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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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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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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힘으로 증명해라

DUMMY

수많은 세이렌들이 멀리 보이는 안개로 뒤덮인 바다로 앞장서 나아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이 우울한 표정인 것만 빼면 말이야.


"이번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나쁜 짓?"


복수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고 하던가. 솔직히 잘 모를 말이다. 지금의 나는 조금 상쾌해진 기분인데.

물론, 마음 한 켠에 찝찝함은 남는다. 거짓말을 했다는 것에서 찾아오는 불안감 말이다.

아니 솔직히, 총알 몇 발로 보스몹 잡는게 말이나 되냐고. 상태이상 적중 시켜도 보스몹이니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늘리고 늘려도 1분 정도 유지되다 풀리는게 정상이다.

그 짧은 시간에 애들이 내가 한 짓을 완전히 믿게 만들고, 장의사가 여왕의 영혼을 뽑아 관에 가두고, 인형이 조종해 잠든 것처럼 보이게 해서 남은 세이렌들을 아래에 둔 것이지.

뭐 엄청 강한 몹이었으면 그것도 안 됐을 테지만, 일단 여왕의 영혼이 그 거대한 나무의 조각으로 만든 관 안에서 뛰쳐나올 정도로 강하진 않았다는 건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안개의 바다라...아저씨도 참, 여러모로 저쪽이랑 인연이 많네요."

"그러게...진~짜 그러게다. 왜 이렇게 많이 엮이나 몰라. 여기도 에셋 신체 조각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 혹시 에셋이랑 나랑 뭐 전생의 인연이 있다거나 그런거 아니야?"


에셋을 떠올리니 괜히 또 희망이의 얼굴이 떠올라 기분이 복잡해진다. 에셋이 죽었기에 망정이지, 살아서 그 모습을 봤으면 무슨 기분이었을까.


"어, 어? 어?! 마왕님 저기! 저기 다른 배!"

"음?"


한참을 멍하니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세이렌들의 우울한 노래를 들으며 적당히 잘 부른다며 박수나 쳐주고 있었더니 갑자기 저기 멀리서부터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배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하나가 아니라 둘, 셋...계속 늘어나고 있다. 점점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다!

허어...뭐, 혹시, 여기가 입구인가? 그것 참...뭐라고 해야할까...어디로 가든 도착지가 같다는 건 조금 그거하네.


"와아, 뭐야 저거...돌고래야? 돌고래가 묘기 부리면서 군함 길잡이를 해주고 있는 거야?"

"진짜 판타지 그 자체..."

"저쪽은 뒤틀린 아포칼립스 시대의 잠수부 같이 생긴 게 길잡이 해주고 있는데요? 서핑보드 타고 즐거워 보이네."

"...우, 우리도! 우리도 세이렌들이 노래 부르면서 길잡이 해주잖아!"


저 봐! 사람들이 노래 잘 부른다고 앵콜 연호하니까 부끄러워하기도 하잖아! 음, 저 자리에는 내가 없으니까...!

그래도 뭐,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어떻게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살짝 그거 같다. 그래도 쟤보단 얘가 낫다...이런 마음이 아닐까? 그게 계속되다보니 호감으로 발전한 것일지도.

흐음...내가 갑판에 안 나오는게 지금 상황에 더 이로운 건가?


"와아...함포 봐 미쳤다...저걸로 빵빵 쏘면 드래곤도 날개에 구멍나서 추락하는 거 아님?"

"그렇진 않습니다. 드래곤들은 상당히 초월적인 생물이기 때문에 무식한 물리력에 대해선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많죠."

"오우 쓋...! 구원의 대영웅...! 실물 처음 봐!"

"와아...세상 진짜 불공평하다. 분명 3cm일 거야...신은 공평할 거야! 제발 그렇다고 해줘!"


등장만으로도 갑판 위와 바다 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에롤이 우리 배에 올라탄다. 유난히 가까이 오더라니.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세이렌들을 한 번 슬쩍 보고 살짝 웃어주더니 나를 바라보며 쓰게 웃는다.


"허어...! 미남이 마왕님한테 다가간다!"

"와아 쩐다...야성미 넘치는 마왕님이랑 정갈한 분위기의 대영웅...완전 정반대의 남자 둘이 단둘만의 시간을...크흐..."

"그냥 그거 아닌가? 잘 생긴 애랑 못 생긴 애랑 친구 먹고 지내는 그거 아니야? 현실에 자주 보이던데."


빌어먹을 놈들. 같은 유저라고 적당히 배려해주려고 했더니 이놈들이 아주 그냥 사람 생긴 걸로 무시하고 들어?


"왜."

"아니, 너다운 방법으로 길잡이를 찾아낸 것 같아서."

"...뭐!"

