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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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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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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람

DUMMY

성안의 가구를 모두 치우고 부드러운 카펫만을 깔아둔 방 안에 늙은이들과 어린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늙은이들은 살아온 시간을 먹혀 어린이가 되었고, 젊은이들은 살아갈 시간을 먹혀 늙은이가 되다니. 피해자에 촌장님만 없었으면 상당히 흥미를 가졌을 설정이다.


"이런 효과를 가진 녀석이라면 잘만 쓰면 진짜 오래 살 수도 있겠네요."

"생흡충은 말도 안 되는 식탐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오직 필요에 의해서만 먹던 입을 멈추는 괴물이죠. 인간처럼 늙을 수록 여려지는 생물은 결국 잡아먹히면 잡아먹혔지 오래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서든 앉든 가만히 말해요."

"무릎이 가볍고 허리가 유연하니, 지금의 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때에 누려야지요."


남들보다 빠르게 내게 처치를 받아 젊어지다 만 촌장님. 젊어진 탓에 몸이 가볍니 어쩌니 하는데 솔직히 말해 별로 좋은 상태는 아니다.

촌장님에게 달라붙은 생흡충 녀석들을 멈춘 것이 아니라, 촌장님에게 계속 에너지를 주입하는 형태이다 보니, 녀석들도 좋다고 점점 더 많이 먹어치우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기분이다. 점점, 점점 많은 양의 에너지를 주입해야 하니 자칫 잘못했다가는 주변의 흐름에 큰 상처를 남겨버릴지도 모를 것 같고.

내가 겜도리처럼 없던 것도 만들어내는 수준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런 걱정도 없이 그냥 깔끔하게 내 선에서 다 끝냈을 텐데.


"대영웅이 직접 나섰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뭐, 그렇겠죠."


알로 할아버지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던 적은 없다. 다만, 이미 이렇게 사람들을 모아 놓고서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해는 된다. 생흡충이라는 놈들 원래는 드래곤 같은 녀석들에게 기생하는 녀석들이라고 하는데, 드래곤을 만나 본 적이 없어 얼마나 강한 지는 모르지만 판타지 세계에서 드래곤이라고 하면 최강의 몬스터.

그런 최강의 몬스터에게 기생할 정도라면 나름대로 능력은 있을 테고, 이번에는 할아버지도 조금 고생할지도 모를 일이지.


"촌장님도 들어서 아는 게 전부죠?"

"예. 어디까지나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이것들 실체가 있긴 한 거예요?"


대영웅의 거대한 흐름마저도 얼추 급만 맞으면 붙잡아둘 수 있는데 이번의 생흡충은 전혀 잡히지가 않으니 신기루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게임 캐릭터가 내 감각을 못 따라오니 답답하기도 하고, 이번 일을 끝내고 나면 다시 육성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있으니 예전 생각이 나는군요."

"암시장에 있을 때요?"

"그때는 한참 전염병이 돌던 시기라 저 말고도 끌려온 아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여기보다 훨씬 좁은 방에 훨씬 많은 아이들이 서로서로 끌어안고 잠에 들었었죠."


파스티엔 때에 잠깐 자기 과거를 말해준 것말고는 자기 이야기를 거의 안 하는 촌장님이 어쩐 일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겉모습이 어려진 만큼 기억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이 떠오르는 탓이 아닐까?

지금 이곳에도 어린 아이가 된 어르신들이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결국 인격은 어느 정도 겉모습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옛날 이야기 나온 김에, 촌장님 첫 사랑 이야기나 해줘요."

"첫 사랑이라...굉장히 강렬한 분이셨죠. 제가 아직 소년일 시절에 저와 함께 일을 했던 분입니다."

"오오...!"

"제가 보는 앞에서 함정에 빠져 산성액에 몸이 녹아 죽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눈앞의 제가 아닌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더군요. 정작 그 남자는 그 분의 죽음에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오...오..."

"이해는 됩니다. 그 남자 분은 이미 결혼을 한 분이었고, 제가 좋아했던 여성분은 강제로 그 남자 분을 빼앗으려 했던 사람이니까요.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시름 놓았겠죠. 그걸 알다보니 저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된 게 내 주변에 있는 인간들은 하나 같이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걸까. 당황스럽네 정말.

