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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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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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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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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DUMMY

"허억! 허억! 우욱! 우웨에엑! 우욱! 후욱! 시발!"


남들은 이 기분을 모를 것이다. 게임에서 표현된 흐름은 실제의 흐름과 달라서 느끼는 괴리감을.

또, 대영웅이 가진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바다를 채운 바닷물 같은 힘이 갑자기 뱃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기분을.


"아버지...저 전혀 배불러요...하늘을 날고 싶어요...세상은 참 맛있어요..."


아주 잠깐 할아버지를 끌어들인 자연이는 아주 조금 흡수한 할아버지의 생명력 때문에 창백해진 얼굴로 이상한 소릴 해대고.


"......"


고래족의 배를 연기로 가득 채워낸 찍찍이는 온몸의 힘을 끌어다 쓴 것인지 홀쭉해져선 비틀거리고 있고, 모닥이는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채 쓰러져 있다.

안개의 바다 어딘가, 내가 일으킨 대폭발 탓에 산산조각난 배의 파편을 타고 바다 위에 둥둥 떠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참...답답한 기분이다.

후후, 그래도 할아버지가 내가 찍찍이와 자연이를 시켜 배를 약화시키고 가스를 가득 채운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정말 큰 수확이야.

아마 본인도 있는 힘껏 검을 휘둘러본 적이 별로 없었던 탓에 다소 정신이 없었던 것일 것이다. 가뜩이나 다 죽여버리지 않게 힘조절하는 것도 힘들었을테니,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평소의 할아버지의 공격과는 다르게 무식하게 일직선인 공격이 날아와 지금의 이 사태가 만들어진 것이고 말이야.


"하아...그런데 그 와중에 싹 다 살아나간 거 실화냐고..."


대영웅들이야 그렇다치고, 고래족들도 대부분 살아남았다는 것은 조금 놀랐다.

과연 그만큼의 자부심을 가질만큼의 능력은 있다 이 말인데. 이상할 정도로 종족 수가 적었단 말이지?

그 넓은 배를 몰려면 사람이 한 둘이 필요한 것이 아닐텐데 아무리 기계식으로 돌아간데도 갑판 위에 올라와 있던 녀석들이 전부라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흠, 혼돈이 일으킨 문제와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긴한데.


"...그럼, 다들 이제 좀 괜찮아?"

"네, 어떻게든."


그럼 어디, 출발해볼까? 배에는 지금 따로 연락을 넣어두도록하자. 화딱지 난 고래족이 난리를 칠 테니 알아서 잘 대처하라고.

뭐 설마, 대영웅들끼리 싸움을 붙인 주제에 배가 멀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냐고 몇 마디 던져주면 어지간해선 조용해질 것이다.

어쩌면 그 덕에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알고보니 그 배가 마지막 고래족의 배였다던가, 그 배가 방주였다던가 하는 그런 식으로 말이야.

뭐가 어찌됐든, 난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짠내나는 바닷 바람을 타고 내게 파이의 기운이 살랑살랑 넘어오고 있거든.


'빌어먹을 놈, 이런 곳에도 숨겨뒀을 줄은 몰랐네.'


예상하기로는 아마 네 조각 정도로 나뉘어져있을 파이의 뜯겨나간 반쪽 영혼이자, 열매였던 것.

설마 그것을 이 안개의 바다에 던져두고 갔을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애시당초 이런 지역 자체를 모르기도 했고. 싹 다 대륙에 남겨두고 간 줄만 알았지.

이것도 할아버지의 그 강력한 힘에 닿고 나서 감각이 뒤틀린 와중에 우연히 알아차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 했지 뭐야?


"...아아, 그러면 고래족이 말한 문제가 혹시..."


이래저래, 정말 이래저래 파이나 나나 사건사고를 많이 친다. 특별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흠, 그러면 내가 파이를 위해서 열매의 조각을 회수해가면 난 고래족의 영웅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아니지, 오히려 내가 원흉이었냐면서 뭐라하는 거 아니야?

