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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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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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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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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DUMMY

제국을 움직이는 젊은 심장, 의도치 않게 황제의 자리에 오른 어린 황제. 모두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최후라고까지 말해지는 무력한 황제.

그의 권위를 뒷받침 해주는 것은 남겨진 전 황제의 권력과 대영웅의 강력한 힘, 그리고 아직 황제의 줄을 놓지 않은 이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줄을 잡은 이들은 손을 놓고 은근슬쩍 줄을 옮겨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최강의 칭호를 가진 대륙 유일무이의 예외적인 초월적 강함을 지닌 대영웅은 제국 시민들의 강렬한 지지를 받게 되었고, 황제는 조금 불안하게 된다.


"무슨 일이 생겨도 대영웅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아도 대영웅이 있으니까, 대영웅, 대영웅. 나 같으면 어쨌든 좋아할 일인데."


황제의 부탁을 받고 떠나는 마차의 안에서 촌장님과 마주 앉아 인광은 투덜거렸다.

황제와의 이야기에서 황제가 생각보다 믿음직스럽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러진 않았으니 분명 인광의 등장과 동시에 난세가 찾아온 세계에서 대영웅이 이름을 드높이자 그 여린 속내가 드러난 것일 것이다.


"답답하십니까?"

"음!"


대영웅의 얼굴을 보아 황제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으나, 그 과정에서 황제에 대한 주가가 뚝뚝 떨어져내렸다.

스스로 무언가 해낼 만큼의 힘도, 의욕도 가지지 못한 이의 추악한 욕망이 담긴 부탁은 별로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대영웅은 황제의 그 망가진 모습에 안쓰러워 하며 그를 보듬어주고 싶어했다. 그가 태어나는 것을 직접 봤을 정도니까. 대영웅에게 황제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물론! 나는 어려서부터 파탄난 가정을 살아와서! 그러는게 애 교육에 좋은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그건...저도 잘 모르겠군요. 저희 아이들 중 누가 알겠습니까."

"쯧, 끼리끼리 모인다더니."


시야 구석에는 방송을 틀어놓고 짜증을 지워내려 하는 것 같았지만, 한 번 찾아온 감정은 그렇게 쉽게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려 엿새나 제대로 아이들을 보고 있지 못하니 답답함은 더 커져갔다.


"부르려고 하면, 부를 수는 있지만...다들 바쁜 모양이고!"

"비밀리에 처리해달라는 부탁도 있었으니, 인원은 최소화해야겠지요."

"그래도 꼬우면 다 부를 거예요. 생흡충 때처럼."

"바라시는대로. 저는 막지 않습니다."


덜컹거리는 소리마저 없이 나아가는 고급 마차의 안에서 인광은 슬쩍 창밖을 바라본다.

소운디에이 공작이 이끄는 귀족파에 속한 귀족들 중 하나, 티탕 자작의 영지가 멀리 보이고 있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데요. 위세 제국이라는 한 나라에, 각각의 지역을 담당하는 귀족들이 있는 거잖아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같은 편이죠? 뭐, 귀족파고 황족파고 나발이고 간에."

"네. 그렇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황제에게 충성을 맹새했을 뿐이니, 지금처럼 서로 다투는 일도 아주 없진 않습니다. 전황제 시절에는 이런 일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티탕 자작에게 포로로 붙잡힌 에이티 후작의 막내 딸을 구출하라.

어째서, 후작의 막내 딸이 자작에게 포로로 붙잡혀 있는 것인지, 자작이 후작을 이겼다는 것이 인광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이티 후작은 특이하게도 중립을 지키는 귀족입니다. 하지만 그 세력이 예전만하지 못해. 중립이라는 위치가 여러모로 위태위태한 상황이지요."

"중립이란 게 원래, 힘이 있어야 유지하는 거니까요. 게다가 자작의 뒤에는 공작이 있고...그래도 이해는 안 되지만!"

"이번 일은 후작의 막내 딸을 구출, 그리고 후작에게 충성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잠입은 다소 저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라 조금은 고생을 할지도 모르겠군요."

"쓰읍...하아...해야죠."


차라리 지금 당장 제국 멸망 시나리오를 실행할까 하는 충동이 무럭무럭 솟아났지만 인광은 다시 한 번 더 참는다.

당장 어찌어찌 인광국에 대한 여론을 힘겹게 회복시켰는데 아니꼽다고 제국을 쳐버리면 많은 유저들의 몰매를 맞을 것이 뻔하였다.

npc만 있는 솔로 플레잉 게임이었다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들어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별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내 힘 세다고 폭군처럼 군림해봐야, 사람들이 싫증 나서 떠나기 밖에 더 하겠어.'


게임 세계 자체를 멸망시킬 생각이었지만 그 전까지는 되도록 즐겁게 즐기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생때같은 바람.

