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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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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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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괴물

DUMMY

"싸움은 피해라! 어차피 적들은 우리가 먼저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우리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혹시 모르니까 항상 조를 짜서 이동하라고 전해."


어둠이 내려온 회장의...뭐라고 지칭해야할까, 어디로든지 문이 숨겨진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은 곳으로 다 함께 뛰어든다.

과연 회장의 관리하에 놓인 곳 답게 순식간에 경비들이 뛰쳐나왔다. 다소 현실성이 없는, SF에서 볼법한 물건들이 척척 튀어나와 조금 놀랐다.

거대하고 새하얀 외골격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철컹철컹 걸어나와 다짜고짜 사람 크기만한 기관총을 갈겨대서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아 비겁하게...' 라고 생각해버렸다.

현대를 배경으로한 현실에서 판타지소설마냥 붕붕 날아다니는 우리들이 이상한 건데.


"그래도 저건 너무 밸붕이니까 금지."


어둠 할배 덕에, 어둠 속은 내 세상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현실의 나는 게임 속의 나와 다르기도 하고.

놀랍게도! 회장과 맞상대를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하! 하하...아슬아슬하게...정확히는 지금의 현저하게 약해진 회장과 맞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지...


콰지직!


가벼운 손짓 한 번에 녀석들의 총이 꽈배기 꼬이듯이 꼬여간다. 하려면 아주 멈춰버릴 수도 있겠지만, 귀찮게 굳이 그러고 싶진 않다.


"젠장! 총기가 파손 되었다! 지원!"

"어디야!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라이트 켜! 라이트 키라고!"


게임이었으면 저 중 몇명은 잡아다가 정보를 캐냈을 텐데, 현실이라서 산 줄 아세요들.


"원래 이런 건 제일 중앙에 있는 건물에 보스가 있잖아, 그렇지?"

"제일 외곽에 있는 건물에 있을지도 모르죠."


뭐든 어떨까, 이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 잡아낼 수 있다. 적을 못 찾아서 우왕좌왕하는 게 아니라 일직선으로 똑바로 도망가는 놈을 붙잡으면 되겠지.

어디, 어디에 어떤 놈이 뭘 들고 어디로 튀어나가는지 확인해볼까? 어쩌면 비상상황이라면서 다 불태워버릴지도 모르겠네.


'회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솔직한 말로 어디에 뭐가 있는지 감도 안 잡힌다. 회장이 저지른 짓인데 내가 뭐 얼마나 많이 파악할 수 있으려고.

차라리 이 지역 전체를 떠내서 후추통 털듯이 털다보면 뭔가 괜찮은 게 떨어지지 않을까?


"와아, 이거 기분 되게 묘하네. 딸넴, 나 방금 게임에서도 못하는 짓거리를 '아, 귀찮은데 그냥 그렇게 해버릴까?' 생각해버렸어! 나 쩔어!"

"참 아저씨는...다른 방식으로 만났으면 정말 이해못했을 거예요."

"이게 바로 먼치킨의 사고방식 아닐까? '너무 강한 힘은...시시해...!' 와아, 세상에. 25년 인생이 이렇게 꽃피네."


촤악!


앞에서 뭔가 다가온다 싶었는데 대뜸 아이엔이 검을 휘둘러 갈라버렸다.

그렇군, 열감지 센서로 대응해오는구나. 대응이 상당히 빠르다. 이런 상황마저도 훈련이 되어 있었던 걸까?

반면 창이와 그 친구들은 이런 식의 빠른 대응에 대처하는 방법을 훈련받지는 못 했을 텐데.

전체적으로 나이도 어린 아이들이라 내가 만든 환경에 일하기 편하다고 실실거리다가 괜히 뒤통수 맞지나 않을런지.


"이제 좀 진지해질 것 같아요?"

"글쎄, 아저씨가 쿨병에 걸려있어서 몰입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네?"


쿵!


발을 굴러 땅을 무너뜨리고 아이엔의 수려한 칼 솜씨로 슈트만 예쁘게 잘려나간 녀석을 무너진 땅에 쑤셔박는다.


"크윽! 젠장! 코드 매드니스! 매드니스! 실제 상황이다!"

"잘 됐네."


흐름이 이럴 때 참 좋다. 지금 이 녀석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대충 잡아낼 수 있으니까.

