그건 아닌 것 같고.


"어떤 병이라거나,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상하군, 이곳의 영주는 아직 젊고 건강할 텐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고 참~친절하게 말해주시네요."


병사들이 알로 할아버지의 앞에 도착하자 척척 멋지게 좌우로 갈라져 그 사이로 귀족이 말을 타고 천천히 다가와 말에서 내리진 않은 채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그 뒤에서 나이 든 집사가 땀을 닦으며 걸어나와 주인을 대신해 말을 시작한다.


"정견의 대영웅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희!"

"아아, 잠깐만요."


내가 말을 끊자 집사가 조금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구구절절 이야기나 듣고 있을 생각은 없다.


"이곳에 왔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다던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 하셨나?"

"대영웅께서 오셨는데 어찌!"

"그만큼 급하단 의미시지? 그런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깔끔하게 말합시다. 거절할 이유도 딱히 없으니까."


집사가 할아버지의 반응을 살펴본다. 알로 할아버지가 지금의 이 일을 거절할 것이었다면 호텔 아저씨의 부탁도 거절했겠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말 없이 앞장 서라며 손짓한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듯 깊이 고개를 숙이는 귀족, 그런 귀족의 숨결이 굉장히 거칠다. 젊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갑시다 얼른."


툭툭.


집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무슨 병이나, 저주 같은 낌새라도 있는지 살펴본다.

뭐라고 해야할까, 인위적인 느낌이 들긴 했지만 몸 자체는 그냥 늙은이의 몸이었다.


[집사의 몸이 당신이 흘려보낸 흐름의 힘을 집어 삼킵니다!]


"응?"


흐름의 힘을 집어삼킨다. 표현이 굉장히 불온하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저 집사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정도다.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인가? 최근에 닌자가 이런식으로 주변의 힘을 빨아들이는 피부로 개조를 하려고 한다던데,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오, 오오! 이, 이게 무슨!"

"뭐야? 뭔데? 왜 그러는데!"


70대 정도로 보이던 늙은 집사가, 내가 어깨를 툭 건드리자마자 40대의 아저씨로 회춘했다.

어어...당황스럽다.


"그렇군,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네. 얼른 이동하지."

"??? 뭔데요?"

"가서 설명하겠네."


그 길로 바로 영주의 성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내내 나를 돌아보는 눈길 때문에 불편해서 몸이 뒤틀리는 줄 알았다.

성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그 안의 모든 것이 오래된 것처럼 느껴졌다.

정원에 핀 꽃과 나무도 시들시들하게, 곧 죽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고 하인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하나 같이 나이가 많아 걸어다니는 것마저 힘들어 보인다.


"저주?"

"아니. 이건 오랜 옛적부터 뒤틀린 방법으로 젊음을 유지해온 자들에게 내려지는 벌일세."

"아하, 그렇게 들으니 저도 짐작이 가는군요. 이건 저주도, 병도 아닙니다. 기생충의 일종이지요."


성의 안으로 들어오자 다시 급격하게 늙어버리며 힘이 빠져나간 듯 자리에 주저앉는 집사.

살려달라는 듯이 간절하게 나를 쳐다보지만, 당장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되는지 모르는데 다시 활력을 집어 넣어도 결국 원상태로 돌아오는 악순환에 불과하다.


"아마 이름이, 생흡충일 겁니다. 드래곤이나 엘프 따위의 영원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가는 종족의 몸에 기생하는, 생명력을 빨아먹죠."

"아하...어떻게 된 건지 대충 알겠네요."


오래 살고 싶고, 죽고 싶지 않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욕구와 염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영주와 성 안의 모두도 영생을 위해 뭔 짓거리를 하다 기생충이 들러붙게 된 것일테지.

일의 해결을 우리에게만 부탁했을리도, 우리가 오자마자 일이 터진 것도 아닐테고, 영생을 꿈꾸기 위해 하는 짓거리가 멀쩡한 일일리도 없다.

그러니까 아마 녀석들은 자기네들끼리 어떻게 일을 처리하려다가 일을 키우는, 정형적인 실수를 한 것 아닐까?

처음엔 힘이 빠져나가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폭삭 늙어버릴 정도로 현상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거.


"원래 생흡충은 기생 대상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이들이 아닐세. 기생한 대상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생명력을 받아가며 공생을 하는 녀석들이지.

"공생이 가능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린 생흡충은 몸을 키우기 위해 상대의 시간을 갉아먹지. 쉽게 말해 젊어진다는 말일세. 자네나 나 정도되는 자라면 들러붙지는 못 할 테지만...아!"


