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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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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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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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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의 과거

DUMMY

현재에 들어선 그 기세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 엘프들이 대륙의 주인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다.

뛰어난 마법적 능력과 인간으로서는, 아니 다른 그 어느 생물과 비교해도 긴 인생은 그들을 하나하나 강력한 기사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출난 인재로 평가받는 것이 친절한 카인디와 노력하는 렌티아라 불리는 어린 엘프 둘이었다.


"왜 그래 칸? 오늘 따라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이나 하고."

"으음~그러게!"


마음에 생기는 균열, 흔들림. 가짜임을 알고 있다. 이미 인광이 그에게 대놓고 말한 것이니까.

이러는 목적도 또한 알고 있다. 자신을 어떻게든 무너뜨리려는 것이, 굳이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약점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리고 인광이나 카인디나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지금의 이 상황 자체가 그에겐 치명적이었다.


'과거는 미화되는 거라더니.'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현실적인 것일까. 저 장난스러운 비네보의 얼굴은 자신이 가끔 떠올렸던 웃는 얼굴보다도, 정말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얼굴이지 않은가.

인광이 이렇게까지 꾸며내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저 자신의 기억을, 자신의 생각을 잃어낸 것이 아닌 것일까?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호기심, 대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작은 공포심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오늘은 그날이잖아!"

"아, 그랬어?"

"그래! 하여튼 너는 진짜 바람처럼 사는구나? 자기 내키는 대로 말이야!"

"하하...그래, 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지."


카인디도 알고 있었다. 이 날이 어떤 날인지. 비네보를 따라 가는 그 길에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머나먼 과거의 그날. 비네보가 본격적으로 삐뚤어지기 시작했던 그날.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는 그날.

과거로 돌아가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꿈속에서조차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그날의 평화로운 아침.


"다음! 카인디랑 비네보! 두 사람 앞으로!"

"적당히 안 할 거야!"

"...난 적당히 할 거야."

"뭐?!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응! 나 지금 너 무시하는 거야!"

"이게!"


이것이 그저 인광이 장난에,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도 자신이 기억하는, 아니 미화된 그 기억보다도 사실에 가까운 반응과 환경들.

벗어나려 해도 조금씩 거부할 수 없는 향수에 젖어들어가는 것이, 조금씩 인광의 힘과 그의 준비에 놀아나게 된다는 것이, 그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를 복잡한 것이었다.


'과거로 보낸 건가? 그 정도의 힘은, 아니야 광기라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자신의 과거를 연출해낸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심지어 대영웅인 자신에게.

대영웅이기에 자만하고 방심한 것조차 아니다. 대영웅이기에 눈앞의 인광의 위험성을 생각하여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틈이 생겼던 것일까? 그틈은 어쩌다가 만들어진 것인가. 인광 탓인가? 자신이 여린 탓인가?

정말로 인광의 말대로 자신은 멘탈이 약하기 때문에 지금의 이런 상황에 처해진 것인가?


'...그럴리가 없지. 이건 그저 연극에 불과해."


"카인디, 비네보. 잡담은 그만하고 두 사람 모두 준비하세요."

"네! 칸, 진짜 적당히 하면 너 진~짜 가만 안 둬!"


얼떨결에, 과거에 등 떠밀려 이 상황까지 오기는 했지만, 자신은 지금부터 어찌해야 하는가.

마음 같아서는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풀어버리고 싶었다. 어쩐지, 그렇게 하면 잠시라도 시원해질 것 같아서.

하지만 그게 결국 무슨 소용일까. 결국 이 광경은 모두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결국 모두 허상, 이제는 그만두고 깨어날 때가 된 것이리라. 이제는 이 무의미한 꿈에서 깨어날 때이리라.


"두고 봐, 이번엔 반드시 이겨서 내가 대광기 부대에 차출될 테니까!"

"...응? 무슨 소리야 그게?"

"그게 무슨 소리냐니! 너야 말로 모르는 말 하지마!"


대광기 부대! 그것은 무엇인가, 갑자기 세상에 나타나 무서운 기세로 세계를 위협하는 광기가 이끄는 파멸의 무리!

쓰레기 선단이라 불리는 침몰선으로 이루어진 바다의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하늘을 나는 그들의 군세에 벌써 많은 이들이 무너져 내렸다!

한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카인디의 기억 속에 그딴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광기 중 역사에 이를 남길만한 짓을 한 것은 기껏해야 희망의 대영웅과 함께 여행을 했던 광기의 마녀가 전부였다.

