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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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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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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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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살려주세요...

DUMMY

에롤과 한바탕 소동 이후, 여전히 뚱한 표정의 파이와 단 둘이 현실에서 마주 앉았다.

...우리 두 사람 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확신시키듯, 파이의 부풀어오르는 배에, 동시에 눈길이 향한다.

임신 사실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그게, 열매의 조각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아낸 탓에 각오를 다진 나나 파이나, 많이 당황했다.

그러니까, 나랑 파이 사이에서 짜라란 하고 나타난 아이가 아니라, 게임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현실에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서 벌어진 사태가 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게임인데 왜 유독 내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적당히해 적당히. 나만 특별한 사람인 거 아니잖아. 우리 모두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잖아, 그렇잖아!


"씨이..."

"험한 말 하지마. 태교에 안 좋아...그 안에 있는 애는 출생이 그래서, 다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태교는 옘병...!"

"...아이, 그...허허허, 흐으, 흐흐...살려주세요..."


일종의 저주다. 열매라는, 대륙 전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것의 조각을 받아들인다는 일이 쉬울리가 없다.

그걸,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처음 한 번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진행이 되어서 괜찮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대화를 해봤어야 했어..."

"하면 뭐가 바뀌는데..."

"혹시 모르지, 처음 아이처럼 순순히 협조해줬을지도 모르잖아."

"뭐가 순순히야 돌아오고 한동안은 비키라고 협박을 얼마나 했는데. 겨우 죽였기에 망정이지."


파이의 말로, 이번에 돌아온 아이는 굉장히 부정적인 성격에 수동적인 아이였는데 파이와 나를 보며 질투와 집착을 가지게 되어서 이 사단이 일어났다고 한다.

파이에게는 '왜 너만 행복해? 왜? 나도 행복해도 되잖아?' 질투와 시샘. 처음 아이와는 달리 파이의 일부분이라는 자각이 부족한 탓에 그런 부분이 더 심했던 것 같다.

또 나에게는 '나도 너랑 있으면 안 돼? 너랑 있을래. 그래도 되잖아? 그치?' 같은, 어마어마한 집착.

정말...정말 깜빡하고 있었다. 이 열매가 대륙 전체에 무기력증과 집착증을 흩뿌린 원흉이란 걸...


"그나마, 그 황금 정의인가 뭔가 덕에 여유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러게."

"너도 너 모르는 사이에 조금 뜯겨나간 거 알고 있지?"

"응..."


이미 한 번 경험이 있고, 척 보기에도 별로 상태가 안 좋다는 걸 파악한 파이가 돌아올 때 미리 수를 썼지만, 나와 손을 잡은 순간, 파이에게 돌아가는 순간 우리 영혼을 조금씩 때어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된 건데...진짜 미쳐버릴 것 같다. 쾌락 없는 책임이란게 이런 걸까...


"깜짝 놀랄 소식을 듣고선 모닥이 등장!"

"......"

"모닥이는 들어버렸습니다. 엄마 뱃속의 아이가 열매의 조각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

"이히히! 이런 줄 알았으면 아빠가 그렇게 안 맞아도 되는 거였는데! 그치! 아! 그리고 난 말이지, 기왕이면 남동생이 좋을 것 같아! 여동생은 이미 있잖아?"

"아이고 아들..."


20년의 세월이 지나고서도 성숙해지지 못한 내 몸에서 떨어져나온 내 아들이 나름은, 나름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이 가벼운 말투로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지만 파이는 지금 그런 장난을 받아줄 정도로 여유가 있지도 않았고,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분노에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당장의 파이에게 있어선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닫어...!"

"넹. 쫌 무섭당, 헤헤."


내게 돌아와 위로해달라는 듯이 몸을 들이미는데, 나도 그렇게 상태가 좋진 않아 아들...

백 번 천 번 회피하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이젠 너무나도 확실하게 알아버렸거든.

...그래, 그래도 네가 뭐, 나쁜 마음으로 그랬겠니. 이 복슬복슬한 털을 쓰다듬다 보면 현실이 바뀌어있을 거야, 그치? 하다못해 이성적인 사고라도 돌려주겠지.


'...하아, 그래...그래...뭐든 해야지! 이러고 있어서 어쩌게!'