"누구라도 그랬을거야. 세이렌들은 굉장히 호전적인 종족이니까. 게다가 여기엔, 대영웅도 없잖아."

"흥, 그래. 세이렌들이 지레 겁 먹고 굽신굽신 해줄 사람이 여긴 없어. 그러는 너희들은 아주 그냥 대영웅의 위대한 위상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왔나 봐?"

"이야기를 들어보니 꽤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더라고."

"얼씨구, 뭐 종족이 거의 멸종위기 직전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없겠냐는 말이라도 들었나보지?"

"그런데? 뭐야, 너 도청기 설치했어?"


하아이, 젠장할. 난 왜 저런 부드럽고 상냥한 이야기들에서 계속 겉돌게 되는 거지? 나도 저런 거 잘 할 수 있는데.

흐음...그런데 잠깐. 지금 여기에 있는 이 배들. 대영웅을 태운 이 배들이 전부 다, 안개의 바다에 일제히 들어가는 거야? 이 방향은 정확히 고래족 애들한테 가는 길인데?


"...그래,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엔 신대륙에서 보자. 2년 뒤! 신대륙에서!"

"2년이나 걸리진 않을거야. 그리고 너도 방주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을 것 아니야. 내 앞이라고 모르는 척 하지마."

"쳇."


아아 미친, 그럼 이 대영웅들이랑 방주 놓고 대결해야 하는 거야? 와아...세이렌 놈들한테 주변에서 노래라도 불러서 환각 작용 일으키라고 할 걸. 그러면 이런 일도, 조금은 늦춰졌을 텐데.


'...에이, 아니다. 걸렸으면 죽었어.'


쿵쿵!


하나 둘, 서서히 모여드는 배에 돌연 안개속에서 북소리가 터져나왔다. 분위기 상으로는 고래족이라는 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바다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북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짙은 안개의 너머로도 흐릿한 실루엣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안개의 바다, 시험의 바다, 고대, 전통...무엇이라 불러도 좋으나, 우리들은 이리 부르지. 고래들의 바다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연합의 군함이 작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마치 섬과 같은 거대한 물건이 바다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온다.

그 위에 선 거인 같은 커다란 고래족, 카란틀리아의 황제보단 조금 더 고래 본연의 모습이 더 많이 남은 이들이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로 우리에게 환영 인사를 건넨다.

흠, 원래 이런 거야?


"이상하네. 고래족은 자존심과 자부심에 사는 종족이라 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했었는데."

"오오,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우리 세이렌 친구들에게 나중에 천천히 말해봐야겠어."


쿵쿵!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고래족의 거대한 배에서 북소리에 맞춰 착착 계단이 내려온다.

그 계단 하나하나가 하나같이 거대해서 일반적인 사람으로는 계단 하나를 오르기만 해도 지칠 것 같다.

올라오라는, 생각보다 상냥한 환대에 각 배의 대표격이 되는, 대영웅들과 내가 우선 올라가본다.

아, 난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올라갔다.


"너희들이 방주를 얻어 새로운 대륙으로 가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우와...그거 알아? 바다에는 표류석이라고 무조건 물 위에 뜨는 돌이 있다고 하거든? 이 배 그걸로 만든 모양인데?"

"아하, 그 표류석으로 다리 도시를 만들 생각이었구나 너?"

"...아, 내가 말 안 했던가? 카란틀리아에서 물 다음으로 많은게 그거라고 해서 한 번 써보겠다고 했지."

"조용!"


에롤과 적당히 잡담이나 나누고 있었더니 갑자기 고래족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나만 노려본다.

흐음, 세이렌에게 했던 일이 들통난 건가? 곤란한데. 아니 흘러가는 느낌을 봤을 때는 이거, 내가 광기라고 멸시 당하는 그 느낌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먼저 선수를 치기로 하자. 녀석들이 트집을 잡아서 내려가라고 하기 전에 말을 꺼내 그냥 그런 생각 자체를 잘라내버리는 거지. 동시에 유능함을 뽑낼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래서, 혼돈에게 겁 먹은 고래 아저씨들. 우리 용건만 짧게 합시다."

"?!"


자존심, 자부심. 바다의 최강의 종족이라는 외뿔이 저리가라할 정도로 오만할 놈들.

그리고 동시에 방주라는 특수한 배를 가지고 있고, 시험을 한다는, 상당히 높은 위치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려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이 우리를 마중 나온 이유. 자존심 강한 녀석들이 대뜸 그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온 이유.

바다를 건너간 혼돈, 그 녀석이 그냥 지나갔을 리가 없다. 날더러 준비되기 전엔 오지 말라고 이거저거 잔뜩 준비를 해뒀겠지.