하긴, 암시장 같은 이상한 곳에서 거의 평생을 보낸 사람이 어떻게 과거가 멀쩡하겠어.


"저는 저의 과거보다 저의 지금이 더 좋습니다. 다들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죠."

"자근 마을 때보다요?"

"아아, 그때와 비교한다면 조금 문제가 있는 분들이긴 합니다! 허허허!"

"촌장님 말고도 생존자가 있었잖아요, 다들 어디에 있답니까?"

"아시다시피 모두 나이가 많은 이들입니다. 그때의 상처가 그 후유증이 되어 죽어버린 이들이 대부분이죠. 굳이 따지자면 제가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꺼내는 이야기마다 족족 아주 그냥 멋들어지게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말만 꺼내고 있구만.

그나마 촌장님이 별다른 상처를 받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상처가 없진 않을 텐데 말이야. 아마 내 광기에 전염된 탓일 테지만!

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야기 주제를 돌려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내가 끔찍하리 만치 못하는 그거.

파이도 나랑 길게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입 다물고 들리는 말에 대답이나 하란 소리도 들었다.

뭐어, 그래도 그 정도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미로의 숲 해변에 같이 살 적에는 입 찢어지기 싫으면 숨 쉬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진짜 찢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도 봤지...


"참, 이런 대인 관계는 하여튼..."

"필요할 때는 그 말솜씨로 모두를 홀리시니 뭐든 어떻습니까."

"촌장님, 덕분에 기분은 조금 좋아졌는데 그런 말하면 내가 발전을 못해요. 응?"

"굳이 모든 걸 잘 하실 필요야 없지 않습니까. 앞장 서서 나아가며 길을 인도해주는 것이 늙은이의 역할 아닙니까. 그런 늙은이의 조언이니 편히 받아들이시죠."

"만능맨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만능맨이 하는 말이니까 잘 들으셔야죠."


내 평생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네 이거. 기분이 참 묘해...천천히 쉬어가라는 말인데 머리로는 더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말.

tv 프로그램에 자주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 같은 걸 들을 땐 왜 저런 걸 일부러 찾아가서 듣나 싶었는데 이런 기분이 드는 거라면 그거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자! 여기 모두 집중!"


늙은이들은 내버려두면 끝도없이 늙어버릴 테고, 어린이들은 내버려두면 끝도 없이 어려질 테지.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소멸로 향하는 길로 착착 끌려가고 있는 현재, 기왕 여기까지 온 나는 뭔가를 해야겠지?


"장담하건데! 조금 있다가 대영웅께서 생흡충의 모체를 치거나, 뭐 하여튼 상처를 입히거나 하면 여러분에게 반동이 올 겁니다!"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중 몇몇, 혹은 모두가 말라 죽어버릴테죠.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를 위해."


촌장님의 부가 설명에 다들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것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다.

무기력한 일반인의 무기력한 공포라니, 그것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말로.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 저어~는! 김기광이라고 해요 여러분? 다들 만나서 반가워요."

"그...김기광님은 대영웅의 동료분 아닌가요? 지금, 여기서 이러고 계셔도 되는 건가요?"

"내가 열심히 힘 내야 하는 곳이 여기라서."


해야할 일은 간단하다. 사람들의 몸에 붙은 기생충을 때어내는 것이지. 그것 말고는 혹시나의 일에 대응할 방법이 없으니까.

당장 해야할 일은, 저 사람들보다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이다. 다 죽어가는 저 몸들에서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달콤한 녀석으로.


'나밖에 없긴 해!'


그리고 동시에, 알로 할아버지가 말했던 나와 할아버지에게는 생흡충이 달라붙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드래곤에게도 달라붙어 기생하는 녀석들이 나와 할아버지를 피한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알아내야 녀석들을 나한테 갖다 붙이지.


"지금부터 여러분의 몸에 기생하는 생흡충을 꺼내기 위한 방법을 두 가지 떠올렸어요. 하나는 여러분을 모두 죽여서 기생할 몸이 없어진 생흡충을 데리고 오는 거고요?"

