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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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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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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로

DUMMY

손에 단말기를 들고 우리가 함락시킨 성을 한 번 쭈욱 보여준다. 날치와 아이들에게 의한 폭격 탓에 다소 난장판이 되어 있었지만, 내 예상보단 멀쩡한 모습이다.

게다가 자연 경관도 꽤 아름답다. 열매를 빼낸 뒤에는 근방의 기온이 다소 올라가 눈이 녹아내리며 빛을 받아 반짝이는 탓에 눈이 너무 아프다.

아아,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음, 할아버지에게는 그렇게 표현했다. 땅값을 좀 올리려고 미사어구를 조금 사용해보았지.


[생각만큼 그렇게 어렵진 않았던 모양이군.]


단말기에서 흘러나오는 알로 할아버지의 음성. 이 성을 넘기는 조건으로 이번 다리 공사에 대한 도움을 약속 받으려고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내가 여러가지 일을 해냈다지만 이번 다리 공사는 상당히 큰일이기 때문에 연합이든 제국이든 하여튼 뭔가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 일이 복잡해져서 싫다.

그, 뭐라고 해야 하나, 기업에서 어디에 건물 짓고 사업하려고 할 때 로비하는 거랑 비슷하다.


"이 지역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기 천연 자원도 많다던데, 제국에선 일자리 창출도 되고 자원 확보도 되니까 이득 아닌가?"


[대신 북빙해의 토착 부족들과 맞서야 되겠지. 자네가 명예로운 제국을 만들어준 덕에 우리는 그들을 힘으로 막 짓누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음음! 그건 아니죠! 크게 뒤집힌 우리들의 신 제국은 다르죠! 뭣 하면 저희들쪽에서 그쪽들이랑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할만하고요!"


[...훌륭한 제안이지만, 그 정도로 그 거대한 다리 공사에 협조해달라는 것은 조금 파렴치하다 생각하지 않은가?]


"아아, 그러면! 저희 아웃 포스트 사 특제 무기력증 증상 완화제를 제국에는 특별히 싸게 공급한다면?"


[...마녀가 드디어 협조할 마음이 생겼다던가?]


나와는 썩 잘 지내면서도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파이가 영 껄끄러운, 아니 그냥 싫은 모양이다. 그탓에 파이는 알로 할아버지를 조금 무서워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병을 확산시킨 것은 열매이고 그 열매를 다루는 것은 혼돈이란 말도 전해주기도 했지만.


[결국 근원은 타락의 마녀가 아닌가. 오히려 혼돈이 아니었다면 대륙이 더 혼돈 속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군.]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관계는 평행선을 그릴 전망이다.


"에이, 혼돈이 왜 그러겠어요? 세계의 파멸을 바라는 녀석인데."


[모르는 척 하지 말게. 그놈은 이미 자네의, 광기의 재림을 알았을 거야. 그러니 자네가 오기 전까지는, 아직 덜 여문 광기가 잘 살아갈 수 있게끔 멀쩡한 세계를 유지하려 함이었겠지.]


"으음...역시 정견이시네요."


[좋은 예로, 놀랍게도 자네가 황성을 뒤집어놓고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무기력증 증상이 거의 사라졌던 환자들이 다시 증상이 심해지고 있네. 무기력증 뿐만 아니라, 집착증까지!]


집착증은 무기력증과는 정반대의 증상이라고 한다. 뭐, 좀비처럼 지능이 낮아져선 무작정 어느 하나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다지?

그럼, 그것을 계속 주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참 큰 오산인게, 원래 사람의 욕심이란 것이 끝이 없는 법 아닌가.

기본적으로 사람이 폭력적으로 변해버리는 그 병은 받아낸다는 방식보다는 빼앗는다는 방식이 우선된다고 한다.


"그건! 저희가 아직, 그쪽은 백신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희에게 조금만 더 시간과 예산을 주신다면...!"


[자네의 그 백신을 제국 시민에게 우선 지급한다는 조항도 추가하면 되겠군. 자네가 마왕이라 다행이야. 이렇게 뻔뻔하게 나가도 되잖아?]


