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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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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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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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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의 흔적

DUMMY

폭탄이 숨겨져있다고 추정되어버린 마을을 떠나 타지로 일하러 떠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나는 나대로 춥고 배고플 땅으로 향했다.

하아, 그냥 매번 이렇게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래도 이번 일에는 광신도가 관련된 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말랑아, 넌 사람이 참 순수해. 연합이 갑자기 머리에 총 맞은 게 아니고서야 제국을 별 이유도 없이 건드리려고."

"어어, 제국이 흔들리니까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흐흥, 그러다 진짜 제국이 망해서 알로 할아버지의 분노를 혼자 다 뒤집어 쓰게 되면 어쩌려고. 제국 무너뜨리기 할 때 제일 중요한게 그 할아버지 피할 방법 찾는 거야."

"아아, 그럼 이것도 결국 광신도 짓이네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어째서 광신자가 유저들과 접촉하여 유저들에게 이번 일을 부탁했느냐이다.

뭐, 유저들과 npc 사이의 마찰을 빚어내는 것이 목표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겠다.

대륙 각지에서 유저에 의한 사건사고가 계속 일어난다면 그야 말로 혼돈일 테고,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될테니까.


"...이번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는게 좋을까?"

"당연히 알려야죠! 광신자들에 의해 모두가 우롱당하고 있다! 다 같이 합심해야할 때이다!"

"하하, 글쎄. 우리 착한 말랑이 생각대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려나."


유저들 중 몇몇은 이미 광신자의 편에 섰을 것이다. 나름대로의 매력은 있을 테니까.

그리고 제국에 대한 불신, 아니 그냥 npc에 대한 불신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왜 있잖아. 나로서는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보이는 것들을 전부 싫어하고 혐오하는 사람들.


"내가 이런 일이 있더라, 저런 일이 있더라, 그러면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편가르고, 결국엔 큰 싸움이 될거야. 조용히 있는게 맞는 것 같아."

"...복잡하네요...참 슬픈 일이에요."


인터넷 상에서 댓글로만 싸우던 것이 이제는 이 게임 상에서 실제로 치고 박고 싸우게 될테지.

현실성이 정신 나가버린 이 게임에서 그런 싸움은, 현실로 쉽게 영향을 끼치게 될 것도 같고.

하아, 그렇다고 조용히 넘어가자니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광신자에게 휘둘릴 것 같고!


"광신자 그놈들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그러니까 생각 안 할래! 저지르고 보자!"

"와아! 결국 평소랑 같은 결과네요!"

"다들 어차피 내가 획기적이고 기발한 해결책을 낼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잖아! 음!"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우리가 가야할 최종 목적지에 닿기 전 마지막 마을이다.

광신자가 파탄내고 있을 곳의 근처이니 분명히 개판 오분 전이겠지.

아니 어쩌면 지금쯤 광신자가 있을 장소에 뭔가가 있다는 둥의 꽤 괜찮은 정보를 얻을지도 모르고.


"그런데 아저씨, 거기까지 가면 정말 추울 텐데, 정말 그 차림으로 괜찮겠어요?"

"음? 흐음...확실히 이 차림은 너무 춥지. 준비해둔 동계 버전으로 갈아입어야겠어!"


라고, 말했더니...이 녀석들이 내가 꺼낸 새 팬티를 뺏어선 마차 밖으로 던져버렸다.

저거, 생긴 거에 비해선 고성능이라서 되게 비싼 건데...별 수 없으니 반바지와 목도리를 걸치도록하자.

보라색 가면은 새로운 영웅 기광이의 아이덴티티니 포기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입는 게 더 그렇지 않아?"

"하나하나 못하게 해야지, 너 지금 한 번에 가지고 있는 거 다 뺏으면 알몸으로 다닐 거잖아."

"아니 뭐, 나도 그렇게까지 미친 놈은 아닌데..."


그래도 그 비슷한 차림은 할지도 모르지...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홧김에 말이야.

어쨌든, 나 혼자 툴툴거리는 짧은 여행에 마지막 마을에 도착한다.

척 보기에는 그렇게 부유한 마을 같아 보이진 않는데, 이상하게도 유저로 보이는 사람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척 보기에도 고레벨 같아서 저 마을에서는 딱히 고용할 돈이 없을 것 같은데...뭐지?


"네에, 통행증 제시해주세요~!"

