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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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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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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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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집행

DUMMY

깊은 지하 어느 곳, 무 왕국의 생존자 집단들 중에서도 수인으로만 이루어진 집단 '짐승 새끼들'

원래는 그들을 멸시하는 그 단어들이 지금은 인간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는 것에 그들은 자그마한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대장! 손님들 왔는데?"

"기다리라 그래, 나 기도 중인 거 안 보여?"

"새로 온 손님들인데 너무 문전박대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잠시 기다리라 하랬지 누가 꺼지라 그랬어? 이렇게 융퉁성이 없어서야."


족히 3m는 넘을 듯 거대한 덩치의 회색의 털이 복슬복슬하게 난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늑대 수인.

그는 지금 딴에 열심히 만들었지만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는 제단에 놓인 산을 짓밟고 선 양의 나무 조각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대장은 참, 그 설렁설렁 사는 도리도라도르핀이 좋으신 겁니까? 저는 좀 빡빡하더라도 끊고 맺는게 확실한 그쟈지키 진이 딱 좋지 말입니다!"

"어허, 우리들의 구세주이자 신적 존재들이다 이것아. 말 좀 조심히 해라."


무 왕국의 일원이지만 노예 위급, 더러운 짐승 취급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해 무 왕국 멸망 당시에도 그들은 인간들을 대신해 많이 죽어갔다.

그런 그들을 살려준 것이 바로 무 왕국 전설 속의 영물이라 널리 알려진 그쟈지키 진과 도리도라도르핀.

전설로만 전해내려오던 무 왕국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둘의 등장에 수인들은 감격하였고, 더이상 참지 않았다.


"오늘은 몇 놈이나 왔어?"

"두 놈! 때마침 비축해둔 게 있어 다행이지?"

"쯧쯧, 언제까지 그놈들과 이런 되도 않는 거래 놀이를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후우, 두 분께서 다시 이 땅 위에 강림해주신다면 좋을 텐데."


정확히는 무 왕국 멸망의 순간에 진은 창이를 돌보고 있었고 도르핀은 인광의 옆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었으니 '그런 설정'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실제론 본 적도 없는 둘을 직접 마주했다 여기고 실제론 어떤 성격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자신들을 지지해주고 있다 믿었다.


"나 왔어! 이레그프울! 싱~싱한 인육 사러!"

"...우리가 구면이던가?"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우린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 허물 없는 대화가 하고 싶다면 북쪽의 고양이 새끼들에게로 가."

"에이, 왜 그러실까? 자, 여기! 이거면 돼?"


익숙한 악마들의 표식을 건내는, 이때까지의 악마들과는 급이 다른 듯한 강한 힘이 느껴지는 일렁이는 뿔을 가진 악마와 그의 하인으로 보이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새하얀 덩치.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일단, 절대로 그 둘이 인간일 리는 없다 판단하고, 이레그프울은 그들에게 줄 고기를 꺼내오라고 명령한다.

잠시라도 조용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눈앞의 경박한 악마는 그 가벼운 입을 마구 놀리기 시작했다.


"요새 장사는 좀 잘 되남?"

"덕분에."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어지간히도 많이 오나봐? 설마 이 정도 양을 한 번에 받을 줄은 몰랐거든!"

"...덕분에."

"오! 목에 그거 뭐야? 양 조각이네? 귀엽다!"

"우리들의 구세주, 도리도라도르핀! 그녀의 본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우리의 신과 같은 존재이니 가볍게 입에 올리지 마라."

"오오, 그래? 아하하! 그 양한테 새끼가 있으면 듣기 좀 거북하겠는데? 우리 엄마가 왜 느그들 신이냐고."

"흥, 그분께서는 무 왕국의 멸망 때 우리를 도와 인간을 물리치고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건내주셨다. 그러니 우리가 그분의 자식이나 마찬가지지."

"아하하! 그래그래! 그러든가!"


자신이 믿는 신을 조롱하며 자신까지 싸잡아 비웃어도 이레그프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악마들을 피해 지하에 마을을 만들고 무 왕국의 폐허 위를 돌아다니며 인간을 사냥하며 돌아다니는 자신들의 처지를, 두 사람이 내려준 시험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부하들이 한가득 가져온 고기 더미를 보며 악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지만 만족스럽다는 듯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질리지도 않는가 보군. 인육 그거 별 맛도 없잖아."

"나름의 별미지! 습관이 되어버리면 끊지 못하는 그런 거? 은근한 중독성 때문에 계속 찾게 돼!"