...에이, 뭐든 어때. 이미 저질렀는데 뭘. 하는 김에 방주 가져갈 수 있으면 그게 제일 좋은 거지. 정 안 되겠다 싶으면 걔를 자극해서 소동을 일으키고 방주를 뺏어버리자.

나중에 다리 도시 지을 때 안개의 바다를 다시 지나가야 할 텐데 그땐 어떡할 거냐고? 그땐 그때지. 그때가 되면 그때의 내가 분명히 잘 해줄 거라고 믿어.

그리고 어차피, 세이렌이니 뭐니로 걸레짝이 되어버린 배로는 더이상 나아가기도 힘들다. 신대륙에 도착하려면 어찌됐든 배가 필요하다 이거야. 뺏은 거든 받은 거든.


툭툭.


고래족의 배 파편 끝을 툭툭 쳐서 모터 보트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하아, 간단한 흐름을 조작할 땐 현실과 큰 차이가 없는데...아쉽다 아쉬워.

...회장한테, 피드백이라도 줘볼까? 어차피 혼돈 잡으려면 흐름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

할아버지가 내게 알려주려고 했던 것도, 흐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써라, 뭐 이런 갈래인 것 같고.

...흐음...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도...으음...그래, 일단 파이 일이 먼저지.


"아버지...공기가 너무 추워요..."

"응? 아, 미안. 흐름 조정에 집중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흐름이란 것이 주인님의 감정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었습니까? 처음 알았습니다."

"아니, 그냥 내가 미숙해서 그런거지."


아무리 숨기려도 해도 숨겨지지 않는 감정이란 것도 있는 법이지. 어쩌겠어, 내 철천지 원수나 다름없는 녀석인데.

떠올리면 뭐랄까...아, 저 얼굴에 포기와 놀람의 감정으로 일그러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걸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이지.


"그런데, 저희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습니까?"

"...그러게."


촤아촤아. 빠르게 나아가는 배 파편 위에서 세이렌에게 반쯤 뺏듯이 얻어온 물고기 나침반을 꺼내본다.

일단 이놈이 가라는대로 움직이고 있기는 한데 생각해보니 목적지가 어딘지를 모르네.

혹시 그런 거 아닐까? 내가 지금 당장 바라는 것으로 향하는 나침반? 충분히 그럴수도 있는 거 아닐까?


"제대로 가고!"


드드드드드!


얼마나 나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침반을 따라 가던 중 갑자기, 뭔가 거친 바닥 위를 긁은 것처럼 심하게 흔들렸다.

깜짝 놀라 아래를 바라보니, 그곳엔 내가 생각한 짙은 바다가 아니라, 수면 바로 아래에 잠겨 있는...고래, 시체?

오오, 뭔가가 또 죽었구만. 바다는 예전엔 생명력의 덩어리였다, 뭐 이런 설정 아니었어 이 세계? 왜 이렇게 된 거지?


"상당히 오래 전에 죽은 것 같네요. 가죽이 너무 두꺼워서 썩지 않은 걸까요?"

"혼돈이 한 일이겠지. 이젠 그러려니 하려고."


뭐가 어쨌든, 지금의 이 시체밭은 우리가 제대로 향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뭐 아무것도 없는 길을 이렇게 예쁘게 꾸며뒀으려고.

그렇게 되었으니, 시체밭 사이사이를 해치며 지나간다. 점점, 점점 더...빠르게?


"어라, 왜 점점 빨라지는 거지?"

"아버지가 그런게 아니었어요?"

"아빠가 자기 혼자 움직이는 빠른 건 잘 타는데,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탈것은 조금 무서워하는 편이라 항상 안전 운전을 신념으로 삼고 있단다."


콰아아아...


멀리서 들려오는 불길한 소리. 점점 다가오는 그 소리는 분명, 아래로,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

급하게 방향을 틀어 빠져나가려 하지만, 이미 잡혀버린 것인지 앞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한 채 계속해서 빨려들어가고 있다.

