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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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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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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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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파스티엔(?) 공략

DUMMY

"끊임없이 인간이기 위해 노력하는 괴물이 왔군요. 과거의 광기란."

"뭐래. 요정 여왕님은 나만 보면 이상한 소리 하는 것 같아."

"제가 그랬나요?"


검게 썩어들어가는 것 같은 핏줄이 도드라진 요정 여왕이 다른 죽어가는 요정들을 곁에 둔채 쌔액쌔액 힘겨운 숨을 내쉬며 쩍쩍 갈라진 입술을 힘겹게 움직여 말을 꺼낸다.

흠, 기껏 찾아왔는데 가망이 없어 보이네. 참 곤란한 일이다. 뭔가, 나의 노력과 고난이 헛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전에도 나한테 존댓말로 했던가? 지금 위치가 달려져서 그런건가. 위치에 따라 사람을 다르게 대하다니, 너무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요정님이네.


"중앙으로 향하십니까? 저희들이, 가는 길을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대가는?"

"이렇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몸을 던지신 분께 제가 무슨 대가를 바라겠습니까."

"...그건 아니지, 우리가 뭐 초면도 아니고 말이야."

"그랬던가요. 전 기억에 없습니다만."

"그럼 그냥 그러려니 하셔."


오늘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다. 이미 친절에게 오늘치의 나쁜 짓을 했으니 남은 시간은 좋은 짓으로 채우도록 하자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쌓여가는 카르마, 힘 있는 자가 지키는 중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아니라고 생각해 아빠."

"뭘."

"아니라고 그냥, 응. 쨌든! 애들 데리고 왔엉!"


어디까지나 이곳에 있는 생명체가 바깥에서도 활동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 여왕님이 본질적으로는 내가 만났던 그 여왕과 같다는 전제 하에! 좋게 대해서 나쁠 것이 없다.

요정이란 소재 자체가 나쁘지 않다. 여기서 좋은 관계를 맺는다면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휴 관계를 구축해서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지.

또, 요정들을 이곳에서 끄집어내어서 이런저런 퀘스트를 클리어하다보면 플레이어블로 요정이 풀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럼 내 명성만 날이 갈수록 높아지겠지. 이런 걸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는 거야.


"잠깐 손 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귀인을 만난 모양이군요."

"귀인은 귀인이어도 귀하다는 의미의 귀는 아닐 거야 내가."


지금부턴 응용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구간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최상의 효율을 내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한다.

예를 들어, 다단계 마냥 기생하는 육체들에 뿌리를 뻗는 생흡충의 기능을 응용해보자.

놈들의 기본은 기생 하는 대상의 에너지를 빼앗는 것이지만, 대상을 죽지 않게끔 유지하는 것도 그놈들의 본능이다.


"그건...잘도 그런 것을 가지고 계시군요. 굉장히 오래된 벌레인데."

"아, 그렇게 오래 되었데? 그런데 왜 아무도 이걸 이용할 생각은 안 했담? 나한테 기회를 준 건가?"


여왕의 손등에 생흡충의 모체를 심어 넣는다. 생쥐들처럼 여러 세대를 거치며 거르고 걸러낸 말 잘 듣는 순둥순둥한 녀석들이다.

녀석은 순식간에 여왕의 몸에 자리잡고 심각한 상태를 이해, 그에 대한 대응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를 위한 에너지는 잠시나마 내가 공급해줄 수 있다.

뭐라고 할까, 사업 시작을 위한 초기 자금 투자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할까?

그 다음으론, 불굴의 사슬로 만든 반지를 선물해준다. 이게 요정들의 목숨줄이 되어줄 것이다.

폭주할 가능성이 있는 생흡충을 제어할 수도 있을 테고, 쉽게 죽어버리지 않게 만들어주기도 할 테니까.

일종의 가능성이다. 그 뒤는 요정들이 알아서 해야지,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여기서 뭘 더 바란다면 그건 강도지.


"물에서 살아가는 저희들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불의 기운을 품은 힘이로군요."

"어, 거기까진 생각 못 했는데."

"아닙니다. 지금 당장 저희들은 그 물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니, 지금은 힘이 되어줄 이 기운이, 큰 도움이 되어줄 테지요."

"그래, 그럼 우리 약속 하나 할까?"


내 새끼 손가락엔 선택과 자유 그 스킬의 힘과 불행의 힘이 깃들어 있다. 상대방과의 깨지 못할 약속을 강요하고 싶을 때 들이밀기에 좋지.

