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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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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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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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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략적 후퇴

DUMMY

"으아아! 드디어 보스전이다!!!"


모든 탑의 설치물을 부수는 것에 드디어 성공한 유저들이 신나서 우르르 달려온다. 드디어 염원하던 대마왕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의 안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멀쩡한 모습만 기억하던 그들은 묘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당장 괴물로 보이는 김민식 씨를 대마왕이겠거니 생각하여 타겟팅한다.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으으...말랑아...? 이게, 무슨 일이야? 여기 어디야?"

"엔! 부탁이야 사람들 좀 말려줘! 자연아! 인광 씨한테 지금 상황 좀 전해줄래? 내가 좀! 바쁠 것 같아!"

"음, 그럴게."


종종 걸음으로 인광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자연과 후유증이 남았는지 비틀비틀 김민식 씨와 싸우려는 사람들에게로 다가가는 아이엔, 머리가 복잡한 말랑이.

그러나 이미 전투 상태에 돌입한 김민식 씨였기 때문에 유저들은 또 다시 탑을 공략하지 않기 위해서 맞서 싸워야 했다.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자 지금까지 성 안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악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싸움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간다.


"빌어먹을 정신나간 사이코패스 놈들! 더이상 네놈들이 이 세계를 뒤흔드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

"저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황금 정의여 영원하라!"

"우리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고통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한다! 더이상 네놈들에게 밀리지 않으리라!"

"으아아! 뒤에서 미친놈들이 밀려온다!"


한술 더떠서, 대체 왜 이렇게 회복이 빠른지 알 수가 없는 황금 정의 놈들도 빠르게 성으로 들어와 그 난장판에 순가락을 얹는다.

재수없게도 황금 정의의 하드 카운터인 말랑이는 인광을 보조하느라 힘이 많이 빠진 상태였고, 아이엔은 아직도 외뿔이와의 짧은 싸움에서 회복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가뜩이나 정신없던 말랑도, 상황에 휩쓸려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이럴 때인가? 이럴 때 써야 하는 건가?!"

"...엇, 야! 말랑아 잠깐!"

"인광 씨 미안해요! 지금이야 말로 절체절명의 위기!!"


쨍그랑!


말랑이가 새까만 연기가 든 병을 꺼내 바닥에 집어 던지자 성의 바닥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들고 인광의 부하들이 우르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여러 종류의 몬스터들, 생쥐 수인에 성기사 손톱과 인형, 제정신은 절대 아닌 전투광 오소리 수인에 시끄러운 전장에 한층 더 정신없는 소리를 끼얹을 중 2병 걸린 고블린 마법사 놈들.

어디 그뿐일까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 어둠이 드리우며 거대한 날치와 그 날치의 새끼 마탄어들이 줄지어 구름 위에서 내려와 폭격을 시작하니.

그야 말로 아수라장, 지옥도가 펼쳐진다.


"전장의 뜨거운 소리가, 비릿한 피냄새가...나를 부른다...! 오라! 이것은 성전이니! 우리 위대한 지혜의 육익의 승전보를 위한 제물이 되어라!"

"이봐이봐, 너무 진지하게 하지 말라고...우리가 진심을 내버리면 이 세계가, 멸.망. 해버릴 지도 모른다고?"

"흥, 날 바보로 아는 거냐? 당연히 힘 조절을 해야지."

"하암~저희들이 나설 필요가 있을까요? 이미 충분히 난장판인 것 같은데. 알아서 자멸하게 내버려두죠?"

"그만, 우리들의 왕, 광기의 제왕이자 어둠의 대리인이 직접 명령한 일이다. 명령을 가볍게 여기지 말도록."

"예이~예이! 알겠습니다요~! 그럼...죽여볼까요?"


오만한 고블린 마법사가 마법을 쏟아붓는다. 마치 당장이라도 전부 죽여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했으면서도 그 마법은 정직하게 적으로 보이는 악마들과 김민식 씨에게만 날아들었다.

끊임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허세를 담은 말과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주문을 외우지만 정작 마법은 기본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것들을 사용하였다.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중2병 대사에 유저들이 해당사항 없는 디버프에 걸린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였지만, 고블린들은 오히려 그 모습으로 적아를 구분하는 듯 했다.


"적은 누구냐?! 너냐? 너냐?!!!"

"이히히! 죽여! 죽여어어어!!!"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너그들 머리통을 바나나로 만들어버릴끼야!!!"