이 할아버지가 저번 황성에서 내가 한 짓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지 최근 유독 까칠하고 비아냥거린다.

그만큼 나를 더 편하게 대하게 된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저러고도 얼마든지 내 목에 검을 겨눌 수 있는 인물이란 것이 너무 두렵다.


"그럼 이 지역이랑 증상 완화제의 우선 보급 및 저렴한 가격으로의 판매! 이거면 됐죠?"


[다리 공사에 필요한 인부들은 제국에서 따로 지원을 해두지. 훌륭한 협상의 결과라고 생각하게.]


"하하, 그냥 숟가락 얹으려고 하시는 거면서 무슨."


뭐, 애초부터 다리는 대륙의 가장 큰 세력인 제국과 연합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낼 예정이었다.

그 두 세력의 충돌을 방지하며 잘 조율해서 공사를 이끌고 나가는 게 내가 해야될 일이었고.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완공된 뒤에 두 세력이 지분을 요구해도 무시하면 그만이다.

왜? 나 마왕인데 뭐.


'물론 티켓 값 정도는 싸게 해주겠지.'


"그럼, 그런 걸로 알고, 조만간 그쪽에 계약서 보낼 테니까 잘~보시고 사인해달라고 해주세요?"


[원래 이런 건 직접 오는 것이 예의일세.]


"어허~! 대륙의 평화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애쓰고 있는 제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귀찮은 일 대신 시키려고 사람 쓰는 거지 귀찮은 일 내가 다 할 거면 사람을 왜 씁니까?"


[하여튼...그래서, 다음은 어디로 갈 생각인가. 내가 준 자료는 보았겠지?]


당연히 보았고, 몇 개는 검토 중, 몇 개는 성기사 애들이 레벨링 겸 처리 중이다.

레벨에 비해 스팩업이 많이 된 아이들이다.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으며 레벨도 올리고 스킬 숙련도도 늘리면 나라에 도움이 많이 되겠지.

오소리나 고블린은 현재 전쟁터에서 대활약 중이니 생쥐들만 레벨링이 완성되면 다음 업데이트나 대규모 이벤트가 없는 한은 한동안 괜찮을 것이다.

그래서, 그외의 남은 것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열매가 나눠져 흩어져 있을 가능성에 신중하게 골라낸 지역이 바로.


"...동쪽, 무 왕국에 갈 겁니다."


[...호오, 괜찮겠나?]


혼돈에 의해 멸망하고 알로 할아버지와 뿌리들의 싸움으로 난장판이 되어버린 지역.

이제 와서는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 및, 확인되지 않은 여러가지 이슈로 인해 유저들 사이에서도 쉬쉬 되는 지역이다.

그리고, 내가 찾는 것은 그곳에 머물고 있다는 식욕의 대마왕이다.

지금 대륙을 떠도는 마왕, 대마왕과는 다른 원래부터 무 왕국의 아래에 잠들어 있던 괴물이라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이번엔 아무래도 상대가 대마왕이니까, 애들 바리바리 싸들고 갈 생각이에요."


오랜만에 창이, 그리고 휴양지에서 휴양하던 어머니와 진도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다만, 다리 공사도 있으니 파티의 여성진은 모두 이번 여행에서는 제외할 생각이다. 걔네들처럼 믿음직한 애들도 없으니까.

또 파이는 흩어졌던 영혼의 일부가 돌아와 조금 기운이 난 것 같지만 여전히 피곤한 상황이라 데리고 돌아다니기에 조금 걱정이 된다.

아이엔은 어떻게 구워 삶은 건지 병사들에게서 대장님 소릴 듣는 듯하니 기회 생긴 김에 제대로 감투 씌워줘야지.

​말랑이와 레비는 전쟁을 싫어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니 이번엔 촌장님을 돕게할 생각이다.


[자네 나라에 대영웅이 둘이나 있으니, 확실히 그곳보다 안전한 곳도 없겠군.]


"...하하..."


