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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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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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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로 늘려주마

DUMMY

"흐흥~"


식욕의 대마왕 이트익은 탄생 이후 최근 가장 재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찌어찌 완성한 자신만의 미식 던전도 마음에 들고, 멍청하게 대마왕이라는 이름 값을 보고 떠받드는 악마들도 그렇고, 성 안으로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는 유저들을 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달그락 달그락.


창밖에서 몇 번이고 탑에 도전하는 유저들을 보며 순간순간은 저것들이 탑을 공략하고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흥미와 자그마한 불안함이 샘솟았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곧, 황금 정의와의 대치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잦아들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저 성의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고기나 썰며 그들의 싸움을 구경할 뿐.


"하아~그래도 이렇게 묶여 있는 건 역시 별로야."


이트익, 고위 마인인 그녀는 식욕의 이름은 가지고 있었고 그에 어울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만 심력을 깨우친 인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보통 대마왕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비해 이성적이었고 악마들을 거느릴 수도 있던 것이었다.

마왕의 이름도 자신의 의무를 다하자 얻게 된 칭호일 뿐, 실제로 대마왕급의 강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전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무 왕국에 버려지는 인간들을 괴롭히는 것이 그녀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의무였다.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새롭게 그들을 괴롭히며 의무감이 충족되면 떠나간다. 떠나간 자리에는 악마들이 새로 태어났다.

김민식 씨도 또한 그런 식으로 그녀에게 놀아난 그녀의 이해못할 의무감의 희생양이었다.


"걔는 마음에 들었었는데, 음식도 잘 하고."


회장에의해 월드 게이트에 버려지고 그녀에 의해 죄인이 되어버린 김민식 씨를 떠올리며 느긋하게 와인잔을 기울인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정신이 든 후 처음으로 느낀 인간다움을 선사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무력하게 삶을 포기하지도, 미쳐버려 힘에 삼켜지지도 않은채 꿋꿋하게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남으려 발버둥쳤다.

그런 사람이 지금 저 아래에서 성을 올려다보며 자신과 싸우려한다는 것에 그녀는 마인답게 희열을 느끼기도, 어쩐지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근데 이거 진짜 재밌다~! 난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끼리 죽고 죽이고, 히히......내가 악마 맞지? 저것들이 더 사악해 보이는데."


척척 들어오는 음식들. 탑에서 유저들이 죽어가고 악마들이 죽어갈 때마다 그 메뉴는 점점 더 화려해져갔다.

지역 전체가 그녀의 밥상이자 부엌이었다. 그곳의 모든 것을 그녀는 요리해 먹으며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분명 점점 강해져가며 대마왕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힘을 얻어가고 있었지만, 불안함도 함께 따라왔다.


"쟤는...무리 전체가 위험하고..."


나타난 모든 곳에 승전보를 올리는 아이엔 일행을 바라보며 이트익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보기에도 다소 정신이 나가있는 황금 정의마저도 그녀가 나타난 곳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다.


"저쪽은 눈이 무서워...!"


그리고 그 황금 정의. 공포에 질려 아이엔에게 죽어가면서도, 아니 오히려 죽음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미쳐가는 이들.

동료의 죽음을 발판 삼아 더 강해지는 이들을 보며 이트익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나머지는 오히려 조용해서 무서워..."


그 외의 나머지 유저들, 반드시 공략하겠다는 일념 하에 온전히 하루를 녹여내버리는 미친 근성과 의지, 집착을 가진 이들.

이미 몇몇 탑은 그들에 의해 점령 당해 악마들과 몬스터들이 다시 살아나도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등, 대마왕으로서는 상당히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음! 저것들이 아직 서로 죽이고 있을 때 얼른 쫓아내는 게 좋으려나?"


지금의 저 소동이 정리가 되고 난 뒤 으쌰으쌰 다 같이 힘을 모아 돌입해오면 생전해본 적도 없는 싸움을 해야할 것이다.

그냥 밥이나 먹고 배나 불리는 삶을 살고 싶은 이트익,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의무감이 붙잡는다.

질 게 뻔한 싸움에서, 특별히 싸움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자신은 왜 싸움을 해야하는 것일까.

가슴 속에 답답함이 차올랐지만, 그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다가올 죽음을 무력하게 기다릴 뿐.


"싸우기 싫다~뭐, 그런 생각 중입니까?"

"응?"