통신장비, 기타 전자장치 등등. 제대로 작동하질 않고 있다. 제대로 걸린 모양이다.

진짜 빌어먹을 일이다. 뭐 하나 쉽게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좀 쉽게 넘어가는가 하면 항상 뭔가 일이 틀어지고 말이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말이지만, 내가 뭐 언제는 항상 상황에 맞는 말, 내 신념에 어울리는 말만 하고 살았던가.

아이들을 품에 끌어안고 빠르게 가까워져가는 폭포에 대비한다. 세상에, 방금까지는 눈에 보이는 전부가 물이었는데, 이제는 하염없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내리는 물과, 뻥 뚫린 공간만이 보인다.

도대체, 도대체 멀쩡한 열매는 어떤 녀석이었던 걸까? 아니지, 이건 열매의 짓이 맞는건가? 오히려 열매의 조각이 여기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붙잡혀 있는 거 아니야?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던데. 왜 나는 없는 걸까?"

"...날개가 있는데 왜 추락을 하는 겁니까? 날면 되는 것 아닙니까?"

"추락할 수 있을 만큼 높이 날았다는 의미...쩝, 무슨 의미가 있겠니. 다들 안전 벨트 꽉 잡어! 극한의 후룸라이드 간다!!"

"안전 벨트가 없어요 아버지!"

"마 자식아! 아빠 품 만큼 안전한 곳이 어디있다고! 으이! 잘은 몰라도 그렇다더라!"


콰아아아!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낙하음, 그 사이를 비집고 정확히 내 귀에 꽂혀 들어오는, 나의 깊은 한숨 소리. 세상 살기 참 힘들다.


------


"헛!"


다시 눈을 떴을 때,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오색 빛깔 찬란하게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숲속이었다.

아이에게 색칠 공부 책을 쥐어줬더니 풀을 분홍색으로 칠하고 하늘을 민트색으로, 물을 하얀색으로 칠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이 곳은 열매의 조각이 만들어버린 공간이 아닐까 의심된다. 어린 아이의 행실같잖아.

그런데, 왜 이곳으로 오는 길에 고래족들의 시체가 있었던 걸까? 혹시 저기 옆에 흐르는 강을 타고 내려가면 바다에 도착하는 건가? 그러면 고래족들은 여기에 떨어지고 죽은 건가?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아무것도 없이 생자연에 내던져진 무력한 인간의 기분. 당장 뭘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한 기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낀 것인지 모닥이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장난스럽게, 조금은 불안하단듯이 웃으며 내 소매를 꼭 붙잡는다.


"이번엔 20년 못 기다려?"

"그럼,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려고 내가."


주변을 잠시 더 둘러보다 내키는 대로 움직여본다. 어쩐지 눈에 익고, 몸에 익은 그 길을 따라,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열 걸음을 돌아걸어간다.

색이 달라 다소 혼란스럽지만 이곳은 분명 그곳과 닮아있다. 나와, 모닥이와, 파이와...뭐, 그리고 외뿔이와 만났던 미로의 숲 말이다.

죽을 때마다 매번 바다를 헤엄쳐 빌어먹을 레비아탄들에게 물어뜯기고 삼켜지고 찢기고 터져서 죽어나갔던 바다가 있는 곳 말이다.

그러고보니 최근 배를 타고 나왔던 그 어느 곳도 그 지옥도와 견줄 바가 못된다. 난 대체 무슨 지옥에 떨어졌던 걸까?


"...세상에."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움직여 도착한 곳에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허름한 진흙으로 쌓은 집과, 이상하게 박살이 난 돌맹이들이 많은 작은 폭포 앞.

이상할 정도로 따스한 기운과 부드러운 바닥에 날 스쳐가는 바람은 끈적하게 내게 들러붙어 나를 붙잡으려 드는 것만 같다.

이곳에서 나는, 모닥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묻는다면, 적어도 그것이 그리움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떠났을 때랑 똑같은 모습이네."

