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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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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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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영웅의 전당

DUMMY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높이 솟아올라 있는 듯 보이는 하늘에 마치 우주와 연결된 듯 반짝이는 구멍이 일렁이며 무지갯빛 구름을 천천히 떨어뜨리는, 뭔가 신비로운 연출을 잔뜩 집어넣은 듯 보이는 곳의 아래에 위치한 궁전 같은 건물.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은은한 무지갯빛 구름이 은은하게 감싸는 눈이 아플 정도로 새하얀 궁전.

하늘을 향해 솟은 궁전 중앙의 높디 높은 탑은 유난히 반짝여 아무리 먼 곳에서 길을 잃어도 저것만 보고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와아, 설마 내가 여기에 오게 될 줄이야..."

"네가 영웅이 되는 건 아니야. 내가! 되는 거지...!"

"와아...저 여기에 한 번 와보는 게 꿈이었어요."

"안 들리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은 하면서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높이 솟아오른 탑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엔. 내가 본 것 중 가장 신나 하는 것 같은 표정인데 저건.

기사인 아이엔이 영웅을 우러러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저 감정이 이해는 간다. 나와 다니며 대영웅을 많이 마주쳐 자기도 빨리 대영웅이 되고 싶다는 조급함을 가지진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근면답게 초조함이나 조급함은 보이지 않고 그저 반짝이는 동경만이 엿보인다.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애가 이때까지 저렇게 웃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단 걸 생각해보면...조금은 미안해진다.


"세상에, 여기에도 이제는 장사꾼들이 들어섰군요. 과연, 연합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가 보입니다."

"다 연합 측 애들이에요?"

"거의 대부분은 연합 측 상인들입니다. 몇몇은 제가 아는 분들이군요. 혹시 괜찮으면 잠깐씩 인사라도 하고 와도 되겠습니까?"

"뭐...급한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정보 수집 겸."

"허허, 금방 돌아오지요."


인사를 하는 것이라면 일행들과 함께 가도 좋을 텐데 굳이 혼자 가는 것을 봐서는 별로 안면 터서 좋을 것 없는 인물들인 모양이다.

그런 인간들과 더더욱 안면을 터서 사건 하나 제대로 터트려 버리고 싶기도 한데...그래, 조만간 촌장님과 같이 가봐야 겠다.


"연합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거라면, 내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에롤의 귀에 다 들어가겠네?"

"으음! 구원의 대영웅께서는 상당히 귀찮은 분이군요!"


언제나보다 더더욱 내 등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레비. 아무래도 보는 눈이 워낙에 많다보니, 경계하는 것 같다. 혹시라도 내게 달려들 누군가를 막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레비는 언제쯤이 되어야 내게서 떨어져줄까? 내가 이 게임을 엎어버리려 한다는 걸 알면, 아니 그걸 알게 된다면 더더욱 좋아라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정말 그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난다.

촌장님이나 말랑이나 아이엔이나, 파이처럼 그 세상의 찌꺼기를 사용해서 현실에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상상했는데, 레비만큼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귀찮아도 너무 귀찮다.


"난, 별로 여기에 좋은 감정은 없어."

"왜, 영웅들에게 쫓긴 기억 때문에?"

"너도 한 번 대영웅이랑 싸워봐. 세상 살기 무서워져."


그러면서 잘도 뻔뻔하게 대영웅인 알로 할아버지 앞에서 아닌 척 연기를 했구나. 그것도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세상 당당하게.

아무리 지금은 npc가 아닌 플레이어라지만 나라면 절대 못 했을 짓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온갖 수상쩍은 티를 냈을 게 분명하다.


"아아, 괜히 긴장되네."


품에 안은 말랑이를 만지작거리며 영웅의 전당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을 바라보며 설렘 가득 부풀린다.

게임 들어오기 전만 해도 '난 내 과거를 벗어나지 못 했어 ㅠㅠ 그나마 옆에 파이가 있어서 다행이야...'이러고 있었으면서. 나도 참 뻔뻔한 인간이다.


"들어가기는 나만 들어가면 되니까 너희들은 그냥 여기 근처에서 사냥이라도 하고 있어. 아이엔은 그 검에 익숙해져야 하잖아. 그치?"


마음을 다 잡고 말랑이를 아이엔의 머리 위에 얹어 둔다.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레비는 정령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나는 갈 길을 가자.


"음. 수능 시험 치러 가는 기분이네."