"네? 뭐, 뭐라고요?!"

"세상에, 대체 그게 무슨 미친 말입니까! 제정신인 겁니까?!"

"진정하십시오, 늘 첫 번째 생각은 이러니까. 그래도 살고 싶으면 계속 말을 걸어야 할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뭡니까?"

"다른 하나는, 주변에 피해가 갈 것이 뻔하지만 그딴 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생흡충이 좋아할 만한 몸을 직접 만드는 거죠?"


내가 가진 흐름을 증폭시키는 걸로 부족하다면 주변의 흐름을 끌어와 나를 생흡충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게 거대한 생명력 덩어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지금과는 다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해야 하고. 아마 심력의 유무와, 강약이 열쇠가 아닐까 생각된다.

심력에 관해서는 하양이에게 부탁하면 어지간한 것은 다 해주니 잠깐 심력을 막아버리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그 영향으로 내 몸이 다소 연약해지기는 할 테지만.

다행히도, 그런 걸 버틸만한 실력은 된다. 뭐, 거대한 생명력을 버티지 못해 죽어버린다거나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이지.


"뭐가 됐든 인광님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으음, 조금? 그래도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생흡충이 기생 안 하는 걸 보면, 별 큰 문제는 안 될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또 만능맨이 나서야겠군요. 후후, 젊음도 충분히 즐겼으니 슬슬 끝을 내야겠지요."


그리고 순식간에, 촌장님의 존재가 지워지는 듯 했다. 눈앞에는 있지만 그 흐름이 잡히지 않는, 마치 대영웅을 앞에 둔 것만 같은...


"뭘 한 거예요? 이런 걸 숨겨두고 있었어요?"

"파스티엔 님의 시험을 지나가며, 제 안에 작은 가능성이 피어났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주 잘 알겠더군요."


그 압도적으로 거대해진 촌장님의 흐름은 굉장히 불안정하면서, 또 따뜻했다. 하지만 그 따스함은 마치 차가운 바람 앞에 꺼져가는 불꽃의 열기 같았다.

불안한 기운에 급하게 촌장님의 흐름에 간섭했다. 생명력을 불어넣어 봤지만 촌장님은 갈수록 빠르게 젊어지고 있었다.

순리대로의 흐름을 거스른 채 무수히 많은 생흡충에게 물어뜯기며 살아왔던 모든 세월을 빼앗기고 있었다.


"늙어서 미라가 되어버릴 줄 알았더니, 의외군요."

"촌장님! 지금 뭘 한 거예요?!"

"언제나 그러기 위해 준비했던 것을 한 것이죠. 인광님 당신을 위한 희생 말입니다. 큰일 하실 분인데 이런 별 것 아닌 일에 흉터라도 생기셔야 쓰겠습니까."

"쓸데 없는 짓 하지 마요!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 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생흡충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저러다 죽어버리면 그 이후에 촌장님이 어떻게 되살아날지 알 수도 없고, 짐작도 가지 않는다!

촌장님의 돌발행동에 내가 화들짝 놀라 소리치자 촌장님이 적반하장으로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목숨을 건다니요. 이곳에 인광님 당신이 있는데 제가 죽긴 왜 죽습니까?"

"...하여튼, 촌장님 종종 사람 얼빠지게 만들어요."

"그렇게 정신 놓고 계실 시간 있으십니까? 이러다 당신의 촌장님이 죽겠습니다. 어려지고 어려져서 완전히 소멸하겠다고요."


하여튼...원년맴버가 날 제일 괴롭혀...저번에는 갑자기 밤에 아이엔이 두들겨 깨우더니 이번엔 촌장님이 아주 그냥...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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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3 0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4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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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사랑을 위해서 21.06.14 4 1 12쪽
254 대영웅들의 회의 21.06.11 7 1 12쪽
253 전략적 후퇴 21.06.10 6 1 13쪽
252 대마왕 구출 작전 21.06.09 7 1 12쪽
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248 고민 21.06.03 7 1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236 가면 쓴 남자 21.05.20 9 1 12쪽
235 질투 21.05.19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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