"...오케이! 현상 파악부터 다시 천천히 시작하자!"

"그래. 일단 이때까지 조심했던 게 전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 이건 무슨 현상이야?"

"아이, 뭐, 저기야..."

"내가 저기야? 죽고 싶어?"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그, 아이에 대한 연구를 해보자 이거지. 정상적인 방식으로 생겨난 아이는 아니니까."


이렇게 된 걸 깨달은 것도 최근이라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에는 순간 이게 뭔가 싶어서 나나 파이나 사고가 멈춰버렸었고.

그래도 차라리 지금이 낫다 싶기도 한 것이, 그전까지는 서로서로 '어, 실수했나?' 라는 생각에...나만 얻어맞았다.

열매의 짓이란 걸 알기 전까지는 나도 내 실순 줄 알고 그냥 맞았지 뭐...그런데 이렇게 되면 일단 내 실수는 아닌 거잖아. 골치 아픈 상황인 건 변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죄인 신세는 벗어난 거지.


"사람의 영혼을 100으로 치자. 너 같은 경우엔 열매와 떨어진 순간 50만 남은 셈치고."

"열매의 조각들이 몇 조각으로 나눠졌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느낌으로는 세 조각에서 네 조각 정도겠네. 하나에 대충 12에서 13정도겠네."

"그래, 열매라는 특성 탓에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기는 했지만 사실 가진 영혼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지. 그래서 더 불안정한 상태였고, 그 탓에 혼돈에게 놀아나게 된 거지."

"그리고 두 번 다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 영혼 자체가 모자라서 어른의 모습이 아니었던 거야."

"...잠깐, 그럼 네가 영혼을 다 되찾으면 40대가 되는 거야?"

"...그럴지도."


관리해주면 되겠지. 현실의 몸은 또 20대의 몸이니 큰 상관 있으려고.

그래서, 여기서가 중요하다. 이번의 아이가 돌아올 때, 파이는 굉장히 철저하게 대처를 했고, 아이는 제대로 저항하지 못 했다. 굳이 따지자면 본인의 계획이 있으니 안 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자신을 흡수당한 아이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내게서 조금, 파이에게서 조금 영혼을 때어갔으니, 그 영혼의 상태가 멀쩡할 리가 없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그게 현실에까지 영향을 끼치느냐이지. 어쩌면, 파이가 원래는 npc였기 때문인 걸까? 게임에서 영혼이 뜯겨나간 것이 현실에서도 영향을 끼치기도 했으니까. 그래, 이제 이해가 되네.


"기껏해야 5나 10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아이가,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거지?"

"...내 영혼으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라서?"


아, 물론. 나는 흐름을 익힌 탓에 조금 특수한 상황이긴 하다. 쉽게 말해 파이처럼 내 영혼이 뜯겨나가도 난 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특수함이지.

다르게 말하면 내게서 한웅큼 때어간 것이, 다른 사람의 한웅큼과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 아이가 품은 이상할 정도의 강력한 힘도 이해는 된다.

잠시, 파이의 배에 손을 올려본다. 흐름을 잃다보면 뭔가 특이점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상하다...그냥 건강한 아이 같은데?"

"건강한게 정상이란 뜻은 아니잖아. 촌장 그 모양인데 건강하잖아?"

"아...그럼 역시,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왜! 저번에 그 대마왕 같은 상태인 거 아니야? 아빠가 챙겨갔던 그거!"


대마왕과 같은 상태라...확실히 그 대마왕은 영혼도 육체도 멀쩡했지만, 말 그대로 영혼이 날아간 것 같은 상태였지.

따지자면 현실의 루시 로웰과 비슷한 상태였을 것이다. 몸은 죽지 않았지만 특별히 살아있지도 않은, 그냥 그 상태 그대로 완전히, 영원히 멈춰버린 상태.

이번엔 하마터면 김민식 씨가 그렇게 될 뻔하기도 했으니...만약 저 뱃속의 아이가 그런 상태라면...어어...어쩌지?


"...과정 생략하고 이러고 있으니까 빌어먹을 인큐베이터가 된 기분이야."

"그럼 과정 생략 안 됐으면 괜찮아?"

"너 하기 나름이지."

"...그런데 너 내 실수인 줄 알았을 때도 화냈잖아."

"불만 있어?"

