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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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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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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가 영웅이 될 상이오?

DUMMY

예언이란 과연 직접적인 장면인가, 간접적인 암시인가. 눈이 멀어버려 자기는 도통 모르겠다는 아쿠아를 붙잡고 계속 말을 걸었다.


"원래...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분인가요...?"

"촌장님이 없는 빈자리가 마치 내 가슴에 크게 뚫린 구멍과 같아, 도저히 이 무력감을 버틸 수가 없으니. 떠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구려."

"말투도 계속, 바꾸시고...제가, 제가 눈이 안 보인다고! 놀리자 마세요!"

"에에엥~심심하단 말이야~"


혼돈이 촌장님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지금 살짝 타임어택하는 기분이라 별로 오래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엄살은.

쯧, 하긴. 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자작에게 붙잡혀 팔자에도 없던 고문을 당하고 눈이 멀어버렸으니 누군가와 떠드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 지금 아쿠아에게는 자길 괴롭히는 내가 감옥의 간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섭섭하네.


"뭐, 다른 건 보이는 거 없어?"

"저도 미래가 보이는 건 처음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예지이고, 내 망상인지 구별하기가 힘들어요."

"흠, 미래를 보는 능력은 갖춰졌는데 미래를 판단할 능력까지는 생기지 않은 모양이네. 아쉬워라."


다크니스 샤프니스로 아쿠아가 보고 있을 미래의 모습을 잘라내면 어떻게 될까? 그냥 장님이 되어버릴까?

해피 지팡이로 불행의 힘을 주입하면 불행한 미래만 보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 만약 그렇게 심력에 영향을 받는다면, 광기를 주입하면 어떻게 되지? 내 미래가 보이게 되려나? 해볼까?


"아저씨! 도착했어요!"

"음...운이 좋네."

"네? 저보고 한 말인가요?"

"아니요?"


슬금슬금 내 근처를 피하려는 아쿠아는 뒤로 하고 밖을 내다본다.

성밖으로 넓게 펼쳐진 방책의 뒤로 무장한 병사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진군하려는 것처럼 대열을 맞춰 서있다.

전쟁 같은 이벤트는 어쩌다 가끔씩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뭐 어때.


"흠...한때 영웅 지망생이었던 아이엔, 아저씨가 질문이 하나 있어."

"뭔데요?"

"내가 여기서 영웅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끌고 온 병사들은 하나 같이 키메라 아니면 몬스터라서 아무리 봐도 마왕이다. 머리 위의 뿔은 또 어떻고?

혼돈이 가장 싫어할 일. 멸망할 세계가 멸망하지 않고, 멸망시켜야 할 내가 오히려 모두를 구하려고 하는 것.

뭐어, 그렇게 되면 회장 엿먹이기 계획이 뒤틀리긴 하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영웅이 별개 영웅이에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심금을 울릴 말을 해주면 그게 영웅이지."

"하! 우리 아이엔도 사람이 많~이 변했어? 비아냥 거릴 줄도 알고 누굴 닮은 건...누굴, 닮은 거니? 난 닮지 말았으면 하는데."

"시끄러워요! 아저씨를 어떻게 닮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런데 말이야, 지금 저기 영지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들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나를 보고 위험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나였어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

괜히 아쿠아를 앞에 내세웠다가 납치니 뭐니 이상한 오해라도 살까봐 그러지도 못하겠고.


"별 수 없지."


병사들은 그림자로 철수시키고 아이들에게는 여기서 기다리라 말하며 홀로 앞으로 걸어나간다.


"잠깐, 혼자 가시려고요? 또?"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는 게 맞겠지!"


그리고 혼자라니, 내 품에는 자연이가, 머리 위에는 말랑이가. 그림자 아래에는 상시 대기중인 친구들이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이엔과 함께 가자. 아, 아쿠아도 같이. 아쿠아는 말에 태울까?

왜 자긴 빼고 가냐는 원망어린 눈빛들은 뒤로 하고.


"그만! 그 이상 다가오지 마라!"


영웅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던 당시에도 딱히 영웅같은 행동은 한 기억이 없다. 그냥, 영웅이라고 불렸지.

그래서 지금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을지 바로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여차하면 병사고 뭐고 싹 다 눕혀서 제압하고 '짜잔~너희들은 나한테 아무것도 못하지롱~살고 싶으면 내 말 들으세요!' 라고 하자.


"아쿠아, 너희 영지에 커다란 꽃이 피어있다고 했었지?"

