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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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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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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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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반항아

DUMMY

"아저씨! 아저씨!! 눈 좀 떠봐!"

"으에에...어엉? 어?!"


날치를 부르면서 같이 불렀던 아이들이 어느 사이엔가 내 시야에. 아무리 빨리 와도 이렇게 눈깜빡할 사이에 오진 못 할텐데...

잠깐, 나 기절한 건가? 어떻게? 내가 지금, 상태이상에 걸렸던 거야?


"...뭐야...어떻게 된 거야...촌장님은?"

"아저씨도 몰라요? 우리도 지금 계속 찾고 있는데 이 근처에는 없는 것 같아요."

"...뭔, 응? 미안한데 내가 지금, 조금, 많이, 어음, 어지럽거든...?"

"아버지!"


도도도 달려와 품에 쏙 안기는 자연이 덕인지 어지럽던 머리가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익숙한 감각이나 체온, 그런 게 아니라 자연이가 자기 능력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조금, 낭만이 없네.


"하아...이게 뭘까..."


황제의 부탁을 받고 이곳에 왔다. 둘러보니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생흡충 사건이 이번 일의 예습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하여튼 오래 끌면 안 되겠다 싶어 날치를 부르고, 폭격을 지시하고...폭탄이 떨어져 내리는 것까지는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머나? 눈 떠보니 촌장님이 없네? 어어? 이제는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자작의 영지도 작살이 나서 후작의 막내 딸도 없어졌을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우연이람?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지고...사람들이 몰려오고."


그러다 머리에 떠오르는 감각.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은, 이곳에 들어왔을 때부터 느꼇던 그 불쾌감.


"혼돈..."


머리 위에 말랑이의 말랑한 감촉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준비가 끝났으니 움직일 때가 되었다.


"혼돈이 촌장님을 납치했어."

"촌장님을...! 어떡하죠? 혼돈 그놈이 촌장님을 가만히 내버려둘 것 같진 않은데!"

"그런데, 왜 촌장님만 납치한 거죠? 인광 씨도 같이 쓰러져 있었잖아요..."

"뭔가 이유가 있겠지...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유와 복선인지는 몰라도, 이미 진즉부터 이렇게 될 예정이었겠지...!"

"그럼, 지금 바로 사람들 모아서, 아니 그치만...혼돈이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아요?"


하나하나, 정돈되지 않는 의견들이 내 머리를 때린다. 가뜩이나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그 의견들을 따라 내 머리도 같이 뜨거워진다.

생각해보면, 오늘 이곳에서의 일부터가 굉장히, 너무나도 과격하고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폭격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렇다고 모든 잘못을 혼돈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평소의 내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부정을 할 수가 없으니,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모두 여기 집중! 오늘 우리 인광국에 큰어른이 납치되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모두의 눈이 내게 집중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담스럽기 그지 없던 것들인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으려나.

큰소리로 외치며, 최근 들어서야 익숙해진 것들을 머리로 받아들이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가슴이 뜨거워져갔다.

게다가 혼돈의 짓이다. 촌장님이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냥 죽어버린다면 상관이 없다. 되살리면 되니까. 그런데 혼돈이 과연 촌장님을 그냥 죽여버리기 위해 데리고 갔을까? 그럴리가 없다.

잡히면 죽여버릴 것이다. 촌장님을 어떻게 했다면 배로 되돌려줄 것이다. 내 사람을 건드는 놈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전에 없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전부 부셔버리겠다는 일념만이 마음에 한가득 남아 버린다.


[하양: 그거 좋지. 싹 다 무너뜨리자고. 우릴 여기로 보낸 황제도 마음에 안 들고, 촌장님을 납치한 혼돈도 마음에 안 들고, 그냥 이런 세상 자체가 마음에 안 드니까, 우리 마음에 드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일단 한 번 부셔버리자.]


그래. 게다가 어차피 그럴 계획이었다. 계획을 조금 앞당기고, 계획을 조금 과격하게 바꿔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던 것은...어쩌면 미련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미련 때문에 지금의 내 감정이 이렇게 난장판이 된다면...더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만약, 만약 혼돈 그놈이 촌장님에게 해코지를 했다면...그것이 황제와 약속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대영웅이고 뭐고 전부, 무슨 수를 써서든 전부 지워버릴 것이다...!

가뜩이나 저번 생흡충 사건 때문에 몸도 별로 안 좋은 양반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신중을 기해서 그냥 나 혼자!


꼬옥.


"괜찮으세요, 아버지?"


품에 안긴 자연이가 내 옷자락을 작은 손으로 붙잡으며 나를 조용히 올려다본다.

나를 올려다보는 자연이의 깊은 눈을 바라보다 멍해진 머리로 주변을 바라보니, 모두와 눈이 마주쳤다.

항상 무의식 중에 회피하던 것들과 마주치자 알게 된 건, 그 눈안에 담긴 감정들이었다.

그 시끄럽던 녀석들이, 내 말 한 마디에 모두 자기 말을 멈추고, 한참을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 무서울 정도의 신뢰다. 난 녀석들에게 얼마나 큰 사람으로 보였던 걸까. 도저히 아이들의 눈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침착하게 가자."


나름, 나름은...그래, 내 나름은, 이제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마냥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의식하지 않게 된 것을 이제는 괜찮아져서 그런가보다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내가 눈을 돌리고 있었던 거였어.


"...하양이 너 이 새끼. 은근슬쩍 거들었지? 혼돈이나 너나 정말..."


[하양: 들켰네? 에이~뭐 어때서 그래? 방금 그대로 진행 됐어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어쩌면?"