들러붙지도 못 할 테지만...! 촌장님은 다르다! 그러고보니 방금전부터 인기척이 흐릿한 것이...젠장, 이야기에 한눈 팔려서! 빌어먹을 대영웅이 바로 옆에 있어서 내 감각도 둔해지잖아!


"아, 전 괜찮습니다. 생흡충은 자신을 감당하지 못할 대상에게 기생하진 않으니까요."

"...시간을 갉아먹히는 것은 굉장히 큰 고통이고, 위험을 초래하지. 태어나면서부터 생명력이 풍부한 엘프나 드래곤은 괜찮은 모양이고, 오히려 그 탓에 더 오래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이건..."


촌장님이, 젊어지고 있다...으아 이게 뭐야 징그러워!

촌장님의 흐름에 간섭하여 생흡충인지 뭔지, 이질적인 것들을 쳐내보려 하는데, 게임 속이라 그렇게까지 섬세한 조정이 되질 않는다...!


"...생흡충은, 저의 아버지가...더 오래 살기 위해...가지고 온 괴물입니다..."


말에 타고 있던 영주가 힘겹게 한 마디 한 마디 말을 꺼낸다. 숨이 굉장히 거칠어 숨을 내뱉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처음엔, 아버지도 저 노인처럼, 갑작스러운 젊음을 얻으셨고...집안의 다른 이들에게도...괴물을, 기생시켰습니다."

"아버지께서 숙주가 되어버린 모양이군.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생흡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잡아먹힌 거야. 옛 문서에 기록된 돌연변이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그러면 번식하려고 성 안에 벌레를 뿌린 거예요?"

"뿌리를 뿌렸다, 그렇게 보는 것이 옳겠지...성밖의 민가에까지 피해를 끼치지 않은 것을 보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레를 성 안에 가둬둔 모양이야."


당장이라도 촌장님을 밖으로 끌고 나가고 싶지만, 그걸로 해결되는 거였다면 이 사람들도 이곳에 있진 않았겠지.

공생...지금 그 생흡충 녀석들이 이 사람들을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관리하면서 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다, 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모체로부터 멀어지면 자제력을 잃은 생흡충이 남은 시간을 모조리 갉아 먹어, 소멸하는 것입니까?"

"...제...어머니가...그렇게 사라지셨습니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참 곤란하게 되었군요. 대영웅께선 뭔가 방법이 없으십니까?"

"생흡충이 기생하고 있는 자들을 인광군, 자네가 억누르고 내가 숙주와 모체를 처치하면 될 것이야. 자네는 할 수 있겠는가?"


생흡충 자체를 억누르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녀석들이 배가 터지도록 먹이를 줄 순 있지.

그런데, 뿌리를 뿌렸다라고 한다면 내가 녀석들에게 준 먹이가 모체에게 향한다는 의미 아닌가?

그럼 한 번에 안 죽고 계속 되살아난다거나 그러는 거 아니고?

그리고, 여기서 알로 할아버지가 모체의 숙주라는 그, 영주의 아버지를 해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하양: 사람은 간사하고 간악하지, 지금은 고맙다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도 다음날 아침이면 왜 아버지를 죽였냐며 칼끝을 들이밀지도 모를 일이야.]


...아아, 마침 잘 됐다. 걸어다니는 해결 방법이 이제야 다 놀고 돌아오셨네? 대영웅과의 알콩달콩한 시간은 행복하셨으려나?


[하양: ...사랑이란 뭘까...나도 너와 같은 고민을 짊어지게 되었지...아니, 머리카락 묶은 거 아는 척 안 해줬다고 투덜거리고 며칠을 모르는 척 하는 건 진짜!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뭐, 나름 재미는 있더라.]


"해보죠."

"...난 자네와 일을 할 때는, 항상 불안해. 이번에는 그 불안감이 착각이었으면 좋겠군."

"하하."

"...대답."

"보면 알겠죠."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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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5 0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6 0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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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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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18 0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7 0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0 0 13쪽
241 정리 21.05.27 8 0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8 0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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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열매의 흔적 21.05.18 9 0 12쪽
233 천성 21.05.17 15 0 10쪽
232 정의의 팬티맨 21.05.14 11 0 12쪽
231 선동가 21.05.13 11 0 12쪽
230 세상을 구할 용사는 보라빛 21.05.12 12 0 12쪽
229 마왕은 용사를 꿈꾼다 21.05.11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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