제국에도 내가 영웅의 전당에 갈 자격을 얻었니 어쩌니 말은 했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플레이어들로 인해 제국도 어지간히 바쁜 모양인지 내게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초보 플레이어는 길가다 갑자기 npc를 '죽일 수 있나?' 이러면서 때리기도 하니 정말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나는 첫 npc가 파이였고, 그때는 미쳐버린 현실 감각에 묶여 차마 그런 생각도 못 했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너무 사람과 똑같은 그것들을 호기심으로 죽이려 드는 것에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 npc였던 파이가 현실로 나왔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더 큰 거부감이 생겼고.


"하아...세상 살기 참 힘들어."


적당히 몸을 풀어주고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을 향해 걸어간다. 상당한 거리가 있어 가는 길에 몇 번이고 상인들에게 호객 행위를 당했다.

주 고객층은 궁전에 사는 전당 쪽 사람들과 자신이 영웅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는 모험가들인 것 같으니 제발 나는 놓아줬으면 하는데.


"에헤이! 젊은이! 그런 무장으로는 탑의 시험을 이겨낼 수 없어! 여기 이거 좀 봐봐! 자네의 그 해진 갑옷 보다는 이게 훨 낫다니까!"

"...음...확실히 방어구를 바꿀 때가 되긴 했지."


처음 자근 마을에서 받았던 무장으로 지금까지 촌장님이 그때그때 보수만 해가며 써왔기 때문에 이제는 확실히 바꿀 때가 되긴 했다.

나름 촌장님의 첫 선물이라 생각해서 아껴주고는 있었는데, 뭐 이쯤 해서 버릴 때인 거지.


"그렇지? 아 여기 내가 좋은 거 잔뜩 쌓아 놓았으니까 한 번 보고 가!"

"언제 봤다고 반말...쯧, 그닥 좋은 물건은 없어 보이는데, 괜찮은 물건인 거 맞지?"

"척 보면 몰라? 에헤이, 이거이거, 미래의 영웅께서 이렇게 보는 눈이 없어서야!"

"물건 구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겼거든."

"...쯧쯧쯧..."


나름 반짝반짝 잘 닿아놓은 방어구들을 판매대에 나열해 두어 그것들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귀에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장속에서 이렇게 귀에 잘 들리게 혀를 차다니, 소리에 힘을 담은 모양인데 그럴 거면 차라리 이 사람처럼 고함치면서 호객 행위를 하지 그래?

손에 들고 있던 방어구를 잠시 내려두고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나 장인이요~하고 말하는 듯한 생김새의 아저씨가 앞에는 투박한 가죽 갑옷을 잔뜩 쌓아 놓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저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야?"

"음? 아~그냥 뭐, 자기가 장인인줄 착각하는 고집쟁이지 뭐. 저 봐, 저것들도 지금 상품이랍시고 내놓은 것 좀 보라고."


그래도 지금까지 가죽 갑옷을 써온 내 입장에서는 당신이 파는 판금 보다는 저쪽이 조금 더 끌리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내 캐릭터성이 버서커나 바이킹 같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더더욱. 노출 많은 방어구도 이제는 환영이다. 운동 열심히 하고 있거든.


"이봐요 아저씨. 나한테 할 말 있어요?"

"기껏 정성들여 손질해놓은 옷을 두고 저런 주물로 찍어낸 방어구에 눈독을 들이니, 늑대들의 억울한 울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아니 뭐, 내 앞에서 늑대 들먹이시진 마시고. 별로 좋은 인연은 아니라서."


슬쩍 보기만 했는데도 이 옷이 늑대들 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 보다니. 처음에야 그런 티가 났지만 계속 쓰면서 뜯겨나가서 이제는 늑대의 흔적도 남지 않았는데 대단하다.

알아보는 능력만을 보면 확실히 능력은 좋은 듯 한데, 조금 꼰대 같은 기질이 보인다.

그래도 좋은 걸 준다고 한다면 굳이 싫어할 이유도 없지. 혹여 싫어하더라도 그건 받을 거 다 받은 다음이다.


"봐봐 젊은이, 여기 뭐 별 거 없잖아?"

"흥! 대충 만든 물건을 좋다고 사와서는 팔아대는, 장인으로서도 상인으로서도 삼류인 녀석이 아는 척은!"

"이봐, 자칭 장인님. 그래서 그쪽 나보다 더 벌어? 삼류인 나보다 더 못 벌어먹고 사는 당신은 대체 뭐야?"


...으음! 이거 참, 전당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뭔가 재미있는 상황에 걸렸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애들이랑 같이 올 걸 그랬다.


"아, 둘 다 그만. 우리 이렇게 합시다."


자칭 장인 아저씨의 물건 중 아무거나 골라 장인 아저씨에게 넘겨주고, 삼류 아저씨의 가게에서도 괜찮아 보이는 걸로 골라 삼류 아저씨의 손에 쥐어주었다.


