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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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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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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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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

DUMMY

초록색의 바람에 찰랑이는 짧은 머리칼과 그 사이로 드러나는 '나 엘프요~' 하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길쭉한 귀.

뭔가 피부가 흐릿하게 초록빛인데, 오이팩 같은 걸 오래하다 남은 자국이라 생각하면 특별히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키는 작다. 140? 130? 모닥이와 비슷한 정도. 엘프기 때문에 엘프의 나이로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듣기론 그냥 저 상태에서 성장이 멈췄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영웅이란 것. 어쩐지 사람 좋아보이는 이름인 친절이라는 타이틀로 '죽음의 바람'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잠깐 봤다만, 정말 네 나라에서 봤던 그녀와 똑닮았더라. 타락의 마녀라지?"

"타락의...뭐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

"하하! 정견 그 꼬마에게 들은 그대로구나 너? 어쩜 그렇게 뻔뻔한지. 내가 널 몰랐으면 진짠 줄 알았겠어?"


알로 할아버지를 꼬마라고 부를 정도로 나이가 많은 줄은 몰랐네. 그럼 별명도 오래 산만큼 많이 죽여서 얻게 된 걸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에롤이나 알로 할아버지처럼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은 없는 것 같다는 것.

지금 내 눈앞에 있는게 알로 할아버지였으면, 분명히 오히려 내가 설득을 당했을 것이다. 덕분에 싸우는 일도 없었을테고.

그리고 에롤이었다면, 지금쯤 같이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놈은 그럴 놈이지.

하아...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찌어찌 대화 정도는 나눠볼 수 있게 구워삶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기가 그겁니까? 부채를 쓴다고 들었는데."

"하하! 내가 부채 들면 뭐 네가 뭘 할 수는 있겠니?"

"...거 되게, 되게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들으니까 기분 묘하네요?"

"그래도 걱정하진 마. 위험하다 싶으면 꺼내들꺼니까!"

"와아 줏대 없어. 이렇게 먼저 알려주는게 친절입니까?"

"모르고 당하는 것 보다야 낫지 않니?"


아아...모르고 당해야 배신감에 더 세게 때릴 수 있는데...이게 친절의 힘인가? 무시무시하다 친절.

...그래서, 어떡해야 이기지? 외뿔이 때와 같지만 외뿔이 때와는 전혀 다르다.

날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할아버지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 말 몇 마디로 어머 그렇구나 하고 물러날 리가 없다.

못해도 날 불구로 만들거나, 죽여버리고 목표를 달성한 뒤에야 사라질 사람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힘이 통하지 않는, 믿을 구석이 있다면 그래도 착한 사람이긴 착한 사람이다, 라는 점. 아직까진 나를 그렇게까지 적대시하지는 않는다는 점.


"...모르고 당하는 것 보다야, 알고 당하는게 낫다.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어르신."

"어허, 광기 청년. 난 언제까지나 어리고 젊은 아이로 살고 싶어!"

"아하! 내가 그걸 몰랐네! 뭐 어쨌든. 친절 아가, 난 아가를 공략하려면 정신적인 방법이 제일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호 정말?"

"그래. 그래서 그걸 공략하려고 지금부터."


지금까지 날 가장 많이 살린 것은 튼튼한 몸도, 강철같은 주먹도 아닌 이 나불거리는 입이지 뭐야.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지. 훨씬 예전부터 인정하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인정하자. 난 선동가라는 직업을 얻어도, 솔직히 할 말 없어.


"오오~"


그리고 보이는 저 반짝이는 눈. 알로 할아버지가 내게 관심을 보이고 에롤도 나와는 썩 친하게 지낸다.

두 대영웅과 친분이 있고, 혼돈에게 노려지며 역사적으로 개차반으로 유명한 광기인 내가 하는 말.

기본적으로 착한 인간들. 사람을 믿고, 희망을 걸고, 기대를 하게 되는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이 보기에 나는 호기심이 당기는 물건이겠지.


"어떻게?"

"아~그런데 내가, 원래가 이거저거 공부한 다음에 움직이는 타입이라 그러는데, 혹시 무서워하는 거 있어?"

"...어? 그걸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아니 그렇잖아. 너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어? 지금 이 대륙에 너보다 더 오래 산 사람 있어? 대부분 너보다 짧게 살다 죽었잖아. 안 그래? 아, 이건 너무 시비존가?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 사과할게. 정말이야."