"여기요. 아니 그런데, 여기 뭐가 있다고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까? 뭐, 특별한 이벤트라도 있나?"

"돈 주니까 온거죠 뭐. 네~확인됐습니다! 들어가세요!"

"아니아니! 잠깐만요! 여기 뭐가 있다고 아저씨들 줄 돈이 있다는 거예요?"

"글쎄요? 여기 사람들 다 돈 많던데? 저어기, 안으로 들어가면 촌장님 집 나오거든요? 거기가서 물어보세요~!"


진짜 무슨 어디 행사장 같은 곳 통제 하는 아저씨들 보는 것 같네 진짜.

흠, 그런데 진짜로 왜 돈이 많은 걸까. 광신자 놈들이 사람들을 고용하면서 일부로 돈을 더 많이 푼건가?

돈 많이 주는 사람에게 더 큰 충성을 한다는, 뭐 그런거야? 거, 되게 일차원적인데 잘 먹힐 것 같은 방법이네.


"이상해요, 돈이 많은 마을치고는 마을 상태가 그렇게 좋지가 않아요."

"사람들 차림새도 그렇고, 돈이 많은 사람들치고는 돈 쓰는 법을 전혀 모르는, 엄청 순박한 시골 사람들 같긴 하네요. 아저씨,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어어, 그래. 우리는 촌장이라는 사람한테 가볼게. 모닥아, 같이 가줘."


여기서부터는 확실히 광신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괜히 아이엔 혼자 보냈다가 또 무슨 일이 나는 것보다야 이러는 편이 훨씬 안전하겠지.

그래, 여기서부터는 무조건, 무조건 이인 이상 전우조 활동이다. 군대처럼 말이지.


텅텅텅!


촌장이란 사람의 집에 가까이 가려하니, 갑자기 왠 아주머니가 마차를 퉁퉁 치며 다급하게 우리를 불렀다.

흠, 마치 촌장의 집에 들어가면 우리들에게 제대로 된 부탁을 하지 못하게 될 걸 아는 사람처럼 저러네?


"모험가님! 모험가님! 제발 부탁입니다! 저의 부탁을 들어주세요!"


[퀘스트 발생!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 - 최북단 마을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일들에 대해 조사해주세요!]


"또...굉장히, 타이밍이 좋네?"


마치 누가 몰래 보다가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야.

마차에서 내린 나를 보고도 저런 다급한 표정을 유지하며 내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가 기대가 되는구만!


"그대의 부름에 정의의 보라 가면, 이곳에 등장하였노라...!"

"부탁이에요! 저희 아들이, 병에 걸려서 돌아왔습니다...! 제발! 제발 저희 아들을 고쳐주세요!"


병이라. 이 게임에서는 특별히 병이라는 주제를 제대로 써먹는 걸 본적이 없다.

판타지 배경의 게임이라면 몇 번은 있어야 했을 전염병이라거나, 뭐 그런 것 말이다.

타락의 마녀가 흩뿌리고 다녔다던 무기력증과 집착증 탓에 조기 진압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뒷배경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말이야.

거의 불치병 취급 받는 그 두 가지 증상도 게임에 들어온 뒤로 증상을 앓고 있다는 사람을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저희 아들이 무기력증에 어마 깜짝아! 이게 뭐야!"

"이제야 이쪽을 보는구나...?"


나 말고도 이 마을에는 유저들이 많은데 굳이 내가 탄 마차에 다가온 이유는? 광신자냐?

이 마을에 머무는 유저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조금 전의 지극히도 자기 할일만 하는 태도의 아저씨를 보면 충분히 이런 반응도 납득은 된다.

촌장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붙잡았다...촌장에게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는 걸까?


"곤란에 처한 자가 있다면 기꺼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나 보라 가면의 숙명이자 의무요..."

"아니, 저...그..."

"신속한 설명과 안내 희망!"


비록, 다소 충격적인 내 비주얼에 아주머니가 상당히 당황하긴 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떠올렸는지, 그래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집으로 안내해주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데, 이제보니 마을에 유저들은 종종 보이는데 젊은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주 어리거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자주 보이는데, 젊은이들, 특히 젊은 남자들이 어디로 간건지 보이질 않는다.


"마을에 청년들이 없습니까?"

"네! 그거예요! 얼마전부터 갑자기 외부인이 우리 마을 애들을 막 데려간다더니 돌아온 애들은 하나 같이!"