"하아...덕분에 우리는 꼴도 보기 싫은 인간을 사육하고 사냥하는 꼬라지가 됐지."

"뭐어, 사실 취향 때문에만 찾는건 아니야. 요즘 부쩍 사냥 당하는 악마들이 늘어서. 난 죽기 싫거든? 많이 먹고 얼른 커서 사냥 안 당해야지."

"...악마를, 사냥한다고?"


혹시, 이것은 두 분이 내려준 기회의 순간인 것은 아닐까. 정육된 인육을 한 뭉터기 싸들고 나가는 악마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레그프울은 한참을 고민하였다.

무 왕국 멸망 이후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난 식욕의 대마왕과 그 탓인지 뭔지 우호죽순 솟아나는 악마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폐허가 되어 있던 무 왕국을 더 나락을 끌고 들어간 것들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악마들이 사냥을 당하고 있으며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들과 같은, 피지배자의 기분을 느끼고 있단 말인가?


"그럼! 우리는 간다!"

"...그래, 다음을 또 기약하지."

"오냐 그래. 다음에 만나면 그 양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고. 나도 신이란 존재에는 관심이 많아서, 우리 아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떠나는 마지막만은 어쩐지 기묘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떠나는 악마였지만, 이레그프울의 머리는 이미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만약 이것이 정말로, 정말로 시련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그녀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면!


"다들 소집해!"

"오오! 뭐야, 전쟁이야?! 그렇지 않아도 북쪽 그 고양이 새끼들 족쳐버리고 싶었는데 잘 됐어!"

"아니! 그게 아니다."


인간을 배신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때처럼, 지금은 악마를 배신하고 살아남을 때일 지도 모른다.

대마왕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의 비할 바는 아닐테고, 두 사람이 신호를 준 것이라고 한다면 자신들은 움직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장! 고양이 놈들이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진 않을 텐데?"

"신께서 우리에게 신호를 준 거다. 그놈들도 당연히 이해하고 말고!"

"아니야! 그놈들은 멍청해서 신의 부름을 이해하지 못 한다고! 맨날 딴 소리나 하고 말이야!"


웅성웅성, 모여든 수인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오고가며 소란이 이어진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다른 수인 집단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는 소리도, 그러지 말고 그냥 숨어 있다 나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정확히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단 한 번도 그녀들은 자신들을 향해 정답을 이야기해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만!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간처럼 비열하게 생각하고 겁쟁이처럼 행동했단 말이냐!"

"!!!"


쿵!


강하게 발을 구르며 이레그프울은 각오를 다진다. 이것은 분명히 그녀들이 자신들에게 준 기회.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폐허에서 벗어나 수인들의 나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준비해야 한다. 그녀들이 자신들을 찾을 때 확실하게 그녀들의 부름에 응할 수 있게!

하루, 이틀, 나흘...그들은 점점 전쟁 준비로 바빠져갔고, 찾아오는 악마들은 모조리 잡아 죽이고, 하는 김에 잡아들였던 인간들, 키우고 있던 인간들도 모조리 죽여 처리했다.


"우리들 수인의...수인에 의한! 수인을 위한 꿈의 나라로!"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의 탈출이다. 마음이 끓어오르는 기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수인들에게 온 것도 아닌 자신들에게 그 기회가 찾아오다니, 이레그프울은 이 기쁜 마음을 과시하기 위해 다른 집단으로 향한다.

너희들에게 오지 않은 특별한 계시가 우리에게 내려왔노라, 너희 잡것들은 버림받았지만 우린 아니다! 라고.


"뭐냐 이게..."


북쪽의 고양이 마을, 남쪽의 곰 마을, 서쪽의 원숭이 마을을 모두 돌아보았다.

지금 그들이야 말로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무 왕국 생존자들이나 마찬가지였다.

혼돈의 습격에도 어찌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축복 받은 그들이었는데, 그런 그들 모두가 처참하게 죽어있었다.

그것도 마치 보란 듯이 죽은 이들의 시체가 전시되어 있기까지 하였다.


"대체...대체 어느 놈이...!"


군데군데에 뜯어먹힌 자국하며 손톱에 긁힌 자국들로 미루어보아 범인은 분명 수인일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마을이 모두 이렇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대체 어디의 누가 저들을 습격하여 모조리 죽여버렸단 말인가.

악마들인가? 충분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들은 이유가 있든 없든 달려들 놈들인데 이번엔 악마가 사냥당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으니까.