"으아...여기 내가 조금 태워먹은 곳까지 그대로 남아 있어!"

"아버지? 이곳은..."

"어, 뭐냐...내가 원시인의 삶을 살던 곳이랄까?"


이곳에서의 기억 중 좋았던 것이라고는 외뿔이와의 싸움 끝에 파이와 별을 보며 누워 보냈던 그 짧은 시간, 그게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과거는 미화된다고 했던가? 내게 이 과거는 트라우마에 가깝다. 아직도 그 레비아탄을 만나면 바퀴벌레를 마주친 것 같은 작은 경련을 느낀다.

또, 이곳에서 나는 극심하게 포기하겠느냐는 텍스트에 시달렸다. 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말이다.


"전부 그대로야...전부. 이번 아이는 과거의 기억에 젖어 있는 녀석인가?"

"라때는 말이야~! 으이! 이거?"

"하, 그건 진짜 아니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사는 사람만큼 대화하기 힘든 사람도 없어. 현재를 거부하는 거잖아."

"때려서 듣게 하자!"

"...그건~최후의 방법으로. 그래도 파이의 영혼 조각인데. 곱게 대하고 싶네?"

"어머 팔불출인가 봐~!"


장난스럽게 히히덕거리는 모닥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그 바닷가로 간다. 지긋지긋한 그 바다의 짠내가 나는 곳 말이다.

아, 만약 가능하다면 이번엔 앞바다에 가라앉은 배를 한 번 살펴볼까? 안에 뭔가 대단한 보물이...아니지,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진 곳이라면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기억을 토대로 만들었다면, 아마 이 해변가에 있을 것이다. 파이가. 내가 죽고 나면 항상 그 자리에서 내가 오길 기다렸으니까. 물론 티를 낸 적은 없고.


"...기다렸어?"

"......"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려보이는, 내 기억속 제일 처음 보았던 그 모습의 파이가 해변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내가 부르자 뒤늦게 나를 올려다본다.

내 기억처럼, 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그 아이는 휙하고 고개를 돌려버리지만, 기억 속의 그 아이처럼 나름 과감하게 자기 옆을 손으로 툭툭 두드린다.


"별로, 안 기다렸어 멍청아..."

"...그래...그거 참 다행이네."


하아...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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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최강이라니, 멋있잖아? NEW 6시간 전 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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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그놈이 그놈 21.09.10 7 0 12쪽
323 불우한 과거 21.09.09 5 0 12쪽
322 늘 하던 거 21.09.08 5 0 13쪽
321 파멸은 파멸 21.09.07 6 0 12쪽
320 제국의 기둥 21.09.06 8 1 12쪽
319 소문이란 +1 21.09.03 7 0 14쪽
318 너희 내 편 맞지? 21.09.02 7 0 12쪽
317 정말 약속을 지키는 걸까? 21.09.01 7 0 12쪽
316 전쟁 준비 준비 준비 21.08.31 8 0 12쪽
315 선견지명 21.08.30 8 0 12쪽
314 피의 숙청 21.08.27 8 0 12쪽
313 경사 21.08.26 8 0 12쪽
312 아이의 이름-외전- 21.08.25 7 0 4쪽
311 파멸의 도래 21.08.25 7 1 12쪽
310 쉼없이 21.08.24 9 1 12쪽
309 마신의 증명 21.08.23 10 1 12쪽
308 니들이 찾던 광기 21.08.20 10 1 13쪽
307 그가 날 봤어...! 21.08.19 9 1 11쪽
306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진실 21.08.18 10 1 13쪽
305 오해와 오해와 오해 21.08.17 9 1 12쪽
304 속는 기분 21.08.16 8 1 13쪽
303 최고의 신하는 누구인가 21.08.13 9 1 12쪽
302 새 땅 새 시작 21.08.12 7 1 13쪽
301 기적의 탄생 21.08.11 6 1 15쪽
300 신의 아이 21.08.10 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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