"...너 사과만 되게 진실성이 느껴진다? 죽긴 싫은가 봐?"

"그렇지. 하하, 주변 사람들이 죽는 걸 싫어하는 구나? 대답 고마워. 어어~아직도 내가 윗사람 하듯이 대해주는게 싫은가?"

"아이 참, 너랑 이렇게 만나 거 아니었으면 바로 몸을 두동강 냈을 텐데. 정견이랑 아는 사이라서 봐주는 거다? 그리고! 내 취향은 한결 같아. 네가 말한 그 긴 시간 동안 내내."


말은 저렇게 해도 실실 웃는 것 좀 봐. 내가 얼마나 가소로워 보이겠어. 녀석 입장에선 어디까지나 나와 놀아주고 있는 기분이겠지.

그런데 맞아! 내가 뭐, 솔직히 대영웅 상대로 뭘 제대로 할 수나 있겠어. 적어도, 게임 속의 나는 말이야.


"취향 확실한 거 좋지. 나도 그래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 타입으로 살아가고 있거든."

"오!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랬구나? 그 점은 은근 호감인데? 내가 있지~오래 살다보니 별의 별 놈들을 다 봤어! 그중 최악은 남의 연인 뺏는 놈이더라니까?"

"...어어, 날,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인간 말종, 사회악, 다시는 등장해선 안 될 미래의 파멸. 하지만 어떤 이라도 사연은 있기 마련이지. 고마워, 덕분에 나중에라도 네가 적이 되었을 때는 거림낌이 없을 것 같아."


오오...이거 어쩐지 전에 할아버지 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기분인데.

내가 사연이 있는 놈이란 걸 알았지만 어쨌든 나쁜 놈이란 건 변함이 없으니까 나중에라도 연민을 품지 않겠다? 이야...스스로 목을 조이는 짓거리를 하고 있네 난.


"지금부터라도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겠네. 미움받고 살고 싶진 않거든."

"아하하! 그렇게 살면서?"

"...뭐! 어쨌든! 네가 멘탈이 약하다는 가정 하에! 내가 해야할 일은 정해져 있어."

"날 겁주는 거? 유령 분장이라도 하려고?"

"그걸 무서워한다면 그걸 해야겠지? 그런데 난 조금은 현실적인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 이렇게!"


영역을, 범위는 좁지만 밀도를 높여본다. 안에 녀석들의 감각을 속여 끝도 없이 넓다고 인식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쉬운데, 범위를 극한으로 좁혀 영역의 밀도를 높히는 것, 이건 또 의외로 어렵다.

계속해서 밀도를 높여 가볍게 봉을 휘둘러 내 영역을 뚫어버리는 대영웅이 뚫을 수 없을 때까지 밀도를 높인다.


퉁~퉁~


"와아, 광기 청년 좀 하네? 영웅급 애들 중에 이 정도 영역을 펼치는 애들은 본적이 없어!"

"앗, 칭찬은 쪼금 부끄러울지두."

"하하하! 안 어울리게 귀여운 소리 하지마! 정들라! 흠, 그건가? 네 몸에서 뭔가 기운이 퍼져나가면 영역의 발현이 시작되는 거야? 너무 대놓고 아니야?"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


평소라면 할 수 없지만, 주변에 세계의 찌꺼기가 있다. 조금 정도 끌어와서 영역 안의 특이성에, 현실성을 더할 수도 있다.

너무 많이 끌어오면 내가 잡아먹히게 되니 아주 극히 일부만, 이미 선단에 있는 찌꺼기도 내가 본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지만 그것보다도 더 일부.

아이엔이 세계의 힘을 아주 섬세하게 끌어다 쓰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이미지하며 따라해보자.


"...호오, 우리 광기 청년, 재미있는 것도 할 줄 아네?"

"왜?"

"...하하."


전의 콩트 백작전에서 나는 콩트 백작의 과거를 이끌어냈다. 아들들을 죽여버렸던 그 과거를 말이다.

그 결과로 이미 정신이 많이 무너져 있던 콩트 백작은 완전히 무너져내려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지금도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중이다. 따지자면 조금 다른 것이긴 하지만 얼추 비슷한 일이다.


"그 아이에대해서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무슨 말이야 칸?"

