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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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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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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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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말하는 평화

DUMMY

"와 여기, 되게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우리도 그런데 한 번 가보면 안 돼? 아이엔도 유튜브에서 그런거 찾아보던데."

"우리 집은 돈이 없어요...아빠가 직업이 없어서 벌이가 없는 집이란다."

"뭐래 월세 달달이 잘 받아먹고 살면서. 아빠도 참 사람이 은근히 쪼잔해."


식당으로 들어와 그 자리에 있던 악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대충 피를 닦아낸 뒤 태연스럽게 식사를 하는 저 남자를, 김인광을 보며, 뭐라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정말 놀랄 정도의 힘이었는데 내가 본 그것들은 권선징악이 아닌 더한 악이 눈에 거슬리는 악마들을 처리했을 뿐인 것들.

전에 한 번도 그런 취급을 당해본 적이 없을 악마들의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그것들이 죽었대서 다른 감정이 드는 건 아니다. 죽일 수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죽였다.


"으읍! 읍읍!"

"조용히 좀 해봐. 다 같이 식사 하고 있는데 외부인이그렇게 소리를 치면 어떡해."


다만, 난 그게 이런 식일 줄은 몰랐다.

뿔이 잘리고 팔 다리가 망가지고 새까만 사슬에 둘둘 싸여 꼼짝도 못하고 재갈을 문 채 공포에 사로잡힌 악마.

내가 모르는 바깥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이 남자는 식당 안의 대부분의 악마를 생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끔찍하게, 그리고 천천히 처리하고는 저 악마 딱 한 명만을 남겨두었다.


"우리 좋게 좋게 넘어가자고. 응? 묻는 말에 빠릿빠릿하게 대답 착착! 깔끔하고 센스있게."

"으읍! 으으읍!"

"뭐라고? 뭐라고 하는 지 잘 모르겠는데? 말 좀 똑바로 해봐 안 들리잖아."


오는 길에 수많은 악마들의 습격을 받았다며, 김인광은 괜히 화풀이를 하듯이 악마를 대했다.

그 광경을 통쾌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나는 이 업보가 우리들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 불안하다.

악마들의 보복이나, 악마들이 드나들어 괜히 간섭하지 않으려 하던 이들이 우리들을 습격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 적당히 배도 채웠으니까, 우리 이제 대화란 걸 해볼까? 너야 그런 걸 할 생각이 전혀 없겠지만."

"푸하! 하아...! 하아...!"


김인광의 손짓에 수인 하나가 후다닥 달려와 악마의 입에 물려두었던 재갈을 풀어주었다.

그 표정은 공포와 놀라움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미치광이 그 자체였던 악마가 저런 표정을 지을 줄이야, 나도 모르게 안쓰럽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그런 안쓰러움이 나도 모르게 표정에서 드러난 것인지 덤덤하게 나를 바라보던 김인광이 정신 차리라는 듯이 내게 말했다.


"사장님."

"네, 네!"

"악마들의 감정을 믿지 마세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하며 김인광은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악마에게 다가간다.

아니, 저 겁에 질린 표정을 보고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건가? 촌장님은 왜 이런 사람을 모시는 거지?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예요. 얌전히 대답해주세요?"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 그전에...나도, 한 가지만 질문 할 수 있을까?"

"으음, 하지마. 듣기 싫어. 질문이 예상이 간단 말이야."

"중요한 거야! 정말, 정말 중요한 거야...!"


귀찮다는 듯한 짧은 한숨과 김인광은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악마는 천천히, 말을 꺼낸다.


"너...지금 속옷만 입고 있어...! 이 사이코 새끼야!"

"...뭐?"

"에휴..."


방안을 가득 채우는 악마의 웃음 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김인광은 그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만 푹 내쉴 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공포에 질려 있던 것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악마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악마의 감정을 믿지 말라, 이런 의미였구나...그토록 악마를 끔찍하게 죽인 것도 이 탓이었구나...

저들은 인간의 감정을 따라할 뿐, 절대로 인간이 아니다. 공포에 질려 보였던 것도 그저 상대를 속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하아, 진짜...너희들은 어째 하나 같이 똑같은 말을 하고 그르냐, 신선함이 없어. 뭐, 그거야? 너희들도 이제 너무 많이 우려내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는 거야?"


김인광이 천천히 악마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어디 해볼테면 해보란 듯이 악마는 김인광을 비웃었고, 김인광은 덤덤하게...악마를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죽음이 다가온 순간조차 미친 소릴하던 그 악마가 갑자기 인간다운 표정으로, 제대로 초점조차 맞지 않는 눈동자로 갑자기 도망가려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악마란 거 기껏해야 심력에 잡아먹힌 심약자들이야. 마왕 이상은 다르긴 하다만."

"뭐...뭐야...뭐야 이, 이 감정은...대체 뭐야! 내, 내게 뭘 한 거야!"

"...저, 기...김인광 씨. 이건 진짜입니까? 이것도 연기 아닌가요?"

"나도 그런 거 아닐까 했는데, 시험해보니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더라고요."

"시, 시험요?"

"마왕 밑으로는 그다지 이성적인 녀석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도통 말이 안 통하는데, 제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싫어해서. 어떻게 해야 내 말을 알아먹겠니~라고 몸에 물었더니, 대답이 이거더라고요."


이어서 악마의 다리를 살짝 짓밟자 고통보다는 공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발버둥을 치고 김인광의 다리를 물어뜯으려 한다.