내가 누구인지까지는 알아도 내 앞에서 뭘 하면 안 되는지까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괜한 말은 하지 않기로 하고 땅에 박아넣은 남자는 기절시킨 채 앞으로 쭉 달려간다.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탓인지 갑자기 뭔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내게 대응하기 위한 인간들 같은데,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은데?


"음! 나 힘 조절 잘 안 되는데!"

"비켜요!"


카가각!


아이엔의 검이 막혔다. 경계 단계에 따라 사용하는 슈트가 다른, 뭐 그런 것이 아닐까?

전에 그 비서 누나의 몸을 빼앗았던 회장과 마주쳤을 당시에 타고 있던 것을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 정도라면 있는 힘껏 쳐도 될까?

으음, 타고 있는게 회장이라면 생각없이 돌진했을 텐데, 저 사람들에게는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네.


"대장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은데...별 수 없지. 꽉 잡아!"


손가락을 땅에 내리꽂아 그대로 강한 진동을 준다. 되도록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니 강행돌파를 하도록하자.

달려드는 회장의 부하들을 쳐내며 힘겹게 내게 다가온 아이엔이 내 허리에 손을 두른 것을 확인하고 난 뒤, 난 지면을 무너뜨렸다.

아래에 빈공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아래를 빈공간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싱크홀과 같은 모양으로.


"놈이 아래로 내려간다! 추격해!"

"1분대, 2분대는 공중에서 지원 사격! 나머지 3,4 분대는 녀석을 뒤쫓는다!"

"오오, 생긴 거에 비해서 기능이 이거저거 많나봐?"


땅이 무너져내려도 비행 기능이 있었던 것인지 회장의 부하들이 둘로 나눠 떨어지는 나를 쫓아 내려온다.

그런데 친구들, 내가 너희들한테 직접적으로 강하게 때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이렇게 되면 나도 방법이 있어요.


콰아앙!


나를 쫓아오는 저것들이 나름 출력이 강할 것이라 예상하여 있는 힘껏, 그래도 죽지는 않게끔 바람을 쏘아냈다. 이러면 파멸 아저씨가 뭐라하진 않겠지, 딱 그 정도로.

그런데, 생각보다 더 강했던 것인지 아니면 놈들이 약했던 것인지 뭐가 막 우그러지고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터져나간 바람 소리의 사이사이로 비명 소리가 스며든다.

으음...설마, 이것 때문에 혼나지는 않겠지?


"쉽지 않네."

"...잘 하셨어요. 다음에 더 잘 하면 돼죠."

"...뭐! 그래. 이동하자."


혼자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는 녀석의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속도나 방향으로 봐선 아마 엘리베이터같은 것을 타고 이동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앞을 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대체, 이 깊은 지하에 뭐가 있다고 이 난리 속에 지하로 내려가는 거지? 벙커인가?

아니야, 회장의 성격상 그런 부하 친화적인 물건을 만들진 않았을거야.

흠, 김민식 씨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벌인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큰 건을 물고 돌아가게 생겼다.


"아아, 싫어라."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통로를 만들며 나아가지만, 뒷일이 무섭다. 지금도 가끔 이러다 밤중에 회장이 습격을 하는 것은 아닌가 겁이 날 정도다.

혼돈도 파이와 아이엔을 건드렸잖아. 회장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족의 상실로 인한 정의감의 각성 같은 드라마틱한 전개를 꿈꿀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다른 사람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고 역겹게도 나를 두고 자기가 키웠느니 아들과 같은 어쩌고 하니, 나와 자신을 동등하게 생각해서 의미없는 짓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되도록,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 편이 피해가 덜하다.


쿵!


얼마 가지 않아 통로는 끝이 났고, 새빨간 경고등이 시끄럽게 울리며 돌아가는 넓은 복도로 들어왔다.

영화에서 자주보던 감옥과 비슷한 형식의 공간인데, 죄수로 잡혀 있어야 할 사람들의 대부분이 목위가 사라진 채 죽어있다.

상당히 강한 폭발이었던 것인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은 잘 가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체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마 이 사람들 모두 김민식 씨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잔인한 새끼...굳이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그런 놈이잖아."


내게 죄책감을 심어줘 내 행동을 조종하기 위함인가? 그게 아니라면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내게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함인가?


"달리 인식표가 없어서 누가 누군지 구분은 못 하겠고, 몸 상태 봐서는 한동안 안 움직였던 것 같긴 하네. 김민식 씨는 회장이 한거라고 확정지어도 되겠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이건 선 넘었으니까. 막아야지."