촌장님이 납치 된 것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남지만, 머리는 다소 차분해졌다.

아무래도 혼돈이 나를 화나게 만드는 법을 익힌 모양이다. 가만히 있어도 그놈만 보면 화낼 자신이 있는데 귀찮게 산다, 정말.


"촌장님이 갑자기 하늘로 뿅하고 사라지진 않았을 거야. 주변에 이동한 흔적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남은 놈들은 도시 뒤져서 뭔가 흔적이 없는가 확인하자."


혼돈이 이렇게 눈에 띄는 짓을 했다는 건,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 몰래 처리하고 싶었다면 이렇게 일을 벌이지도 않았겠지. 어쩌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예를 들면, 광신자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던가."


저번 생흡충 사건 당시에 할아버지와 맞붙었다는 뿌리라는 녀석도, 가만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약했다.

전의 전당에서 할아버지와 싸웠던 뿌리를 떠올려보자, 그놈은 정말 괴물이었다.

할아버지가 자기 힘을 터트리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등장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괴물.

물론 내가 그때에 비해서는 많이 강해졌다지만 그래도 급이라는 게 있다. 뿌리가 나타났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식은땀 한 방울은 흘렸을 것이다.

대영웅과 뿌리의 마찰이 그렇게 스무스하게 흘러갈 일도 아니고.


"그림자!"

"네!"


내 그림자 안에서 녀석이 불쑥 나타났다. 평소엔 얼굴을 완전히 다 가리게 후드를 뒤집어 쓰면서 내가 불러서 그런 것인지 어둠속에 둥둥 떠다니는 눈동자가 다 보이게 후드를 쓴 채 나를 올려다본다.

...이거 혹시, 그림자 나름의 신뢰의 표시라거나, 뭐 그런 것일까? 가만히 바라보니 덜덜 떨리는 걸 보면 신뢰의 표시가 아니라 경계의 표시일지도 모르겠네.


"왜왜, 왜요...?"

"아냐, 겁먹진 말고."

"아! 아닙니다! 당치도 않는! 죄송합니다!!"

"오냐. 네가 믿을 만한 녀석들 몇 골라서 황제한테 가. 그 인간이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보고해."

"네! 눈과 함께 하겠습니다!"

"보안 마법 때문에 눈도 안쪽은 못 살핀다고 하지 않았던가?"

"제 부하들의 몸에 눈의 눈을 몇 개 심어서 들어갈 생각입니다. 저나 저의 부하들이 보는 것보다는 눈이 보는 것이 훨씬 확실할 테죠."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의 머리를 몇 번 두드려주었다. 눈동자가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데, 이거 무슨 의미지?

뭐! 어쨌든.


"아저씨! 저쪽에서 마차가 나간 흔적을 찾았어요!"

"왜. 다른 흔적은 하나도 없는데 유독 이상하리만치 뚜렷하게 남은 바퀴자국이야?"


아이엔의 푸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새삼스럽지만, 얼굴을 완전히 정면에서 바라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아이엔이 쓰러져있을 때나, 처음 집에 찾아왔을 때는 똑바로 마주보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평상시에는 아이엔의 눈조차 피했던 건가.

무의식이라는 게 참 무섭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뭐, 할 말 없어? 나한테?"


어떠냐, 지금의 나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너와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대화를 할 수 있단다.

물론, 몽롱한 정신에서 막 깨어난 상황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날 옆에서 가장 많이 보는 사람 중 하나니까 지금의 나를 칭찬해도 돼.


"...그만 쳐다봐요 부담스러우니까.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런데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네, 딸넴."


자연이를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기운을 뿜어서 지금 상처받은 인광이에게는 그야말로 선물이다.


"언니가 사춘기인가 봐..."

"뭐래...지금이 장난이나 칠 때에요?! 얼른 촌장님 구하러 가야죠!"

"그럴 거야. 그런데, 지금 상황이 무작정 닥치고 직진할 상황이 아니야. 혼돈 그놈이 그러려고 하면 손 한 번 까딱하기만 해도 촌장님이 죽어버릴 거니까."


확실하게 해야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알아야 한다. 놈의 노림수를 알아야 한다.

그놈이 촌장님을 해치는 걸 망설이게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내가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일은...혼돈 그 녀석의 주의를 돌릴 방법을 찾자면...

생각하자, 놈이 어떤 캐릭터인지. 별, 변태 같은 놈이긴 하지만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놈이다. 그 신념을 아무도 이해를 못해서 그렇지.


"...혼돈의 모든 행동의 목적은 나야. 나를 성장시켜서...멸망을 부추기려고 하지...흠."

"아저씨, 어차피 그럴 작정 아니었어요?"

"녀석이 바라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이 다른 거 아닐까? 그래서, 계속 내 일에 간섭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결말을 이끌어 내려는 거지."


혼돈을 상대하려면 항상 이것이 문제다.

난 녀석이나 회장이 바라는 대로는 절대로 움직여주고 싶지 않다. 둘 다 바라는 대로 안 되어서 인상 팍 쓰면서 내게 욕짓거리를 하는 걸 내가 봐야겠다고.

그런데! 회장을 엿 먹이려니까 혼돈이 좋아할 것 같고, 혼돈을 엿먹이려니까 회장이 좋아할 것 같네?

그래,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이다. 선택의 대가는 자유일까?


"폐하! 잠시 이쪽으로 오셔야할 것 같습니다!"

"오냐 그래! 금방 간다!"


대충 그림은 그려진다. 한 번, 혼돈에게 크게 한 방 먹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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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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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정리 21.05.27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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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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