그리고 그 준비로 인해 고래족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혼돈의 깜짝 등장에 내부가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그 아수라장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뻗은 도움의 손길. 하지만 동시에, 약해진 모습을 보여 약점 잡히지 않기 위해 지켜내는 고압적인 자세.


"보아하니 혼돈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갔고, 그 문제 해결해주면 방주를 주겠다, 뭐 그런 이야기 아닌가?"

"...몇 달 전, 혼돈이 이 안개를 지나갔다."


내키지 않는 듯 하면서도 어쨌든 말을 이어가는 고래족 아저씨. 구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스킵 버튼이 필요하다.

내용이야 별게 있을까. 우리들의 무시무시한 악당 혼돈이 어느날 짜라란 하늘에서 뿅하고 나타나서 고래족 아저씨들의 평화로운 세상을 휩쓸었겠지.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유유히 떠났는데, 그게 도저히 고래족들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였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위대핸 대영웅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과연 저 대영웅 아저씨들의 발끝에는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내가 뭘 할 수는 있을까?

그래 뭐...뭐든 해야겠지.


"정견, 구원, 용기, 친절, 정의, 근면. 너의 위대한 대영웅들에게 부탁한다. 혼돈이 해집어 놓은 이 바다에 평화를 되찾아다오."

"...난?"

"혼돈과 가까운 광기가 이 바다 위에서 무슨 평화를 가져온단 말이냐. 너의 옆에 대영웅들이 너를 기껍게 여기지 않으니 쳐내지 않을 뿐, 우리들은 너의 존재부터가 역겹다."

"음, 억울하긴 한데 이해는 되네."


그래도 무슨 말을 꺼내보려 했는데, 알로 할아버지가 날 막고 앞으로 나서며 말을 꺼냈다.


"혼돈이 자네들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네. 여기 이 광기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그곳에 남겨두었겠지."

"대영웅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를 저 하찮은 것이 어찌 해결한단 말인가."

"그런 대영웅들조차 쉽게 어쩌지 못할 혼돈이 광기를 위해 남겨둔 문제이지 않은가. 지상에서는 이미 그 혼돈에 의해 왕국 하나가 온전히 멸망의 길에 접어들었네. 그것도 불과 몇 달 전에."


날 좋게 판단한다기 보다는 혼돈이 위험하니 괜히 변수 만들지 말자는 꽤나 합리적인 판단.

그래도 나를 위해 한 마디 거들어주는 부분이 알로 할아버지의 인간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대영웅이, 지금 광기를 감싸는 말을 하는 것인가...!"

"자네들이 잘 몰라 그렇네. 여기 이 남자는."

"...아니, 우리가 직접 판단하겠다."


쿵쿵!


고래족 아저씨들이 우르르 튀어나오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링을...어우...어어...진짜?


"너희의 말과 행동보다 너희가 가진 힘이 너희의 결백을 더 쉽게 증명할테지."

"...어처구니가 없군."

"직접 증명하라."


오오...지상에서 하려고 했던 최강 대영웅 선발 토너먼트를 여기서...그리고 하필이면 내가 그 참가자 중 한 명으로...? 오호...죽어버리라는 말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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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 안부 인사 21.09.15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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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난 왜 여기에...? 21.09.13 6 0 15쪽
324 그놈이 그놈 21.09.10 7 0 12쪽
323 불우한 과거 21.09.09 5 0 12쪽
322 늘 하던 거 21.09.08 5 0 13쪽
321 파멸은 파멸 21.09.07 6 0 12쪽
320 제국의 기둥 21.09.06 8 1 12쪽
319 소문이란 +1 21.09.03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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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정말 약속을 지키는 걸까? 21.09.01 7 0 12쪽
316 전쟁 준비 준비 준비 21.08.31 8 0 12쪽
315 선견지명 21.08.30 8 0 12쪽
314 피의 숙청 21.08.27 8 0 12쪽
313 경사 21.08.26 8 0 12쪽
312 아이의 이름-외전- 21.08.25 7 0 4쪽
311 파멸의 도래 21.08.25 7 1 12쪽
310 쉼없이 21.08.24 9 1 12쪽
309 마신의 증명 21.08.23 10 1 12쪽
308 니들이 찾던 광기 21.08.20 10 1 13쪽
307 그가 날 봤어...! 21.08.19 9 1 11쪽
306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진실 21.08.18 10 1 13쪽
305 오해와 오해와 오해 21.08.17 9 1 12쪽
304 속는 기분 21.08.16 8 1 13쪽
303 최고의 신하는 누구인가 21.08.13 9 1 12쪽
302 새 땅 새 시작 21.08.12 7 1 13쪽
301 기적의 탄생 21.08.11 6 1 15쪽
300 신의 아이 21.08.10 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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