"입어요."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둘 다 자기 물건에 자신 있는 거잖아? 영웅의 전당에서 받을 시험에도 견딜 수 있는 방어구라는 생각으로 팔고 있는 거 아니야?"

"당연한 소릴! 내 비록 가진 자금이 부족해 훌륭한 재료로 만들지는 못했으나 만듦새 하나만큼은 보장한다!"

"자신감이 참 보기 좋네요. 어쨌든, 둘 다 입어 봐요. 내가 광고 효과 제대로 누리게 해줄 테니까."

"어어...대체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왜 갑자기?"

"뭐긴 뭐야."


팡!


주먹을 힘껏 휘둘러 바람이 터져나가는 소리를 낸다. 흐름을 이용해서 살짝 더 과장시키긴 했지만, 두 사람이 보기에는 충분히 위협적일 것이다.

실제로 삼류 아저씨가 굉장히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장인 아저씨는 알았다는 듯이 주섬주섬 자기가 만든 옷을 입고 있고. 이야, 굉장한 자신감이다. 나는 못할 짓이다.


"둘이 입고, 내가 입은 둘을 때리고, 멀쩡한 사람 쪽의 말이 맞는 거겠지?"

"무, 뭐, 뭔 그게 무슨! 아니 이봐!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쫄리면 빠지시던가. 그런데, 여기서 꼬리말고 도망치면 저기 자칭 장인 아저씨 말대로 삼류가 되는 건데 괜찮으신가?"

"이봐! 내 물건은 이미 입증된 장인이 만들어낸 물건이야! 그런 실험을 했다가 잘못해서 상품에 흠이라도 나면 자네가 책임 질거야?!"


돈이라면 거의 대부분 촌장님에게 주고 평소에도 돈 관리는 촌장님이 도맡아 하기 때문에 내 수중에 있는 돈은 간식 몇 개 사먹을 돈 밖에 없다는 걸 뒤늦게 떠올렸다.

흠, 지금이라도 촌장님을 찾아가서 돈을 빌려와야 하나? 찾기 귀찮은데...그냥 없던 일로 해?


"제가 책임지죠."


익숙한 목소리, 촌장님이다! 이야! 참 타이밍도 좋아! 여긴 카페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평소처럼 타이밍 딱 맞춰서 등장하신담?

떠날 때와는 다르게 이곳의 다른 모든 상인들보다 귀티나는 차림으로 등장한 촌장님. 최근 들어 허리가 펴지면서 덩치도 더 좋아져 분위기가 장난 아니다. 그래, 분위기만 본다면 알로 할아버지와 동급이 아닐까?

게다가 무리를 잔뜩 이끌고 와서 어딘가 조직의 보스 같은 느낌도 난다. 이제는 촌장님이 아니라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닐까?


"다, 당신은...!"

"쉿."

"흡!"


뭐야, 촌장님 당신 뒤에서 대체 뭘하고 다니기에 상인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거야? 내가 준 돈으로 대체 뭘 한 거야!


"이, 이봐 청년...자네 저 인간과 아는 사인가?"

"어어...네."

"어쩐지...심상치 않은 옷을 입고 있더라니."


뭐야, 그런 거야? 아니, 나 진짜 여기서 완전 이세계 판타지 라이프처럼 생활해서 막, 스테이터스 확인 같은 거는 잘 안해서 진짜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거 좋은 거였어?


"인광님도 참, 보는 눈이 좋으십니다. 어쩜 이렇게 제가 놓친 장인을 바로 찾아내실 수 있는 겁니까?"

"내가 찾은게 아니라 저쪽이 날 찾은 건데...다 내 업이죠!"

"하하! 하지만, 방어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제게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말씀만 하셨으면 진즉에 준비를 해드렸을 텐데."

"아니, 이게 마음에 안 드는건 아니고요. 저 이거 마음에 들어요. 자근 마을이 남긴 유품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버릴 수가 있어야지."

"...후후, 그것 참 감사한 말씀을 또...이보게 자네."


촌장님의 등장으로 얼어붙어 버린 삼류 아저씨에게 촌장님이 손짓을 하자 기겁을 하고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촌장님에게 다가간다.


"...자신 없으십니까?"

"...그, 그그,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의 이 갑옷이! 분명히 저 자의 누더기보다 훌륭하리라 확신합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맞는 말이다. 판금보다 단단한 가죽 갑옷은 이상하잖아.

그런데 이곳은 게임이니, 저렇게 단언하기 쉽지는 않을 텐데. 촌장님이 어지간히도 무서웠나 보다.