다만, 그 불행의 힘이란 것이 운명에 간섭하니 어쩌니 해서 별로 많이 사용하고 싶지는 않은 힘이기도 하다.


"첫째. 우리를 마경의 중앙으로 보내줘."

"예. 그것은 저도 약속했던 것이니,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둘째. 날 따라와. 생흡충에 대한 기록이나 가장 깊은 바다에서 퍼왔다는 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

"그건...저희들을 이 호수에서 꺼내주시겠다는 의미인가요?"

"음~그게 더 듣기 좋네. 그래. 그런 걸로."

"...저희들의 오랜 숙원을, 이렇게 간단히 들어주신다니, 뭐라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좋을지."


허허, 너희들 생명줄 붙잡고 하는 말인데 너무 좋게 들어준다. 역시 첫인상이란 것이 참 중요해.

생흡충이 천천히 요정들에게 퍼져나가며, 동시에 내 불굴의 힘도 같이 퍼져나간다. 흠...저기에 광기를 살짝 섞었으면 전염성이 어마어마했을 텐데, 나중에 한 번 실험을 해보자.


"제가 당신을 뭐라 부르면 좋겠습니까."

"편하게 부르셔. 이름은 김인광. 앞으로도 좋은 관계 유지합시다?"


슬슬 시간이 촉박해져 온다. 대영웅들의 방문이 가까워져간다! 이대로 가다간 대영웅들과 단체로 소개팅하게 생겼다...!

뭐든, 일단 뭐든 업적을 쌓아야 욕도 덜 먹고 욕을 들어먹어도 뭐라고 할 말이 생긴다! 빨리빨리! 시간이 없다!


"그럼, 지금 바로 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음! 다들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 우리는 이제부터 마경! 미로의 숲의 중앙으로 돌진한다!"


후우, 준비는 얼추해두긴 했지만, 그게 어떻게 들어먹힐지 알 수가 없으니. 심장 떨려 죽을 것 같다.


"파이, 준비 됐어?"

"어? 응..."


이건 연극이다. 20년 전, 뭐가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달란 말만 듣고 기다려야 했던 파이를 위한 연극.

죽은 영혼의 넋을 달랜다는 느낌으로 가는 거지. 바라는 걸 손에 쥐어주고, 만족시키면 돌아오는 과정이 조금은 부드럽겠지.

그래, 적어도 전에 애처럼 갑자기 현실에서 애 낳아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버리지는...그렇지는 않겠지...


풍덩!


여왕이 만들어준 맑고 투명한 물 웅덩이 안으로 몸을 던진다. 슬금슬금 몸으로 느껴지는 대영웅들의 강력한 기운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후우, 친절 그 노인은 화가 나도 단단히 났을 거 아니야...그걸 또 무슨 수로 구슬린담...


"에이! 이벤트 지역에 이벤트 퀘스트! 길게 시간 끌지 말고 깊게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이런저런 상황들로 예측했을 때, 지금 이 상황 전체가 혼돈이 유도한 것, 내가 걱정하는 '사실, 내가 진짜로 만났던 파이는 여기 얘가 아닐까?' 의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졌다.

또, 안타깝지만 이제와서 저 파이와 뭔가 감정적인 무언가를 이끌어내긴 힘들지.

저 파이가 진짜든, 현실에서 툴툴 거리고 있을 파이가 진짜든. 난 그냥 내가 좋아하는 쪽을 좋아하기로 했다. 파멸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전부 진짜라며? 그럼 그냥 내키는대로 사는거지 뭐!


"짜란! 미로의 숲 중앙에 도착! 이곳이 어디인가! 이곳은 바로! 머나먼 과거의 대영웅, 인내의 대영웅 파스티엔이 머무는 거~대한 나무입니다!"

"호오, 400년 전 희망의 대영웅과 함께 했다던 그 대영웅 말인가. 흥미가 생기는군."

"...그 대영웅을 물리치면, 그땐 어쩔건데?"

"나가야지."


근심걱정 가득한 표정의 파이. 지금 저 파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건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저렇게 풀이 죽은 얼굴로도 꾸역꾸역 따라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일지, 무엇일지.

그저 되도록, 앞으로 펼쳐질 상황들이 너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들이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들어가지?"

"이렇게!"


콰앙!!


바닥에서 부터, 정확히는 내 그림자에서 내 쓰레기 선단이 솟아오른다. 그대로 하늘을 향해 치솟는 배에 올라타서, 과거를 재현한다.

급조한 연극에 손님이 지루해하거나 헛점을 발견하지 못하게! 우당탕탕 난장판으로!