"?!"


말했다시피, 난 이거저거 공부하고 덤벼드는 스타일이다. 적어도 게임에서는. 괜히 무지성 돌격했다가는 시간이 날아가면서 피시방 사장님만 행복해질 거 아니야.

친절의 대영웅, 카인디 라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엘프의 과거사는 알아내는 것이 조금 힘들긴 했지만, 무엇을 숨기랴, 내 지인 중에선 그보다 더 오랜 시간 아주 넓은 곳을 구경해온 인물이 있으니.

그래, 바로 어둠 할배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로 인해 공헌도니 뭐니가 올라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어둠을 숭배하는 종교가 생겨나 재미있다며 좋아죽는 할아버지에게 정보를 샀다.

하루 24시간에 어둠이 뻗지 않는 시간은 없다. 어둠 할배는 그만큼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물론,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어둠 할배가 알고 있는 정보도 완벽하진 않기 때문에 보충이 필요한데, 그쪽으론 촌장님과 눈이 힘내주고 있으니 괜찮다.


"이건...내 머리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야?"

"왜 그래 칸? 어디 아파?"


복잡한 표정으로 친절이 바라보는 이는 비네보 렌티아. 카인디가 친절의 대영웅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이자, 역사 속 얼마 기록되지 않은 퇴치당한 대마왕의 생전의 이름.

그래그래, 친절도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아무런 일도 없을 리가 없지. 이 게임 속에서! 아무런 사연도 없는 인간이 있을리가 없지!


"그럴리가 없는데..."


당연히, 그럴리가 없다. 대영웅인데 뭐 콩트 백작처럼 쉽게 머리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될 리가 없다.

지금 친절의 눈앞에 있는 그녀는...나다...! 아주 간단한 연기다. 한 마디 이상을 하면 들켜서 흠씬 두들겨맡고 끝날 연기!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라고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 법. 지금부터 친절은 코끼리를 떠올려줘야겠다. 수월한 공략을 위해서.


"잠깐! 여긴...! 세상에. 우리 마을이잖아...?"

"뭐해? 얼른 따라와! 수업에 늦겠어!"

"어, 어어?"


금고에 든 돈은 무슨 수를 써도 눈으로 바라볼 수 없지만, 금고의 주인이 불안해하며 활짝 열어젖힌 금고의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정도는, 어깨 너머로도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녹음이 짙은 숲속에 펼쳐진 엘프들의 마을을 꾸며내는 것도 가능은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절의 믿음이다. 내가 정말로, 자신의 과거를 직접 비춰서 보여주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론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있을 뿐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지금 이곳에 도착한 것이 친절이라 다행일 것이다. 다른 대영웅들은 그래서 어쩌란 식으로 나올 확률이 높지만, 길고 긴 시간을 살아온 대영웅. 누구보다 그리움에 젖어 있을 이 대영웅은 말이 다르다.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도, 귀에 스며드는 마을의 소란스러움도, 그 모든 것이 그립고, 계속해서 떠오를 대영웅.


"자, 잠깐만!"


그녀의 속에 든 것이 광기가 아닐까 의심스러워도, 그녀의 속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믿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때부터 내 역할은 사라진다. 친절 혼자 열심히 연극을 이어가고 혼자 열심히 연극이 아닐까 의심하기를 반복하게 될 뿐이다.

이야 그래도, 의외로 잘 먹혔어. 다른 대영웅들도 준비했던 공략법대로 잘 먹혀들면 좋을 텐데.

...그럼, 나는 이제부터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지? 대영웅과, 내가 끌고 온 세계의 찌꺼기로부터. 대영웅을 상대하기 위해 찌꺼기를 끌고 온 건 좋은데, 잘못했다간 나도 같이 잡아먹히겠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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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최강이라니, 멋있잖아? NEW 6시간 전 2 0 16쪽
328 신뢰 21.09.16 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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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그놈이 그놈 21.09.10 7 0 12쪽
323 불우한 과거 21.09.09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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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파멸은 파멸 21.09.07 6 0 12쪽
320 제국의 기둥 21.09.06 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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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최고의 신하는 누구인가 21.08.13 9 1 12쪽
302 새 땅 새 시작 21.08.12 7 1 13쪽
301 기적의 탄생 21.08.11 6 1 15쪽
300 신의 아이 21.08.10 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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