눈매가 날카로운 검은 손가락의, 불길한 기운을 가진 남자가 쟁반에 요리를 든채 다가온다.

이 성의 안에는 그녀 말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을텐데. 탑의 설치물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텐데.

소름끼치게 웃는 그 남자는 이트익을 향해 다가가려다 조금 어지러웠던 것인지 비틀거린다.

인광은, 이번엔 또 무슨 술수를 부려서 이곳을 파고든 것인가.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불쾌함을 넘어선 황당함이었다.


"어우, 상태 안 좋네. 다신 안 해야지."

"뭐야? 누구야 넌? 여기가 어딘 줄은 알아?"

"...글쎄!"


와장창!


많이 어지러운지 쟁반을 던지며 그녀의 맞으편에 앉는다. 그녀의 의무감이 눈앞의 인광과의 싸움을 재촉하지만, 그녀의 본능은 그와의 싸움을 거부하고 있었다.

당장 어지러워서 게슴츠레 뜬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데, 그것만으로도 겁을 먹어, 계속 등을 떠미는 의무감에 처음으로 저항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김민식 씨한테. 진짜 딴 거 안 하고 먹기만 하면서 돌아다녔다며?"

"...그게 왜...요..."

"김민식 씨 입장에서는 네가 참 싫고 무서웠데. 밥 잘 먹고 기분 좋다면서 자기 옆에 있는 애를 갑자기 덥썩 집어 먹었다고."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거 말고도 조사는 많이 했어. 뭐, 여기 무 왕국 악마들은 거진 네가 다 만든 거던데?"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쾅! 콰직!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다 여전히 어지러운 듯 대뜸 짜증을 내며 식탁을 박살내고, 순식간에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 얼굴을 꽉 붙잡고는 벽으로 몰아세운다.

그 눈빛은 짙은 살기를 보이고 있었다. 인광으로서는 전에 없을 정도의 살의를 그녀에게 품고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커흑! 큭! 이, 이거, 놔!!"

"하나는,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고. 하나는, 내 거 건드는 사람이고. 하나는 회장이고 나머지 하나는 혼돈이야."


꾸욱.


두개골을 부서버릴듯 강한 힘으로 조여오는 인광에게서, 이트익은 맞서야겠다는 마음보다 공포가 앞섰다.

손끝 발끝조차 전혀 꼼짝 할 수 없을 정도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몸, 물에 잠기듯 점점 주변을 잠식해오는 어둠, 눈앞엔 이유를 알 수 없이 화가 난 인광.


"너, 이 계획 관리자냐?"

"무슨...무슨 말이야...!"

"회장이 너 여기 보내서 사람들로 실험하라고 보낸 거냐고."

"윽, 아아악! 사람이 알아듣게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얼마 전에 말랑이 연락 받고 여기 왔어. 할 일이 있어서 좀 늦었지. 아직 끝이 난 건 아니라서 애들한테 인사도 안 했어. 그런데, 대마왕이 산다는 성의 창가에 오늘 처음보는 대마왕이라는 게 눈에 보이네? 그런데, npc가 아니네?"


쿵!


바닥에 그녀를 내던지며 인광은 그녀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그녀로서는 인광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대마왕이고, 그저 마음 속의 의무감을 따라 행동했고 현재에 이른 것이 전부인데, 왜 인광은 자신에게 이토록 화가 난 것일까.

억울하고 불안함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억울함을 울음과 함께 터트려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


점점 차오르던 어둠이 다시 천천히 사라지며 창밖에서 비쳐오는 밝은 햇빛이 다시 방을 가득 채운다.

본인으로서는 이유도 모른채 화가난 인광에의해 잔뜩 겁에 질린 그녀를 인광이 붙잡아 조용히 쳐다본다.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되물어본다.


"뭐야? 진짜 몰라?"

"모, 몰라! 아무것도 몰라!"

"...어이구 진짜 모르나보네..."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인광은 눈물을 글썽이며 훌쩍이는 그녀를 내려다보다 어색함에 자기 머리를 긁적이다.


"아이 거, 뭐냐...그럼 그쪽도 피해자인 셈인가?"

"콜록 콜록! 이씨! 그럼 지금 내가 피해자지 가해자야?!"

"그렇긴 해. 흐음...이를 어쩐다."

"뭐가!"


쿵...!!!


