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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6.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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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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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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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후작의 딸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DUMMY

무너져내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자작의 성의 무더기 속에서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했다. 아마 아래에는 후작의 막내 딸이 있을 것이다.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는, 뭐,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새 도망갔을 수도 있고?

이름이 뭐더라...? 그냥 에이티 후작의 딸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생김새도 모르네? 세상에...이게 다 촌장님 때문이다. 내가 모르는 건 다 알고 있어서 몰라도 되는 게 많단 말이야.


"어떻게 용캐 여기만 안 무너졌네."


성이 모두 무너지고, 도시의 사람들은 연기처럼 모두 사라진 곳에서 지하의 감옥만 멀쩡하다?

이것도 혼돈이 준비해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슬쩍 살펴보기로는 이렇다 할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 내려가서 직접 확인해보기로 하자.


"어우, 난 이런 나선형 계단 영 별로더라. 그냥 간결하게 직각으로 딱딱 만들면 안 되나?"

"자리 차지를 많이 하잖아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고여서 썩은 물 특유의 썩은내가 풀풀 풍기는 복도로 들어선다.

투박한 철창은 폭격 때문에 망가진 것이 많았고, 벽에 달린 횃불도 무색하게, 천장이 갈라져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수감자는 없었던 것인지 도망가기 딱 좋은 상황인데도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옛날 생각나네."

"너 진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거야?"

"타락의 마녀라고 불렸잖아. 평탄하진 않았지."


안으로 깊이 들어가며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후작의 딸이, 그것도 가장 사랑 받았을 막내 딸이 머물기에는 다소 지저분한 곳이다.

이런 것도 원래는 후작의 심기를 건들기 위한 일이었을 텐데, 의외로 그덕에 그 딸의 생존율이 높아져버린 것 아닐까 싶다.


"거기 누구계세요...?"


잔뜩 소리를 지른 것인지 거칠어진 여자의 목소리가 힘겹게 복도에 흘러나온다.

위에서는 펑펑 폭격으로 시끄럽고, 땅이 갈라지고 감옥이 무너지고 난리도 아니었을 테니, 막내 딸의 입장에서는 그만한 공포도 없었겠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확실히 미안하긴 하다. 그래도 욕하려면 나 말고 혼돈이나 광신자를 욕해주길 바란다.


"거긴 누구세요?"

"저, 저는...콜록콜록! 오미, 파메 에이티 후작의...딸입니다..."

"아뇨, 그쪽 아버지 이름은 별로 안 궁금하고요."


척척 걸어가 철창이 일그러져 오히려 더 빠져나올 수 없게 된 감옥 안에 갇힌 여자에게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보인다. 기껏해야, 18? 17? 그 정도의 나이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상태가 좋지 않다. 여기저기 상처도 보이고, 눈도 탁한 것이, 앞이 안 보이는 것 아닐까?


"그쪽 소개를 해야지, 왜 난 얼굴도 모르는 사람 이름을 말하시나."


아이들에게 손짓해 감옥 안쪽을 더 살펴보게 하고 난 이 여자의 앞에 쭈구리고 앉아 상태를 살펴본다.

혹시 모를 일이지, 다른 이유로 이 감옥에 있던 저 여자가 후작의 막내 딸이 들어와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막내 딸인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잖아.

금방 들킬 거짓말을 왜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뭐가 됐든 다 조심하고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어디의 뭐가 혼돈이 남긴 것이고, 혼돈의 의도이고...하여튼! 알 수가 없으니까 조심해야지.


"저는, 아쿠아라고 해요..."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쿠아. 뭐 빵빵 터져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알고 있었어요."

"응?"


반쯤 천장이 무너져내린 감옥의 안에서, 운 좋게도 멀쩡한 공간에 앉아 있는 아쿠아.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탁한 눈인데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처럼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눈동자 색이 그냥 탁한 회색인 건가?