그 이외의 대부분은 제대로 활개 치기 전에 붙잡혀 죽어버리거나, 제물이 되어 사라지기 일쑤였다.


"...응?"


자신을 무너뜨리려고 한다면 이런 값싼 연극은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들어온 광기의 행보를 보자면 굳이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었다.

스스로도 이거저거 알아보고 움직이는 타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섣부른 행동을 할까?

어차피 목적은 카인디 자신이 과거에 떨어져 있다고 착각하게, 그러한 상황에 몰입하게 만든 뒤 무너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인가?

혹시, 자신이 아직은 대영웅이라고 불리지 않는 이 시대에 찾아와 자신을 지우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카인디 본인을 그렇게 믿게 만든 뒤에 공격을 하는 것이 목적인가?


'...머리 좀 썼네...!'


자신이 이미 광기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것을 이용해 여러가지 상황을 추측해볼 수 있게 만든 것이리라. 의심하고 주춤거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런 혼란 속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을 처리하는 것이 목표이리라.


땡~! 땡~! 땡~!


"과, 광기다! 광기의 쓰레기 선단이 다가오고 있어!"

"머리 아프게 만드는군, 광기 청년...!"


자신의 감각이 이상하게 뒤틀려 평소와 달리 무뎌진 기분에 평소와 같은 통찰력이, 날카로운 판단이 쉽지가 않았다.

인광의 장난질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동시에 공포에 질린 친구들을 보며 그 상황에 몰입해버리기도 한다.


"도대체 목적이 뭐지? 뭘 하려는 거야?"

"광기의 목적이랄게 어디 있어? 그냥 자기 내키는대로 하는 거지! 칸!"


자신에게 타오르는 눈빛을 보내는 오랜 전우이자 친구. 과거엔 그 정열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었다.

자신의 마음과, 비네보의 마음이 몇 번이나 엇갈리고 맞지 않아 결국 그녀는 변질되었었다.

그날은, 오늘은 바로 그러한 감정들의 종점. 정당히 라이벌이 되고 싶었던 그녀에게 너무나도 친절했던 그가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스스로 패배했던 그날.

그저 인정받고 싶었을 뿐인 그녀는 바로 오늘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었던 그에게 인정받지 못함으로인해 무너져내렸다.


'그런 과거를 보여주어 날 다시 한 번 그때의 절망에 빠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아니야?'


"그래, 비네보. 가자. 우리가 마을을 지켜야 해...!"

"...그래!"


저 만족스러워 보이는 웃음, 저것을 보고서 카인디의 마음이 어떻게 누그러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언제나 보고 싶었지만, 꿈속에서조차, 상상 속에서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불가의 영역. 그와 그녀가 아니고선 짐작조차 하지 못할 감정의 영역.

자신은 대체 무얼 보고 있음인가, 무얼 경험하고 있음인가.


"간다! 빠르게 갈 거니까 도중에 안 떨어지게 조심해!"

"어? 뭘 하려고?"

"나도 그 길을 따라 흘러가리, '바람의 길'"


지팡이를 높게 들고 오랜만에 주문을 외우며 멀리 보이는 선단까지 이어지는 바람을 쏘아내며 그 위에 올라타 비네보와 함께 날아간다.


"와, 와! 너,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바람 마법을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냐, 부족해. 감각이 너무 둔하고 힘이 너무 많이 소모 되고 있어."


정말로 과거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인가. 대영웅일 때는 주문도 없이 지침 없이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었던 기술이다. 숨 쉬는 것보다 간단하게 할 수도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그 마법 한 번에 부족함이 느껴지고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게 되지 않는가.

정말로...과거로 돌아가기라도 한 것인가?


"드디어 찾았다."

"...넌, 광기 청년의 딸이구나?"


인광의 품 안에 안겨 있던 그 자그마한 아이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성인의 모습으로 서있다.

그런 자연이에게서 카인디는 무서울 정도의 힘을 느꼈다. 거의 대영웅에 버금가는, 초월체 특유의 넘쳐 흐르는 그 생명력에 짓눌려 버릴 정도였다.


"우리가 널 얼마나 찾아해맸는지 모를 거다, 친절의 대영웅."

"...칸? 너, 광기 군단장이랑 아는 사이야?"

"군단장? 쟤가?"

"너와 만난 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자신을 조용히 노려보는 자연이의 그 역안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손짓, 발짓, 몸짓 그 하나하나가 모두 다 진실되었다.