"네...!"

"내 눈에는 안 보이는데...지금 보다 더 먼 미래를 본 건가?"


생각해보자. 황제가 도와주려고 했던 후작. 황제의 어머니는 꽃. 그 꽃이 황제의 행동이나 생각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꽃들에게 후작이나 이 영지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따로 움직이는 황태후에게,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아쿠아를 돌려주고 그 공을 소운디에이 공작에게 돌려버리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괜히 광신자의 일원이 노리고 있을 무언가에게 무게를 실어주고 싶지는 않다.


[하양: 하지만! 너나 나보다 훨~씬 선한 그 창이라는 녀석은, 후작을 구해주라고 했지.]


그래, 그게 문제야. 뭘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니까?


"...그래, 그냥 내 식대로 하자..."

"그럴거면 이렇게 따로 나올 필요 없잖아요."

"으음, 뭐, 쯧...내 맘이지. 아쿠아, 고개 좀 빳빳이 들어봐 그래야 저 인간들이 네가 누군지 제대로 볼 거 아니야."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너무 하시네요..."

"너희 아버지 이름이...뭐 하여튼. 여기! 에이티 후작의 깜찍한 막내 딸! 아쿠아 양을 구해왔습니다! 당신들 눈은 헛으로 달아놔서 관리자 따님도 못 알아 봅니까?"


나를 막아섰던 기사로 보이는 남자가 대답은 없고 그냥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느낌이 아쿠아가 누군지는 아는 것 같은 모양새인데, 뭔가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그걸...우리가 어떻게 믿지?"

"음?"

"아가씨는...자작에게 잡혀가 끔찍한 고문을 당하여 끔찍한 몰골이 되었다 들었다.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끔찍한 몰골이!"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너 그랬니?"

"저 안 보인다니까요...!"

"게다가! 자작의 영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들어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짓이란 것도 알고 있다...광기의 마왕, 김인광!"


흠, 그렇군. 후작은 이미 아쿠아가 죽었거나 그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는 보고를 들었고, 지금 여기에 있는 아쿠아는 보기에는 썩 멀쩡하니까 내가 자기네들을 함정에 빠트리기 위해 준비한 뭐, 그런 거다?

쯧...보나마나 꽃이 장난질을 친 것이겠지. 그놈들이 괜히 사실을 부풀려 말해서 아쿠아에 대한 헛소문을 퍼트린거야.

그래도 저쪽은 긴가민가한 모양이긴 한데...흐음...


"우리 잠깐 대화를 좀 할까?"

"그만! 그 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다!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면 물러나라!"

"오오! 기사님 멋쟁이시네. 맞아맞아, 나도 전쟁은 싫어. 진짜야! 저번 콩트 백작과의 전쟁에서 내 이야기는, 혹시 못 들었어?"

"......"


어쩔 수 없는 싸움. 시종일관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고, 전 병력을 다 투입하지 않은 채 홀로 나선 마왕.

과연, 이 마왕은 정말로 극악무도한 존재가 맞을까? 심지어 전쟁 전의 축제에서는 평가도 나름 좋았지.

그러니까, 가까이 가서 말 한 마디 정도는 해도, 그걸 들어줄 정도의 신뢰도는 있을 것이다.


"...후우, 이야기 한 번 나누기 힘드네. 그쵸?"

"대체 목적이 뭐냐...! 이곳은 너의 나라와도 멀리 떨어진 곳인데!"


기사의 바로 앞까지 걸어나와 똑바로 마주보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사는 나를 경계하는 듯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지만, 내가 말을 골라내는 것을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솔직히 말해 무슨 말을 해야 이것들이 내게 설득을 당해줄 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애초에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엎드려서 엉엉 울면서 손 싹싹 빌어도 듣는 척도 안 할 것 같은데...

으음, 진실됨은 항상 통한다고 했던가? 그럼, 그렇게 해봐?


"...내 슈퍼맨이 납치 당했어."

"슈퍼, 뭐?"

"원래는 만능맨이라고 불렀는데 특진. 그러고 보면 아버지들을 종종 슈퍼맨에 비유하곤 하지? 그래."


말을 꺼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기사도 내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아들은 듯 했다.

경계하고 무서워해야할 마왕이 지극히도 인간적인 감정과 말을 하며 앞에 서 있으니, 눈빛에 망설임이 가득하다.


"...내 아버지가 납치당했어. 저기 아쿠아를 구하러 갔을 때. 바보 같이 방심하고 있다가 당해서 나만 남았고, 내 슈퍼맨은 납치가 됐다고."

