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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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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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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

DUMMY

달이 뜬 하늘, 아름다운 별자리, 피비린내 나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곳 위에서 오늘의 주인공들과 마주하는 이 시간.

너무, 졸립다...


"이 늦은 밤, 게이머들이 눈을 뜨는 시간, 나는 잠 잘 시간인데 다들 바쁘게 살아가십니다."


체내 시계가 잠 자라고 아우성 치는 시간이 되었지만, 오늘의 나는 정의의 보라 가면. 오늘 일에 대한 마무리는 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을 사람들이 내가 녀석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더니 척 보기에도 불안한 모습이다.

용사의 기본은 불살이 아닐까 생각해서 살살한 건데, 판타지 세계에서는 또 그런 건 아닌 것일까?


"저기, 저희들이 이제 어떻게 되나요?"

"그냥 죽이면 안 돼요? 감옥 들어가면 또 한 세월인데."

"당신들은 노역장으로 보낼 겁니다. 제가 준비중인게 있어서."


촌장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혼돈 그 씹어먹을 녀석이 바다 건너 대륙에 간 듯하다고.

그래서 처음에는 여기 일을 빨리 끝내고 넘어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겁나 쩌는 생각이 번뜩 떠오르지 뭐야.


"대륙과 대륙을 잇는 길고 긴 다리. 인광국의 인류 역사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국가 산업, 을! 여러분은 진행하게 될 겁니다."

"에엥, 저희들 생산직 아닌데요?"

"어허! 이 범죄자분들이 바다가 어떤 곳인지 모르나 보네요."


이젠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월드 게이트의 바다는 개판이다.

그 어인들조차도, 그래, 바다를 자유로이 마음껏 누빌 수 있는 그 어인들조차도 자기들 기준의 먼 바다가 있고, 그곳에 가는 것을 꺼려한다.

전의 영웅 어인 아저씨가 얼마 전 대영웅의 칭호를 가지게 되었다던데도 먼 바다에 가는 것을 꺼린다고 하니, 바다를 건넌다는 것이 정말 어지간히 정신 나간 짓이란 것도 짐작이 간다.

그리고 솔직히, 대영웅 한 둘로 비벼볼 수준이었다면 이미 어떻게든 건너 대륙과 무역로를 터놓았겠지.


"인광국에도 여러분들처럼 범죄를 저지른 분들이 많거든요. 워낙 나라가 그 모양 그 꼴이다 보니 엄청 많죠."

"...그런데, 그쪽은 누군데 그 인광국이랑 관계가 있는 거예요? 그 마왕이라는 아저씨랑 아는 사이인가?"

"제휴 관계입니다. 마왕의 나라라고는 해도 질서는 필요하니까요."


납득은 가는 듯 하지만, 작업장에 끌려간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뾰루퉁한 표정들이다.

본인들은 현실에서도 안 할 노가다 일을 게임에서 하게 되는 셈이니 하기 싫겠지. 이해한다.


"여러분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잠시 이리로."


혹시라도 npc들이 들을까 사람들을 가까이 모은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인광국은 산에 자리 잡은 나라입니다. 바다는 멀고 멀죠."

"오, 그러고보니."

"바다가 없는데 바다 위에 다리를 만든다? 모순이죠. 그래서 인광국은 전쟁을 일으킬 생각입니다."


어차피 내가 가려는 쪽으로는 작은 왕국 하나 뿐이고, 그쪽이 광신자와 연결이 되어 있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전해 들었고, 확인도 했다.

그러니까 이건, 악을 척결하는 겸! 영토를 늘리는 작업인 거지 절대로 개인적인 재미나 이득을 노리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딴 거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은 죄가 있으니 처음엔 무보수로 활동하겠지만, 일정치 이상의 업적치를 쌓은 뒤에는 인광국에 고용되어 싸우게 될 겁니다."

"전쟁에 참가하란 말이죠?"

"그땐 오늘처럼 약탈을 해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겠죠? 물론, 너무 선을 넘으면 이슈가 되겠지만, 그건 본인들이 알아서 하시고."

"흐음...그래도 다리 작업은 싫은데..."


이런 사람들을 회유하기 위한 준비들, 이것도 다~우리들의 슈퍼맨이 준비를 해주었지. 목만 남아서 찍찍이가 들고 다니는데도 작업량이 어마어마하다니까?


펄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품, 이랄 것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일종의 투자 계획서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뿌린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컨텐츠! 신비로운 도시! 아름다운 인연과 짜릿한 전투!"

"오오, 무슨 양산형 게임 광고 같은데?"

"인광국에서 세우려는 다리는 그냥 다리가 아닙니다!"


대륙과 대륙을 잇는 길고 길고 긴~다리. 그냥 마냥 다리만 만들어서야 사람들이 퍽이나 이용하려고.

그러니까, 그 다리 전체를 하나의 도시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현재 월드 게이트 안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컨텐츠는 싹 다 박혀 있는 다리 도시 말이다.

아마 역으로 나눠 역마다 다른 테마의 분위기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다리의 정중앙, 땅에서 가장 먼 바다에는 던전 겸해서 탑이라도 지어버릴까?


"헤엑...이거 계획대로면 다리 너비만 작은 도시 하나 수준이겠는데?"

"진짜 이걸 시키려고요? 다리 위에서 지평선을 그리시겠다고?"

