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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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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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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마왕

DUMMY

무너져 내린 건물의 안, 자욱한 먼지, 비쳐들어오는 햇빛 안에서 들려오는 괴성.

뚝뚝, 뺨에 뜨겁고 끈적한 것이 흘러내린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코에 그 비릿한 쇠냄새를 남긴다.


"날...먹어..."


초췌한 나에게, 초췌한 그...그녀가? 말한다. 너무 어둡고 내가 너무 제정신이 아닌 탓에, 그것마저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오랜 굶주림에 그 사람도 이미 눈은 초점을 잃어 나를 제대로 그 눈에 담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반복적으로 똑같은 말을 하염없이 꺼내고 있을 뿐이다. 고장난 카세트 테이프처럼, 그냥 그렇게...반복적으로.


"으음......"


언제나처럼 같은 악몽을 꾸며 깬다. 방안을 가득 채우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향초도 별 소용은 없는 것 같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주변을 스윽 둘러본다. 한순간의 감성으로 괜히 옛날 조선 시대 풍으로 꾸며보았는데, 바닥에서 자려니 괜히 몸이 배긴다.

나름대로 이렇게 꽤 긴 시간을 살았는데 이 연약한 몸은 이 딱딱한 바닥에서의 잠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악몽 탓인 걸까?


꼬르르륵...


"아아, 배고프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이 공허한 식탐이 나를 괴롭힌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고 시험하는 이 식탐은 언제나 내가 약해진 틈을 노리는 듯하다.

아주 조금, 아주 조금만 내가 그 욕구에 틈을 보이는 순간 나도 바깥의 저들처럼 악마가 되어버릴 테지.

그게 이 세계에 어느 순간 떨어져버린 내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이 세계의 순리일 것이다.

...하아...


"...어제, 먹다 남은 게 있었는데."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나 말고도 이 세계에 떨어진 다른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에게 죽거나, 살아남았다 해도 얼마가지 않아 악마가 된 이들에게 죽어 버렸다.

그 와중에 나는 악마가 되지도 않고 토착 세력에게 잡아먹히지도 않은 채 잘 살아남았지.

게다가 운 좋게도 외부와 연결이 생겨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 받기도 하였다.


똑똑.


정말로 이름이 촌장님인 건지 의심스러운 그 외부의 후원자에게서 받은 한복으로 갈아입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문창지는 치면 뚫릴 수 있으니까 치지말라고 여러번 일러도 역시 습관이란 것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는 모양이다.


"잠깐만."


거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이 끝도 없는 식탐을 피하기 위해 내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을 후원자에게 골라 받았는데, 아무래도 난 기생 오라비 같은 차림새가 취향이었던 모양이다.

...뭐, 평이 그리 나쁘진 않으니 나도 그렇게 싫진 않다. 나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서랍에서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문다. 식욕을 억제하는 약초가 담겨 있어 고통스러울 정도의 허기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사장님!"


이 집. 후원자의 도움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던 나의 집에서 내가 주워온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악마들 사이에서 인간 사냥이 유행이라며 저기, 멸망한 무 왕국의 주민들, 그 중에서도 인외족들에의해 인간이 계속해서 이 폐허 속으로 끌려온다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 중 몇몇, 손에 닿는 사람들만을 구했다. 나라고 해서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니까.


"여기! 사장님 앞으로 편지 왔어요!"

"그래, 고맙다."

"촌장님이 보냈나봐요!"

"오, 그래? 후원을 끊겠다는 이야기만 아니면 좋겠네."

"에이~! 후원이 끊겨도 사장님이랑 저희끼리 으쌰으쌰해서 살아남으면 되죠!"


이 이른 아침부터 내게 편지를 전해준 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나 나도 그런 식으로 구원 받았기에 따라할 뿐인데도, 나에게 정말 큰 고마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냥, 내 자기만족일 뿐인데.


"흠..."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곧, 촌장님 자신이 모시는 분이 그리로 갈테니 잘 안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부탁드렸던 식재료 및 생필품에 대한 것도 적혀 있다. 난 특별히 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내게 고품질의 물건들을 전달해줘서 부담스러울 정도다.

이러나 저러나, 내겐 은인이지.


"...이 세계의 주민을 만나게 될 줄이야...그것도 이 폐허 밖의 인간을."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무 왕국이 멸망했다. 그런 탓에 난 이곳에 사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전혀 모른다.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도대체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뭔가...그 단어가 귀에 박히지 않았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하여 들었지만 난 그 말의 소리조차 따라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난 고장이 난 모양이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악마의 힘이 속에 싹 트면서 뇌에 문제가 생긴 것일 테지.


"...금방 온다니까 식사 준비나 해야겠다."

"아! 준비할까요?!"