성 전체가 크게 울릴 정도의 지진이 전해져온다. 불규칙적인 짧은 간격으로 쿵쿵하고.

어쩐지 섬뜩한 기분이 든 그녀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자 돌연 창가로 황금의 투구가 날아와 부딪혔다.


"뭐, 뭐야!!"

"아니, 저거...상대가 대마왕이다보니까 나도 그 비슷한 걸 데리고 왔거든."

"뭐?"

"요번에 제대로 한 번 전투력 측정도 할 겸 해서. 와아, 이거 좀 곤란하네. 아니 그러길래! 좀 착하게 살지 그랬어!"


황금의 기사들을 상대로 새까만 몽둥이를 휘두르며, 불처럼 타오르는 일렁이는 거대한 붉은 뿔과 속에서부터 타오르는 듯한 검은 뿔을 가진, 검투사 복장의 마인.

시험의 길에 들어가기 전보다 더 많은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서 드디어 세상으로 돌아온 오만과 명예를 깨달은 우마족 전사, 외뿔이.

동료의 죽음으로 더 강한 힘을 얻는 미치광이들을 벌레 잡듯이 잡아내는, 대마왕조차 섬뜩해질 정도의 괴물에 이트익은 진짜로 도망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망갈 구석은 없다. 이 성은 그녀를 보호함과 동시에 그녀를 가둬두고 있었던 것이다.


"아아아아!!! 도망갈 곳이 없잖아!"

"...하하하! 미안해서 어쩌지? 아이 참, 그런데 나 지금 여기서 시간 많이 못 빼는데...그, 미안한데 그래도 대마왕이니까 잘 할 수 있지?"

"뭐, 뭐뭐뭐, 뭐라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릴 해! 저걸 상대로 뭘 하라고!"

"어떻게든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난 대마왕인 당신을 믿어! 당신을 믿는 날 믿어!"

"뭘!!!!"


창밖의 유저들이 황금 정의가 외뿔에의해 쓸려나가자 다급하게 각자의 탑으로 뛰어들어가 공략을, 대피를 시작한다.

지금 당장은 황금 정의에게 휘둘러지는 저 몽둥이가 오래가지 않아 자신들을 향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단 한 명, 시간을 끌기 위해 아이엔이 그 자리에 남았지만 그 아이엔마저 긴장감을 숨길 수 없어 보였다.


"내가 있지? 쟤 데리고 올 때 도발성 멘트를 몇 개 던졌거든. 그래야 말을 들어먹을 것 같아서."

"미쳤어...나, 난, 난 여기서 빠져나갈거야!"

"아니! 이미 저 녀석이 싸우기로 마음 먹은 이상 도망가도 소용없어...포기해라 대마왕! 순순히 정의의 철퇴를 맞아라!"

"뭐가 정의라는 거야! 네가 어떻게든 해봐! 네가 데려왔다며!!"

"어허! 아는 척 하지마세요! 누구신데 아는 척 하는 겁니까! 혹시라도 저게 나랑 그쪽을 한 편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려고! 쓰읍!"

"?!"


쾅!!!


아직 탑은 공략되지 않았는데도, 외뿔은 기절한 아이엔을 한 손에 든채 대마왕의 앞에 나타났다.

기겁하는 대마왕은 자연스럽게 인광의 뒤로 숨어들었고 인광은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녀를 지키는 듯한 모습으로 서게 되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

"살려주세요! 저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인간의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다지."


구선진 곳에 살며시 아이엔을 내려놓은 뒤 다시 인광과 대마왕의 앞으로 걸어와 그들을 바라본다.

그 눈은 강자와의 싸움에 의한 기대로 인한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작 그걸 알아차린 인광은 체념하였지만.


"3배로 늘려주마!"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별 수 없지! 와라 외뿔! 대마왕은 내가 지킨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듯 했지만, 이 자리에 그런 것을 짚어줄 사람은, 기절한 아이엔 뿐이니. 결국, 외뿔과 인광의 싸움이 시작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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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공포를 심어주는 법 21.06.29 10 1 15쪽
268 괘씸죄 21.06.28 12 1 12쪽
267 던전 브레이커 21.06.25 13 1 11쪽
266 괴상망측한 괴성 21.06.24 15 1 14쪽
265 이글거리는 이빨 21.06.23 13 1 12쪽
264 이 자는 누구인가? 어떻게 죽었는가? 21.06.22 11 1 12쪽
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11 1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9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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