가볍게 밟혔을 뿐인데도 옴짝달싹 못하고 되려 자기 이빨이 부러지게 되었지만 악마는 필사적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사장님도 이 정도 악마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다른 이유가 있으신가?"

"예? 아니요...제가, 어떻게..."


김인광은 내게 굳이 많은 것을 묻지는 않았다.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렇다니 그런 것이겠지' 수준으로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자기 일을 시작할 뿐이었다.


"첫 번째! 너희 악마들은 갑자기! 어디에서 나타난 거지? 무 왕국은 혼돈에 의해 멸망했어. 살아남은 사람도 없고. 뒤틀린 환경에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한다면 어째서 마수가 아니라 마인의 형태로 태어난 거야?"

"몰라! 몰라몰라몰라! 살려줘!!!"

"두 번째! 여기에 대마왕이 있다고 들었어. 너희들 혹시 대마왕 부하니? 대마왕이란 놈들은 또 전혀 다른 존재들인데, 말이 왕이지 솔직히 왕노릇할 족속들이 아니잖아."

"우으으으...살려...살려줘!!!"

"세 번째! 무 왕국의 주민들, 그 중에서도 다소 억압받고 있던 수인들은 어떻게 그 사건 속에서 살아남은거지? 왜 너희들은 그놈들을 내버려두는 거야? 인신매매 건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을 그냥 별개의 세력을 내버려둘 너희들이 아닌데 말이야."

"끄르르...!"


악마가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그저 미쳐있는 광인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인광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질문들에 나도 기절할 것 같다.

머리가 아프다. 어떤 사람인지 감이 안 잡힌다. 싸울 때는 소름끼칠 정도의 광인이라고만 생각이 되었는데 우리들을 대할 때는 그냥 평범한, 다소 귀찮음이 많은 사회인처럼 보였고 악마를 몰아붙일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겨우 한 시간. 만난지 겨우 한 시간만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고 극과 극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거지? 가능한 건가?


"음, 역시 악마들을 심문하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야야! 일어나!"


콱!


악마의 가슴을 짓밟아 억지로 정신을 차리게 만들더니 김인광은 그대로 악마를 창밖으로 집어던졌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악마의 처절한 비명소리는, 얼마 가지 않아 물주머니가 떨어진 것만 같은 소리를 끝으로 멈추었다.


"그럼 사장님."

"네, 네!"

"방금 내가 했던 질문들에 사장님은 대답할 수 있으신가?"


순간 숨이 멈추는 줄 알았다. 대답을 못 하면 나도 저렇게 던져버리는 것 아닐까?

마치 날더러 안심하라는 듯이 씨익 웃으며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차분하게 차를 한 잔 마시는데, 오히려 더 무섭다.

차라리 악마들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버럭 화를 내거나 마음에 든다고 하하 웃었으면 좋겠다.


"제가...알기론...무 왕국 멸망 이후 원래 무 왕국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전멸하였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곳에, 저처럼 다른 곳에 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동 되었습니다."

"......응? 이동이요?"

"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저랑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여럿과 함께 이미 이곳에 있었습니다."


내 말에 김인광은 사뭇 진지해져 나를 천천히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뭔가 열심히 생각하는 것 같다.


"...사장님, 그러고 보니까 내가 아직 이름을 안 물었네. 혹시 이름이?"

"저는...김민식입니다..."


내 대답에, 김인광도, 그의 아들이라는 모닥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방인과 비슷한 방식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한 것일까?


"그러니까, 원래 무 왕국 사람이 아니시고."

"예."

"정신 차려보니 여기였고?"

"...예."

"그럼 그 복장은?"

"어어, 그냥, 촌장님께서 보여주신 것 중에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랐습니다. 이상한 끌림이 있어서..."

"...에이, 설마..."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내게 다가온다. 이렇게까지 조심하니 오히려 내가 더 긴장이 된다.

도대체 내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거지?


"조금 기분 나쁠 수 있어요?"

"뭐, 뭘 하는 겁니까?"

"나도 어머니한테 들은 거긴 한데, 암만 기존에 존재했던 세계를 베이스로 만들어낸 세계와 생명들이라고 해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혼에는...아이, 됐어요."


김인광의 손이 내 어깨에 닿자, 몸안으로 무언가가 들이닥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꺼림칙한 기분에 반사적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찍혀 눌릴 것만 같은 거대한 그 힘에 꼼짝도 못하고 식은땀만을 흘렸다.

온몸을 돌아다니는, 거대한 흐름... 그 흐름이 조금씩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듯 했다.

이런걸 방금 전의 악마에게 한 것인가? 공포에 질려버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존재 존속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와아, 이건 좀, 선 넘었는데..."

"뭐, 뭡니까? 뭔가, 잘못된 겁니까?"

"......그냥 머리가 좀 복잡하네요. 너무 복잡해요. 아아 미치겠네? 뭐지?"

"저기! 뭐라고 말이라도 조금!"

"아저씨가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야."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의미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라도 본 것인가?

세계? 세계라니? 무슨, 세계를 말하는 것이지? 무 왕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제가...이방인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죠? 정황상, 원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닌, npc의 몸에 들어가게 된 유저의 영혼, 같은 게 아닐까 싶네요."

"그, 그럼...제가,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나 지식을 많이 알고 있거나, 이 세계에 없는 물건들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들은 적도 없는 요리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것도...?"

"하하, 그것까지 들으니까 더 명확해지네요. 그래요, 당신 이방인이에요."


...말도 안 돼...


"하아 정말...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평화를 위협하는 나쁜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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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동생-외전 +1 21.06.19 9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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