"피! 피다 피! 내게 피를 보여줘! 이힉! 이히히히! 무지개 피를 보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거야!!!"

"개미 새끼보다 큰 건 싹 다 죽여라! 개미도 밟아 죽여어어엇!!"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오소리 수인들은, 과연 인광의 첫 광기의 산물답게 지극히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고블린들이 적아를 확실히 구분해서 공격을 퍼붓는 것과는 달리 오소리들은 같이 그림자에서 나온 동료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공격했다.

유저들에게 하나 다행이라면, 황금 정의의 쓸데 없이 번쩍이는 갑옷 탓에 오소리의 눈길을 사로잡아 버렸고, 그나마 오소리의 무차별 공격으로부턴 안전할 수 있단 것이었다.


"...군사총사령관,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손톱, 그나마 네가 정상이라 다행이야. 저기 괴물은...잘은 모르겠지만 말랑이가 신경쓰고 있는 것 같으니까 뒤로 미루고, 일단은 악마들이랑 황금 갑옷을 입은 놈들을 노려."

"예. 인형, 부하들을 인솔해서 악마들을 상대해라, 내가 저 황금 갑옷을 상대하지."

"...응...힘내...큰 오빠..."

"여긴 전장이다. 1기사단장이라고 불러라."


물 쏟아지듯이 밀려나가는 오소리들의 뒤를 따라 손톱이 황금 정의에게 달려든다.

생쥐 성기사들 중 가장 짙은 광기를 품은 손톱을 상대로 과연 황금 정의는 자신들만의 뒤틀린 정의를 지킬 수 있을까.


펑! 퍼펑! 쾅!


그런 것은 관심도 없다는 듯, 하늘에서부터 폭탄이 쉴 새 없이 떨어져내린다.

그 지역의 그 어느 것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이곳을 폐허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성의 내구도는 굉장히 높았고, 인광제 폭탄이 쏟아져내려 터지고 터지고, 또 터져서 대기의 공기마저 전부 태워버리는 듯 해도 성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물론 외관은 그렇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폭격은 당연히 성 안의 사람들을 더욱더 흥분시켰다.


"으아아! 이게 뭐야! 이게 뭐야아아아!!!"

"으어어, 나 지금 클럽에 온 것 같아...술도 안 마셨는데 술 마신 것처럼 어지러워...우욱! 토, 토할 것 같아...!"

"인광 씨랑 엮이면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진짜 이해가 안 가 정말..."

"으어어! ptsd 생길 것 같아! 난 전쟁이 싫어요! 난 전쟁이 싫어요!!"


점점, 점점 짙어져가는 모두의 광기, 누구 하나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분위기에 휩쓸려 미쳐가는 자리.

그러한 광기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인광과 외뿔이 싸우고 있는 그 영역이 조금씩 소리도 없이 넓어져가고 있었다.


"히잉, 내가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말랑아, 자책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싸워야 돼!"

"굳이 네가 아니었더라도 벌어질 일이긴 했지. 조금 앞당겨 졌을 뿐이야."


말랑이가 자책을 하면서도 어떻게 수숩을 해보려 고개를 들었을 때, 어쩐지 조금 성안이 어두워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빛의 신을 모시는 입장이라 더 예민한 것도 있긴 했지만 서서히 어두워져 가는 성안을 둘러보다, 뒤늦게, 자연이가 밖으로 나온 것을 알아차린다.


"인광 씨는?"

"금방 나올 거야. 저 미친 소 때문에 나오기가 쉽지 않아."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여기 나온 거야? 당연히 아저씨 때문이겠지?"


툭.


어질어질한 분위기 속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는 말랑이, 그녀의 등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는다.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화들짝 놀라 슬라임의 모습으로 돌아가 아이엔에게 안겨버리니, 어느 사이엔가 인광의 영역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올 정도로 넓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넓어, 졌지?"

"그러게."

"주변의 광기에 영향을 받아서 점점 넓어지고 있는 거야. 광기는 전염성이 심하니까."


점점 빠르게 계속해서 넓어져가는 인광의 영역, 또 하나의 정신 없는 상황의 등장에 성안의 비명 소리가 더 커져간다.


쿵!


그 비명 소리 중 하나를 담당하는 김민식 씨, 완전히 괴물이 되어버린 그가 넓어지는 인광의 영역을 향해 달려든다.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것인지 무작정 검을 휘두르고 뜯어먹으려는 듯 계속 그 검은 반구에 이빨을 박아넣으려 한다.