게다가 자연이가 입은 한복은 자신의 기억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기억을 기준으로 만들 수 없다.

초월체의 성장 후가 어느 정도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지금의 저 생명력 역시, 자신의 기억으로는 만들 수도 없고, 급조한 것으로는 자신을 속일 수도 없을 것이다.


"...뭐야? 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넌 몰라도 돼."


촤르르.


자연이가 두 팔을 앞으로 쭉 뻗어내자 인광의 사슬로 만들어진 둥근 띠가 앞으로 뻗어나와 카인디와 비네보를 감싼다.

분명 눈으로 보고 대처하려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둔하고 무거운 몸으로는 대처하는 것이 어려웠다.


"쳇! 태초의 불꽃이여! 최초의 생명을 품어냈듯 우리에게도 그 따스한 품을 빌려주소서...'태초의 요람!'"

"너, 그런 마법은 또 언제 배운거야?"

"헛소리 하지 말고 너도 빨리 사용해! 광기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


그리고 비네보의 주문을 따라 읊자, 존재하지도 않던 기억이 머리에서 떠오르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불의 결계를 만들어내어버렸다.

자신은 대체 언제부터 이런 마법을 쓸 수 있었단 말인가. 불과 바람이 상성이 좋아 익힌 것은 많지만 이런 마법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었다.


'...구원 그 아이가 했던 말이 이제야 떠오르는군. 광기 청년의 말을 듣다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겠다고.'


꼭 거짓말 같은 말을 할 때는 진실이었고, 꼭 진짜처럼 말을 할 때는 거짓이었다고, 구원은 그렇게 말을 했고 가끔은 자신의 눈도 속여낸다며 정견이 껄껄 웃어대기도 하였다.


"오호! 진짜 여기에 있었구만!"

"...뭐라고?"

"아하하! 오랜만이야 친절의 대영웅. 혹시 아직도 아이 취급 당하는 게 취향이니? 지금은 진짜 어리니까 오히려 싫어할 것 같아서 말이야."


자신과 마주쳤던 그때에 비해서 명백하게 나이가 든 모습. 40대에서 50대 정도의 중년이 되어버린 인광이, 높이 떠있던 침몰선에서 뛰어내리며 등장했다.


"뭐야 그 표정은? 아, 설마 아직 눈치 못 챈 거야?"

"...응? 아니, 광기 청년,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아하하! 이제는 내가 너보다 더 나이가 많을 테니까 광기 아저씨나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닐까? 어쨌든!"


검게 물든 인광의 주먹. 그것은 카인디가 보았던 정견과의 대결에서 보였던 불완전한 노권이 아닌, 정견의 노검처럼 아름다운 검은빛을 띈 주먹이었다.


콰장창!


비네보와 자신의 결계를 가볍게 내리쳐 깨버리며 여유롭게 다가오는 인광이 소름끼치게 웃으며 충격적인 말을 한다.


"우린, 과거로 날아온 거야. 내 실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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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불우한 과거 21.09.09 5 0 12쪽
322 늘 하던 거 21.09.08 5 0 13쪽
321 파멸은 파멸 21.09.07 6 0 12쪽
320 제국의 기둥 21.09.06 8 1 12쪽
319 소문이란 +1 21.09.03 7 0 14쪽
318 너희 내 편 맞지? 21.09.02 7 0 12쪽
317 정말 약속을 지키는 걸까? 21.09.01 7 0 12쪽
316 전쟁 준비 준비 준비 21.08.31 8 0 12쪽
315 선견지명 21.08.30 8 0 12쪽
314 피의 숙청 21.08.27 8 0 12쪽
313 경사 21.08.26 8 0 12쪽
312 아이의 이름-외전- 21.08.25 7 0 4쪽
311 파멸의 도래 21.08.25 7 1 12쪽
310 쉼없이 21.08.24 9 1 12쪽
309 마신의 증명 21.08.23 10 1 12쪽
308 니들이 찾던 광기 21.08.20 10 1 13쪽
307 그가 날 봤어...! 21.08.19 9 1 11쪽
306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진실 21.08.18 10 1 13쪽
305 오해와 오해와 오해 21.08.17 9 1 12쪽
304 속는 기분 21.08.16 8 1 13쪽
303 최고의 신하는 누구인가 21.08.13 9 1 12쪽
302 새 땅 새 시작 21.08.12 7 1 13쪽
301 기적의 탄생 21.08.11 6 1 15쪽
300 신의 아이 21.08.10 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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