말이야 바른 말이지, 기들핀은 내게 호감을 가진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이라 자기 내키는대로 움직이는 인간이고 파스티엔은 지난 400년의 공허를 보답 받으려는 듯 하양이를 붙잡고 놔주지를 않는데 퍽이나 나라 안보에 공헌하려고.

하양이 그놈도 '난 그저 이 세상이 불타는 걸 보고 싶을 뿐이야!' 같은 소릴 할 것 같고.

믿을 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이랑 촌장님 뿐이라니...얘네라도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무 왕국이라...지금 그곳에는 확인되지 않은 인신매매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네. 주로 인족을 취급한다니 아마 원래 무 왕국에 살던 인외족이 기회를 틈타 이런 일을 벌이는 것 아니겠나.]


"저도 이거저거 들은 건 있어요. 촌장님 나름대로 연결해놓은 선도 있어서 그쪽을 이용할 생각이에요."


무 왕국이 그 모양이 되고 나서 나나 촌장님이나 그곳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 여러분 탐사를 해보았다.

결론은 현재 그곳에 남은 조직의 세력이 강해 섣불리 다가가기 힘들다, 였지만 운이 좋게도 그 세력에 대항하는 개인을 찾을 수 있었다.

용캐도 악마들이 득시글 거리는 곳에서 살아 있는 나름 실력은 있는 녀석이라고 한다.


[지원이 필요한가?]


"지원...뭐, 딱히?"


가장 큰 목표로 삼게 되는 대마왕의 경우 그 정보를 유저들에게 풀고 무 왕국 진입 루트를 공개할 생각이라 그쪽에서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니, 큰손들의 개입이니, 얼마 뒤에 개최될 pvp 대회 등등, 지금 스팩업에 목마른 인간들은 차고 넘친다.


"요즘 제국은 좀 어때요? 내가 깜빡하고 이걸 안 물었네. 우리 나라 도와줄 여력이 없으면 이번 일도 의미 없는 거 아니에요?"


[제국은 최근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었네. 자네의 걱정 덕에 말이야.]


"으음~! 다행이네요!"


쳇. 황태후를 쳐내며 패륜아의 오명을 뒤집어 쓸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광신자 박멸이라는 사건으로 제국을 좋게 보던 유저들이 시끌시끌 하긴 했다.

또, 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러니까 보라 가면이자 이기광이 활약하면서 제국에 재미있는 것도 있다 싶었는지 지지해주는 녀석들도 생겼고.

물론! 인광국도 한참 성장세다! 다리 도시 건설 계획을 공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자원하는 유저들과 npc들도 많이 늘었다!


[자네야 말로 조심하게. 자네의 최근의 너무나도 급진적인 행보에 주변 왕국들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야.]


"왜요? 내가 자기들한테 뭘 한다고?"


[이번에 광신자와의 결탁을 이유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나. 다들 언제 그런 누명을 뒤집어 써서 악당이 되어 격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좀 억울하다. 이래봬도 지금의 나는 영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직급은 마왕이더래도 말이야.

나름대로 주변 왕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신생 세력이라 더 견제 받는 걸까?


[어디 그뿐이겠나, 몬스터들 사이에서 자네를 숭상하는 새로운 종교가 생겨나고 있다는 재보도 들어왔네.]


"...응? 나? 왜요? 이상하다? 그런 거 한 적 없는데?"


[자네가 가진 어둠의 힘에 매료된 이들이 모인, 사라졌다 생각되었던 어둠의 추종자들이 다시 일어난 것이지.]


"????"


별, 아니, 응? 난 진짜 모르는 일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거, 되게 어처구니가 없네.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자꾸 나를 위험한 인간으로 만들지 못해서 안달인거지?

이건 어둠 할배에게 가서 따져야겠다. 당신이 무슨 짓거리를 해서 내가 또 이상한 감투를 뒤집어 쓰게 생겼다고.


[자네는 참, 한결같이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군.]


"그러게요."


통화는 여기까지. 이제는 무 왕국으로 향할 때다. 혼돈이 망가뜨린 곳에, 폐허만 남아버린, 새로운 미로의 숲이 되어버린 그곳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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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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