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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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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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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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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광기를!

DUMMY

데굴데굴데굴, 그의 머리가 굴러온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버리고, 청춘을 바쳤던 어둔 과거에 남긴 이름도 버린 채 광기의 부름을 이름으로 삼은 남자의 머리다.


"하아...하아...!"


또 다시 마주한 집안 어른의 죽음.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모든 이들의 말로.

친구처럼,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내왔던 촌장님의 죽음은, 인광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눈물이 터져나오는 일그러진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만 덜렁 남은 촌장님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머리를 잡아 든다.


"광기시여!"


가득 희열을 품은 혼돈의 부름에, 인광은 새하얗게 비어버린 머리로 분노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를 따라 혼돈을 올려다본다.

충격과 슬픔과 분노에서 해어나오지 못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지극히도 행복에 겨워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혼돈.


"우리 사이에 긴 말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정원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다니며 혼돈은 모두 이해한다는 듯, 살며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난듯 촌장님의 몸이 있던 의자를, 이제는 검고 끈적한 물질만이 앉혀진 그 의자를 홱 돌려 촌장님의 흔적이 조금도 남지 않았음을 인광에게 보여준다.


"아하하! 즐겁지 않습니까? 지금의 이 상황이! 영웅다운 일을 하려하자마자 친구가 죽어버리다니!"

"......"


이해하지 못할 일에 거칠어졌던 호흡은 분노에 찬 거친 호흡이 되어 인광의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어디를 봐야할지 몰라 방황하며 떨리던 동공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똑바로 혼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허망함에 무너졌던 그 표정은 분노보다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보시면 알 것입니다. 이게 무엇인지."

"...세계의 찌꺼기."

"정답! 역시, 광기께서는 다르십니다. 이것이, 세계의 찌꺼기의, 그 놀라움 힘에! 조금도 버티지 못한 자의 마지막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

"완전히 다 무너지기 전에 제가 목을 쳤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광기께서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뻔 하지 않았습니까?"


인광의 불굴의 사슬이 촌장님의 얼굴을 빈틈없이 감싸고, 인광은 자리에서 일어나 혼돈을 마주한다.

표정은 단호하기 그지없었지만 혼돈은 알 수 있었다. 인광의 마음 속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그 분노를.


'아아, 이 자리에 내가 아닌 대영웅이 있어야 했는데...더욱, 완벽한 파멸을 위해...!'


그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혼돈은 그것으로도 만족하며 인광에게 다시 인사하듯 손을 흔들었다.


"이제 이것도 세계의 찌꺼기가 되었습니다. 그 보잘 것 없는 육체와 영혼이 모두, 먼 과거의 찌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 부활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남은 것은 그저 사슬에 싸여있는 촌장님의 머리 뿐.

혼돈이 내려와 흩뿌린 재앙에 하나의 도시가 궤멸하고, 하나의 도시가 당장 제 역할을 하기 힘들 정도로 망가지고, 황성은 혼돈에 빠지고, 촌장님이 죽었다.

그야말로 재앙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일들을 숨쉬듯이 일으키는 혼돈의 앞에서 인광은 힘겹게 숨을 고른다.


"정말...정말 큰 성장을 이루셨습니다...이제는 부하의 죽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으시군요. 조금, 시간은 걸리셨지만, 뭘! 기회는 많으니까요."


쾅!


촌장님을 넘어 다른 일행들까지 목표로 하는 그 말에 인광은 혼돈의 발아래에서 사슬을 쏘아내어 그를 묶어버리고 그의 머리를 강타한다.


툭!


그리고 그 머리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죽지도 않는다.


"설마 제가 아직 이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진 않으셨을 테고. 어떻게, 기분은 풀리셨습니까?"

"닥쳐."

"저는 당분간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다 하지 못한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말입니다. 한동안 뵙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요..."


콰직!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인광은 혼돈의 머리를 밟아 터트린다. 하지만 그 순간까지, 혼돈은 웃고 있었다.

주인의 그 터져나오는 파괴욕을 보았기에, 자신이 떠나간 그 대륙을 멸망시키고 난 뒤, 자신을 따라 올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였다.

자신을 잡기 위해, 촌장님을 죽인 자신을 붙잡기 위해서 전 대륙을 해집어 놓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파멸. 광기가 가는 곳에 멀쩡하게 남은 것을 찾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아아악!!"


허공에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분을 삭히려 하지만, 인광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브레이크 없는 광기의 머리속에는 더이상 참지 않고 모든 것을 엎어버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세계 곳곳에 퍼져있을 광신자의 뿌리를, 그 뿌리에서 자라난 꽃들을 모조리 잘라내고 전부 불태워버리리라.


[희생 각성의 조건을 모두 채우셨습니다!]


"...뭐?"


희생? 각성? 누군 슬픔과 분노로 미쳐돌아갈 것 같은데 평소의 그 활기찬 텍스트는 평소와 같았다.

다만, 다른 누군가가 했더라면 오히려 인광을 자극했을 그 말은 다행히도 그를 조금은 더 안정되게 만들어주었다.


"...희생...?"


안정을 되찾은 정신으로, 인광은 뒤늦게서야 떠올린다. 희생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 촌장님을.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동료를 잃은 주인공의 각성을 담은 한 장면이 아닌가.

그 장면 이후에 혼돈은 파멸을 바랬고, 사라진 촌장님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마음, 누군가는 당신의 그 마음에 이끌렸습니다! 얽매이지 않는 미쳐버린 그 광기에, 누군가는 오히려 호쾌함을 느꼈습니다!]