"어어! 자, 잠깐! 왜 다시 떨어지는 거야!!"

"믿는 신 있으면 아무거나 붙잡고 기도나 올려! 운수 좋은 놈만 살아남는 거야!"


쿵!!!


과거의 날치가 그랬듯이, 이번엔 배가 나무에 들이박았지만, 역시나 혼돈이 만든 공간 답게 보이지 않는 벽이나 그런 것이 없이 그냥 그대로 가지들을 부수며 내려간다.

그렇게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무 내부의 그 묘한 푸른 빛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이제 도착한 것이겠지.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함께 떨어진 듯한 파이 말고는 다들 제대로 떨어지지 못한 것이지 보이지 않는다.


"여긴..."

"그래. 여기가 진짜 미로의 숲의 중앙. 미로의 숲이 유지되는 원인이 있는 곳이야."


그리고 이제 슬슬, 준비된 배우님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을지 모르겠네.

뚜벅뚜벅, 꽤 고집이 셀 것 같은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온다. 무거운 갑옷이 철컹거리는 소리는 이 넓은 공간을 가득이 채우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비늘이 돋아난 팔과, 푸른색 계열의 갑옷의 등뒤엔 길쭉한 직육면체의 중간에 구멍이 뚫린 봉들이 망토처럼 떠다닌다.

잦은 전투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남아 그야말로 역전의 용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갑옷을 걸치고, 녀석은 물의 기운을 품은 검을 뽑아낸다.


"...크흠! 그...감히...후우..."


연기가 어색한지 머뭇머뭇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문이 막힌 듯 헛기침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그런 그녀에게 난 남몰래 '할 수 있어! 너를 믿는 나를 믿어!' 의 사인을 보내본다. 그럼그럼, 난 우리 딸냄 그 누구보다 믿는다.


"...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

"...대영웅 맞아?"

"어? 어어, 그럼그럼. 봐봐, 척 봐도 엄청 세보이잖아."

"...그렇긴 한데..."

"에잇! 말이 많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내 손을 짐승의 손처럼, 괴물의 손처럼 바꾼다. 파이의 입장에선 럭스 메아라고 하면 바로 알테지. 그래, 너의 몰입을 위한 준비물이다.

이제부터 연출할 것은 찬란한 미래. 너와 계속 함께할 수 있는 희망찬 미래. 그와 동시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그저 허상에 불과한 미래.

과연 파이는 결국 친절처럼 과거의 허상에 사로잡혀 만족할지, 그저 허상임에 불과한다는 것을 깨우쳐 벗어날지. 도박이다. 내 인생이 늘 그랬듯이.


"파이, 말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내가 저 유물을 얻지 못하면, 앞으론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뭐? 그런 말은 없었잖아?!"

"지금처럼 네가 화낼까봐 말 안 했지. 왜, 내가 겁이 좀 많잖아."

"...너, 나중에 봐...!"


참...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그때처럼 해어져야 한다는 소리에 의욕을 불태우는 저 모습을, 난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광기의 마왕, 너와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아이고 세상에, 그 마음이 참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겠네. 그런데 보통은 한 번쯤은 싸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지키기 위해 갈고 닦은 검인데..."

"...그랭..."


정신 멀쩡한 딸내미와의 첫 대결인가 이게? 아무리 엔딩이 정해진 싸움이라지만, 현실성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해줘야겠다. 네 언니와 아저씨를 위해, 조금만 고생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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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불우한 과거 21.09.09 5 0 12쪽
322 늘 하던 거 21.09.08 5 0 13쪽
321 파멸은 파멸 21.09.07 6 0 12쪽
320 제국의 기둥 21.09.06 8 1 12쪽
319 소문이란 +1 21.09.03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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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정말 약속을 지키는 걸까? 21.09.01 7 0 12쪽
316 전쟁 준비 준비 준비 21.08.31 8 0 12쪽
315 선견지명 21.08.30 8 0 12쪽
314 피의 숙청 21.08.27 8 0 12쪽
313 경사 21.08.26 8 0 12쪽
312 아이의 이름-외전- 21.08.25 7 0 4쪽
311 파멸의 도래 21.08.25 7 1 12쪽
310 쉼없이 21.08.24 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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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그가 날 봤어...! 21.08.19 9 1 11쪽
306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진실 21.08.18 1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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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새 땅 새 시작 21.08.12 7 1 13쪽
301 기적의 탄생 21.08.11 6 1 15쪽
300 신의 아이 21.08.10 4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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