그러나 그 누구보다 이 게임에서 이제까지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가지게 된 인광으로서는 당연한, 아쉬움이 담긴 희망 사항이었다.


"...우리 나라에 들어온 사람들처럼 다들 유쾌한 인간이면 재미있었을 텐데!"

"허허...그 분들이, 보기에만 유쾌하지 하는 짓은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법 제정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봐요."

"그거 기다리다 저 늙어 죽겠습니다."

"생흡충 한 마리 드려요?"

"허허허!"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두 사람은 결국, 내리고 싶지 않았던 땅에 내리고 말았다.

그 어떤 순간에도 이토록 하기 싫은 일이 있고, 가기 싫은 곳이 있었던가. 인광은 혀를 쯧쯧 차며 얼굴에 쓴 늑대 가면을 고쳐 쓴다.


"어떻게, 귀족처럼 보여요?"

"투기장에 눌러 사는 귀족처럼 보이긴 하는군요. 그럼 저는 귀족처럼 보입니까?"

"그렇긴 한데...왜 토끼 가면이에요?"

"귀엽지 않습니까, 토끼."

"...맞지...!"


멀끔하게 차려입고서 마차에서 내리고, 황제가 임시로 지급한 신분패를 보여주며 탈없이 도시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대륙 어디에도 유저들이 없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라더니, 그곳에도 유저들이 몇몇 보였다.

대부분의 rpg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만 이따금씩 사람 마주칠 일 없는 곳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도시 돌아다니면서 정보 수집도 하고~계획 수립도 하고~와아~! 신나!"

"짐은 제가 여관에 옮겨두겠습니다. 한 번 둘러보고 오시지요."

"아아, 아니에요. 정해진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느긋하게 해요...거 뭐, 후작 막내 딸인가 뭔가 어찌되든..."

"그러시죠."


웃음 소리가 넘치는 도로를 걸어 여관 간판이 걸린 건물로 들어가 환한 미소로 자신을 맞아주는 여관 주인을 마주하게 된다.

귀찮은 일에는 연관되고 싶지 않은 인광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은 주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손님! 하하하! 이 도시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에? 아, 네."

"방을 잡으실 건가요? 얼마나 주무실 건가요!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마침 아침 식사 시간이 다 지나가긴 했습니다!"

"그냥 방이나 하나 줘요."

"하하하! 네에~! 물론이죠! 지금 바로 안내갑니다~!"


도시에서 가장 큰 여관 건물을 찾아가 바로 방을 잡고, 짐을 정리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인광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 좀, 음, 찝찝한데..."


하지만 당장 그 느낌이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이상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도 아닌 방안에서, 그저 감각적인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혼돈과의 첫 통화 때 느꼈던 것, 혼돈과 마주칠 때마다 느끼는 기묘한 불쾌감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공작이나 자작이 광신자와 연관이 있는 건가?'


어쩌면 이 영지 전체에 광신자의 눈이 깔려있을지도 모르겠다 판단하며 인광은 최대한 천천히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후작의 딸을 이동시킬 운반책을 보내겠다는 말도 있었지만, 인광은 그 황제의 계획에 맞춰 행동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생각할수록 황제 그 양반 참~별로야."

"첫인상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군요. 나름 권위 있는 자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에잉! 도시 구경이나 가봅시다!"


황제의 뒷담이라도 하려다가, 그것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인광은 촌장님과 나란히 도시로 나간다.

머무는 유저는 적지만 지나가는 길에 아이템을 처분하고 가는 유저들은 종종 있었기 때문인지 도시의 사람들은 금전적으로는 다수 여유가 있는지 웃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 지역 특산물이 뭐더라?"

"근처 습지에 서식하는 투명 슬라임에게서 추출해낸 끈적한 액체로 만든 화장품입니다. 습지의 슬라임들이 다소 온순한 편이라 농장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오오, 나중에 구경이나 갈까요? 괜찮으면 몇 마리 데리고 가죠?"

"허허, 말랑이 양이 좋아하겠군요."


가판대에 진열된 화장품 병을 들어 살펴보며 인광은 아이들에게 선물로 줄 겸 몇 개를 골라 집는다.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보이는 가게 주인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했지만, 여지없이 가게 주인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보는 눈이 탁월하십니다! 하하하!"

"아무거나 잡은 건데요?"

"아무거나 잡았는데 딱~좋은 것들로만 잡았니까 눈이 좋다는 것이죠! 하하하!"

"아, 다 다른 건가봐요?"

"다 같은 겁니다! 하하!"

"...?"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화장품을 사들고 도시의 안으로 더 들어가 본다.

기묘한 기분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괜히 복잡하게 엮여들어가 일을 크게 키우기 싫은 마음이 컸다.

가게의 주인이 오늘따라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 기분이 많이 좋은 것이겠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도로를 나서자.