"하늘에 마왕의 애완 괴어가 나타나, 본 적 없는 강력한 힘을 떨어트려, 하늘은 붉게 물들고 땅은 갈라지는 순간을...봤어요."

"...오, 그래요?"


일종의 예언자 같은 건가...그것 참 귀한 설정이네.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이때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혹시나 싶긴 한데 이렇게 붙잡혀서 고문을 당하다 무슨 신탁 같은 것이 내려져서 알게 되었다거나 그런건가?

아니면...혼돈이 뭔가 했거나...물어보자.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미래가 보이는 거요."

"...언제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제가, 얼마나 오래 이곳에 갇혀 있었는지...언제부터 눈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인지...이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서는 알 방법이 없으니까요."

"여기서 눈이 멀었고 여기서 그런 능력을 얻게 되었다는 말을 복잡하게 하시네."

"어느 순간,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어요...먼, 미래의 일이..."


흐음...뭐라 판단하기 힘드네. 일단, 저기서 꺼내주도록하자.


"궁금해서 그러는데, 진짜 미래가 보이는 거야?"

"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냥, 어떤 장면이 단편적으로 보일 뿐이에요."

"흐음...미래가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건, 운명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까?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야."


꽈지직!


철창을 비틀어 열어 바닥을 더듬으며 일어나려는 아쿠아의 손을 잡아 조심스럽게 일으킨다.

앞도 보이지 않고 몸도 성치 않은 탓에 나는 가볍게 일으킨다고 당긴 것이었는데 아쿠아는 너무 가볍게 끌려나와 어쩌다 보니 내게 안기는 모습이 되었다.


"아...! 죄, 죄송해요...어? 가슴쪽에, 손이 하나 더 있으신 것 같은데...인간이 아닌 건가요?"


품안의 자연이와 등뒤의 파이에게서 지극히도 차갑고 살벌한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 두 가지 다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 무섭다.

...흠, 내 인생이 원래 이렇게 여자가 많이 꼬이는 팔자였나? 20년을 넘게 살면서 이렇게까지 이성과의 접촉이 잦았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그 전까지의 인생은 전부 회장의 손바닥 위였으니까, 만약 진짜 운명이란 게 있다고 한다면 어쩌면 이게 내 팔자일지도? 그것 참, 오래 살긴 그른 팔자네?

예상치 못한 스킨쉽에 내가 깜짝 놀라 아쿠아를 밀어내기도 전에 먼저, 자연이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아쿠아를 밀쳐냈다.


"떨어져라 인간. 의도한 것이 아니니 이번 한 번은 봐주지만, 다음은 없다."

"누, 누구세요?! 누구 목소리에요?! 당신 혼자 아니였나요?"

"그것까진 안 보였나봅니다?"

"뚜, 뚜렷하게 보인 건 아니라, 머리에 슬라임이 있는 건 보였는데...아, 맞아, 당신은 품에 아기를 안고 있었죠...저런, 미안해요...그런데 방금 그 말을, 그 아기가 한 건가요?"

"떨어지라고 했다 인간."


자연이의 무거운 명령에 화들짝 놀라더니 조심스럽 주춤거리며 조심스럽게 멀어지는 아쿠아. 흐음...기왕 가까워졌던 김에 예언자의 몸은 뭔가 흐름이 좀 다른가 알아볼 걸 그랬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파멸 아저씨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과 연결된 실낱같은 줄이 한 줄기 연결되어 있을지도.

그렇다고 한다면 그걸 이용해서 예언자를 찍어낼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아니지, 그러면 그 초월적인 존재께서 화를 내시려나?

어둠 할배나 찾아가서 물어보던가 해야겠다. 연구는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에 하자.


[퀘스트 발생!]


성실하게 퀘스트 알림을 알려오는 텍스트 창을 닫아버리고 최대한 친절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아쿠아에게 말했다.


"아쿠아 씨를 집으로 보내줄 건데 집 주소 알고 계시나?"