"그래, 부탁할게."


그 탓인지 내게는 과거의 기억이 없다. 지식은 있지만 기억이 없는 이 기묘한 느낌을 누가 알까.

지식이란 것도 결국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었던 건가? 이런게 가능하긴 한 건가?

지금 이 차림새도, 지금 이 집도, 모두 내 지식과 취향에 의한 것인데 그런 지식을 가지게 된 배경과 그런 취향을 가지게 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그저 짧은 기억만이 남은 나로서는, 도저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쓰읍...하아...조금, 특이한 사람이라고 하는데...어떤 사람일까?"


특이하기로는 이곳을 지배하는 대마왕이라는 존재, 식욕이라는 그 여자가 제일 이상하다.

폐허가 된 이 넓은 폐허를 그저 하염없이 돌아다니다 눈에 보이는 건 전부 먹어치우는 괴물.

그런 주제에 미식가라서 괜찮은 음식을 대접하니 마음에 들었다며 나는 봐주는 대신 내 옆의 아이를 꿀떡 삼킨 미친놈.

이유없이 행동을 행하는 그런 인간만 아니라면, 의외로 뭐든 괜찮지 않을까?


"다들 좋은 아침! 재료 상태는 어때?"


분명 나는 요리사 따위를 하던 사람은 아니었을 텐데 어쩌다 이런 모습이 된 것인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아는 것이 뭐가 있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리 레시피만 머리에 든 기계가 아닐까 난?

나라고 하는 존재에대한 고민. 오늘 찾아올 손님에게 대접할 식사, 남은 식재료와 받기로 한 식재료를 생각하며 조율하기.

허기를 달래기 위해서 나는 최대한 바쁘게 살아간다. 힘들고 지쳐서 배고파도 바빠서 허기를 뒤로 할 수 있게.

좀, 무식한 방법이란 것은 나도 안다. 그런데 이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사, 장님 사장, 님! 어제, 택, 배! 냉장, 고!"

"오오, 그래? 촌장님이 참 우리한테 잘 해줘. 이런 건 어디서 구해다 주시는 거야?"


내가 여기저기서 끌어다 모은 사람들, 내가 폐허 위에 지은 이 어울리지 않는 집 겸 식당에서 열심히 일을 해주는 사람들.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이기는 할 것이다. 손님인 이 폐허 위를 살아가는 악마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삶을 제공받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도 한 번 정도는 불만을 말할 법도 한데, 다들 불만 없이 잘 따라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언젠가, 이 사람들과 함께 언젠가 이곳을 떠난다...'


그 기회를 나는 촌장님에게서 찾고 있다. 촌장님이 모시는 분이 또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고 하니 이번 일에 큰 도움을 주면 내게도 우리들에게도 한 자리를 줄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이용당하다 버려질 지도 모를 일이지. 나중에 버려도 뒤탈이 없게 잘 해주는 걸지도 모르잖아.

애완견이 되느냐, 사냥철 지나 잡아먹힐 사냥개가 되느냐. 이번 일을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기점이 된다. 각오하고 다짐하고 반복적으로 떠올리자.


"...그러고 보니까 언제 온다는 말을 못 들은 것 같은데."


편지에는 도착하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는 말만이 적혀 있던데, 나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냥 '아, 근처에 가기 싫다.' 라는 기분이 들면 그 사람이 오늘 오기로 한 손님인 걸까?

내가 아는 강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서 느낀 점이 그런 것이었던 터라 나로서는 그렇게밖에 판단할 방법이 없다.


"사장님! 손님 오셨어요!"

"그래,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 오시기로 한 날이니까 제일 위층 안방만 남겨두고 나머지 방으로 안내해."


하아...이런 날에는 손님이고 자시고 안 봤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대가라며 이거저거 두고 가는데 꺼지라고 할 수도 없고.

꺼지라고 했다가 미움 사서 공격 받기라도 하면 이 식당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버릴지도 모르고.

...그래, 일해야지...살아야지.


쿵! 콰직!


"뭐야? 무슨 소리야?!"


언제나 처럼 주방에 들어가 칼질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입구 쪽에서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부지가 상당히 넓어 정문에서 이곳까지의 거리가 상당하고 어지가한 큰소리는 닿지도 않을 텐데도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사, 장님! 싸움!"

"그래, 그런 것 같네! 애들은 대피하고! 어른들은 무기들고 따라와!"


그 누구도 우리들을 지켜주지 않는 이곳에서 우리들은 서로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야했다.

이런 일, 한 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음식이고 뭐고 우리를 죽이려는 악마들의 공격에 언제나 대비하고 있어야 했다.

무기는 거대한 생선을 해체하기 위해 전달 받은 검 두 자루. 힘으로 잘리지 않는 특별한 생선도 쉽게 잘라내는 물건이다.