"촌장님..."


더이상 꼼짝하지도 않는 촌장님의 머리가 담긴 사슬 덩어리를 끌어안으며, 쓰라린 가슴에, 아파오는 심장에 인광의 머리는 점점 더 차가워져갔다.


[희생된 자의 절실한 바람이, 당신에게 닿습니다!]


"희생? 각성? 이놈이나, 저놈이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마음에 담긴 것은 파멸의 마음일지, 만화처럼 동료의 죽음에 각오를 다진 용사의 마음일지.


터벅터벅


정원을 나와 뛰어왔던 복도를 다시 되돌아간다. 잔뜩 상기되어있던 함께 달려온 병사들이 인광을 보더니 주춤주춤 길을 터준다.

쓰러진 광신자와, 병사들. 자신이 끌고온 이들의 죽음과,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다짐했던 이들의 죽음 위를 걷는다.


"아저씨...그거...!"

"쉿."


광신자와의 싸움에 지친 아이엔의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지 않게도 조용히 걸어나가는 그를 보며, 대충은 눈치를 챈 것인지 아이엔도 말 없이 그 뒤를 따라 걷는다.

광신자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한 자들의 행군이었는데도, 그들의 표정에 승리의 미소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앞장 서서 걸어가는 인광에게서 그저 굳은 각오만이 비쳐질 뿐.


"...그렇군."


복도의 끝에서 피칠갑을 한 채 쓸쓸하게 홀로 서있던 대영웅이 인광을 막아선다.

그의 마음에 지금 어떤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는지 짐작은 하기 때문에. 촌장님의 죽음에 그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힘들게 되찾은 온전한 제국이, 동시에 너무나도 약해져버린 제국이 광기의 손에 허무하게 무너져내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을 혼돈이 바라며, 일을 진행했을 것이 분명했다.


"스읍...하아...비켜요, 집에 가게."

"어쩔 생각인가."

"...어쨌으면 좋겠는데요?"

"이제 자네에게 내 말이 닿기는 하겠나?"

"정견의! 대영웅...뭐라고 말이라도 해봐요. 잠깐, 같이 여행도 했잖아 우리. 예?!"


울음이 섞인 그 외침에, 대영웅도 곧장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울먹이는 젊은이에게 그럴듯한 말을 해주는 것이, 대영웅의 의무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군. 그저, 내 삶이 그러했듯이, 그저...꺽이지 말아라, 그 말밖엔 해줄 말이 없구나."

"촌장님이...이렇게, 죽었는데...꺽이지 말라...?"

"그게 광신자 놈들이 가장 바라는 바일테지. 광기의 힘을 가진 자네의 폭주는, 누구도 겉잡을 수 없을테니까."

"할아버지가, 막으면, 내가 뭘, 어쩔 건데요?"

"...슬퍼서 우는 자네를, 쉽게 베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러니 차라리, 엇나갈 것이라면 울지 말고 웃게. 악당처럼."

"...그래요."


촤악!


둥글게 말려있던 사슬 더미를 순식간에 풀어버리자 모두가 놀라 물러서지만, 정작 그 안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품에 자연이를 안는다. 그리고, 들은대로 미소 짓는다. 광기에 절은 미소가 아닌 각오를 품고서.


"그럴 생각!"

"...허 참..."


평소처럼 웃으며 척척 나아가는 인광에 대영웅은 허탈한 미소를 짖는다. 이미 위로도 필요없고 엇나갈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연기해 자신의 눈조차 속여버리는 인광에게, 자길 바라보며 쾌활하게 웃는 인광에게, 어처구니가 없어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뭔~빌어먹을 미친놈이 뭐라건! 그놈이 바라는대로는 절대로 안 되지!"

"그래도 촌장님은..."

"그래, 그 미친놈 때문에 거름이 되셨지. 근데 나더러 이렇게 살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어쩌냐."

"앞으로 어쩔 거예요?"

"내 멋대로! 그리고! 처음 계획했던 대로!"


깊은 한숨과 함께, 인광은 눈앞의 텍스트를 바라본다. 희생된 자의 마지막 유언.


"세상을 구해야지...별로 내키진 않지만."

"...그런 말은 좀 시원하고 당당하게 하게. 옆에 있는 사람만 겨우 들리게 말하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안 내킨다니까 그러네요."


촌장님의 죽음으로 광기를 각성시키려던 혼돈은, 세상을 구할 용사를 만드려던 회장이 마왕을 만들어내었듯이, 불굴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날 이용하려는 놈들 싹~다, 지옥 밑바닥에 처넣어 버릴 거야...그, 정의로운 마음과 방법으로?"

"당당하게...!"

"...정의로운 마음과! 음! 방법으로! 됐어요?"

"...에휴..."


대영웅은 한숨과 함께, 빛으로 나아가는 인광을 바라본다. 그 뒤에 너무 짙은 그림자가 끼어있고, 언제든지 기꺼이 어둠에 몸을 던질 인간이지만, 어째서인지 미워하기가 힘들었다.


"...미워하기 힘든 인간을 적으로 두는 것도 힘들지..."

"에? 뭐요?"

"...말투부터 바꾸게. 너무 경박하지 않은가."

"싫은데 싫은데! 내 맘대로 할 건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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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대영웅들의 회의 21.06.11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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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대마왕 구출 작전 21.06.09 7 1 12쪽
251 3배로 늘려주마 21.06.08 6 1 12쪽
250 천상천하 유아독존 21.06.07 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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