...조만간 정말로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이 양반 돈을 무슨 하마마냥 집어 먹기에 뭐에 쓰나 했더니...


"자, 그럼. 두 사람 다 각오는 됐죠?"


담담하게 자신감을 보이는 자칭 장인, 두려움에 덜덜 떠는 삼류. 솔직히 이쯤되면 누가봐도 승자가 누구일지 뻔히 보이지만...나는 굳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음. 두 사람의 뜨거운 의지와 굳건한 자신감에 저도 괜히 마음이 들뜨네요. 모닥아."

"음!"


가만히 있어도 강하지만 진의 적극적인 가르침으로 인해 최근 더 강해져서 우리 파티에 두기에는 너무 오버 밸런스라 꺼내기 저어 되는 모닥이의 등장.

타격 관련해서 우리 파티 최고 권위자다. 테스트에도 나보다는 훨씬 더 적합하겠지.


"두 분의 갑옷을 테스트하는 영광스러운 자리는 제 아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암 그래야지! 내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고 말고!"


딱히 두 사람 다 초면인 나를 아랫사람 대하듯 해서 조금 기분이 상했다던가, 하여튼 악감정이 있어 이러는 건 아니다.

적어도 이렇게 겉보기에는 깜찍한 미소년인 모닥이를 대신 세우는 게 두 사람은 맞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있지 않겠어?

모닥이도 생각이 있으면 적당히 하겠지.


"그, 그럼 물론이죠! 이야~아드님이 정말 듬직하신 것이 후대에 분명히 큰 인물이 되시겠습니다!"

"...자, 잠깐...!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어허! 아무리 아드님의 위대한 후광에 겁을 먹었기로서니 갑자기 이 무슨 남자답지 못한!"

"닥쳐라 장님아! 네놈은 정말 눈이 멀어 버린 거냐?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던 거야!"

"간다~!"


부웅부웅!


장난스럽게 두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은근슬쩍 자세를 잡는 모닥이를 앞에 두고 감이 좋은 자칭 장인 씨가 이를 꽉 물고 온몸에 힘을 준다. 삼류 아저씨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텐데.


떵!


충격파가 터져나올 정도의 강도로 두 사람에게 동시에 손바닥 치기를 날려주자 준비하고 있던 자칭 장인 씨나 삼류 아저씨나 둘 다 숨을 토해내며 날아갔다.

흠, 이건 방어구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 문제가 될 것 같은데...모닥이에게 더 확실한 명령을 내릴 걸 그랬다.

그래도 예상대로 자칭 장인 씨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지만, 삼류 아저씨는 꼼짝도 못하고 있다.


"해치웠나...?!"

"죽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어떤 것이 더 좋은지, 확실하게 결정이 난 듯 하군요."

"미, 미친놈들...!"

"그래서, 뭐 추천할 물건 있어요? 지금 좀 많이 아프시면 좀 있다 다시 올까?"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자칭 장인 아저씨가 거칠게 숨을 고르며 내게 다가오라고 손짓을 한다.

삼류 아저씨가 살아남았더라면 지금쯤 내게 욕짓거리를 내뱉고 있지 않을까 싶네.


"내가 파는 물건이나, 저놈이 파는 물건들 중 지금 자네 방어구보다 성능이 좋은 물건은 없네."

"어? 이거 게임 초창기에 맞춘 건데요?"

"보나마나 저기 늙은이가 계속 이거저거 추가한 것이겠지. 어쩌면 자네가 모르는 사이에 생김새만 똑같은 전혀 다른 물건으로 바뀌어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오오...그러면 뭐, 그냥 가서 시험이나 받으면 되겠네요?"

"아니, 내가 보기에는 조금 조잡한 부분이 있어. 개선의 여지가 많은 방어구니 시간만 준다면 내가 더 훌륭한 물건으로 만들어주지."


이 무슨 자신감. 마음에 든다. 그런데 지금은 영웅의 전당에 들어가야 하는데...잠깐 뒤로 미뤄야 하나?

차라리 잘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금같은 이벤트가 몇 번 더 생길지도 모를 일이잖아? 그것 참,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다.


"시험은 여기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입고 가도 될 거야."


흐음...확실히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내 취향이라서 나쁘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옷이 추운 북부의 강힌 전사가 입을 것 같은 느낌이라면, 이건 뭔가 베테랑 용병이 입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성능면은...여기서 오래 장사한 자칭 장인 씨의 픽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 나도 가끔은 다른 모습으로 다녀보고 싶기도 하고...나쁘지 않네!


"비용은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그래요. 자칭 장인 씨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촌장님에게 말해요. 난 이만!"