"하지만...이렇게 조용히 일을 저지를 놈들이 절대 아니다. 사방팔방 악악 소리를 내며 알리고 다녔데도 부족할 놈들이야."

"그러고보면 대장, 요즘 악마들이 부쩍 적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저거들끼리 집단이 있긴 해도 그렇게 교류가 활발하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들이 뭘 했는지도 모를 텐데..."

"뭔가...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군."


급하게 마을로 돌아온 이레그프울은 고민한다. 이것은 또 무슨 계시인가.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선택받았다는 것인가. 아니면 습격에 대비하라는 것인가.

그런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또 다른 악마가 방문한다.


"하하하! 늑대 아조씨 여기 있으신가?"

"...하아."


며칠 전에 찾아왔던 그 경박한 악마였다. 척 보기에 강력한 적이긴 했으니 이레그프울은 괜히 그에 맞서지 않기로 한다.


"무슨 일이지? 설마 벌써 다 먹은 건가?"

"먹다니, 난 그런 건 안 먹어! 곱~게 제사 지내줬어!"

"...그래, 너희 악마들이 그러는게 한 두 번도 아니지. 그럼 이곳엔 왜 찾아온 거냐."

"왜, 전에 말했잖아. 그 양 조각에 대해서, 네가 신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진득~하게 나눠보자고."

"그녀에게 선택받을 수 없는 네놈과 나눌 이야기는 없다. 설령 대화를 해도 너희 악마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

"정말 궁금해서 그런데, 왜 그 양을 신이라고 섬기는 거야? 잘 해주든?"

"그녀가 우리 수인들을 살펴주었다. 우리가 아직도 이 땅위에 서있을 수 있음이 바로 그 이유지."

"제대로 본 적도 없는데 잘도 그렇게 말하네."

"그게 바로 믿음이지. 너 같은 악마 놈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죽을 때까지 그녀의 사랑과 자비를 이해할 수 없겠지."


신에 대한 자신의 깊고 깊은 충성심과 믿음을 설파하며 악마의 표정을 살펴보진 않았다.

악마 따위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이때까지도 그래왔고, 많은 악마들이 오히려 그런 자신을 비웃어왔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눈앞의 악마의 기분을 살피지 않은 것이 독이 되었다.


"...으음! 내가 있잖아? 원래 막 이런 거에 짜증내고 그런 사람 아니거든? 너무 그러면 마마보이처럼 보이고 막 그럴까 봐. 너무 독점욕을 가지는 것도 좀 그렇잖아? 또 생각해보면 나쁜 일도 아니야. 가족이 인기 있으면 좋지."


끄아아악!!


악마를 상대하고 있던 자신의 등 뒤에서, 마을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당장이라도 마을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번엔 눈앞의 악마에게 붙잡혀 이레그프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상대가 인간 도축하고 어찌어찌 살아남은 같은 생존자들끼리도 못 잡아 먹어 안달이난 놈들인 건 좀 그래. 기왕 사랑 받으려면 이쁘고 좋은 사람한테 사랑받는게 좋잖아? 너처럼 마음이 못난 선을 넘은 애들은 좀 아니지."

"무슨 개소리냐...! 당장 이거 놔!"

"개는 너지."


꽉!


순식간에, 악마에게 주둥이를 붙잡혀 깜짝 놀랄 그 힘에 짓눌린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였으나, 악마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 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이레그프울의 눈을 가렸다.


"못난 아들은 나 하나면 충분해. 딱히 동생을 바라지도 않거든. 게다가 늑대라니, 농담이 지나쳐, 이 스토커야."


푹!


이레그프울의 몸을, 날카로운 검이 꿰뚫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색의 늑대는 닥쳐오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무언가 작은 사자가 물어뜯는 것만 같은 느낌. 몸의 안에서부터 뜯어먹히는 그 끔찍한 고통이 계속된다.

이레그프울 그의 귀에 마을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끊겼을 때, 그때서야 그도 죽음을 바라볼 수 있었다.


"...자! 나쁜 애들 정리 끝! 이제 대마왕 잡을 준비합시다!"


생존자들이 살던 지하의 마을. 그 마을 어디에나 자리잡은 어둠 속에서 생쥐 수인들이 나타난다.

이미 이레그프울이 인광을 만난 시점부터, 그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다.

그저, 부모의 사랑이 고픈 광기에게 괜히 신에 대한 자부심을 말하다 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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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이 자는 누구인가? 어떻게 죽었는가? 21.06.22 11 1 12쪽
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12 1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9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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