쌓인 것이 정말 많았던지 아주머니는 쫑알쫑알 끝도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 돈만 보내주고 편지 한통 없던 아들이 기껏 돌아왔나 했더니 병에 걸려 있어 펑펑 울며 일자리를 주선한 촌장에게 달려가 성을 냈더니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며 잡아때고.

마을 청년들 대부분이 고용되어 끌려간 탓에 마을의 경비가 약해져 유저들을 고용하기 시작했고, 그 탓에 기껏 병 걸려가며 벌어온 돈 대부분이 유저들 고용비로 나간다고.


"뭐, 특산품 같은 건 없습니까?"

"이런 시골 촌구석에 그런 게 어디 있을까요...애들이 멀쩡할 때는 산에 올라서 설인을 잡아다 가죽이라도 팔았지만, 이제는 그 아이들이..."

"저런, 그것 참 가슴 아픔 이야기입니다. 억울하고 불안하고 초조한데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얼마나 서글펐을까..."


이런 연기는 담백하게 하는 것이 좋다. 괜히 평소처럼 했다가는 시비는 거는 건가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마치 덩달아 우울해져서 침울해진 목소리로 당장이라도 눈물 한 방울 같이 흘려줄 것처럼 위로를 하듯이 사근사근하게 다가가자.

가뜩이나 고조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아주머니는 나의 그런 태도에 덩달아 더 격해진 감정으로 이런저런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인광 씨...어쩐 일로 말을 예쁘게 하시네요...! 평소에나 그러지!"

"촌장님한테 배웠지. 아! 저런,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답니까? 정말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니까 말입니다!"


자잘한 이야기는 대충대충 흘려들으며 아주머니의 집에 도착. 안으로 들어가보니 온몸의 기력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의 남자가 보였다.

무기력증이라고 말만 들어서 대충 증상이 짐작은 되도 어떤 병인지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꽤나 심각한데?

따지자면, 파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영혼이 빨려나간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할까?


"너도 참, 어쩌다 이런 병의 원흉이 된 거야?"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


아마 파이가 열매가 되면서 생긴 부작용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와중에 열매인 부분이 따로 떨어져나가 광신자에 의해 보호 및 격리조치 되면서 그 전염병 같은 것들이 잦아들기 시작했다면 앞뒤는 또 맞는다.

흠, 그렇다면 말인데, 파이를 위해서 열매를 찾는것은 자칫 잘못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어떻게 열매를 찾아서 파이의 영혼을 회복시킨다 쳐, 그래서, 열매와 파이가 하나가 된다고 쳐, 그러면 다시 전염병이 창궐하는 거 아니야?

으음! 용사를 목표로 삼는 내게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 될 것 같구만!


[하양: 그런데 말이야, 왜 그 열매는 이렇게 사람들의 영혼을 갉아먹은 걸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이상한 병을 만들진 않았을 거 아니야.]


그것 참, 좋은 지적이다...흐음.

무기력증의 이유가 열매 본인도 파이와 떨어지면서 영혼이 불안정해져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집착증은 그러한 영혼의 부족에 의한 갈망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녀석의 영혼을 안정화시킨다면 무기력증이고 나발이고 다 사라지고 괜찮아진다는 건가?

그런데, 무슨 수로 영혼을 안정화시켜? 영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내게는 굉장히 생소한데?


"아주머니, 아주머니 아드님 말고도 같은 증상을 가진 분들이 많나요?"

"예, 옆집 아이도 그렇고 저어기"

"알겠습니다. 한 번 노력해보죠."


잘 됐네, 예습은 잔뜩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친구들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다면 확장판인 열매도 어떻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저만 믿으시죠! 제가! 아드님을 고쳐주겠습니다! 무료로!"

"오오!!"

"이 보라 가면을 잊지 말아주시길!"


유저들 사이에서는 벌써 팬티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듯 하지만! npc들 사이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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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불굴의 마음으로 21.07.14 9 1 12쪽
279 요정의 호수 21.07.13 8 1 12쪽
278 다시 한 번 중앙으로 21.07.12 7 1 12쪽
277 닿지 않는 친절한 마음 21.07.09 9 1 15쪽
276 친절의 과거 21.07.08 9 1 12쪽
275 친절함 21.07.07 17 1 12쪽
274 버그 맵 21.07.06 8 1 14쪽
273 과거에 21.07.05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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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괘씸죄 21.06.28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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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괴상망측한 괴성 21.06.24 1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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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10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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