"자칭 장인이라니, 난!"


자칭 장인 씨의 말을 무시하고 살살 달려 영웅의 전당 앞까지 도착했다. 평소와 다르게 온몸을 다 감싸는 옷이라 조금은 따뜻한 느낌이 든다.


"시험을 치루기 위해 오셨소?"


커다란 문을 지키는 커다란 문지기가 한 손에는 유리 구슬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창을 든 채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고, 커다란 문지기는 손에 들고 있던 유리 구슬을 내게 내밀었다.


"손을 올려 당신의 자격을 증명하시오."

"오오, 지문 인식 같은 거구만 이거."


유리 구슬에 손을 올리자 구슬이 밝게 빛을 내었고, 커다란 문지기는 그 빛을 보며 옆으로 비키며 커다란 문을 열어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열린 문의 안쪽에는 거대한 정원과 황금빛의 빛이 내리쬐며 새가 지저귀고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성스러운 연출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안으로 조금 걸어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하얀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서너명 나를 향해 걸어나왔다.


"불굴의 기사 김인광 님, 영웅의 전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회장의 일때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환영해주는 건 조금 부담스러우니 자제해주었으면 한다.

게임을 망쳐버리겠노라 각오를 다지고 들어온 탓에 오늘은 괜히 심술을 부리고 싶고 그런 마음도 있으니 더더욱.


"따라오시죠, 시험장까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미 한 번 소동을 일으켰으니 오늘은 이제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자. 여기에서까지 툴툴 거렸다가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그래요. 갑시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는 안내인들의 뒤를 따라 살며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 좋은 소름을 느끼며 궁전의 안을 걷는다.

바로 방금 밖에서 전혀 영웅답지 않은 짓을 했는데,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영웅의 전당을 향한 불신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우선, 첫번째 시험 통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네? 뭐요?"

"저희 영웅의 전당에서는 본래 오랜 예전부터 바깥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과거 이야기는...네에, 뭐, 알아서 하쇼."

"하지만 시대가 여러번 바뀌고, 결국에는 저희들도 그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때마침, 좋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진지해야할 것 같은 사람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말하니 영웅의 전당 자체의 이미지가 바뀌어버린다.

영웅의 전당에서 영웅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시험을 하는 녀석들이 저렇게 악동같은 미소를 띄울 줄 알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영웅이 그저 바보 같이 힘만 강한 자라면, 이 세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멀리에서부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나 말고도 다수의 사람들이 시험을 받기 위해 모여있는 모양이다.

여러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한 둘은 아닌 모양인데, 정말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이곳에 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가 보다.


"그래서 저희는, 처음으로 영웅의 자질을 지닌 자들이 과연 보는 눈이 있는지, 운은 좋은지. 그럴 듯하게 말하자면 운명을 개척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상인들을 들였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저기에서 겪었던 일들이 전부 일종의 시험이었다?"


가뜩이나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진 상태인데, 또 누군가의 계획 위에서 놀아났다니. 굉장히, 아주, 불쾌하다.

지금 내가 무슨 표정으로 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살 웃으며 말하던 사람이 흠칙 놀라며 황급히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불쾌히 여기진 말아주시길. 저희들의 임무는 그저 여러분을 감시하고 판단하는 것이고, 여러분이 전당의 영역에 발을 들일 순간부터, 저희들은 여러분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엔 설명 정도는 들었으면 좋겠네요."

"주의하죠, 불굴의 기사님."


얼마 가지 않아 나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치르러 와 시험을 기다리는 여러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 김인방 씨?"

"어?! 인광 님!"


오래 잊고 있던 인연과 다시 만나기도 하고, 으음...이건, 뭔가의 복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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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21.01.01 29 1 14쪽
124 공격대 모집합니다~! 20.12.31 29 1 17쪽
123 질투 20.12.30 29 1 8쪽
122 보살핌이 필요하다 20.12.29 33 1 15쪽
121 광기의 기사 20.12.28 39 1 20쪽
120 현실이 되었다. 20.12.25 31 1 14쪽
119 현실이 되어간다. 20.12.24 32 1 21쪽
118 위험한 상황 20.12.23 25 1 20쪽
117 우리는 군대다! 20.12.22 27 1 10쪽
116 마경 진입 20.12.21 24 1 12쪽
115 경★미로의 숲 드디어 공식 출입하다★축 20.12.18 27 1 14쪽
114 익숙한 평화로움 20.12.17 25 1 17쪽
113 게임이나 할래... +1 20.12.16 26 1 14쪽
112 각오를 다질 때...! 20.12.15 30 1 8쪽
111 잠깐 휴식 20.12.14 50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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