"크르르르르락!!!"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마, 말릴 수 있나?!"

"뭐든 빨리해, 멍청이들이 이쪽으로 모여든다."


김민식 씨의 이동에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의 이목이 인광의 영역으로 향하였고, 자연스럽게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콱!


기어이, 김민식 씨가 자신과 함께 거대해진 그 검을 영역에 박아넣었을 때, 영역에 금이 생기더니, 빠르게 영역 전체로 그 균열을 넓혀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영역은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이제는 대마왕 급의 괴물이 되어버린 김민식 씨의 일격도 아슬아슬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악에게!! 정희에!!! 털태를!!!!"


은연 중에 부서지면 안 되는 것 같은 인광의 영역이 부서지지 않은 것에 안도하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갈 긴 것은, 상태이상에 걸려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던 황금 정의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


쩌적! 쩌저적!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부서지는 영역을 바라보며 불안함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평소 인광과 오래 하던 이들이나 뭔가 큰일이 나기 직전이라는 느낌만을 어렴풋하게 받을 뿐.

그 본능적인 기분에 말랑이는 황급히 정신을 잃은 대마왕을 집어 삼켰고, 아이엔은 말랑이와 자연이를 품에 끌어 안은채 외뿔이가 뚫어놓은 창가로 달려가 성밖으로 뛰어내린다. 그리고.


쾅!!!


"술 줘!!!!"

"울 엄마 파이팅!! 아들이 좀 있다 술 줄게!"

"크하하하! 가장 오래된 영물이라니! 몸풀기 상대로는 제격이로군!"


성을 완전히 붕괴시키며 거대한 산양의 머리가 나타났다. 인광이 스스로 어머니라고 부르는 인광의 스승이기도 한 산양이.

결국 인광은 외뿔이와의 싸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모님을 부른 셈이었다.

도르핀의 등장으로 성밖으로 터져나가버린 이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할 때, 그 사이에서 인광도 식은땀을 흘리며 착지한다.


"오래 기다렸지?"

"인광...씨, 인광 씨!!! 흐아아앙!"

"어어?! 뭐야! 우리 말랑이 누가 울렸어! 언놈이야!"

"당신이에요! 인광 씨 때문이라고요!"

"...미안!"

"제대로 설명해주세요! 왜 갑자기 대마왕을 지키라고 한 거예요?!"


울음 섞인 화를 버럭버럭 터트려내는 말랑이를 넘겨 받고 인광은 말랑이 속의 대마왕을 알아차린다.

바로 조금 전과는 다르게도 영혼이 빠져나가 육체만이 남아 있는 텅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그녀.

인광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차며, 아직도 여전히 난장판인 주변을 둘러보다 짧은 한숨을 내쉰다.


"뭐 좀, 잘 해보려고 한건데, 또 이게 잘 안 됐네. 그 와중에 전에 하던 일에 필요한 것만 얻었고 말이야."

"무슨 말이에요?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에 계신 건데요?"

"그건 비밀이야. 어디 전능하신 누구께서는 내가 뭘 하려는 건지 다 알고 딱딱 준비를 해주신 모양인데, 하여튼 역겨워 정말."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앞으로 이럴 거면 저 부르지 마요!"

"어어? 나 말랑이 없으면 많이 외로운데? 막 외로워서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멎쩍게 하하 웃으며 인광은 자연스럽게 털레털레 걸어가 쓰러진 황금 정의의 기사의 목 뒤에 무언가를 심는다.

긴 한숨의 뒤로 무너진 성 위에서 난동을 피우는 도르핀과, 신난 외뿔, 완전히 식욕에 집어삼켜져버린 기민식 씨를, 이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김민식 씨를 바라본다.

드물게도 안타깝다는 표정을 하던 인광은 아수라장이 된 대마왕의 던전을 한 번 훑어보고, 마지막으로 평소의 포지션, 머리 위의 말랑이, 품 안의 자연이를 안으며 가볍게 말한다.


"도망갈까?"

"...그래요!"

"후퇴가 부끄러운 일은 아니죠."

"역시 아버지! 현명하세요!"


결국 그날, 정말 너무나도 많은 일이 한 번에 일어난 그날,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없이 해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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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요정의 호수 21.07.13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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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신대륙 탐험대 21.06.21 12 1 11쪽
262 이번엔 제 차례가 아닐까요?!-외전- 21.06.20 9 1 6쪽
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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