이번에도 우리들의 안전을 지켜줄 것을 기대하며 식당의 문을 열고 나간다. 그러자.


콰직!


하늘에서 검은 사슬에 묶인 다수의 악마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식당의 문 앞으로 떨어졌다.

검은 피를 줄줄 흘리며 끊임없이 조여들어오는 사슬에 뱉기 싫을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악마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사...살...려..."


후웅!


나와 눈이 마주친 악마가 말을 채 다 하기도 전에 돌연 하늘로 치솟더니...거대한, 불꽃처럼 일렁이는 거대한 늑대에게 잡아먹혔다.


"...저분인가? 저, 저저, 저 늑대?"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게 될 정도로 거대한 불의 늑대는 악마들을 꼭꼭 씹어 삼키더니 우리를 발견하고선 우리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오며 그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보이는 크기는 거의 그대로인데 점점 다가오는 듯한, 내 뇌가 고장이 난 것만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안녕!"


그리고, 마침내 그 늑대가 우리들의 눈앞에 다가왔을 때는, 굉장히 작고, 귀여운 미소년이 되어 있었다.

분명 그런데,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뭘 어떻게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 네! 그...촌장님의 지인, 분입니까?"

"응!"

"들어가시죠! 안쪽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다려! 아빠 아직 밖에 있어."

"아...빠?"


뒤로 휙 돌아보는 그 아이를 따라 멀리 정문 쪽을 바라보니, 양손에 거대한 악마들의 머리를 든 채 설렁설렁 걸어오는...팬티만 입은 보라색 소머리...?

악마들의 검은 피로 온몸을 덮칠한 그 남자는 뒤 따라오는 아담한 체구의, 부하들에게 손에 들고 있던 머리를 넘겨준다.

생긴 건, 내가 본 것 중 가장 이상하고 기괴하고 소름끼치는데 남모를 아우라가 있다.


"주인님, 가면은 제가 잠시."

"찍찍아, 난 네가 너무 자길 신하 취급 하는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파. 같이 한 시간이 얼만데. 응? 우리가 남이냐?"

"그 말만으로도...! 저는 감동스럽습니다...!"

"하여튼...그래, 너 편한대로 해."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떤 소머리 가면을 벗자 드러나는 불처럼 일렁이는 검은 뿔에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날카로운 눈매...촌장님이 말한 그 자가 분명했다.


"아이고~사장님!"


다소 경박한 말투와 설렁설렁 느긋한 발걸음, 지극히도 평온한 분위기의 남자는 묘한 광기를 띄고 있었다.


"네, 네...!"

"제가 여기 오면서 악마들을 참~많이 만났어요. 다들 여기 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네...!"

"안에도 아직 있죠?"


소름끼치게 미소 짓는 그에게서, 턱이 덜덜 떨릴 정도의 짙은 광기가, 어둠이 느껴졌다.

이건...이게 정말, 내게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사람이 맡긴 한 건가?


"그것들부터 처리하고 말하죠. 식당이라던데 식사 준비 되시나?"

"아! 난 고기! 생으로!"

"아, 그럼 저는 치즈와 와인을."

"어어, 자, 잠깐만요!"


자기 할 말만 전부 꺼내더니 부하들과 함께 설렁설렁 식당 안으로 걸어들어가 아무런 전조도 없이 식사 중이던 악마들에게 새까만 사슬을 휘두른다.

식당 안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던 악마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여유롭기만 했던 그들은 직후 자신을 찾아올 운명을 알지 못했다.

알 수 있었을 리가 없다.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죽음이 속옷 차림으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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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파스티엔(?) 공략 21.07.15 6 1 12쪽
280 불굴의 마음으로 21.07.14 9 1 12쪽
279 요정의 호수 21.07.13 8 1 12쪽
278 다시 한 번 중앙으로 21.07.12 7 1 12쪽
277 닿지 않는 친절한 마음 21.07.09 9 1 15쪽
276 친절의 과거 21.07.08 9 1 12쪽
275 친절함 21.07.07 17 1 12쪽
274 버그 맵 21.07.06 8 1 14쪽
273 과거에 21.07.05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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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힘으로 증명해라 21.06.30 13 1 12쪽
269 공포를 심어주는 법 21.06.29 10 1 15쪽
268 괘씸죄 21.06.28 12 1 12쪽
267 던전 브레이커 21.06.25 13 1 11쪽
266 괴상망측한 괴성 21.06.24 15 1 14쪽
265 이글거리는 이빨 21.06.23 13 1 12쪽
264 이 자는 누구인가? 어떻게 죽었는가? 21.06.22 11 1 12쪽
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11 1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9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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