"그걸...믿으란 말이냐..."

"못 믿겠지만, 믿고 싶지 않아? 선한 의도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끔찍한 짓을 당했을 아가씨가, 듣던 것보다는 곱게 돌아온 상황이잖아."

"......"

"난 너희들에게는 아무런 목적도 없어. 내가 바라는 건 너랑 비슷해. 내가 아끼는 사람, 내게 소중한 사람이 아무 탈 없이 돌아와줬으면 하는거."


품에는 아이를 안고, 머리에는 슬라임을 얹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기사는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믿어도 되는 것인지, 그 표정에 망설임과 고민이 한가득이었고, 나는 기다렸다.

안 되겠다 싶으면 광기에 전염시켜서 내가 바라는대로 말하게 해버릴 거다.


"기다려줄게, 가서 후작한테 말하고 와. 귀여운 따님이 사악한 마왕에게 업혀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멀쩡해보이네요?"

"...기다려라."

"그래. 그래도 빨리 해줘. 나도 내 슈퍼맨 빨리 구하러 가야하거든."


잘 풀렸다. 후우, 긴장돼서 죽는 줄 알았네. 내가 뭐라하건 들을 생각도 없었으면 진짜 어쩔 뻔 했어?

뒤를 돌아보니, 아이엔이 잘 했다면 엄지를 척 하니 치켜세워 주는데...내가 그걸 하면 스킬이 발동돼서 돌려주진 못하겠네.


"잘 된 건가요?"

"예언자면 알아서 맞춰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 벌써 그렇게 했을 거예요."

"무능하긴. 아무래도 너희 가문에 광신자 녀석들이 침투한 모양이야. 그렇게 깊이 들어가진 못 한 것 같은데, 일단은 지켜봐야 알겠지."

"저를, 못 알아보는 건가요...?"

"알아는 보는데 미심쩍어 하네. 좀 있다 너희 아버지가 너더러 뭐라고 해도 너무 충격받진 말아."

"...그 말이 가장 충격적이네요..."


나름 배려를 해준 건데 말은.

예상 되는 상황은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첫 번째! 후작이 꽃에게 완전히 홀려서 상황을 말해주러 간 기사를 나무라고 그때부터 전투 시작.

두 번째! 후작은 아직 꽃에게 완전히 홀려 있지 않고, 아쿠아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도 강해서 옆에서 꽃이 뭐라건 다 무시하고 아쿠아를 찾으러 온다.

...그것도 아니면...


쿵! 파지지직!


성벽 너머로 분홍빛의 거대한 꽃이 하나 둘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성문 밖의 병사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인지 아수라장.

현재의 상황에 조바심이 난 꽃이 그 조바심을 이기지 못해서 최후의 수단을 꺼내고, 꽃, 혹은 광신도와 후작 진영의 싸움이 시작된 모양이다.


"...오! 지금 이거 딱 영웅이 등장할 타이밍 아니야?"

"...아저씨는 절~대로. 영웅은 될 수 없을 거야."

"아저씨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있는 것도 벅차단다. 영웅 같은 건 우리 딸넴이 하렴."


그래, 영웅 등장이다. 기왕이면 히어로 랜딩도 해야겠다. 애들을 미리 투입시키고 나는 날치를 타고 올라가서, 멋진 등장의 때를 노리자.

...그게, 영웅의 조건이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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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전략적 후퇴 21.06.10 6 1 13쪽
252 대마왕 구출 작전 21.06.09 7 1 12쪽
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249 인방인방 21.06.04 7 1 13쪽
248 고민 21.06.03 7 1 11쪽
247 세계의 희망은 21.06.02 7 1 12쪽
246 멸망한 세계의 괴물 21.06.01 5 1 12쪽
245 현실의 마왕 21.05.31 8 1 12쪽
244 부전녀전-외전- 21.05.30 23 1 6쪽
243 근면성실-외전- 21.05.29 9 1 8쪽
242 정의 집행 21.05.28 11 1 13쪽
241 정리 21.05.27 9 1 12쪽
240 마왕이 말하는 평화 21.05.26 9 1 12쪽
239 희망은 마왕 21.05.25 10 1 13쪽
238 폐허로 21.05.24 9 1 11쪽
237 기다림과 외로움 21.05.21 11 1 15쪽
236 가면 쓴 남자 21.05.20 9 1 12쪽
235 질투 21.05.19 11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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