"...웃는 얼굴과 평온한 말투 속에, 감춰지지 않는 분노가 느껴져요..."

"아~예언자면 미래만 봤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집에 가기 싫어?"

"...예..."


이건, 꽤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이다. 딱 혼돈이 싫어할 법한 밝고 맑고 소년 만화 같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방향으로 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괜히 말도 곱게 해주고 감정도 죽이고 있는데 왜 슬슬 건드는 것 같을까? 그냥 내 기분에 맞춰서 놀아줬으면 좋겠네?


"아저씨가 그렇게 어른스러운 사람은 아니라서 그런데, 왜 그런지 물어도 될까? 한호흡 안에 짧고 간결하게."

"저의 고향에, 알 수 없는 거대한 꽃이 피어있어요. 이게, 암시인지, 실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위험해요...황제께 군사를 요청해야 해요!"


거대한 꽃이라. 광신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작을 자기 편으로 삼으려고 했던 황제에게는 안 좋은 일이네. 차라리 소운디에이 공작을 밀어줘서 권력을 잡게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지금의 황제는 너무 쓸모가 없다.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본인이 직접 내게 부탁을 하러 오는 모습이나, 기껏 믿을 구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 즉 나의 현재 상태나.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저꼴이 된 게 보나마나 황태후의 짓이긴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원래 유능한 인간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쓸모가 없단 의미다.

밝고 맑게, 제국과 함께 룰루랄라 광신자를 조져버릴 생각이었는데 밑작업을 조금 해야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후작을 돕는 것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니까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거기에 황제의 도움까지 요청한다? 무기력한 황제에게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라 저어된다. 하기 싫다. 하지만 고민된다. 목표를 밝고 맑은 아름다운 미래로 설정 해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후작을 도와주러 가야죠!]


그래서, 무려 희망의 이름을 가지신 창이에게 연락해보았다. 듣는 내내 자기 일처럼 화를 내는 녀석은 하여튼 사람이 착하다.

이 녀석이라면 나와는 완전히 다른 멍청하게 순수한 사고방식으로 광신자가 싫어할 법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흠...그런데 그거 별로 효과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황제와 귀족 사이의 마찰만 부추기는 거 아니야?"


[결국 사람들은 절대악에 대항하기 위해 손 잡고 맞서게 되어 있어요! 우리 모두 그러했으니까!]


"소운디에이 공작은 그렇게 감정적인 인간은 아닌데...그 인간을 설득하려면, 아, 알로 할아버지가 그 인간한테 갔던가?"


[광신자의 혼돈, 그놈은 회장이랑 똑같은 놈이에요! 자기 계획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악당...! 절대로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돌아가게 해선 안 돼요!]


으아, 뜨거워...내 분노와는 다른 산뜻하고 집중하게 되는 감정에 입을 못 열겠다.

내가 주변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두긴 했나봐...


"그래서, 후작을 구해라?"


[네! 활개치는 광신자를 쫓아내야죠!]


"단어 선택 참 예쁘네. 오냐 그래. 잘 알았어. 그럼!"


지하 감옥을 나와 아직 밝은 하늘을 바라본다. 촌장님이 아직 괜찮긴 할지, 걱정이 되는 마음이다.

쯧, 촌장님을 잡아간게 다른 놈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걱정 안 하고 그냥 밀어버리러 갔을 텐데...혼돈 그놈은 진짜...후우...


"아쿠아, 내가 아버지를 도와줬으면 하니?"

"네, 부디...!"

"그래. 그럼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지?"


부디, 부디 제발 혼돈 그 망할 놈이 지금의 나를 보고 자신의 선택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주길 바란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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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사랑을 위해서 21.06.14 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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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전략적 후퇴 21.06.10 6 1 13쪽
252 대마왕 구출 작전 21.06.09 7 1 12쪽
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248 고민 21.06.03 7 1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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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236 가면 쓴 남자 21.05.20 9 1 12쪽
235 질투 21.05.19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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