"아니요아니요. 우리 자기님에게 내가 무슨 불만이 있으려고."


에휴...뭔가, 뭐...어떻게든 하긴 해야겠는데 참. 어우, 답답하네.

혹시, 아직 남아 있을 영혼을 더 모아보면 뭔가 달라질까? 짜라란, 영혼 부족 상태가 해결되었답니다~ 하면서.

아니...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구나. 아, 아 진짜 이건 좀, 이건 좀 그래!

솔직히 말해서 당장 떠오르는 게 없는 건 아니거든? 해결 방법이 딱딱 떠오르긴 하는데! 전부 다 어떻게 실행으로 옮기긴 좀 그래...


"일단, 어쨌든 낳아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았네."

"네가 낳아야 하는건데 되게 위기감 없이 말한다..."

"그럼 죽여? 어? 죽이냐고."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그냥 좀...하아, 어떻게 이렇게 순탄치가 않냐 인생이."

"첫만남부터 그랬잖아."

"그건 그래. 이러고 사는게 우리 운명인가보다."


그런 관계로. 파이는 당분간 게임 접속은 피하기로 한다. 게임 속에서의 일이 현실에서도 크게 영향을 끼칠 지도 모르는 파이다. 조심해야지.

어처구니 없게도 난 그덕에 신대륙 탐험을 나설 수 있게 되었고 말이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남편이다.

다만, 파이가 어차피 인광국 안에 없다면 굳이 애들을 인광국에 남겨둬야 할 이유도, 내가 굳이 그곳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무책임한 건 아닌 것 아닐까?

그리고 당장의 사태가 현실에서 서로 머리 맞대고 끙끙거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뭔가 해결 방법이 없나 찾아보자.


"그래서,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있어?"

"부족한 영혼을 채워넣는다. 이건 벌썩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어렵진 않아. 그 영혼을 찾는게 어려워서 그렇고? 그 영혼이 현실에서 우리들의 새 아기로 태어날 거란 게 문제지."

"다른 건?"

"파이 너나 아이엔이 지금 현실에 있을 수 있는게 다 세계의 찌꺼기 그거 때문이잖아. 그걸 이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하는 건데."

"그런 위험한 걸 어떻게 이용해."

"그러니까 말이야."


일단, 입밖으로 꺼낼 수 있는 방법들은 이 정도고. 나머지는 그냥 없는 걸로 치자. 나조차도 내 인간성이 의심되는 방법들이니까.


"...하아..."


내 실수 탓에 일어난 일인 줄 알았을 때는 당황해서 화를 내면서도 막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아 보였던 파이.

지금은 자기 배를 내려다보면 정말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다. 지금의 저 감정은 감히 내가 해아릴 수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만 딴 하고 남아 있으면, 이건 뭐 어쩌란 건지.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하아...얌전히 손잡고 말 듣고 해서 진짜 괜찮을 줄 알았는데...차라리 전처럼 나를 얼음에 가둬두려고 했던 애가 오히려 말이 통하는 아이였다니.


"머리가 고장날 것 같아..."

"원래부터 네 머린 조금 고장나 있었어."

"네가 입이 험한만큼 멘탈도 단단해서 다행이야."

"...오오, 뭐지? 내가 빠져야할 분위기인가?"


또 괜히 파이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딱밤을 얻어맞고 시무룩해진 모닥이를 내보내고서도, 우리는 한참을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저 우울해 보이는 파이를 그냥 두고 보자니.


"너에대한 집착이 만든 아이가 태어나면, 태어나자마자 너한테만 안겨 있으려나..."


우울함이 더더 그 몸집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내버려뒀다간 밑도 끝도 없는 우울함에 빠져서 열매의 조각, 그 아이처럼 시종일관 우울한 표정으로 말 한 마디 안 하는 파이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해결할 방법...과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사건이 해결이 되지 않더라도 파이가 우울해지지 않을 방법을 고심해봐야겠다.

그건 정말...정말 힘들겠지? 여지껏 해온 다른 일들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진짜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파멸 아저씨는 뭘 알까...? 그런데 물어보러 가면 짜증낼 것 같은데...


'아, 제발...누가 나 좀 살려줘...'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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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서러움-외전- 21.06.20 9 1 5쪽
260 동생-외전 +1 21.06.19 10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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