"하하하! 이놈의 놈팽이가! 네 몸에서 나는 향기 때문에 코가 막히는 것 같잖아!"

"하하! 네가 내가 팔려던 포션만 사줬으면 내가 이렇게 집착할 일도 없을 텐데 말이지~!"

"하하하! 습지에서 퍼온 것 같은 구정물을 팔려고 했으면서 하여튼 말은~!"


웃는 얼굴로 유저들을 맞아주는 잡화점의 주인, 그 잡화점의 앞에서 서성이는 풀냄새를 풍기며 웃고 있는 약사.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말을 하면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웃으며 말투마저도 꽤나 온화한 말투로 상당히 연극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무슨 축제이거나, 전통이거나, 그런 것이겠지. 저도 모르게 멈춰 서서 미간을 주무를 정도로 어지러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니.


촤악!


"어머머! 사람이 걸어가는데 물을 뿌리는 건 대체 어느 나라 예의범절이니?! 당장 사장을 불러서 너의 끔찍한 악행을 알려줄 수 있게 해주렴!"

"헤헤! 실수 할 수도 있는 거지 너~무 예민하시다~! 내 덕에 공짜로 시원~하게 샤워도 하셨잖아요~?"

"호호호! 얘가 정말, 못 하는 말이 없어! 네 어미가 그렇게 가르치셨나 보구나? 정~말 좋은 어머니셨겠어?"


웃는 얼굴로 구정물을 거리에 뿌리는 식당의 점원, 길 가다 구정물을 맞고 웃으며 짜증내는 여자.

이제는 더이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제발 여기 좀 봐주세요 라고 대로에서 메가폰을 들고 소리 치는 수준이니 여기서 더 무시했다가 더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과하게 행복해 보이는군요."

"...흠..."


인광은 생각을 바꿔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겠노라 다짐했다. 비밀스럽게고 자시고 이 마을에 더 오래 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렇기에 인광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백 번 보면 백 번 모두 이상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날치가 그새 새끼를 많이 쳤군요...짝도 없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자기 혼자 낳던데요?"

"아...! 이곳을 어떡하실 생각입니까?"

"뭐, 보아하니 사람들 다 제정신 아니고, 혼돈이 개입한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조금 짜증이 나기도 하니까!"


인광이 날치를 향해 인사 하듯이 손을 흔들다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자 날치와 그 주변을 날아다니던 새끼 날치들에게서 무언가가 우수수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마왕다운 일을 해보려고요."

"허허허! 좋군요!"

"딱! 성이 무너질 정도로만!"


하늘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메이드 인 인광국의 폭탄과 함께, 도시의 모두가 인광을 향해 다가간다.

그 얼굴에 미소는 지우지 않은 채 정신이 나간 것처럼 터덜터덜.

광신자의 짓이 분명하다고 확신이 들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렇다 할 낌새가 느껴지지 않아 인광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해를 못 하겠네."

"기다렸다는 듯이 오는 걸 보면 뭔가 준비가 되어있던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낌새는 없었는데...뭐, 혹시 생흡충이란 비슷한 그런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무섭군요."


떨어져 내리는 폭탄이 만들어내는 폭발음과 타오르는 불꽃의 붉은 빛을 등진 채 인광은 끝도 없이 밀려오는 사람들을 마주본다.

점점 강해지는 불쾌감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어왔고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들의 열기에 시야가 흐려져왔다.


"...이...! 당했...!"


깨달았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수도 없이 많은 미소 지은 사람들 속에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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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전혀, 전혀 예상도 못한 일 NEW 20시간 전 0 0 12쪽
257 채울 수 없는 마음 21.06.16 1 0 15쪽
256 정말 안다면 21.06.15 3 0 14쪽
255 사랑을 위해서 21.06.14 3 0 12쪽
254 대영웅들의 회의 21.06.11 6 0 12쪽
253 전략적 후퇴 21.06.10 5 0 13쪽
252 대마왕 구출 작전 21.06.09 6 0 12쪽
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5 0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6 0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6 0 13쪽
248 고민 21.06.03 6 0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5 0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4 0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7 0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18 0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7 0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0 0 13쪽
241 정리 21.05.27 8 0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8 0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8 0 13쪽
238 폐허로 21.05.24 7 0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0 0 15쪽
236 가면 쓴 남자 21.05.20 8 0 12쪽
235 질투 21.05.19 10 0 15쪽
234 열매의 흔적 21.05.18 9 0 12쪽
233 천성 21.05.17 15 0 10쪽
232 정의의 팬티맨 21.05.14 10 0 12쪽
231 선동가 21.05.13 11 0 12쪽
230 세상을 구할 용사는 보라빛 21.05.12 12 0 12쪽
229 마왕은 용사를 꿈꾼다 21.05.11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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