쿵!


때마침, 이야길 물어볼 만한 사람이 도착한 모양이다. 과연, 이미 모두 처리했으면서 굳이 또 지하에 내려온 이유는 무엇인가.


쾅!!


"안녕!"

"헉! 쏴, 쏴! 쏴! 빨리."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억지로 문을 비틀어 열고 척 보기에도 부하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휘관 같은 아저씨만 두고 모두 제압한다. 나름, 한가락 하던 놈이었던 것 같다.

겁에 질린 것치고는 훈련을 빡세게 받은 것인지 질 것 같으니 곧장 관자놀이에 권총을 가져다 대는 것을 보고, 진짜 온갖 정이 다 떨어졌다.

자기 사람에 대한 애착같은 것이 전혀 없는 건가? 자기 부하들이 죽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미친 놈 아니야 이거?


"짧게."


우드득!


지휘관같은 아저씨의 입을 틀어막고 몸의 흐름을 뒤튼다. 상당히 아플 것이다.

순간적으로 죽음을 다짐했을테지만, 이 고통은 그 결이 다르다. 참으려고 해서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한 조각 조각,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뒤틀리고 쥐어짜이고 찢어지는 고통.

이때까지 이걸 참는 놈들은 본 적이 없다. 적어도 게임 안에서는. 어디 이쪽은 언제까지 회장에대한 충성심을 지킬지 두고보자.


"...더 참으려고 하기 전에 미리 말해두는데, 뭐, 당신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니 어쩌니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이렇게 된 시점에서 글러먹었다는 것만 알아둬요. 회장이 실패한 사람을 퍽이나 내버려두겠어. 차라리 빠르게 협조하고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봅시다."

"!!!"

"그런 것도 없다면, 입이 가벼워지는 작업을 차분하게 진행해 보자고."


충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머니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카드키며 뭐며 이거저거 다 건네 받았다.

체념한 듯, 겁에 질린듯 창백한 얼굴로 쥐어짜내듯이 말을 꺼낸다. 쯧쯧, 어쩌다 이 상황까지 왔을까, 불쌍한 인간 같으니.


"안에, 뭐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그냥, 이런 상황이 오면 직접 가서 처분하라고만!"

"뭐 다 처분하래. 얼른 가봐요. 오래는 못 사시겠네."

"저 안에는...멸망한 세계에서 가져온, 괴물이 있다, 그렇게만..."

"...그게 뭔데요?"

"나도, 모르지..."


쯧, 도움이 안 되네. 이렇게 되었으니 아이엔에게는 위쪽의 정리를 부탁하고 나는 안으로 들어가보자.

코를 찌르는 피냄새와 사이사이 섞인 짙은 화약 냄새, 끊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시끄러운 경고음 사이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지극히도 불편하고 불쾌해야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마음은 점점 차분해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할 정도로...인위적인 따스함과 차분함...뭔가 이상하다. 저 안쪽에, 뭔가가 있다.


쿠구구구구...


마지막으로 보이는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꽃향기가 퍼져나왔다.

다행히도, 혼돈이나 광신자의 그런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불쾌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면 버틸만하다.


"오."

"...잠깐...어?"


하얀색의 수술복을 입고 넓은 공간의 정중앙, 꽃밭의 정중앙에 앉아 어디서 날아들어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나비들과 놀고 있던 흰머리의 남자.

여기저기 보이는 수술의 흔적과 결손된 신체들, 하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의 남자였다.

뭐라고 해야할까...얼굴만 봐서는 되게 좋은 사람일 것 같이 생겼다. 파멸 아저씨와는 정반대의 느낌.

그래서 오히려 확실하게 저 남자의 정체를 단정지을 수 있었다. 그것말고 다른 것은 전혀 생각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희망이?"

"와아, 형이랑 되게 많이 닮았다, 너."


세계관 확장 에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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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요정의 호수 21.07.13 8 1 12쪽
278 다시 한 번 중앙으로 21.07.12 7 1 12쪽
277 닿지 않는 친절한 마음 21.07.09 9 1 15쪽
276 친절의 과거 21.07.08 9 1 12쪽
275 친절함 21.07.07 17 1 12쪽
274 버그 맵 21.07.06 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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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힘으로 증명해라 21.06.30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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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괘씸죄 21.06.28 1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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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이 자는 누구인가? 어떻게 죽었는가? 21.06.22 11 1 12쪽
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11 1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9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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