"뭐, 정 싫으시면 감옥에 갇혀서 스팩 다운 되시던가. 이번 전쟁 컨텐츠나 다리 작업 중에 일어나는 각종 이벤트와 그로 인한 스팩 업보다야 감옥에 틀어박히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바라는대로 해요."


요번에 제국과 애매하게라도 협업 관계가 되어서 범죄자 인도 같은 것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게 되었다.

제국 안이래도 내게 피해를 입힌 범죄자는 잡아다가 직접 조질 수 있다는 거지.

원래라면 상당히 문제가 될 법한 일인데 상황이 좋다. 제국은 지금 범죄자 하나하나를 관리할 정신이 없으니까.

또, 황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후작이 날 은인으로 알잖아? 완~전 내 세상이지 뭐.


"...돈도 많이 들텐, 아 그래서 범죄자들로..."

"...에이! 그래! 합시다! 범죄자 취급 끝나면 고용해주기로 한 겁니다?!"

"범죄자 취급이 아니라, 진짜 범죄자 맞고요. 약속대로, 정해진 형량만큼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땐 그쪽이 원하면, 그리고 효율이 괜찮으면 고용 관계가 되는 거고요."

"그래요, 강제는 아니니까 차라리 낫네. 언제부터 하면 돼요?"

"지금부터!"


변기물에 쓸려가듯이 그림자에 빨려들어가는 우리 유저 친구들. 우리 나라의 인원들만으로는 전쟁을 일으키기 힘들었는데 잘 됐지 뭐야?

그럼, 이제는 이 땅의 주인이 얼떨결에 죽어버려 붕 떠버린 이 친구들을 위해. 일자리를 주선해볼까?

그냥 막 데리고 가면 제국에서도 '그건 좀...'이라고 할 테니 처음부터 고용 관계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명분은...


"이 무슨 안타까운 일이란 말입니까...!"

"패, 팬티맨...이건 대체 뭡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안타까운 도피처이지요."


식당에서 내게 시비를 걸고 어쩌다보니 앞장서서 나서게 된 남자가 살짝 불안한 눈빛으로 걸어나온다.

아마 우리가 왜 그래야 하냐는 식의 말을 하려는 것일 테지. 기껏 우릴 괴롭히던 귀족도 죽었고, 위험한 유저들도 죽었는데 무슨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우리가 왜 도망쳐야 한다는 거야?"

"저런, 저들이 사라지기 전에 한 말을, 여러분은 듣지 못한 모양이군요."

"무슨, 무슨 말? 우린 아무것도 못 들었어!"


그렇겠지,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난 오는 길에 길바닥에서 주운 아웃포스트의 회사 로고가 떡하니 남은 폭탄의 파편을 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종류의 우리 회사에서 만든 폭탄을 겹쳐 보여준다.

폭발 때문에 이렇게 회사 로고가 박힌 파편이 남을 확률은 굉장히 낮을 텐데, 성능 불량 덕에 같은 제품이란 걸 확인시켜줄 수 있게 되었으니, 일이 참 편하게 돌아간다.


"이건, 오늘 저 저택을 폭파시키고 불길에 휩싸이게 만든 폭탄입니다...!"

"히익! 뭐, 뭐야! 저리 치워!"

"그걸 왜 당신이 들고 있는 거야!"

"아! 안심하세요! 터지고 나온 파편입니다. 이건 그 파편 근처에서 찾은 불발탄이고요! 안 터지니까 안심하시길!"


조심조심 다가와 직접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아본 다음에야 그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내가 죽으라면 죽을 것 같던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니 의심이 한 가득이네 그래.


"저들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게 남긴 말...아직, 마을에 폭탄이 남아있다는 충격적인 진실!"


당연히 없다. 하지만 설치는 당장이라도 가능하다. 내가 당장 가지고 있는 폭탄만 몇 갠데.


"이 폭탄은 해체가 굉장히 복잡하고 또 오래 걸립니다...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 심어져 있는 마을에 여러분을 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마을을 떠날 수는..."

"영원히 떠나라는 것이 아닙니다! 고향을 버리라니, 어찌 그런 안하무인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여러분에게 폭탄이 제거될 동안 쉴 곳과, 일할 자리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제발, 빨리 설득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졸려...자고 싶어...


"제가 나눠준 그 계획서, 그걸 위해 인광국은 많은 인력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러분처럼 용감한 이들 말입니다!"

"으, 으음..."

"역사에 남을 대공사! 여러분의 이름을 그 위대한 다리 위에 새겨넣을 절호의 기회!"

"그치만...인광국은 괴물 천지라던데요...?"

"일하러 온 사람을 해치는 놈은 저 보라 가면이 해결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자...민중의 지팡이 정의의 철퇴!"

"안 하면...어떻게 되는데요?"

"저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처럼! 여러분의 뜻대로 하시길!"


나머지는 찍찍이에게 맡기고 나는 자러 들어가야겠다. 오늘 이 일을 잊고 살던 어쩌던 저것들이 알아서 하겠지. 이 이상은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아닌가? 용사는 더 참견해야 하나? 막, 더 매달려서 '여러분! 이곳은 위험합니다! 제발 저와 함께 떠나주세요!' 같은 말이라도 해야 해?

흐흥, 게을러터져선. 난 용사는 못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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